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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3 인간적인 형사 매그레
  2. 2019.01.02 백수의 조건
  3. 2019.01.02 동물원 이야기

매그레 시리즈 1-19
조르주 심농, 리디북스, 2012
Georges Simenon, Maigret, 1930s

193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매그레 시리즈
불가피하게 살인을 저지른 피살자를 제멋대로 놓아주는 건 아마도 시대적인 상황 때문이리라

게다가 파리범죄수사국 출신이면서도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도 수사를 벌이고
친척의 소개로 개인적이로 수사를 하기도-분명 담당 형사는 무시되는 기분일 꺼다


심농은 백 편이 넘는 시리즈를 썼다고 하는데 번역된 것은 19권
150쪽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글들이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이 얽힌 가족, 재산, 사회 상황이 밀집되어 드러난다
매그레의 수사방법은 <사람의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가기>란다 
과학수사, 심리분석, 프로파일링 같은 최근 방법과 비교하면 투박하겠으나 피해자/가해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적절할 수도

매그레는 어떤 어색함이나 직관에 근거하므로
일상의 일반적인 가해자를 밝히는 데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일을 벌일지 <인간적으로> 살피는 데 가장 잘 맞는듯하다 
심농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다고 하는 수문, 선원, 항해 등의 생활에는 더더욱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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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한국경제신문, 2018

연암 박지원에 주목해 고전평론가로 자리잡은 고미숙의 책
'중년 백수'인 고미숙은 감이당이라는 곳에서 청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유쾌하게 산단다

고미숙은 꽤나 오래 전에 떴지만, 글을 본 것은 처음이다
글투가 단정하리라 생각했는데, 곳곳에 느낌표가 함께 하는 발랄한 글투였고 
의도적으로 명랑과 유쾌를 가장하는 듯도 하다


쟁쟁한 노론 집안에서 태어나 과거를 치러 조정에서 활약하는 대신 혼자 공부와 유랑을 택했던 연암의 생애에 빗대 청년들에게 고하는 글 정도가 되겠다
무려 조선시대에
직접 고추장을 담가 자식들에게 전해 줄 정도로 생활을 꾸려 나갔던 사람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꼼꼼한 관찰과 기록에 근거한 열하일기를 저술한 것도 존경할 지점이겠으나
친구와의 사귐에 게으르지 않았고 
생활을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돈과 소비, 명예에 연연하지 않았다 한다 


그리하여 도출되는 선동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옮매는 대신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갖추고 본인이 기꺼이 할 만한 일을 찾자는 것이다 
-쉐어링을 통해 살 곳을 마련하면 고미숙이 몸담고 있는 학문공동체 기준으로 88만원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학문공동체에 속해 있는 듯한 '비자발적(아마도 건강 상 문제일듯)' '자발적' 중년백수를 비롯한 청년들이 실제 실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의도적 선택으로 백수가 되고 세대를 넘나들며 통찰력을 나누고 배우는 일은 매력적이다
삶이 안정된 경로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하며,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적절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청춘에게 보내는 하나의 지침으로 본인을 찾아라, 는 비현실적 충고일 수 있다
본인을 찾는 연습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방황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하기에
당장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또 당장 화폐를 벗어나 본인의 삶을 꾸려내고, 또 무언가를 하면서 즐거워하라는 것이 그러하다


관계를 통한 배움이 본인을 성장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세를 벗어나는 본인의 고집을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인양 낙관하고 공유경제와 친구, 관계에의 낙관, 책과 사람이 주는 배움에 대한 낙관이 짙은 느낌이다 

여전히 류은숙의 지적처럼 비슷한 갈망을 지닌 사람들이 맺는 관계보다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더 큰 배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이 내가 아니도록, 반백수로 살고 싶고, 정규직이 아닌 미니잡을 찾아 게으르게 살고 싶지만, 과연 녹록치 않은 일임을 막 직면한 탓에
탈주와 유쾌, 자기표현이 자신을 떠미는 또 하나의 짐이 되는 탓에 더 외로 꼬아 읽게 될 수도 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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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기행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세계 14개 동물원
나디아 허, 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2016

분명히 블로그에 기록을 했던 것으로 기록하는데 없어졌다
예전 도쿄 우에노동물원을 다녀온 이후 비슷한 책을 구상했던 적이 있다 


동물원이 만들어진 지는 100여 년, 
초기에는 흑인이나 황인도 동물원에 '전시'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원 자체는 수용자에게 잔혹한 일이지만 
귀족들의 사치스런 취미에서 시작해 대중적 과학교육 목적으로 변화한 역사는 의미있을수
파리 다클리마타시옹 동물원과 식물원이 대표적인 예

베를린동물원의 크누트랄지, 몽펠리에동물원의 마지막 붉은코끼리랄지


글 자체는 동물원과 그 도시, 도시의 성격을 담고, 도시의 역사를 반영하는 부분이 두드러지기보다는 
런던의 핑크 플로이드, 상하이의 하먼 멜빌이랄지, 파리 언더그라운드 래퍼 모비?? 랄지 
한 스냅사진처럼
동서양을 종횡무단, 시대를 넘나드는 문화적 스키마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다

나디아 허는 대만의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매우 강렬한 인상
https://crossing.cw.com.tw/

좀더 친절하게 동물원의 주요 풍경-오카피라던지 실버백 고릴라던지-을 사진으로 담아주었다면 좋았을 뻔 했
아니면 주위 도시 풍경에 놓인 동물원의 특징이라도
-기부로 운영되는 런던동물원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모습이라던가
-지하철역에서 머지 않은 동베를린동물공원으로 가는 길이 글로는 서술되지만 머릿 속에 그리기는 힘들다


야간동물들을 멀리서 경험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이제는 없어진 크누트를 보러 베를린에 가고 싶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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