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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1.04 한국 제조업의 미래
  2. 2025.01.04 30년 장기불황과 경제정책 2
  3. 2024.06.08 기술과 엔지니어, 한국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쇠락하는 산업도시들과 한국 제조업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부키, 2024

정치경제와 비정규직, 인구, 교육, 젠더, 지방 소멸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적 쟁점을 아울러 울산의 변화와 도전과제, 미래를 (우울하게) 전망한다
특히 영토 내 공간적 분업이라는 관찰이 인상적-연구와 생산의 분리, 구상과 실행의 분리


울산은 제조업의 전형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독특한 도시라 한다
한 산업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다른 제조업 도시와 다르게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까지 여러 산업에 걸쳐, 대기업과 N차 하청기업으로 이루어진다 
박정희 시기 중화학공업 정책에 따라 순차적으로 산업이 옮겨가면서 그렇다고 

울산의 대공장이 성장을 거듭하는 기간 기업의 노동자와 엔지니어는 현장 중심의 혁신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성장의 과실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노동으로도 확산되었으나 그 이후의 혁신은 정체된다 
기업은 적대적 노사관계를 회피하고자 자동화 중심의 생산성 증대를 시도했고-숙련 절약형 혁신, 엔지니어링 기반 혁신
노동은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 대신 생산성 향상 파트너에서 배제되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 동맹은 와해되었고, 각자도생만이 살아남는다 

여기에 다음 세대를 위한 자리는 없다
기존 노동은 '노동자 중산층'에 진입했지만, 다음 노동은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을 배제하게 된 것이다
좋은 생산직의 소멸, 지방을 떠난 전문직, 여성 생산직의 원천적 배제는 산업 가부장제가 남긴 그늘이자 제조업 세대를 마감하는 한국에 남은 그늘이기도 하다 
일할 사람이 없는 기업과 일할 곳을 못 찾는 청년, 저출산과 고령화 위기 등은 기업의 경영 전략과도 연관을 맺는다

인구 소멸과 지방 소멸,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건드리면서 저자는 생산성 동맹의 복원을 요구한다
기업과 노동이 제조업 경쟁력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며, 지방 균형 전략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것을 말한다 - 제조업은 가장 많은 이들에게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고, 계층 상승을 가능케 하는 저수지로서 의미가 있다

 

혁신의 근거를 제조업 현장에서 찾으며 첨단산업 전환 중심의 처방과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유의미
저자의 글을 계속 찾아보게 될 것 같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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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30년사: 버블에서 아베노믹스까지
얀베 유키오, 에이지21, 2020 

일본 30년 경제불황의 이유를 '구조개혁'으로 칭해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찾는 책 
아베노믹스를 절대화하는 칼럼이 쓰이는 마당에 유의미하다고 생각
많은 표와 그래프, 성실한 추적이 인상적이나, 때로는 분석이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도 있다 

 

버블 이후 30년 불황을 가져온 critical juncture에서 몇 가지 정책 실패가 있는데 
- 은행 간 대출경쟁으로 총통화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버블 발생 - 버블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었을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회피 
- 재정 구조개혁에 대한 집착: 소비세 인상 단행으로 국내 경기 침체 + IMF 아시아 외환위기

그 불황 기간 동안 기업 이익은 대폭 증가했으나, 인건비 증가액은 미미해 경기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은채 디플레 유지 
- 1990-2017 기업 매출은 8% 증가, 수익은 119% 증가
- 같은 시기 노동분배율(인건비/부가가치) 하락 
경제정책 '개혁'이 불러오고 '개혁'이 심화시킨 불황은 '개혁' 정책을 수정, 중단함으로써만 가능하나 
구조 개혁과 재정 개혁이라는 목표는 항상 유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개혁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우리식으로 말하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재조정

저자는 재정 건전화는 필요하나 (일본의 정부부채는 국내부채이므로 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이를 이유로 사회보장제도를 악화시키는 것은 반대한다 

일본의 정치와 경제는 여전히 잘 알지 못 하는 터라 저자의 분석을 재음미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우리도 여전히 기업 감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은 아프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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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엔지니어의 형성과 발전
한국의 과학과 문명 
한경희, 들녁, 2021

한국 과학기술혁명의 구조
김근배, 들녘, 2021

불과 20년전만 하더라도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더 흔했다
지금은 의학의 독주 하에 이공계 선호, 인문계 고사가 일반화되었지만 


한국은 기술 현대화에 성공한, 세계사적으로 드문 사례라 한다 
선진국 서구 과학의 확산과 도입에 의한 과학 발전이 아닌, 로컬화된 발전을 이루었기에, 서구 중심의 설명을 넘는 접근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 과학과 기술을 별개의 단어가 아닌 과학기술로 통칭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 고유하다고 한다; 한국 경우 과학보다는 기술에 보다 강조점이 놓인 기술 의존적 과학 개념 
- 테크노크라트라는 용어는 프랑스에서 시작
- 공학의 등장, 공업의 산업으로의 전환도 흥미로운 지점 

 

김근배는 제도-기술 도약론을 제시해 제도가 먼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제도가 과학기술 도약의 기반이자 산실, 실행을 촉발하는 압축 발전을 이루었다고 본다 
한국은 근대 과학의 직접적 유입이 지체되고 '번역의 시대' 또한 경험하지 않으며 1960년대 들어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사회'가 자리잡았다  
서구의 과학 전문가주의와 달리 우리의 과학기술자사회는 실용적, 정치의존적 성격을 지니며-따라서 정권 교체에 따라 잦은 제도 변동이 발생한다- 제도는 도약의 디딤돌로 작용한다
해외에서 유학한 인재의 지속적 유입, 선진국 지향 과학기술의 '직접적' 도입, 공동체적 노동과 학습을 강조하는 조직문화, 실무 중심적 '고강도' 실행이 성과를 도출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 우리 모두가 시험 문제풀이를 아주 오랫동안 훈련받아 임무 지향적 실천에 익숙하다는 대목은 웃프다

특출난 인물이 없는데, 과학기술이 이상하게 발전한 한국의 특징은 아주 작은 혁신이 많이 쌓이고 결합되어 큰 변화를 가져온 '소폭다량 혁신'이라는 지점도 수긍이 간다
연구자 평균 역량의 우수성, 많은 연구자의 집단적 활동, 고강도 고지속 활동은 개도국에 적합한 혁신일 수 있다고

 

한경희는 개념사, 사회사적 시각에서 ANT를 통해  '엔지니어'의 등장을 촘촘히 설명한다
기술직-산업전사-인적 자원-과학기술/글로벌 인재로 정책에 따라 다르게 호명되고, 
(김근배의 글이 밝히듯) 대학-국가-기업으로 기술 개발의 장과 주요 주체가 변화한 것과 각 개념의 등장과 변화는 상호 조응한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십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날 때 조금씩 꺼내 읽으면 흥미로울 것 같다 
사회적 지위와 전문성을 강조하는 '구별짓기'가 아닌 사회 각 부분과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관계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자 또는 엔지니어와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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