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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31 일본의 하드보일드
  2. 2017.03.14 디테일한 범죄 현장
  3. 2017.03.08 시대를 관조하며 불화하기

시체가 켜켜이 쌓이는 밤
크리피(Creepy)

마에카와 유타카, 창해, 2017; 2016 
Yutaka Maekawa, クリ-ピ- Kuripi(creepy), 2011; 死屍累#の夜, 2016

우연히 읽었으나, 일본 범죄소설 중 분위기나 느낌이 마음에 드는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아베 미유키 등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이 별로 취향이 아니었기에 

각각 한 남자와 여섯 여자의 집단자살 사건, 한적한 주택가의 화재와 3건 정도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고, 추리소설 신인상도 받았다 한 크리피-무려 처음 쓴 소설이란 얘기
보다는 가장 최근에 나온 시체가-를 먼저 읽어서 인상이 더 강렬하다


작중의 화자가 수차례 변화하고, 그에 따라 공간과 시간 역시 수차례 바뀌는데도 앞뒤가 맞물려 있어 무엇보다 인상적
세상 아무데도 관심 없어 보이고 고문과 살인, 시체 훼손 등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자신과 관계 없는 사람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수 출신 유흥업자에 대한 묘사가
자살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결국 6명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납득되게 만드는 것처럼

크리피는 <당신의 이웃을 의심하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있지만 이웃에 대한 공포와 소외된 현대사회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불가피하게 이웃에 자리잡은 범죄자의 범죄와 그와 무관하지만 또다른 범죄자와 개인적으로 엮여 있는 범죄심리학 교수인 화자가 더 중심에 자리잡은 듯
 

전반적으로 범죄자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 범죄자가 하는 말 등이 무미건조하고
범죄자들이 정서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서 냉소적인 분위기
-형사나 탐정 등 주인공의 태도를 놓고 하드보일드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지만, 가해자 역시 충분히 하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회파 소설이 사회문제를 일반인들의 범죄의 유인이나 배경으로 사용한다면-맞는지?? 왜 그리 뒤틀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배제되어 있어 범죄 자체가 문제적이지는 않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아직 극히 일부분
나중에 챙겨보게 될 수도
필자는 법학부 교수란다-하나하나 설정과 글을 쌓아올리는 능숙함이 이해되기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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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검은 수련
내 손 놓지마

미셸 뷔시, 달콤한책, 2014-16
Michel Bussi,  Nympheas Noirs, 2008; Un avoin sans elle, 2012; Ne lâche pas ma main, 2013

프랑스의 지리학 교수이자 범죄소설가의 책
옮긴이의 말이 남아서 그런지, 정확하고 눈에 그린 듯한 배경이자 현장에 대한 묘사-각각 모네의 지베르니 마을, 몽테블리 산, 인도양의 레위니옹-가 치밀하다고 느낌
옮긴이가 출판사 대표기도 하니, 뷔시의 글을 매우 좋아하는 듯


살인이 등장하니 추리소설, 범죄소설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살인사건의 해결이 주가 아니라, 살인자 또는 살해당한 자를 둘러싼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주인공이다
그림자 소녀에서 일기 쓴 사람인 사립탐정
검은 수련에서의 관찰자 노파 
내 손 놓지마의 남편

또 하나 주인공은 범죄현장이자 해결현장인 구체적인 장소
그림자 소녀의 배경인 산을 오르고, 오두막을 답사하는 장면들이 하나씩 묘사되고
그 유명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배경으로 한 검은 수련의 경우 
모네의 그림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쉽기 때문에 더 강렬한 듯하다
-지베르니 마을에 자기 만의 인공정원을 만들고, 수련을 심고, 꽃이 시드는 게 싫어 매일 새로운 꽃을 심었다는 모네에 대한 일화는 편집증적이지만 
활화산이 존재하는 섬을 다룬 내 손 놓지마에서는 화산 때문에 생기는 기후현상 역시 다룬다


그리고 플롯
무엇이 문제인지 나중에야 드러나고, 이걸 드러내기 위해서 앞에서 근거들을 쌓아놓고 
누가 누구인지, 누가 무엇을 알고 있고, 그 누구의 의도는 무엇인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쓰인 검은 수련이 이 지점에서 제일 인상적이다


다른 프랑스 범죄소설인 피에르 르메르트의 글과 인물의 정서와 문제에 집중하는 점은 닮은 듯하지만
플롯과 지리에 대한 묘사 부분은 정말 디테일하다
-르메르트는 정서와 감정에 대한 기록이 디테일했다고 생각
어떤 장소가 주는 정서를 이미 갖고 있었을 프랑스인들에게는 소구력이 대단했을 듯하다

글고 사건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가 주된 화자라-또는 주체와 관찰자가 마구 뒤섞여- 갖게 되는 시점 이동의 속도까지 

개인적 범죄소설 취향은 아니지만, 글을 천천히 읽게 만들고, 눈앞에서 그려보게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프랑스 범죄소설을 좀더 찾아보게 될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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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시대 1-5
혹독한 근대 및 생기 넘치는 메이지인
다니구치 지로 세키가와 나쓰오,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5
Natsuo Sekikawa, Jiro Taniguchi, Botchan no Jidai, 1987

소세키를 말한 이가 있었는데 다니구치 지로를 언급한 이까지 합쳐져 빌린 책
유명한 책이었는지 빌리기가 꽤 힘들었음


그림체를 어디서 본듯 했는데 다나구치 지로는 <고독한 미식가>를 그린 만화가란다
드라마가 더 강렬하긴 하지만
옛스럽지만 꾹꾹 눌러 그린 듯한 느낌의 그림체
아직 <신들의 봉우리>는 읽지 못 했다


부제가 아주 적절한데 혹독하면서도, 격동적인 근대를 살아간 이들을 다룬다
성공할 이들이 눈에 보이고, 외면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쨌건 외면하지 않고 응시하지만, 뛰어들지는 않는 소세키를 다룬다
-소세키의 <도련님>이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인듯 한데 일본의 국민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다 몇 개 소세키를 다루는 글을 접한 게 전부

아직 첫 권 밖에 읽지 못 했지만 소세키를 다룬 몇 개의 글보다는 흥미롭다
만화에 대한 편애가 작용할 것일 수 있으나


스토리를 쓴 세키카와 나쓰오의 글을 좀더 찾아보게 될 듯하다
평양을 오간 여행기를 쓰기도 했고-마지막 신의 나라
민족주의를 싫어하고, 한없이 무거운 한국의 민족주의와 한없이 가벼운 일본의 민족주의라고 말한 대목이 흥미롭다
덧붙인 글에 쓴 평온하고 서정적인 메이지 근대라는 해석에 반대하고, 비주류의 비주류의 길을 걷는다는 표현 때문에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삼가면서
팔짱 끼고서 살 수는 없는 것인가


++
좀 더 생각해 보니, 소세키는 개인주의자로서는 완벽한 선택일지 모르나, 또 그 태도가 갖는 매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여기, 조금이라도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아닐 듯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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