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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05 조용한 열정의 세계
  2. 2017.11.13 말과 언어, 번역
  3. 2017.09.11 중국의 경제 민족주의 in 원저우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홍성민 옮김, 작은씨앗, 2010
Mori Hiroshi, Kishima Sensei no Shizukana Sekai, 2005

누군가가 페북 통해 공부 언저리의 사람에게 추천한 책
도서관 책은 이미 대출 중-누군가의 페친이 울 동네에 있는지?
서점 책은 절판된 상태라 헌책에도 프리미엄 붙어 판매 중 


주입식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모두 소화한 대학 4년생 주인공이 연구를 위해 사는! 대학 조수(우리로 치면 연구교수??) 기시마 선생 밑에서 공부하고 논문 써온 얘기다 
다만 
생활과 세계가 연구를 위해 배치된 선생의 삶과 다른 연구의 평가에서도 필요한 말만을 하는 태도가 주는 울림은 크다  
-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외부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주인공도 그 중 한 조각만을 경험한
- 먹고 자는 리듬의 배치부터, 책으로 가득 쌓인 집, 해야할 것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을 확보

이공계 연구자이므로, 뭔가 잡히는 -표현에 따르면 분면 이것에 가까워, 하는 감촉- 질문을 한다는 점은 다르겠으나, 
연구문제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단계
<자기 연구실 사람>을 훈련하는 과정과 배움의 흡수, 그 과정의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긴 하다
-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 연구의 의미가 빛나는 순간을 찾는 것
- 빛나는 순간 임을 알게 되는 것도 내공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소설, 이라는 게
적어도 한국에서는 소설, 일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
- 예전 RIPE에서 소속이 없는 일본인 연구자의 글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일본에서도 연구자의 정치는 존재할것
- 모리모토 교수가 없었다면, 기시마 조수도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 

단편적으로만 아는 한국 이공계 연구자의 세계도 펀딩 규모의 차이를 제외하면, 인문계 연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노동이란 그런 것이다
할당된 노동량을 처리한다
시간이 지나면 종료
그것으로 해방감을 맛본다
그런 세계다
하지만 이곳에는, 대학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다 

생각하는 행위는 운동과 닮았다
달리기와 사고는 몸의 사용 부위가 다를 뿐 나머지는 똑같다 
달리기의 경우 목적지가 있지 않다
목적지가 있으면 그것은 노동에 가까워진다 
... 
절차가 없고,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고, 답이 존재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풀 수 있다는 보증도 없다
그것이 연구에서의 사고다
오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뭔가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생각한다



모리 히로시는 이공계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한 10편 넘는 범죄소설을 쓴 작가기도 하다
일본 범죄소설 취향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이 끝나면 한번 시도해 볼 수도 
책에 대한 평가 중에 히로시의 문장에 대한 찬사도 적지 않으므로 - 위의 인용문 때문에 타이핑 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해야할 일을 끝내고 기시마 어록을 정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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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사계절, 2017 


다음사전을 만들고 있는? 만들었던? 정철의 인터뷰집 

사전을 만들고 출판하고 판매했던 이들을 성실하게 담았다 

원래는 저자가 광고 만드는 정철인 줄 알았다



겨레말큰사전 조재수 위원장, 브리태니커 장경식 대표, 고대 사전편찬부 도원영 박사, 금성 사전팀장 안상순, 민중서림 편집부장 김정남, 헤이칸슈 류사와 다케시 등

백과사전, 어학사전을 만들었던 이들의 경험과 기록, 그들이 사전을 만들면서 했던 고민, 

웹사전으로 넘어오면서 필자가 했던 고민이 함께 어우러진다 


표제어를 선정하고, 책의 구성을 잡고, 내용을 채우고 

어떻게 말과 언어의 변화를 담을지 개정을 고민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해 온 전문가들의 얘기라 

경험과 내공에서 나오는, 

게다가 그저 학문으로서 보는 게 아닌, 생산자로서 경험한 목소리라 힘이 있다 


말과 단어, 문법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 이러저러한 변화 속에 저물고 새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어학사전은 이걸 어떻게 담아낼지 
원어민이 이해하는 영영사전과 한국인이 이해하는 영영사전의 해설을 어떻게 달라야 할지 
wiki가 없던 시절의 백과사전은 세계를 보는 창이자 교양 역할을 했기에 인문학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이었는데 최근의 웹사전은 어떠한지, 대중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로 삼아야 할지 등등

고민을 계속하고, 일정 시기에는 결단을 내리고-출판을 해야 하므로!
계속해서 갱신 또는 개정하는 작업을 해 왔는데, 지금 시기에는 그러한 권위를 가진 사전은 불필요하다고
-대신 표제어의 수, 항목의 수에 대한 숫자 경쟁이 되었다고
-네이버 백과를 생각해 보라 이건 두산백과를 베이스로 한단다

일본어 번역을 통해 유입된 영어 번역에 대한 소회와 평가,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영어화가 가속화되는 현 시대에 대한 고민도
-최근 영화 포스터 제목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소리나는 대로 적어버리는 것은 마음에 안듦


그렇기에 정철이 인터뷰한 이들은 <최후의 사전 편찬자>라는 타이틀이 적절하다 

고민이 중단되고, 경험 속에서 판단되지 못 하게 된 것은 아쉽다 

정철 역시도 사전 편찬과 관련한 여러 논점에서 웹을 이해하고 만지는 사람으로서 자기 주장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성실한 인터뷰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듯



