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8.06.05 조용한 열정의 세계
  2. 2015.09.02 음식으로 보는 일본
  3. 2014.09.07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유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홍성민 옮김, 작은씨앗, 2010
Mori Hiroshi, Kishima Sensei no Shizukana Sekai, 2005

누군가가 페북 통해 공부 언저리의 사람에게 추천한 책
도서관 책은 이미 대출 중-누군가의 페친이 울 동네에 있는지?
서점 책은 절판된 상태라 헌책에도 프리미엄 붙어 판매 중 


주입식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모두 소화한 대학 4년생 주인공이 연구를 위해 사는! 대학 조수(우리로 치면 연구교수??) 기시마 선생 밑에서 공부하고 논문 써온 얘기다 
다만 
생활과 세계가 연구를 위해 배치된 선생의 삶과 다른 연구의 평가에서도 필요한 말만을 하는 태도가 주는 울림은 크다  
-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외부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주인공도 그 중 한 조각만을 경험한
- 먹고 자는 리듬의 배치부터, 책으로 가득 쌓인 집, 해야할 것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을 확보

이공계 연구자이므로, 뭔가 잡히는 -표현에 따르면 분면 이것에 가까워, 하는 감촉- 질문을 한다는 점은 다르겠으나, 
연구문제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단계
<자기 연구실 사람>을 훈련하는 과정과 배움의 흡수, 그 과정의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긴 하다
-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 연구의 의미가 빛나는 순간을 찾는 것
- 빛나는 순간 임을 알게 되는 것도 내공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소설, 이라는 게
적어도 한국에서는 소설, 일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
- 예전 RIPE에서 소속이 없는 일본인 연구자의 글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일본에서도 연구자의 정치는 존재할것
- 모리모토 교수가 없었다면, 기시마 조수도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 

단편적으로만 아는 한국 이공계 연구자의 세계도 펀딩 규모의 차이를 제외하면, 인문계 연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노동이란 그런 것이다
할당된 노동량을 처리한다
시간이 지나면 종료
그것으로 해방감을 맛본다
그런 세계다
하지만 이곳에는, 대학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다 

생각하는 행위는 운동과 닮았다
달리기와 사고는 몸의 사용 부위가 다를 뿐 나머지는 똑같다 
달리기의 경우 목적지가 있지 않다
목적지가 있으면 그것은 노동에 가까워진다 
... 
절차가 없고,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고, 답이 존재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풀 수 있다는 보증도 없다
그것이 연구에서의 사고다
오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뭔가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생각한다



모리 히로시는 이공계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한 10편 넘는 범죄소설을 쓴 작가기도 하다
일본 범죄소설 취향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이 끝나면 한번 시도해 볼 수도 
책에 대한 평가 중에 히로시의 문장에 대한 찬사도 적지 않으므로 - 위의 인용문 때문에 타이핑 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해야할 일을 끝내고 기시마 어록을 정리해야 겠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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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정순분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6


돈가스와 단팥빵이라는 일본의 <발명품>을 중심으로 근대 먹거리의 역사를 다룬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요리유신>이라고 설명하기도



읽은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얘기하고 싶은 거는 일본이 돈까스, 단팥빵 등 고유의 양식을 <발명>했다는 것

-이러한 발명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은 일본인 거주지에서 나왔을 가능성


6세기 이후 육식이 금지되었던 일본은 서양이 따라잡기 위해서 일왕을 중심으로 육식을 장려하지만 대중화된 것은 민간이 기존 요리법을 육류에 접목시킨 것이 핵심

이러한 <발명>은 처음에는 육류를 전골로 먹다가, 회 썰듯 썰어 간장에 곁들인 스키야끼를 시작으로, 일본 특유의 덴뿌라  튀김법을 적용한 돈까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기존 서양식은 얇은 쇠고기, 닭고기를 소테로 기름에 지지는 것이었던 반면 일본식은 두꺼운 돼지고기를 퐁당 기름에 빠트리는 것이고, 양배추를 곁들여 식감을 높여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빵의 경우는 보관이 용이해 건빵이 군사적으로 장려되었으나 주식으로 밥 대신 먹는다는 생각에 반발이 거셌지만, 달달한 단팥소를 넣어 찐빵처럼 쪄서 간식으로 만들어지며 인기를 얻었다고


재밌는 점은 20세기 전반 일본식 양식이 워낙 대중화되어 카페에서 이런 양식을 팔고

매출 위기에 몰린 메밀국수집은 카레라이스, 돈까스덮밥을 팔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고깃집에서는 고로케와 튀김 가능한 고기를 팔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양식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돈까스와 양배추, 카레라이스, 고로께, 단팥빵 등의 일양절충식 요리 이름은 반갑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등과 밥, 양배추+케첩마요가 곁들여진 추억의 상차림

서양요리를 일본화한 것은 돈까스, 고로께, 새우튀김 등 밥반찬화

카레/하이라이스, 오므라이스 등 서양식 밥

롤캐비지, 오믈렛 등의 서양풍 일식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리로 보는 근대사>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반복적인 설명이 많아서 적어도 2/3 정도는 줄일 수 있을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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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역시 아주 오래 전 추천받은 책
실용주의적 입장은 아니다


라캉, 르장드르, 또 한명의 철학자를 다룬 처녀작으로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사사키 아타루는 졸업 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단다 
말하자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일본에서 이런 방식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경이롭고, 또한 부럽다
-주위의 오지랖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허용하는 <사회>나 최소한의 가족도 필요할듯

 
<책과 혁명>을 다룬다는 부제는 기존 혁명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혁명은 정보와 책의 혁명이다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15세기 독일어 출판의 절반을 훌쩍 넘어 차지했다는 루터의 대혁명-종교혁명이라기 보다는- 
12세기 중세 해석자 혁명이다 
신의 말씀을 기록하고, 자기가 해석하고, 자기가 읽고 해석한 것이 통념과 다르더라도 내가 해석한 것이 맞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루터의 경우가 대표적
인간의 사유/생각의 기원을 12세기로 한껏 올리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누군가가 대신 생각해 주고 정보를 건네 준 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가 파고들어 간 첫 시작

모든 글은 문학이라는 것, 즉 내가 책을 읽고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한 줄기를 차지한다 
<문학은 끝났다>라고 말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문학이 읽힌 것은 500년도 안 되는 시간이며 그동안의 식자율이 1%도 안 됐다는 것을 지적하며
읽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읽을 수밖에 없는 이들>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주변의 평판-읽어주는 사람들-과 무관하게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갔냐는 질문



그러나 필자는 
책을 읽고, 해석하고, 사유하는 행위에서 혁명의 가능성만 말할 뿐 어떤 혁명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모든 혁명이 폭력을 동반한다는 점이 허구-근대적 혁명의 특수성-랄지라도, 사회구조와 사회의식을 바꾸는 힘 또는 주체는 필요하다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이들은 필요하기에 


처녀작 출간 이후부터 유려한, 깔끔한 글투가 유명했다고 한다 
편집자를/만? 앞에 두고 강의한 내용을 묶은 듯한 책인데 말의 리듬 역시 깔끔하다 
이거는 국내에 와서 한 강연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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