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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3 애보리진의 절망
  2. 2015.09.02 음식으로 보는 일본
  3. 2015.08.13 음식 관련 단어의 역사

박쥐

요 네스뵈, 문희경 옮김, 비채, 2014

Jo Nesbø, The Bat, 1997


알콜중독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

밴드생활을 하던 요 네스뵈는 소설을 쓰겠다 마음 먹고 호주로 건너가 첫 작품을 썼단다



노르웨이 형사 홀레가 피해자 노르웨이 여자를 쫓아 간 호주에서 수 명을 살인하고 수십 명을 강간한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흰 금발의 큰 덩치 홀레 외에 주 등장인물은 애보리진 aborigine -원주민 또는 선주민 형사와 형사의 지인들

호주가 애보리진을 다뤄 온 역사는 비정하다

70년대는 문화 보존을 위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백인이면 정부가 아이를 징발해 고아원에 보내는 식으로 시작된 '도둑맞은 세대'가 존재했고

90년대에도 애보리진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위축되는 사람들이 있고, 흑인은 누가 누군지 구별하지 못 하는 노숙자가 있다


여기서 박쥐는 애보리진의 전설 중에 등장하는 죽음의 상징이다

창조주 바이아메가 만든 최초의 인간 버룩부른의 아내가 꿀을 따러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신성한 나무를 지키라는 임무를 받은 박쥐 나라다란을 깨웠고, 박쥐는 죽음을 퍼뜨렸다




다른 글에서도 드러나지만 책에서 구현하는 시각적 이미지가 강렬하다

살인자가 상어에 잡아먹히는 장면의 묘사와 피해자 중 하나인 여자의 붉은 머리카락을 해파리에 비유해 묘사한 장면이 여전히 강렬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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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정순분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6


돈가스와 단팥빵이라는 일본의 <발명품>을 중심으로 근대 먹거리의 역사를 다룬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요리유신>이라고 설명하기도



읽은지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얘기하고 싶은 거는 일본이 돈까스, 단팥빵 등 고유의 양식을 <발명>했다는 것

-이러한 발명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군산 이성당의 단팥빵은 일본인 거주지에서 나왔을 가능성


6세기 이후 육식이 금지되었던 일본은 서양이 따라잡기 위해서 일왕을 중심으로 육식을 장려하지만 대중화된 것은 민간이 기존 요리법을 육류에 접목시킨 것이 핵심

이러한 <발명>은 처음에는 육류를 전골로 먹다가, 회 썰듯 썰어 간장에 곁들인 스키야끼를 시작으로, 일본 특유의 덴뿌라  튀김법을 적용한 돈까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기존 서양식은 얇은 쇠고기, 닭고기를 소테로 기름에 지지는 것이었던 반면 일본식은 두꺼운 돼지고기를 퐁당 기름에 빠트리는 것이고, 양배추를 곁들여 식감을 높여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빵의 경우는 보관이 용이해 건빵이 군사적으로 장려되었으나 주식으로 밥 대신 먹는다는 생각에 반발이 거셌지만, 달달한 단팥소를 넣어 찐빵처럼 쪄서 간식으로 만들어지며 인기를 얻었다고


재밌는 점은 20세기 전반 일본식 양식이 워낙 대중화되어 카페에서 이런 양식을 팔고

매출 위기에 몰린 메밀국수집은 카레라이스, 돈까스덮밥을 팔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고깃집에서는 고로케와 튀김 가능한 고기를 팔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양식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돈까스와 양배추, 카레라이스, 고로께, 단팥빵 등의 일양절충식 요리 이름은 반갑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등과 밥, 양배추+케첩마요가 곁들여진 추억의 상차림

서양요리를 일본화한 것은 돈까스, 고로께, 새우튀김 등 밥반찬화

카레/하이라이스, 오므라이스 등 서양식 밥

롤캐비지, 오믈렛 등의 서양풍 일식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리로 보는 근대사>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반복적인 설명이 많아서 적어도 2/3 정도는 줄일 수 있을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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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이쓴 인문학

댄 주래프스키, 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2015

Dan Jurafsky, The Language of Food: A Linguist Reads the Menu, 2014


쉐프들이 유행이라 덩달아 음식 관련해서 인기를 얻는 듯한 책

스탠포드대에서 인기 있었던 언어학 강의란다



메뉴판에 적힌 글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

메뉴 중 선택권이 많을수록-하는 음식이 많을수록 가격이 싸진다던가

과자 포장지에 적힌 글자 중 <자연, 유기농, 직접> 등이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가의 얘기는 흥미롭지만

사실 책 뒤편에 다 적혀있는 얘기라

크게 재미있지 않고 지루한 편


주래프스키의 주 관심사는 어떤 언어/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고 아니면 아예 다른 뜻으로 바뀌는 부분인듯하다

케첩이 원래 중국어로 생선소스를 의미하다가 여러 나라로 퍼져가고 토마토 케첩이 주류가 되었다는 거나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절에 중국 요리기법이 유럽, 미국으로 왔다던가 아라비아반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 유래된 음식이 많다는 정도는 재미있지만

복잡한 전파경로를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읽기에는 나쁘다

구체적으로 언어학과 만나는 부분은 인터넷 음식점 평가에 부정적인 묘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묘사는 일반적으로 한다는 정도

-정확한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음



동서양의 교류, 음식 언어의 변화 등을 상호 교류와 혁신, 상대에 대한 인정과 연결하는 끝맺음은 나쁘지 않지만

상호 교류 내용이 너무 느슨해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혹은 한 권에 담기에는 너무 방대할 수도

양적 방법을 통해 글자 수와 가격, 광고에 사용된 표현과 가격의 관계를 추적한 것은 재미있음-숫자가 마냥 딱딱한 것에만 쓰이는 건 아니기에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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