말과 글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말 중에 기록해 둘만한 게 많았는데 전자책 대출 만기일이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다음부터는 미리 기록해 둘 것

<샘이 깊은 물>을 만들었던 브리태니커 한사장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여기도 나와서 반가운 기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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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zhou One Family 温州一家人

孔笙, 2012

Wenzhou Two Families 溫州兩家人

孔笙 孙墨龙, 2015 


어쩐지 주연부터 조연까지 아는 얼굴의 배우가 많이 나온다 싶었는데 감독이 랑야방, 전장사를 연출한 사람이다

중국스럽지만, 묵직한 작품을 연달아 내놓는 연출가 공생 kongsheng에 대한 설명은 여기 


원저우 상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혁개방 초창기 동물적 감각의 경제감각으로 돈을 쓸어담았던 이들의 초기 모습를 다룬게 yijiaren, 기술에 기반한 성장과 국제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현재를 다룬게 liangjiaren



원저우 모델은 개인의 소사업 창업에 기반한 모델이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중국 전역을 뛰어다니며 사업을 일구고 상업과 무역을 실행해 각광받았으나, 이후 기술 정체, 부동산 거품, 금융위기 등으로 지금은 한풀 꺽인 상태다 



yijiaren은 원저우 깡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딸은 삼촌 휘하로 불법 입적시켜 이탈리아로 보내 버리고 자신과 아내는 사업을 시작한 일가의 얘기다

아내는 단추공장 주변 우연히 떨어진 단추를 밤 새워 주워서 시장에서 팔고 

남편은 쓰레기 주워 파는 일부터 시작해서 신발을 뗴다가 곳곳을 다니며 판촉을 하고, 길거리 장사를 하다가 경찰한테 걸려 도망치기도 한다 

사기업을 모로 보는 -개혁개방 초기다- 정부에게 상품 품질을 꼬투리 잡혀 판로가 막히기도 하고 공장에서의 파업으로 노동자 설득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나중에는 석유채굴사업에 꽂혀 수없는 실패를 겪고, 원저우 시골마을 주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결국 석유채굴에 성공한다 

딸은 삼촌에게 버려져 식당에서 일하는 와중에도 매번 팁을 저금해 파리로 가고, 파리에서 원저우상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창업, 성공한다 

성공 이후에는 공동창고를 건립하고, 프랑스 정부에 불합리한 대우를 교정할 것을 요청하는 역할도 한다

아내와 남편, 딸은 15? 20?년 후에야 만나는 데서 드라마는 끝


결국은 이런저런 좌절과 고난의 겪은 이후에 성공하는 중국식 스타일에다가 

어딜 가든 힘든 순간에 <동향 사람들>의 도움과 신뢰를 통해 고난을 헤쳐가는 이야기

그래서 국내외를 무대로 한 중국경제가 겪은 고난을 되돌아보고 성공을 자축하는 데서 신파적인 특징을 그대로 보인다 

다만 꽤 오래 전의 드라마긴 하지만,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듯

맨주먹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자부심 같은 분위기 



liangjiaren은 원저우에서 함께 창립하고,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두 친구네 가족 이야기다 

공동으로 유럽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 둘을 대립시키고, 하나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 문제로 고소를 하고, 다른 하나에 대해서는 합작을 하려는 외국기업에 대해서 <우리는 절대 서로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LED 전기를 생산하는 새 사업에 착수했다가 은행대출이 거절당하는 한 친구를 위해 (몰래) 무이자로 자본을 빌려주고, 남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다가 납치당하는 일도 해결해 준다 

-중국은행의 보수성과 유럽? 아프리카 사업가의 배신이 이유라고

-흑인이 사업하는 곳에 진출하려고 하는 중국 상인에 대한 적대감이 잘못된 것이라 뉘앙스도


그 와중에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남아프리카에 연계를 갖고 있는 이들의 자식

곁다리로 들어가는 자식들 얘기에서

프랑스의 귀족이 옛 중국 자기 복원을 엄청나게 지불하고, 남아프리카로 중국 자기의 흔적을 찾으러 갔다가 복원에 이용되며 납치된 이를 구출하는 것은 대사관 보다는 원저우상인협회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원저우상인협회, 

변하지 않는 신의와 미래지향적 사고-LED는 국가에 중요하므로 어려움에 빠진 사업을 돕는 것은 원저우 상인의, 중국 상인 모두의 <도리>라고 하는 데서 민족주의적이라고 느낀다 



경제 민족주의는 국가 차원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쪽에서 이해되긴 하지만 

원저우, 나아가 중국의 우월함을 여기저기서 강조하는 불편함과 

예상가능한 착한? 신의가 깊은? 사람은 존중받고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쁘게만 그려지는 것은 분명히 존재 

그럼에도 중국인들의 경제 관련한 정서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꺼 같다 

-그게 우리는 이렇게 고생하고 이 정도가 됐다는 정서 

-우리끼리 똘똘 뭉쳐 서로를 보호하고, 도와주면서 우리 자리를 유럽이든 아프리카에서든 만든다는 정서 


2015년부터는 매우 당연해진 듯한 해외 로케도 공생과 자주 작업하는 익숙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법 괜찮은 화면도

솔직히 2012년 yijiaren은 연기 말고는 기대할 게 별로 없고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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