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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1 그리운 음식
  2. 2013.05.27 로컬의 발견
  3. 2013.05.01 나무의 성깔
백석의 맛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프로네시스, 2009


헌책방서 싸게 건진 새 책
각 장 뒤에 백석여담, 음식소사 등을 덧붙여 정성들여 만든 책 
그러나 
시 읽기에 대한 도전-이건 비평논문임에도! 은 녹록치 않다 


소래섭의 박사논문을 많이 다듬어서 책으로 만든 거라는데, 백석의 시에 나오는 갖가지 음식과 음식이 갖는 영성적 기능, 환기시키는 이미지 등으로 백석을 해석한 거다 
정확히는 신성한 분위기, 모순을 잇는 매개이자 공존을 가능케 하는 매체

모밀국수, 가재미, 달재생선, 꼴뚜기회, 청배, 송구떡, 호밖떡, 돌배, 띨배, 오가리, 당콩밥, 개암, 도토리범벅, 기장차떡, 수박씨 호밖씨, 게로기, 뻐국채, 산꿩, 연소탕  

밝고 거룩하고 그윽하고 깊고 맑고 무겁고 높은
꼿꼿이 지진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고담하고 소박한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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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 잔폰 짬뽕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사계절, 2009


동아시아라고 달려 있지만, 한중일-대만 포함-을 음식문화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책
살까말까 하다가 50%인 김에 질렀지만, 되게 흥미롭다


민족, 국가, 로컬 음식으로 나눠서 음식의 역사를 정리한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표준화와 국가음식, 향토-지방 음식의 개발 등이 시도되는 과정, 
자국의 음식의 역사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다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전래 없는 베이징 문혁 음식의 유행, 제주도의 음식이 육지화되는 과정 등은 흥미로운 관찰이다 
특히 제주도의 특별 음식이 관광음식으로 이름만 남고, 실제 제주도 내 이러한 음식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무너졌다는 지적
-제주도에는 똥돼지는 없으나 관광음식점에서는 항상 있다!
-쌀이 모자라 범벅-곡물을 갈아넣은 죽 느낌? 과 각종 해산물을 갈아넣은 범벅, 돼지고기와 된장 양념을 기본으로 한 제주도 가정음식은 사라졌다

중국의 민족식별 정책과 -사실 소수민족이 54개 뿐은 아니었다는 것- 그에 따른 민족별 음식 표준화는 조선족=개고기 등의 불합리함
일본 오키나와와 아와이 군도를 고통스럽게 한 막부와 근대의 식량 정책-내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식민지
한국의 표준적 입맛 개발이 먹고 살기가 나아지면서 인위적 향토음식에 대한 향수로 드러나는 현상
등등에서는 비판적인 정신도 드러난다 


주영하의 주장은 로컬의 발견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 같은 것을 넘어서 각 지역-촌 단위-가 개인의 자급자족적으로 식생활을 영위하는데 기반해서 촌 단위가 자급자족하는 것
-일본의 조엽수림 지대 아야초의 사례와 이를 주도한 군수의 이니셔티브를 매우 자세히 다룬다 

세계화 대신 지역화, 혹은 글로컬리제이션을 다룬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주장과 함의가 아니더라도, 우리 곁의 익숙한 음식이 어떤 자연적 역사와, 어떤 정책 속에서 떠올랐다 저물었는지만 에피소드만 들여다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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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배운다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듣고 엮음, 최성현 옮김, 상추쌈, 2013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건물 호류지-나라에 있단다-의 마지막 궁궐목수의 이야기
호류지 해체 및 복원, 절 건조 등을 맡았고, 자를 든 사제라 불릴 정도로 불심이 깊단다 


전통적인 도제 방식을 따라 학교 다닐 때에도 할아버지에게 궁궐목수 수업을 받아온 마지막 세대
이 양반이 키운 제자도 하나 있단다
나무를 잘라 절을 만들 때, 나무의 있던 자리-북쪽의 나무가 튼튼하고, 남쪽의 나무는 좋은 기후조건을 타고나서 덜 강건하다고
에서 키운 나무의 성깔을 고려해, 비틀린 쪽을 고려해 짓는단다
-예컨대 바람을 서쪽으로 맞은 나무는 그쪽으로 뒤틀려서도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깔

1천년 산 나무로는 1천년 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지론
화려한 장식보다는 구조에만 충실한 무로마치 시대의 건물이 좋다는 언급
상업적인 건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절 주변에 전답을 갖고 농사를 지어 자신의 재능과 기술을 호류지에만 사용했다는 엄격함



담담한 저술이고, 구술한 거라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는 부분도 적잖이 있지만 곰곰이 곱씹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일본의 오랜 장인을 존경하고 지켜가는 문화와 함께-실제로 어느 정도가 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뒤에 나오는 시오노 요네마쓰의 소개, 사라져가느 전통문화와 손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는 이 사람의 글을 더 읽고 싶어졌다
정성들여 만든 책-구석구석의 소개와 하다못해 새로운 글씨체까지-을 내놓은 출판사의 책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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