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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08 혐오표현 규제의 이유
  2. 2018.06.05 조용한 열정의 세계
  3. 2017.11.13 말과 언어, 번역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어크로스, 2018

여혐과 메갈, 성소수자, 난민 등에 대한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해법을 다룬 책
프로젝트로 시작되어 여러 쟁점에 대한 시각을 구분하고, 해법을 제안한다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적 입장에서 혐오표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실용적 처방으로 읽힌다 
진보라 하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하고, 
보수 혹은 기득권자가 자유보다는 규제를 주장하는 전통적인 구분이 희미해진 현재 
혐오표현에 대한 형성적 규제(formative regulation)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위협과 불안을 가져오는 말이다 
혐오표현이 갖고 오는 <효과>에 집중한다는 게 미덕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차별과 배제를 낳는데 반해, 기득권자-예컨대 남성에 대한 혐오표현이 차별로 이어지느냐 그 <효과>가 다르기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사회적 해악인 반면, 모든 혐오표현-예컨대 남혐-를 동일시할 수 없다고 본다 

효과를 낳는 사회적 구조와 혐오표현이 발화되는 맥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살피는 일도 필요
-효과에 대한 집중은 자유의 최대화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된다는 자유주의적 논리의 연장이기도 하다 
-혐오표현은 차별을 재생산하고 증오범죄로 비화되기에 규제가 필요 


우리나라는 증오범죄 내지는 차별금지에 대한 법이 제정되지 않은 드문 국가라 한다 
미국도 그러하지만, 사법적으로 차별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말이 인식, 생활에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홍성수의 해법은 형성적 규제(performative regulation)이 필요하다는 건데,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법학자임을 고려하면, 법 자체가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흥미롭다 
법과 사회 정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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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홍성민 옮김, 작은씨앗, 2010
Mori Hiroshi, Kishima Sensei no Shizukana Sekai, 2005

누군가가 페북 통해 공부 언저리의 사람에게 추천한 책
도서관 책은 이미 대출 중-누군가의 페친이 울 동네에 있는지?
서점 책은 절판된 상태라 헌책에도 프리미엄 붙어 판매 중 


주입식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모두 소화한 대학 4년생 주인공이 연구를 위해 사는! 대학 조수(우리로 치면 연구교수??) 기시마 선생 밑에서 공부하고 논문 써온 얘기다 
다만 
생활과 세계가 연구를 위해 배치된 선생의 삶과 다른 연구의 평가에서도 필요한 말만을 하는 태도가 주는 울림은 크다  
-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외부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주인공도 그 중 한 조각만을 경험한
- 먹고 자는 리듬의 배치부터, 책으로 가득 쌓인 집, 해야할 것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을 확보

이공계 연구자이므로, 뭔가 잡히는 -표현에 따르면 분면 이것에 가까워, 하는 감촉- 질문을 한다는 점은 다르겠으나, 
연구문제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단계
<자기 연구실 사람>을 훈련하는 과정과 배움의 흡수, 그 과정의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긴 하다
-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 연구의 의미가 빛나는 순간을 찾는 것
- 빛나는 순간 임을 알게 되는 것도 내공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소설, 이라는 게
적어도 한국에서는 소설, 일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
- 예전 RIPE에서 소속이 없는 일본인 연구자의 글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일본에서도 연구자의 정치는 존재할것
- 모리모토 교수가 없었다면, 기시마 조수도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 

단편적으로만 아는 한국 이공계 연구자의 세계도 펀딩 규모의 차이를 제외하면, 인문계 연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노동이란 그런 것이다
할당된 노동량을 처리한다
시간이 지나면 종료
그것으로 해방감을 맛본다
그런 세계다
하지만 이곳에는, 대학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다 

생각하는 행위는 운동과 닮았다
달리기와 사고는 몸의 사용 부위가 다를 뿐 나머지는 똑같다 
달리기의 경우 목적지가 있지 않다
목적지가 있으면 그것은 노동에 가까워진다 
... 
절차가 없고, 방법도 정해져 있지 않고, 답이 존재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풀 수 있다는 보증도 없다
그것이 연구에서의 사고다
오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뭔가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생각한다



모리 히로시는 이공계 연구자를 주인공으로 한 10편 넘는 범죄소설을 쓴 작가기도 하다
일본 범죄소설 취향은 아니지만 해야할 일이 끝나면 한번 시도해 볼 수도 
책에 대한 평가 중에 히로시의 문장에 대한 찬사도 적지 않으므로 - 위의 인용문 때문에 타이핑 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해야할 일을 끝내고 기시마 어록을 정리해야 겠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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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사계절, 2017 


다음사전을 만들고 있는? 만들었던? 정철의 인터뷰집 

사전을 만들고 출판하고 판매했던 이들을 성실하게 담았다 

원래는 저자가 광고 만드는 정철인 줄 알았다



겨레말큰사전 조재수 위원장, 브리태니커 장경식 대표, 고대 사전편찬부 도원영 박사, 금성 사전팀장 안상순, 민중서림 편집부장 김정남, 헤이칸슈 류사와 다케시 등

백과사전, 어학사전을 만들었던 이들의 경험과 기록, 그들이 사전을 만들면서 했던 고민, 

웹사전으로 넘어오면서 필자가 했던 고민이 함께 어우러진다 


표제어를 선정하고, 책의 구성을 잡고, 내용을 채우고 

어떻게 말과 언어의 변화를 담을지 개정을 고민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해 온 전문가들의 얘기라 

경험과 내공에서 나오는, 

게다가 그저 학문으로서 보는 게 아닌, 생산자로서 경험한 목소리라 힘이 있다 


말과 단어, 문법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 이러저러한 변화 속에 저물고 새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어학사전은 이걸 어떻게 담아낼지 
원어민이 이해하는 영영사전과 한국인이 이해하는 영영사전의 해설을 어떻게 달라야 할지 
wiki가 없던 시절의 백과사전은 세계를 보는 창이자 교양 역할을 했기에 인문학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이었는데 최근의 웹사전은 어떠한지, 대중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로 삼아야 할지 등등

고민을 계속하고, 일정 시기에는 결단을 내리고-출판을 해야 하므로!
계속해서 갱신 또는 개정하는 작업을 해 왔는데, 지금 시기에는 그러한 권위를 가진 사전은 불필요하다고
-대신 표제어의 수, 항목의 수에 대한 숫자 경쟁이 되었다고
-네이버 백과를 생각해 보라 이건 두산백과를 베이스로 한단다

일본어 번역을 통해 유입된 영어 번역에 대한 소회와 평가,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영어화가 가속화되는 현 시대에 대한 고민도
-최근 영화 포스터 제목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소리나는 대로 적어버리는 것은 마음에 안듦


그렇기에 정철이 인터뷰한 이들은 <최후의 사전 편찬자>라는 타이틀이 적절하다 

고민이 중단되고, 경험 속에서 판단되지 못 하게 된 것은 아쉽다 

정철 역시도 사전 편찬과 관련한 여러 논점에서 웹을 이해하고 만지는 사람으로서 자기 주장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성실한 인터뷰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듯



말과 글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말 중에 기록해 둘만한 게 많았는데 전자책 대출 만기일이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다음부터는 미리 기록해 둘 것

<샘이 깊은 물>을 만들었던 브리태니커 한사장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여기도 나와서 반가운 기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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