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자음과모음, 2011


제목이 흥미로운 아파트 문화사 

아파트 자체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근대 도시 및 집안풍경을 다룬다 


아파트, 헬리콥터 뷰, 전자제품 꽃무늬, 60년대생 등 3개의 사물과 1개의 인물을 다룬 <픽션>이 절반, 

60년대 마포아파트부터 맨션아파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분당 용인의 대규모 단지 등으로 발전되는 역사를 다룬 <팩트>가 절반을 차지한다 



역사가 드러나는 팩트 부분이 더 읽을거리가 많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픽션 부분도 꽤나 박진감 있게 잘 써서 흥미롭다 

특히 사물이 아닌 63세대를 다룬 부분은 통찰력이 빛나는데 

한국전쟁 세대와도 다르고 386세대와 다르고, 물질적 풍요와 중산층적 욕망에 충실했으며, 이를 이루기도 했고, 그들 자녀인 88만원 세대에도 이러한 욕망이 투영된다는 지점에서 그러하다 

-90년대 학번과 00년대 학번은 같은 방식으로 인식되는데 그렇게 볼 수 있는지는 의문

-갠적으로는 90년대들이 그 사이에 끼어 있다고 본다 

-세대전쟁이라는 지적은 정확한 듯 63세대가 물러나야 88학번 세대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맞고 386세대가 63세대를 따라가는 것도 맞다 


아파트 문화와 관련해서는 60년대 15평형 마포아파트가 입식과 좌식의 절충이었다가 

-당시 TV는 가구형으로 만들어져서 묵직한 나무목재로 주위를 둘러싸고 아래에 다리가 달린 것

70년대 강남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0평대로 넓어지면서 집안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가구와 가전제품을 사는 경쟁이 생겨나고, 같은 단지 내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홈패션 경쟁, 동네 상가의 배달

80년대에는 시스템키친을 중심으로 여성에 의한 주택, 내부가 본격화되는 시기

90년대 분당 수지의 대규모 도심 재개발이, 00년대는 강남 재개발로 아파트가 다시 귀환하고 있다 

-주상복합에 관한 챕터가 추가되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 

풍경이 변화하는 방식이 흥미로운데 

좌식 부엌의 선반에 늘어놓는 방식이 각종 가전을 갖춘 입식 부엌으로 바뀌고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다가 평형대가 넓어지면서 합쳐지고 아일랜드 식탁이 놓이는 등의 변화 

TV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배치되는 현재 거실과 안방의 모습까지 


아파트 유형과 아파트 내부의 변화가 단순한 토건 중심 사회나 건설업 부흥, 정치의 스포츠화 등으로 단순화되지 않고

풍경을 바꾸어 내고, 습속을 변화시키면서 근대적 사물, 인물, 풍경을 주조해 냈기 떄문에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유토피아를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 속박된 사람들-스포츠화 된 정치, 평행을 넓히고 집을 꾸니는 경제, 지향 등에서 모두-가 되었다는 분석



시의적절한 사진-강운구가 샘이 깊은 물에서 찍은 사진 포함-과 도면 등, 

잘 구성된 챕터와 각종 개념을 꼭꼭 눌러쓴 글이 간결하다 

63세대를 정의하고 70년대 강남개발 신화를 가능케 한 부분은 <강남몽>과도 비슷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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