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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09 단지의 비극
  2. 2016.03.05 서울의 단면에 대한 단상
  3. 2016.03.01 눕기는 정당하다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낳은 사회

박철수, 마티, 2013


건축학자가 쓴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

공동주택을 화두로 삼아 온 이가 한국 주택의 상징인 아파트에 대해 썼다



최초의 식민시기 아파트나 한국 최초의 아파트가 무엇인지 따지는 성격의 글 몇 편에 이어 핵심 주장인 아파트단지의 폐해를 다룬다

역사 관련 글은 전공자 외에는 흥미 없겠지만 

단지의 정치학이라는 지적은 날카롭고 또한 적절하다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한국사회-응팔의 성북동 골목에 대한 추억의 상실- 문제의 응축은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단지>라는 게 주요 주장이다


새로 안 것이지만, 아파트 내 기반시설 모두는 공공이 아니라 입주민이 사적 비용을 들여 구매한 거다

-70년대 주거에 투자할 공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에, 나아가 민간기업은 입주민인 소비자에게 공적 인프라의 책임을 떠넘긴 거

그러므로 외부인이 내 돈을 쓴다는 인식 하에-사실 알지도 못 하고 자연스럽게

담장을 두르고 차단봉을 만들어 구별짓기를 시도하는 자기 폐쇄적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이는 공간적 실천이 자연스럽게 신체에 체화되는 것의 효과일 수

따라서 아파트가 공적 영역과 만날 수 있게 가로면에 접한 생활주택이라던가, 단지를 개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된다는 거

현재의 주거 트렌드인 타운하우스나 초고층 오피스텔 등은 자기완결적 폐쇄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는 거



좀더 인문학적인 글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낫지만

예컨대 동일한 현상을 똑같은 부제-강준만의 글에서 따 왔다고 하지만 <정열> 보다는 <열정>이 더 낫다는 생각이지만

로 표현하거나 동일한 문구가 반복되는 게 있다

단지라는 데 주목하고, 단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정치경제적 맥락, 기업과 자본의 맥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듯


덤으로 동일한 85제곱이 어떤 때는 31평, 어떤 때는 35평이 되는지-공용공간 설계의 마법이자 전용면적을 벽체 기준선이 아닌 벽체 안쪽 선으로 하는 게 유일한 아파트

발코니와 베란다의 차이는 몬지-지붕이 없어야 발코니이므로 샷시로 모두 막아 동일한 입면을 만드는 아파트는 베란다이고 결국 이는 전용면적, 사적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한 용적률과 건폐율의 문제이기도

등에 대한 지식도



골목이나 동네가 대로와 단지로 바뀐 서울에서 걷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듯

내 집이 생기면 베란다를 발코니로 만들고 입면에 표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기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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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리지

서울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궤적을 찾아서

노주석, 소담, 2014



서울신문에 연재된 노주석의 글을 모은 거란다

1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어 이후에도 계속 나올지도 모르겠다



주로 다루는 내용은 조선 도읍을 정할 때 풍수논쟁-북악이냐 인왕이냐의 문제

강남 개발이 누구에 의해 주도되고, 어떻게 정치자금화 했는지

지금 광화문 대로변과 종로의 주요 랜드마크 건물의 소유주, 역사에 대한 이야기 등

-동화면세점 건물은 절반은 중구에 절반은 종로구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움


<도>는 지도고 <지>는 역사, 사실, 풍속까지 담은 책이라는 것도 발견

기자이기 때문이겠지만

한 건물의 유래를 여러 측면-소유권, 지리, 설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는 것은 강점



그러나 일제의 축선-현재 광화문-태평로-을 지우고 원래의 축선-이건 일직선이 아닌 └ㅜ 모양으로 광화문 종로를 잇는다-을 되살려야 한다든지

한때 서울의 풍경을 지배했던 세운상가 철거에 대한 아쉬움이라던지

서울 사대문 읍성 돌담이나 덕수궁의 <원래 그대로의> 복원을 요구한다던지는

한번 지어졌던 건물이나 한번 자리잡았던 역사에 대한 물신화인 듯하다

일제 종식 이후의 역사는 역사가 아닌가


여튼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거라 호흡이 너무 짧다

각각의 글을 좀더 깊이 있게 설명하면 훨씬 나을 텐데, 같은 깊이의 설명이 반복되는 것도 많아서 아쉬움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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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의 기술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유영미 옮김, 현암사, 2015

Bernd Brunner, Die kunst des liegens, 2012


눕기를 옹호하기 위한 매력적인 제목의 책

작가들이 쓴 여러 문장과 생각에 바탕해 눕기를 살펴본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되는 현재 세계에 잠깐 동안의 휴식으로만 여겨지는 눕기의 본래의 긍정적 의미를 되살리고자 한다

중력에 대항하는 행동에 대한 반항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 의미 있는 주장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지만 충분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눕기를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기차나 버스의 침대칸, 각종 기술이 결합된 의자와 침대, 매트리스 등에 대한 짧은 역사는 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시간 낭비로 여겨지기보다는 오히려 유쾌하며 삶에 꼭 필요한 시간을 여겨진다

누워 있을 때 우리는 바닥과 지면에 더 가까워지고, 더 익숙해진다

그런 경험은 특별한 유대감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짐을 벗고 휴식하며, 일상을 구성하던 주의집중의 리듬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한다

....

사지를 쭉 뻗고 편안히 눕는 것은 그 자체로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기술이며, 그에 대한 이해를 더욱 도모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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