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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9 유쾌한 트레킹 3
  2. 2012.11.28 굉장한 중국 현대사 1
  3. 2012.10.31 음식과 도시
A Walk in the Woods
Rediscovering America on the Appalachian Trail
Bill Bryson, Bantam, 2006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동아일보사, 2008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빌 브라이슨의 산길 여행기 
숲 이야기+영어 공부 덕분에 본 책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3600km란다
엄청나게 길게 뻗은 데다 험한 봉우리도 많은, 가장 빨리 횡단한 사람-수가 많지는 않다 종주에 나선 사람 중 20% 정도-이 140여 일이라는 엄청난 길
-대충 우리로 치면 백두대간 종주의 몇 배 규모 정도인 듯

완전히 종주하는 사람도 있고, 부분적으로 종주하는 사람도 있다
중간중간 마을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기도 하고 AT 보존협회 비스무리한 조직이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자기도 한다
그래도 야외에서 텐트 펴고 자는 경우가 많고, 먹을 것을 길게는 10일분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기에 매우 빡신 종주길이라고


브라이슨의 미덕은 AT의 역사-팡게아부터 시작하는 지리 분야를 비롯해 개발 및 보존 역사까지, 동물지와 식물지, 주변 자연환경, 트레일 중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곰의 습격, 먹을 것에 대한 불평, 장비에 대한 지식과 느낌 등 모두를 420쪽의 짧은 책 안에 담아내면서도 
자신의 여정을 따라가는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친구 카츠와 함께 한 자신의 경험과 주변 풍경이 가져다주는 의미, 느낀 바가 매우 유쾌하게 드러난다
-읽어나다가다 몇 차례 웃음을 터뜨릴 정도, 길고 긴 길을 걷기만 하는 트레킹을 떠올리면 순간순간의 묘사가 엄청나다 
-'현존하는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걷는 것은 트레킹을 위해서만, 도시와 고립된 자연 등 미국의 특징에 대한 설명
동행 카츠를 잃어버리고 홀로 맞이하는 석양
자연의 거대함, 개발 및 보존의 부조리 등 기억에 남는 대목도 적지 않다 
 

책표지의 광고처럼 직접 자연을 체험하는 대리만족이라기 보다는
이걸 읽고 길을 나서는 독려 쪽에 가깝지만
킥킥 거리며 읽을 수 있는, 그냥 읽어내려가도 좋을듯한 책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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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김태성 옮김, 문학동네, 2012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현대작가 위화의 에세이
열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어린시절과 현재를 대비시키는 와중 현대사가 드러나는 형식
문혁 시기와 현재의 대비가 강렬하다


열 개의 단어는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
마지막 두 단어는 각각 무단 복제판, 사기를 뜻하는 최근에 급성장한 단어라고 한다 
풀뿌리-아마 grassroot를 해석한 것이겠으나-는 운동적 성격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야 마는 끈질긴 경제적 근성 쪽에서의 해석

마지막 세 가지는 현재의 중국을 보다 잘 보여주는 단어겠고, 
앞의 여러 가지는 문혁 시기와 현재, 단어가 뜻하는 의미가 무지막지하게 변한 것들이다 
-예컨대 예전의 영수는 마오 뿐이었으나, 현재는 단추, 실 등에도 영수가 있다 
-과거의 독서는 책을 구하기조차 힘들었으나, 현재의 독서는 너무 많은 매체 속에서의 취사선택이 되었다 


문혁과 현재-정치로의 극단과 경제로의 극단- 속에서 중국인들의 생활, 의식 등을 따라잡는 책읽기가 된듯하다 
아찔하게 빠른 속도 만큼이나 흥미롭다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으나
이 글만으로도 위화는 사회의식도 있고,  단단하고, 정갈한 글을 쓰는 사람인 것을 알겠다
가끔은 비극 속의 희극이나 희극 속의 비극 같은 내용도 있다 


열 개의 단어라는 컨셉은 새로운 것은 아니나
위화의 열 개의 단어에는 중국의 50년이 평범한-위화가 평범한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겪는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우리 50년에서 열 개의 단어를 선택한다면 어떤 게 될까
중국과 같은 극단은 없겠으나 우리 역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은 건 마찬가지-정치적 면에서의 변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니 
90년대 학번, 30대가 생각하는 단어에는 인문학,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의 눈을 넓히는 철학에서 경영을 위한 도구가 된 듯한 느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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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gry City
How Food Shapes Our Lives
Carolyn Steel, Vintage Books, 2009
캐롤린 스틸, 이애리 옮김, 음식 도시의 운명을 가르다, 예지, 2010

관심 있어 하는 두 개 주제, 도시와 음식의 조합
지은이는 TED라는 뜨는 프로젝트에서 강의하기도 한 건축가란다

번역본을 읽지는 못 했지만 영문으로 산 건 아무래도, 일종의 지적 허영인듯 >_<


땅-도시-슈퍼마켓-주방-식탁-쓰레기 라는 음식 생산과 유통, 소비의 순환체계를 따라 목차가 정리
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음식이 도시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다룬다 
절반 정도 읽은 현재, 관심 분야의 상식이 풍부한 데다, 역사적인 맥락까지 갖추고 빠른 호흡으로 쓰여져 매우 흥미롭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도시와 거리의 풍경이나 변화가 묘사되는 것도 볼만함

튀넨의 이론에서 보듯 고대로부터 도시는 도시민-나름 특권계층-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했는데 물류베가 쌌던 해안가나 강을 끼고 있는 경우 번성하고, 안정을 누린다
프랑스와 영국의 대비도 재밌는데 
프랑스는 강을 끼고 있지 않아 배후지에 식량을 의존해야 했고-혁명의 한 조건
템즈 강가의 영국은 배후지 외에 수입식량에 의존할 수 있었다

도시와 배후지의 관계는 철도 개통 이후 바뀌는데 식량의 상품화와 슈퍼마켓의 등장도 이후 가능
식량 상품화는 독점화와 함께 진행, 식량체인도 마찬가지 
현재의 메가 마켓 등장을 가능케 함-
도시의 식료품상점이나 여기와 관련된 식량체인은 붕괴-프랑스는 규제
-이 부분은 SSM 논쟁이 한창이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함
-다만 작동하는 규제는 운영에 있어서가 아니라, 건설 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상품화된 식량과 독점 생산, 독점 유통이 가져오는 미래는 우울하다
지역성을 가진 거리도, 다양한 상품 종류도 모두 사라지기에 
그러나 
지은이의 처방은 다소 소극적
유기농이나 소농 식량 생산이 전체를 먹여살릴 수 없기에 생산법을 바꾸기보다는 먹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일단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지역상점을 이용하고 실제 재료를 사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


일단은 뒷 부분의 내용에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책 
도시와 먹거리, 라는 데 관심 있으면-나아가 역사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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