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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14 사는 사람을 보여주다
  2. 2012.10.01 현실의 적나라함
  3. 2012.08.20 열심히 산다는 것
조용헌의 백가기행
조용헌, 디자인하우스, 2010

 
명리학자인 듯 보이는 조용헌-매우 글을 많이 쓴다고- 이 옛날과 현대의 집들을 다니며 쓴 짧은 글을 모은 책
전라도와 경상도의 고택을 비롯, 계동의 한옥민박, 부산의 아파트 다실, 땅집 등을 다룬다


전체 묶인 집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내구원이란다 
위로와 휴식은 집 안에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나 규격화된 집이 아니라, 직접 집을 짓고, 그 안을 꾸미고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 평짜리 구들장 방을 가진 집부터 
60평짜리 아파트 내에 간결한 공간만 갖춘 다실, 
땅 속으로 방 2개를 파 내려간 조병수 설계의 집, 
아직 남아 있는 옛 고택-선비들의 것보다는 중인 것들이 많다 규모가 큰 만큼 만석꾼의 것도 많고


만석꾼의 집들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주변을 구휼하고, 요즘 식으로 사회사업을 벌여 전쟁과 좌우갈등 속에서도 큰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흥미롭다
한옥이나 정갈한 공간은 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잘 사는 사람들이고, 그림, 서예, 차 문화 등 문화적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다
-주위 풍경과 바람, 햇빛 등을 고려해 방이나 집을 지으려 하는 사람들의 기호는 꽤나 분명하다
-집 안에서 위로를 찾으려는 사람들니까 그런 듯도

마음에 드는 집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가진 시인의 집
의재의 방 2칸짜리 집 춘설헌
나중에 내 집을 짓고 만드는 위로를 얻는 꿈을 꾼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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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2009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몇 안 되는 소설가 중 하나인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아주 예전에 책 광고만 보고 벼르다가 대기까지 해서 빌림


제목과는 반대로 꿈은 있으나, 구조적으로 그 꿈이 좌절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룸
뭔가 반짝, 하고 꿈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이 있지만 그건 현실화될 수 없음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산산이 조각나는 지방 소도시의 상권, 공동체를 배경으로 시의원, 생활보호 담당 공무원, 입시에 목맨 고등학생, 폭주족 출신 세일즈맨, 보안요원 출신 신흥종교 가입자 5명의 일상을 꺼내놓는다 

배경 자체가 우리나라와 아주 무관할 수는 없는듯
대형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고 일하기는 더 팍팍해지며, 공동체는 사라지고, "야쿠자도 사라진다"
상점이 없어지면 당연히 자영업자도, 가까운 곳의 상점도 문을 닫고 자동차 이용이 필수적이 됨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과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사기치는 사람-세일즈건 신흥종교건- 도 늘어나고
현실을 외면한 프리터와 히키코모리-이건 우리와는 차이를 보이지만-도 늘어나고
이권을 공유한 야쿠자와 정치의 결탁은 남아있지만 대형자본은 이와 무관하게 자기 갈길을 가고
-삼성공화국을 생각해 봐도 이건 사실

건조한 문체지만, 남루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하지만 유쾌하게 담는다는 게 대단한듯
주인공의 삶을 신산스럽게 묘사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허위의식을 교묘히 비트는 것까지 유쾌해지는 현장? 소설


개인적으로 오쿠다 히데오 책은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낫다고 생각
속도감 있는 전개와 문체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나는듯
남쪽으로 튀어가 젤 낫고, 아마도 가장 유명할 이자부 의사 시리즈는 별로 안 끌림
-동어반복적인 느낌에다가 주제의식이 너무 표면에 드러난다는 생각

남쪽으로 튀어, 만큼 킥킥거리며 전율하지는 않았지만 오쿠다 히데오 책은 계속 찾아 읽어볼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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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산다는 것
숨어 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마음산책, 2001


전업 작가들이 사는 곳을 미술평론가인 지은이가 다니면서 작가들의 작품, 사람 등을 설명한 책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돈 안 되는 순수미술을 길을 가는 사람들을 선택한듯 하다


경주, 담양, 양평 등으로 흩어진 이들의 이름 중 아는 사람은 없다 
김근태 김을 청도 박정애 박문종 염성순 정일랑 김명숙 최옥영 정동석
인맥과 학연을 동원하지 않고, 상업성을 띄지 않고 그림만 해서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이들의 작업실은 폐교, 반지하, 주인 없는 오래된 집 등이다
그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먹고 자고 작업하는 삶을 사는 이들

돈 되는 것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자기 하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내면에서 끄집어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터라 
사람들의 느낌이 조용하고, 꽉 차 있는 듯하다
다만
몇몇 이들에 대한 글은 비평가 특유의 비비 꼬아 놓은, 현학적으로 느껴지는 글도 있다 
작품에 대한 지은이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작가들이란, 생산에 종사하지 않기에, 허공에 붕 뜬 존재일 수 있다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순전히 내면의 것이기에 더욱 더 
이른바 정상적인 사회생활 바깥에서의 작업이라, 그런 침잠은 더 할 수도 
다만 
어떤 한 가지를 묵묵히 갈구하는-아마도 수많은 아픈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 것만은, 그러면서 자기를 가다듬는 것만은 기억해 두고 싶다

그림은 한 개인의 몸에서 나온다 -소제목 중 하나
자신의 일 이외에는 완전히 무심한, 심플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조차 극구 두려워하는...
.....
무심함과 겸손함 -본문 중 일부 
잘 만든 책-출판계에서 상도 받았다고 한다-이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 
공들여 쓴 글과 공들인 그림과 사진 배치 등 
금속으로 조각하는 박정애, 색감이 멋진 염성순, 김명숙의 작업 중 일부 -공교롭게도 둘 다 여자네-의 작품은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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