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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15 실패의 시대
  2. 2016.11.25 신산스러운 살인자들
  3. 2016.11.21 여성주의 범죄소설

사이드 트랙
헤닝 망켈, 김현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6
Henning Mankell, Side-tracked, 2001

망켈의 다섯번째 발렌데르 소설이나 뒤늦게 번역된 소설
이를 기점으로 망켈과 발렌데르가 잘 알려지게 됐단다


BBC 드라마로는 거의 초반에 반영된 게 기억난다
노란 유채밭에서 분신자살하는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편에서, 케네스 브레너의 표정이 아직 기억난다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서
내 기억으로는 니콜라스 홀트가 인디언 전사를 꿈꾸는 살인자로 나온다

그러나 소설은 드라마보다 더 처절하다
홀트의 여동생이 아닌 누나가 희생자였고, 소년은 고작 14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월랜더가 말린 마지막 살인은 성공하고, 누나 역시 희생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자살하고 살인하는 소년 소녀, 정확히는 자살하고 살인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이 아닌 직업정치가 부상하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위해 누구든 이용하고 철저히 은혜하며
소년 소녀는 소리 없이 버려진다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던,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
그 결과로 나온 커다란 외로움은 우리가 치러야만 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에서 헤닝 망켈이 15개월 전 67세 나이로, 암으로 사망한 것을 알았다
사회에 대한 연민과 불만
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 하는 우울하고 불안한 형사 발렌데르를 창조한 사람 치고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걸 목격했기에 발렌데르의 우울함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마구 읽어내린 책과 마구 돌려본 수사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언어와 이미지를 창조했던 사람이라 무언가가 쿵- 한다
아껴둔 몇 개의 작품들을 촘촘히 읽어낼 수 있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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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Path
Until Thy Wrath Be Past

Åsa Larsson, MacLehose Press, 2008


오사 라르손의 레베카 마르틴손 3번째, 4번째 시리즈
이제 5번째만 읽으면 된다

라르손은 새로운 형식의 실험을 즐기는 듯하다
-Path에 등장하는 길고 긴 등장인물들의 역사와 Wrath에 등장하는 유령과 유령의 감정, 남아 있는 자들의 슬픔


동물적인 감각으로 주식투자로 성공한 기업가지만 자수성가했던 열등감은 가난한 금수저의 자기만족적 행동과 대조되고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결국 하고 싶은 것을 접고 침묵을 선택했던 노인은 17살 피해자와 증조모가 맺었던 친구 같은 관계와 대조된다
살아가면서 겪고,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결국 무너졌을 때
둘다 자신이 좋아했던 피해자의 삶의 방식을 끝내야 해서, 더 무너지게 되는듯
- 물론 기업가의 죄책감은 아마도 꾹꾹 눌러놓은 채 지난날과 다름 없이 드러나지 않고 노인은 결국 무너지게 되지만

전자는 아프리카 독재국에 대한 스웨덴 기업인의 반인권적 행위를 핵심으로
후자는 2차대전 시 독일인에 부역해 네 사람을 죽게 했던 행동과 그 이후 주욱 이어진 불안감을 배경으로 한다
- 스웨덴은 점령당하지는 않았단다 영토를 통과할 수 있는 협정만 맺었을 뿐


전자는 너무 지루하게 기업가의 성장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그려내서 힘이 떨어졌다고 느꼈다
후자를 읽으면서 섬세한 감정과 슬픔, 제대로 눈 앞에 그려지지는 않지만 키루나의 자연과 일상에 대한 묘사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느꼈다

5번째 책은 아직 구하지 못 했다
그게 시리즈의 마지막이 아니길
레베카 마르틴손은 유약하고 복잡한 인간이며, 그래도 자신을 잘 추스리고, 과거를 잊지 않되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한 사람인듯 해서 계속 관찰할 수 있게 되길
일반적 의미에서의 해피엔딩은 아니겠지만 그녀가 나아져가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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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오로라
화이트 나이트

오사 라르손, 아르테, 2016
Åsa Larsson, Sunstrom; The Blood Split

스웨덴 문학상을 받았다는 레베카 마르틴손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블랙 오로라가 처음인데, 화이트 나이트부터 읽어 조금은 아쉽다


스웨덴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키루나라는 마을에서 나고 자란 세무변호사 마르틴손과 넷째 아이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형사 안나마리아가 중심인물이다
피해자는 교회와 관련된 중요 인물과 목사고, 교회 운영과 관련된 비리가 배경이 되긴 하지만,
결국은 관계의 문제다
첫번째 책이 마르틴손의 성장과 얽힌 인물간의 관계가 핵심이라면
두번째 책은 여성 목회자의 활동이 가져오는 남성 중심 사회의 균열이 핵심이다

마르틴손은 사건 해결의 주체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며
사건에 휘말려 아이들을 지키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리고
또다른 사건에서는 애정을 주었던 사람이 죽어 울부짖는 변호사다


신참 여성 변호사의 신산한 삶과 사람들의 훑는 시선,
양성평등이 제도적으로는 자리잡았다지만, 만삭인데도 시켜야 집안일이 시작되는 여형사의 삶에 대한 묘사에서 
여성주의적 범죄소설이라 불릴 만하다
게다가 첫번째 소설에서 자신의 여성성을 팔아-무의식중에! 살인을 부추기는 여성과
마을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자신의 남성성이 보장해 온 지위가 추락한다고 느낀 남성의 사례 등도
- 두번째 책의 옮긴이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
- 의도적으로 추락시키고자 한 게 아니라, 그가 그렇게 느낀 것뿐이다

북유럽 특유의 등장인물들의 내적 고민과, 사회적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지는 소설인데다
여성의 시각에서 본 사회현상과 일상에 대한 분위기가 함께 해 매력적임

문장의 호흡 역시 단순하게 간결한 게 아니라,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표현이 어려움


여튼 위키에 따르면, 마르틴손 시리즈는 아직 국내번역되지 않은 3권이 더 있고, 다른 소설 역시 2권이 더 있다고 하니
매우 기대 중
- 제목은 국내 출판사가 정한 것 같은데,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대한 묘사에서 따온 듯하지만, 왜 꼭 영어로 써야 하는지는 의문
- 검은 오로라, 하얀 밤, 이라면 이후 회색 ---, 진회색 ---- 등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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