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9.07.30 괴이의 유래
  2. 2019.07.07 괴담의 이성적 설명
  3. 2019.06.24 소년탐정의 할아버지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무당거미의 이치
철서의 우리
도불의 연회: 연회의 준비, 연회의 시말
백귀야행 음, 양
교고쿠 나츠히코, 2010-2017, 손안의책

교고쿠 나츠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 또는 '교고쿠도 시리즈' 
이마 이츠코의 백귀야행 만화도 있지만 '백귀야행 시리즈' 거의 전편이 만화화되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
- 수많은 문헌을 인용하는 교고쿠도의 긴 요괴 탄생에 대한 설교(50-70쪽이라고)가 애니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궁금


대부분 1990년대 말에 첫 출간된 것이며
1950년대 일본 패전을 배경으로 고서점 주인이자 기도사 교고쿠도, 이상한 탐정 에노키즈, 안 팔리는 소설가 세기구치, 야쿠자 같은 형사 기바를 중심으로 여동생과 첫 사랑까지 포함해 계속 등장인물이 이어지는 터라 인물의 유래가 자주 헷갈린다
- 일본어 이름이 익숙치 않은 탓도 있다-일단 너무 길어서
- 게다가 백귀야행 음양은 피해자와 가해자 일부를 주인공으로 삼은 외전 격이라 

사건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산부인과의 살인사건 피해자 아빠(우무베의 여름)가 하코네 승려 살인사건의 목격자(철서의 우리)가 되고
눈알 및 교살 살인마 가해자(무당거미의 이치)가 마을 주민 집단살해 사건(도불의 연회)의 피해자가 되는 등으로 얽혀 있어 갈래를 잡아가기가 더 힘든듯도 
너무 방대한 양을 한꺼번에 읽어내려 간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위는 없다"는 게 기도사의 지론이며 

괴이를 배경으로 하는 데서 미쓰다 신조와 유사하지만
미쓰다 신조는 사건을 중심으로, 교고쿠 다츠히로는 배경이 된 괴이가 왜 처음 생겨나거나 해외에서 들어오고, 일본에서 변형을 겪는지에 좀더 초점이 있는듯 하다

한때(?) 국교로 지정되었던 신도와 메이지 시기 억압받은 불교, 밀교,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일본에는 800만 개의 신이 있다고 한다
결혼은 기독교식으로, 장례는 불교식으로, 생활은 신도의 영향 하에 한다는 얼핏 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종교관이 배경
- 게다가 현신인 천황까지 있었고, 천황은 패전 후 인간선언까지 함

교고쿠의 설교는 왜 요괴가 생겨났는가를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문헌까지 들어가며 기원을 밝히고 그 특징을 설명한다
인상적인 것은 토착인과 외지인의 갈등-전통적 습성과 기술을 지닌 사람들 간의 갈등 과정에서 요괴 탄생을 찾는 것
요괴가 있기 때문에 요괴나 괴이에 대한 공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적인 공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요괴의 이름과 특징이 주어지고,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을 요괴로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예컨대 모계전통이 지속되어 여성 중심의 데릴사위, 우수정자의 자발적 선택이 외부-서양의 '남성중심적 시각'에서는 매춘과 강간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비윤리적 성으로 지탄받았고, 이에 대한 저항이 존재했으며(무당거미의 이치)
- 기술을 갖고 일하던 집단이 모시던 신의 이름이 나중에 와서는 몇몇 마을에서만 전해지는 요괴로 자리잡거나
- 공동체가 아닌 이인이기 때문에 역병이라거나, 더러운 것으로 여겨져 배척받는다(도불의 연회)

교고쿠의 '기도의식'은 요괴를 퇴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집착해서 생겨난 미망을 일깨우는 것이 주요하다
동원되는 과학과 이성도 '관찰자가 관찰현상을 결정한다'는 양자역학에다 물리학에다, 뇌와 신경, 종교와 심리학까지 넘나들어 방대하기 짝이 없다

 

일본 또한 위로부터의 근대화가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고, 근대화에 영향 받지 않은 지역이 남아 있었고
게다가 전일본 총동원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집단적 광기'의 그림자가 남아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므로 '근대적으로' 괴이를 
- 교고쿠 나츠히코는 전후 50년 이후의 사람이지만, 중간중간 전쟁의 광기에 대한 언급을 보면 반전주의자인 것 같다 
- <망량의 상자>부터 <도불의 연회>를 전체를 조종하는 것 또한 일본군의 실험-물리적 군대 만들기와 심리적 전투의지 무력화-에서 spin-off 된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지극히 일본적인-사실 요괴 이름의 대부분도, 후지나 하코네 등 자연에 대한 묘사도 그려지지 않는 터라- 소재와 배경으로 범죄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돈에 대한 탐욕, 가족에 대한 애증, 강제 결혼 등의 다른 이유도 있으나
신과 영, 혼과 백까지 자연과 사물에 깃든 무언가를 상정하는 것이 일본적 사고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공감하지 못 하는 지점도 많고, 교고쿠의 장광설도 휙휙 넘어가게 되지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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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겐야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미쓰다 신조, 비채

