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3.06.27 평온하고 맛있는 나날들
  2. 2013.06.01 그리운 음식
  3. 2013.05.27 로컬의 발견
A Year in Provence
Peter Mayle, Vantage, 1991
피터 메일, 강주헌 옮김, 나의 프로방스, 효형출판, 2004


왜 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몇 년 전 사둔 책, 글이 괜찮다는 평을 듣고서 쟁여둔 듯하다 
영국인인 지은이가 프랑스 프로방스 조용한 지역-관광지가 아닌-에서 집을 수리하고 먹고, 마시고, 생활한 1년의 기록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집수리를 시작하고 크리스마스 전 끝마칠 때까지를 담았는데 
미스트랄이라는 강풍이 부는 늦겨울도, 포도주 수확이 한참이고 사냥꾼들이 출몰하는 가을도, 온갖 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프로방스 사람들은 휴가로 다른 데로 가는 여름도 나온다 

옆집의 우울한 예측 하기를 좋아하고 완전 구두쇠인 포도농민 마솟?
메론으로 수십억을 벌어들인 백만장자인데 아들을 따라 지은이 집에 보도블럭을 까는 노동을 하고, 뒷마당에서 맛있는 버섯을 잔뜩 따다준 이, 
계속 집수리에 늑장을 피우다 부인과의 파티 초대를 받자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는 장인들
무엇을 하든 아마추어 티를 안 내려고 완벽히 기구를 갖추는 프랑스인의 기질
-일년 한철 사냥을 위해 수십 자루의 총을 갖추는
말할 때 양손을 워낙 많이 사용해 절대 술잔을 들고 있지 않는 프로방스 사람들
의 일화들은 저절로 웃음 나게 만든다 

특히 구석자리의 식당이나 포도주 셀러, 올리브 오일 셀러 등을 찾아간 이야기는 정말 맛있다
각 테이블마다 오는 매일 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고, 주방장이 그날그날 한 가지 메뉴를 내놓으면 먹고 가는 이야기랄지-음식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을 나오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포도주를 주전자 째 몇 리터씩 받아오고 
기름이 반질반질한 오일 파는 데에서 사온 싱싱한 오일의 묘사랄지 
먹는 데 그닥 관심없던 영국인이-정확히는 먹는 것, 재료의 중요성을 잘 못 느낀- 느끼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위에 대한 집념'


조금씩 꼼지락대며 읽었지만,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읽다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프랑스의 먹는 거에 대한 집착, 혹은 전통이 부러워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사라져가는 먹거리 재료, 음식 등을 생각하면, 슬로푸드 스러운 기질이 필요한듯 하다

지은이는 영국에서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하다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로방스로 이사간 후 계속 거기서 살고 있다 한다 
언젠가 길게 1년 정도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싶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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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맛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프로네시스, 2009


헌책방서 싸게 건진 새 책
각 장 뒤에 백석여담, 음식소사 등을 덧붙여 정성들여 만든 책 
그러나 
시 읽기에 대한 도전-이건 비평논문임에도! 은 녹록치 않다 


소래섭의 박사논문을 많이 다듬어서 책으로 만든 거라는데, 백석의 시에 나오는 갖가지 음식과 음식이 갖는 영성적 기능, 환기시키는 이미지 등으로 백석을 해석한 거다 
정확히는 신성한 분위기, 모순을 잇는 매개이자 공존을 가능케 하는 매체

모밀국수, 가재미, 달재생선, 꼴뚜기회, 청배, 송구떡, 호밖떡, 돌배, 띨배, 오가리, 당콩밥, 개암, 도토리범벅, 기장차떡, 수박씨 호밖씨, 게로기, 뻐국채, 산꿩, 연소탕  

밝고 거룩하고 그윽하고 깊고 맑고 무겁고 높은
꼿꼿이 지진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고담하고 소박한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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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 잔폰 짬뽕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사계절, 2009


동아시아라고 달려 있지만, 한중일-대만 포함-을 음식문화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책
살까말까 하다가 50%인 김에 질렀지만, 되게 흥미롭다


민족, 국가, 로컬 음식으로 나눠서 음식의 역사를 정리한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표준화와 국가음식, 향토-지방 음식의 개발 등이 시도되는 과정, 
자국의 음식의 역사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다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전래 없는 베이징 문혁 음식의 유행, 제주도의 음식이 육지화되는 과정 등은 흥미로운 관찰이다 
특히 제주도의 특별 음식이 관광음식으로 이름만 남고, 실제 제주도 내 이러한 음식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무너졌다는 지적
-제주도에는 똥돼지는 없으나 관광음식점에서는 항상 있다!
-쌀이 모자라 범벅-곡물을 갈아넣은 죽 느낌? 과 각종 해산물을 갈아넣은 범벅, 돼지고기와 된장 양념을 기본으로 한 제주도 가정음식은 사라졌다

중국의 민족식별 정책과 -사실 소수민족이 54개 뿐은 아니었다는 것- 그에 따른 민족별 음식 표준화는 조선족=개고기 등의 불합리함
일본 오키나와와 아와이 군도를 고통스럽게 한 막부와 근대의 식량 정책-내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식민지
한국의 표준적 입맛 개발이 먹고 살기가 나아지면서 인위적 향토음식에 대한 향수로 드러나는 현상
등등에서는 비판적인 정신도 드러난다 


주영하의 주장은 로컬의 발견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 같은 것을 넘어서 각 지역-촌 단위-가 개인의 자급자족적으로 식생활을 영위하는데 기반해서 촌 단위가 자급자족하는 것
-일본의 조엽수림 지대 아야초의 사례와 이를 주도한 군수의 이니셔티브를 매우 자세히 다룬다 

세계화 대신 지역화, 혹은 글로컬리제이션을 다룬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주장과 함의가 아니더라도, 우리 곁의 익숙한 음식이 어떤 자연적 역사와, 어떤 정책 속에서 떠올랐다 저물었는지만 에피소드만 들여다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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