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트랙
헤닝 망켈, 김현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6
Henning Mankell, Side-tracked, 2001
망켈의 다섯번째 발렌데르 소설이나 뒤늦게 번역된 소설
이를 기점으로 망켈과 발렌데르가 잘 알려지게 됐단다
BBC 드라마로는 거의 초반에 반영된 게 기억난다
노란 유채밭에서 분신자살하는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편에서, 케네스 브레너의 표정이 아직 기억난다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서
내 기억으로는 니콜라스 홀트가 인디언 전사를 꿈꾸는 살인자로 나온다
그러나 소설은 드라마보다 더 처절하다
홀트의 여동생이 아닌 누나가 희생자였고, 소년은 고작 14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월랜더가 말린 마지막 살인은 성공하고, 누나 역시 희생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자살하고 살인하는 소년 소녀, 정확히는 자살하고 살인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이 아닌 직업정치가 부상하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위해 누구든 이용하고 철저히 은혜하며
소년 소녀는 소리 없이 버려진다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던,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
그 결과로 나온 커다란 외로움은 우리가 치러야만 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에서 헤닝 망켈이 15개월 전 67세 나이로, 암으로 사망한 것을 알았다
사회에 대한 연민과 불만
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 하는 우울하고 불안한 형사 발렌데르를 창조한 사람 치고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걸 목격했기에 발렌데르의 우울함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마구 읽어내린 책과 마구 돌려본 수사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언어와 이미지를 창조했던 사람이라 무언가가 쿵- 한다
아껴둔 몇 개의 작품들을 촘촘히 읽어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