도조 겐야라는 민속학 탐정이 보여주는 비슷한 느낌의 괴담, 설화, 원한과 관련된 연쇄 살인사건들
미쓰다 신조의 다른 소설(화가, 흉가)에서는 작가가 소설 내에 개입하는 게 많으나 

미쓰다 신조는 호러 분야와 밀실살인 추리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한다
화가, 흉가 같은 집 시리즈는 집이 지어진 장소에 어린 원혼이나, 자살한 사람이나, 복수를 꿈꾸는 사람이 나오면서 으스스한 괴담적 성격이 크다
- 화가의 경우에는 겐야 시리즈 처럼 집에 대한 괴담이 사실은 잘 구성된 살인계획이지만

겐야 시리즈의 배경은 두 집이 서로 대립해 온 오랜 역사-아마도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하에 가문 간의 알력, 오래된 의례를 배경으로 한다
옛날 괴담이 그렇듯이 산마-산의 마귀, 산녀-산의 미친 여자, 우리의 굿 비슷한 귀신 들리기 의례-염매, 잘린 머리, 호수에 사는 신에 대한 의례-미즈치가 거행되는 가운데 자연이 만들어낸 밀실 살인을 해결해 나간다
현재의 사건과 10여 년 전의 사건이 같은 의도, 또는 같은 트릭 하에 벌어진다는 것도 공통점

다만 배경은 그러하나 
실제 살인자는 욕망을 지닌 개인 또는 가족이고
- 금광 개발-산마, 가문 이어가기-염매, 하위 가문의 상위 가문에 대한 도전-잘린 머리, 상위 무당? 신관?이 마을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욕망
의례의 장치는 이용될 뿐이라는 게 다르기는 하다 

도조 겐야는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김전일 류와 마찬가지로, 관련자를 모두 모아놓고 사건을 설명하고 범인을 밝히는 매우 통속적인 구성을 띤다
다만 겐야가 완전히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기에 수 차례의 반전을 겪고서야 범인의 동기, 방법을 밝혀내는 구성이다
- 몇 번 되풀이되다보니 좀 질리는 감도 
- 겐야는 정통 탐정이 아니며, 괴이와 민담을 수집하는 일에 '꽂힌' 괴기환상소설 작가로 설정된다


소설에 드러나는 일본의 신에 대한 관념은 흥미롭다
억울하게 죽은 누군가를 기리거나, 호수나 산에 깃든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기리거나 하고
그 대상은 마귀이기도, 호수 속의 무언가이기도, 산이기도 해 다양하다 
지역에 밀착된 오랜 믿음이 권력을 만들어내거나 권력을 지탱하게 하는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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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고스케
옥문도
이누가미 일족
삼수탑
혼진 살인사건
악마의 공놀이 노래
팔묘촌
여왕벌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밤산책
백일홍 나무 아래서
요코미조 세이시, 시공사, 2018

혼진 살인사건부터 시작해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까지 10권의 요코미조 세이시 국내 정식발행
중편 2개, 단편 5개, 장편 7개니 꽤 많다

긴다이치 고스케는 <소년탐정 김전일>이 매번 말 하는 '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의 그 할아버지다
1930-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계속 소설을 내놓은 듯한데 
화족, 황족-심지어 <여왕벌>에는 '전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의 존재와 몰락, 길고 긴 내력을 가진 가문의 내부사정이 배경이 되는 글이 많다
가문과 첩, 근친 결혼과 출생의 비밀, 비밀을 둘러싼 음모와 협박 등등
색스러운 여성과 무언가에 사로잡힌 남성

가문과 명예, 색욕 등은 
근대이되 근대적이지 않은 시선-물론 현재의 여성주의와는 말할 것도 없고-의 기본이 되는듯
이게 50년대 일본의 정서라면 뭔가 뒤틀린 듯하긴 하다

임의의 위로부터의 근대화와 천황제, 폐지되었으나 자신을 타인과 구분하고자 한 화족제가 만들어낸 풍경일런지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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