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문학동네, 2014


문학동네 가을, 겨울호에 실렸던 글을 묶은 거란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각자가 글을 쓴 거다


작가의 글도, 연구자의 글도 섞여 있는데 읽고 전율하게 되는 건 작가의 글이다 

그래서, 

작가는 힘이 세다 


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 

이창근씨 아내인 이자영씨 차례가 왔을 때, 그녀는 누구도 건너본 적 없는 시절로 혼자 돌아가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었어요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바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잔혹했다 

...

국민이 국가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을 때 

국가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당신은 의무를 다해왔고 

한 푼 빠짐없이 세금을 납부했다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시혜의 언어... 베푸는 사람은 자비롭게, 베풂을 받는 사람은 고분고분하게 감사하며

...

시혜의 시소 한쪽 편에 올라타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활동의 가능성이라는 환상이다

... 

그녀는 더  이상 불쌍한 후보를 돕는 거룩한 선거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선거가 자신이 유일하게 적극적일 수 있는 활동이라는 표상으로부터 떨어져나왔기 때문이다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일상으로

...

어떤 일상인가, 일상이던 것이 영영 사라져버린 일상, 사라진 것이 있는데도 내내 이어지고 이어지는, 참으로 이상한 일상, 도와달라고 무릎을 꿇고 우는 정치인들이 있는 일상, 그들이 뻔뻔한 의도로 세월을 은폐하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하는 일상, 진상을 규명하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 마련되지 않는 일상, 거리로 나와야 하는 일상, 거리에서 굶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일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과 같은 마음으로 초코바, 초코바, 같은 것을 자신들에게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밤이 돌아올 때마다 그처럼 어두운 배에 갇힌 아이를 건져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일상, 4월 16일 컴컴한 팽목항에서 제발 내 딸을 저 배에서 좀 꺼내달라고 외치던 때의 통증에 습격당하곤 하는 일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거듭, 거듭, 습격당하는 일상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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