'정치철학'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0.08.17 환원주의의 반란
  2. 2010.08.12 서구, 개인의 탄생
  3. 2010.06.12 진보적 자유주의는 가능한가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임계질량에서 이어지는 사건들
필립 볼, 이덕환 옮김, 까치, 2008
Philip Ball, Critical Mass: How One Thing Leads to Another, 2004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게 된 매우 흥미로운 책 
뉴튼에서 유체역학, 양자역학, 프랙탈, 네트워크 이론으로 이어지는 과학사와 홉스, 로크, 하이에크로 이어지는 정치철학을 종횡무진 달린다 
홉스에서 시작해 사회물리학이란 렌즈로 사회를 들여다봤을 때의 경계점을 강조하며 끝난다 

물리학에서 쓰이는 도구로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사회물리학은
교통체계, 시장, 기업경영, 정치연합 등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듯 하다
바라나시의 네트워크 이론, 게임이론에서 보여준 이기적 인간의 이타적 협력 등도 한번은 접해 본 주제다 


책이 보여주는 물리학 이론의 함의는 크게 두 가지다 
<큰 수의 법칙>으로 표현한 자연의 무작위성에서 드러나는 규칙성-정규분포적 확률
상호작용의 결과로 드러나는 멱함수 power law
-멱함수는 쉽게 말하면 log 취했을 때 직선이 되는 함수
-정규분포의 평균을 사회에 적용했을 때 <평균적 인간>이 상상되는 것에 반해 멱함수에서는 그런 것은 없다 대신 부익부 빈익빈의 효과가 대단


홉스는 최초로 개인,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회와 국가의 모습을 논증학 정치철학자다 
개인의 본성을 정의한 상태에서 메커니즘 적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여기에는 논리와 이성 외에는 끼어들 만한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상당수 사회과학 이론-대표적으로 경제학, 국제관계학- 기본적인 내용을 가정한 이후에 간결한 이론을 추구한다-이른바 <과학적 사회과학>
또한 
물리학을 통계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통계학에 새로운 지위가 부여되자 마찬가지로 사회적 현상도 확률을 통해 전반적인 경향과 평균을 추출해 낼 수 있다는 

이후 유체역학의 임계점 분석이나 상전이를 둘러싼 물리학 논문들이 발표되었고
이는 물리학은 물론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서 보면 영문 제목이 좀더 적절하다 
임계의 존재, 상의 변이와 창발 emergence 등은 철저하게 법칙을 따른다기보다는 불안정성 속에서 나온다 
이는 상호작용의 사소한 결과가 만들어내는 예기치 않은 효과 때문인듯
물론 이 역시 예측은 가능하다-이를 탐구해 온 게 현대 물리학이며, 이러한 발전은 다시 사회과학에 투영되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장과 후기는 흥미로운 생각할 꺼리를 던진다 
개인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었을 때 일어나는 일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효과다 
물리학적 환원주의의 핵심은 집단은 곧 개인의 합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물리학의 발전은 자연에서 조차도, 상호작용으로 인한 효과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결론은 자연스럽다 
환원주의와, 나아가 실증주의에 근거한 최근 사회과학의 질주를 볼 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
누군가의 지적대로 <마음>과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가 극단의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과학적 사회과학-실증적 사회과학 vs 정의를 내리는 순간 현상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소세키의 차이는 있다 
그 이상은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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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정치철학 강의: 홉스, 로크, 루쏘
후마니타스 출판사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 중 일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상주의 철학의 전통을 지나 마키아벨리까지 다루고 난 후 홉스에 이르러 개인이 본격적으로 정치의 주체로 등장한 시기의 대표적인 철학이다 
특히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친 사회계약과 관련한 이론을 정치하게 발전시킨 이들이다 

홉스에서 시작해 로크, 루쏘로 이어지며 사회계약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데 
홉스는 자연상태를 무정부주의로 보고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제3자와 협약을 맺어 리바이어던, 국가를 탄생시켰다는 입장이다 
로크 역시 계약설을 주장하나 이는 이중계약으로 개인과 개인이 협약을 맺어 사회를 탄생시키고, 이것이 다시 정부에 권리를 위탁했다는 논의다 
근본적 자연법과 도출된 자연법을 구분하는 로크의 자연법 논의가 이러한 이중계약의 토대가 되는데 여기에서 근본적 자연법은 규범적이다 
루쏘의 경우는 자연상태에 대한 인식이 홉스와는 판이하다 선하게 태어난 인간이 사회제도에 의해 타락했다는 기본 인식 하에 사회를 개선할 것을 주장한다 
루쏘는 일반의지 general will 로써의 자유와 평등을 말하는데 이는 플라톤적이기도 하다 

홉스의 경우에는 자연적 도시국가라는 고전적 전통을 완전히 해체하고, 자유를 가진 개인이 어떻게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에 주목한다 
선을 배제된 상태에서 어떻게 자유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질문한 것은 혁명적 전환이다
-마키아벨리도 이상주의적 정치를 부정하지만 개인에 근거해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체계를 논리적으로 구성한 것은 홉스가 최초란다 

