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7.03.14 디테일한 범죄 현장
  2. 2016.12.15 실패의 시대
  3. 2016.11.25 신산스러운 살인자들

그림자 소녀
검은 수련
내 손 놓지마

미셸 뷔시, 달콤한책, 2014-16
Michel Bussi,  Nympheas Noirs, 2008; Un avoin sans elle, 2012; Ne lâche pas ma main, 2013

프랑스의 지리학 교수이자 범죄소설가의 책
옮긴이의 말이 남아서 그런지, 정확하고 눈에 그린 듯한 배경이자 현장에 대한 묘사-각각 모네의 지베르니 마을, 몽테블리 산, 인도양의 레위니옹-가 치밀하다고 느낌
옮긴이가 출판사 대표기도 하니, 뷔시의 글을 매우 좋아하는 듯


살인이 등장하니 추리소설, 범죄소설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살인사건의 해결이 주가 아니라, 살인자 또는 살해당한 자를 둘러싼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주인공이다
그림자 소녀에서 일기 쓴 사람인 사립탐정
검은 수련에서의 관찰자 노파 
내 손 놓지마의 남편

또 하나 주인공은 범죄현장이자 해결현장인 구체적인 장소
그림자 소녀의 배경인 산을 오르고, 오두막을 답사하는 장면들이 하나씩 묘사되고
그 유명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배경으로 한 검은 수련의 경우 
모네의 그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쉽기 때문에 더 강렬한 듯하다
-지베르니 마을에 자기 만의 인공정원을 만들고, 수련을 심고, 꽃이 시드는 게 싫어 매일 새로운 꽃을 심었다는 모네에 대한 일화는 편집증적이지만 
활화산이 존재하는 섬을 다룬 내 손 놓지마에서는 화산 때문에 생기는 기후현상 역시 다룬다


그리고 플롯
무엇이 문제인지 나중에야 드러나고, 이걸 드러내기 위해서 앞에서 근거들을 쌓아놓고 
누가 누구인지, 누가 무엇을 알고 있고, 그 누구의 의도는 무엇인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쓰인 검은 수련이 이 지점에서 제일 인상적이다


다른 프랑스 범죄소설인 피에르 르메르트의 글과 인물의 정서와 문제에 집중하는 점은 닮은 듯하지만
플롯과 지리에 대한 묘사 부분은 정말 디테일하다
-르메르트는 정서와 감정에 대한 기록이 디테일했다고 생각
어떤 장소가 주는 정서를 이미 갖고 있었을 프랑스인들에게는 소구력이 대단했을 듯하다

글고 사건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가 주된 화자라-또는 주체와 관찰자가 마구 뒤섞여- 갖게 되는 시점 이동의 속도까지 

개인적 범죄소설 취향은 아니지만, 글을 천천히 읽게 만들고, 눈앞에서 그려보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프랑스 범죄소설을 좀더 찾아보게 될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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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트랙
헤닝 망켈, 김현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6
Henning Mankell, Side-tracked, 2001

망켈의 다섯번째 발렌데르 소설이나 뒤늦게 번역된 소설
이를 기점으로 망켈과 발렌데르가 잘 알려지게 됐단다


BBC 드라마로는 거의 초반에 반영된 게 기억난다
노란 유채밭에서 분신자살하는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편에서, 케네스 브레너의 표정이 아직 기억난다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서
내 기억으로는 니콜라스 홀트가 인디언 전사를 꿈꾸는 살인자로 나온다

그러나 소설은 드라마보다 더 처절하다
홀트의 여동생이 아닌 누나가 희생자였고, 소년은 고작 14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월랜더가 말린 마지막 살인은 성공하고, 누나 역시 희생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자살하고 살인하는 소년 소녀, 정확히는 자살하고 살인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이 아닌 직업정치가 부상하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위해 누구든 이용하고 철저히 은혜하며
소년 소녀는 소리 없이 버려진다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던,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
그 결과로 나온 커다란 외로움은 우리가 치러야만 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에서 헤닝 망켈이 15개월 전 67세 나이로, 암으로 사망한 것을 알았다
사회에 대한 연민과 불만
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 하는 우울하고 불안한 형사 발렌데르를 창조한 사람 치고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걸 목격했기에 발렌데르의 우울함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마구 읽어내린 책과 마구 돌려본 수사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언어와 이미지를 창조했던 사람이라 무언가가 쿵- 한다
아껴둔 몇 개의 작품들을 촘촘히 읽어낼 수 있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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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Path
Until Thy Wrath Be Past

Åsa Larsson, MacLehose Press, 2008


오사 라르손의 레베카 마르틴손 3번째, 4번째 시리즈
이제 5번째만 읽으면 된다

라르손은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즐기는 듯하다
-Path에 등장하는 길고 긴 등장인물들의 역사와 Wrath에 등장하는 유령과 유령의 감정, 남아 있는 자들의 슬픔


동물적인 감각으로 주식투자로 성공한 기업가지만 자수성가했던 열등감은 가난한 금수저의 자기만족적 행동과 대조되고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결국 하고 싶은 것을 접고 침묵을 선택했던 노인은 17살 피해자와 증조모가 맺었던 친구 같은 관계와 대조된다
살아가면서 겪고,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결국 무너졌을 때
둘다 자신이 좋아했던 피해자의 삶의 방식을 끝내야 해서, 더 무너지게 되는듯
- 물론 기업가의 죄책감은 아마도 꾹꾹 눌러놓은 채 지난날과 다름 없이 드러나지 않고 노인은 결국 무너지게 되지만

전자는 아프리카 독재국에 대한 스웨덴 기업인의 반인권적 행위를 핵심으로
후자는 2차대전 시 독일인에 부역해 네 사람을 죽게 했던 행동과 그 이후 주욱 이어진 불안감을 배경으로 한다
- 스웨덴은 점령당하지는 않았단다 영토를 통과할 수 있는 협정만 맺었을 뿐


전자는 너무 지루하게 기업가의 성장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그려내서 힘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후자를 읽으면서 섬세한 감정과 슬픔, 제대로 눈 앞에 그려지지는 않지만 키루나의 자연과 일상에 대한 묘사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느꼈다

5번째 책은 아직 구하지 못 했다
그게 시리즈의 마지막이 아니길
레베카 마르틴손은 유약하고 복잡한 인간이며, 그래도 자신을 잘 추스리고, 과거를 잊지 않되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인듯 해서 계속 관찰할 수 있게 되길
일반적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은 아니겠지만 그녀가 나아져가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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