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억
고종석, 개마고원, 2008

몇 안 되는, 질리지 않는, 좋아하는 글쓰기 스타일
유명한 스타일리스트니까 유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걸 인정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도시와 북아프리카, 미국도시들에 대한 짧은 방문과 방문에서 느껴지는 도시에 대한 인상을 서술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에 가 보고 싶은 열망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는
미국에 대한 얘기에서는 생각이 겹쳐지는 부분도 있다

이 양반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유럽문화에 대한 지적 허영과 동경 같은 걸 가지고 있다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책 내용 전반에 면면히 흘러나오는 
그걸 스스럼 없이 고백한다는 것이 속물을 벗어나는 지점이고 
동시에 역사, 과거에 대한 쓸쓸함이 적지 않게 배어있는 듯하다 
예컨대 스페인의 탕헤르와 그라나다에 대한 서술에서 한때 세계를 지배하고 과학기술을 전파했던 이슬람의 역사와 흔적을 설명하는 가운데에서 드러나는 

언어학을 공부한 사람 답게 어원을 중심으로 말의 생성과 소멸을 차분히 서술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말들에 역사가 배어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우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읽은 모든, 고종석 책의 단점을 그대로 이어받아, 
하나하나의 글들이 너무 짧다 
여운을 남기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나, 뭔가 생각이 유장하게 가지를 치다가 뚝 끊기는 느낌이다
총체적으로 책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와 느낌을 전달해 주는? 단편으로만 읽기에는 아까워서 그렇다
Posted by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