홉스에서 로크에 이르면서 미국식 자유주의의 기초가 만들어진 것으로 느껴진다 
소유권에 대한 로크의 -다소 이질적인- 분석에서 현재까지 면면히 내려오는 전통이라 할까


최장집은 특히 홉스를 높이 평가하는데 한국정치에 있어서 현실주의적 정치감각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홉스, 로크, 루쏘로 넘어오면서 일단 최장집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다는 느낌이다 
홉스의 정치한 논리와 냉혈한 현실인식과 루쏘의 직접 민주주의, 평등을 강조하는 정치인, 학자들을 대비시키면서 규범적이고 이상적인, 그의 표현을 빌자면 <실제의 정치를 하지 않는> 이들을 언급하는 데서 그러하다 
루쏘의 직접 민주주의 요구, 추상적 명제에 대한 선호 등이 한국사회의 특징인데 <운동적 정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읽혔다 
그 다음 주제인 자유주의를 통해 아마도 진보적 자유주의에 관한 본인의 논리를 가다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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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발표> 이근식, 최장집, 최태욱
토론> 원희룡 김종걸 정석구, 천정배 유종일 이대근, 심상정 박상훈 전민용

자유주의의 진보적 귀환이 가능한가를 논하는 제1회 대안담론 포럼이란다 
한림대 국제대학원이 정치경영 과정을 신설하면서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을 계속 가져갈 예정이라고 
정치경영은 유용할 수 있지만 온갖 데에 경영이 붙는 이른바 '접두사 경영'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여튼 얼마 전 들은 하이에크의 정치철학과 더불어서 포럼까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자유주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만은 분명하다 

로크, 밀, 하이에크로 이어지는 자유주의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사회적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예컨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는 평등을 배태하지 않는다 
-하이에크의 경우에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자유를 주장하기 때문에 
-밀의 경우에는 사민주의로 

서구의 경우에는 자유주의는 절대왕정에 대항하는 부르주아의 가치로서 자유주의가 등장했기 때문에 소유권의 확립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천부인권(자연권)과 관용 등의 가치를 함께 포함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경유하지 않고 민주화를 달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내용은 삭제된 채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반공주의 등 극우보수가 득세한다 
진보적인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반동으로 자유주의는 지양해야 될 내용으로 자리잡는다 
말하자면, 자유주의는 커다란 공백으로 남은 셈 

이근식의 논의는 재벌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에크의 반독점, 반국제기구를 떠올리게 하는 반면 
최장집의 논의는 현재 상태에서 민주주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과도한 열망 중 상당수가 자유주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최장집은 자유주의가 어느 쪽으로든 발전해 갈 수 있는 광범위한 토대라고 보는데 이에 따라서 '접두사 자유주의'도 긍정하고 있다 

토론 중에서는 반MB 심판을 자유주의의 승리, 민주화 이후 23년을 자유주의의 확대 과정으로 바라본 이대근의 지적이 매우 적절해 보인다 


자유주의는 인권과 적극적인 해석 시 평등을 포함하며-기회의 균등을 빈곤이 가로막고 있으므로 
서구의 다양한 긍정적인 가치를 내재하는 듯하다
우리사회가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를 완성했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에, 개인에만 초점을 맞춘다 
공동체가 가지는 긍정성은 존재하지 않는다-최장집도 서구의 경험이 다른 문화와 조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심한 우리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에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분명 자유주의는 노무현의 탈권위를 사랑했고 서구에서 역사를 통해 자리잡은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현재 세대에는 잘 먹힐만한 내용이다 
독재로서가 아니라-민주주의의 제도는 자리잡았으므로- 자유주의를 가로막는 존재로 반MB를 사고할 경우 보다 명확한 서술도 가능할 것같다 

자유주의를 분명히 정의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더함으로써 정치지형에서 자유주의자와 좌파를 명확히 구분할 수도 있겠다
우리사회의 정치지형을 명확히 하는 효과 정도? 혹은 정체성의 재확인
-좌파가 되고 싶어하는 liberal이 많다고 하므로
-미국의 경우에는 liberal=progressive, leftist=radical로 정의되며 영국에서는 liberal=conservative


그러나 자유주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정확히는 자유주의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공동체의 긍정성은 없는가? 는 고민해야 할 문제 
개인적으로는 '경유지'로서의 자유주의는 전적으로 찬성하나 -이대근의 자유주의의 발흥이 진보, 보수를 넘어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
그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느낌이다
-이근식의 경우는 지향해야 할 목표로써 이를 서술한다, 재벌의 문제 권력의 문제를 통틀어서
-아직 느낌 수준이므로 좀더 생각을 정리해 봐야 할 문제 

일찍 나오느라 심상정 박상훈의 토론을 못 들어서 아쉽네 
얘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었는데 
스웨덴과 일본 모델을 공부해 볼 필요 더하기 consensus democracy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corporatist 혹은 consensus model은 극단적으로 권력이 국가와 자본에 집중된 울 나라에서는 힘들다고 생각, 장하준이 제시한 한국경제의 대안 마련이 결국 국가와 자본의 정당화된 노동에 대한 승리로 귀결될 꺼 같은 것처럼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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