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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7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유
  2. 2014.08.15 남미 사람을 만나다
  3. 2014.08.10 한시에 나타난 꽃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역시 아주 오래 전 추천받은 책
실용주의적 입장은 아니다


라캉, 르장드르, 또 한명의 철학자를 다룬 처녀작으로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사사키 아타루는 졸업 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단다 
말하자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일본에서 이런 방식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경이롭고, 또한 부럽다
-주위의 오지랖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허용하는 <사회>나 최소한의 가족도 필요할듯

 
<책과 혁명>을 다룬다는 부제는 기존 혁명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혁명은 정보와 책의 혁명이다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15세기 독일어 출판의 절반을 훌쩍 넘어 차지했다는 루터의 대혁명-종교혁명이라기 보다는- 
12세기 중세 해석자 혁명이다 
신의 말씀을 기록하고, 자기가 해석하고, 자기가 읽고 해석한 것이 통념과 다르더라도 내가 해석한 것이 맞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루터의 경우가 대표적
인간의 사유/생각의 기원을 12세기로 한껏 올리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누군가가 대신 생각해 주고 정보를 건네 준 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가 파고들어 간 첫 시작

모든 글은 문학이라는 것, 즉 내가 책을 읽고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한 줄기를 차지한다 
<문학은 끝났다>라고 말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문학이 읽힌 것은 500년도 안 되는 시간이며 그동안의 식자율이 1%도 안 됐다는 것을 지적하며
읽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읽을 수밖에 없는 이들>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주변의 평판-읽어주는 사람들-과 무관하게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갔냐는 질문



그러나 필자는 
책을 읽고, 해석하고, 사유하는 행위에서 혁명의 가능성만 말할 뿐 어떤 혁명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모든 혁명이 폭력을 동반한다는 점이 허구-근대적 혁명의 특수성-랄지라도, 사회구조와 사회의식을 바꾸는 힘 또는 주체는 필요하다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이들은 필요하기에 


처녀작 출간 이후부터 유려한, 깔끔한 글투가 유명했다고 한다 
편집자를/만? 앞에 두고 강의한 내용을 묶은 듯한 책인데 말의 리듬 역시 깔끔하다 
이거는 국내에 와서 한 강연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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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오소희, 북하우스, 2013


마음 깊은 친구가 선물해 준 책
오소희는 꽤나 잘 알려진 여행작가라고 하며, 아홉살 아들과 함께 여러 곳을 여행했단다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 페루, 콜롬비아 6개국을 세 달 동안 돌아다닌 기록이다
배낭여행 반, 아들과 함께 하기에 휴식 같은 여행 반 정도의 느낌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느낌은 좋지 않았다 
오소희가 좋은 사람인 거는 알겠는데-자기 주관도 있고, 주위를 배려할 줄도 알고, 제3세계의 가난하고 성실한 이들에게 연대를 느끼는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해 착하게 행동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재단해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컨대 오락, TV에 빠진 아이를 나무라는 아이 아빠에 대한 것
-사랑에 빠진 아내에 무관심한 남편에 대한 것
-엄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에 대한 표현 등에서

그게 여행 초기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라피즈에서 '살림을 차리고' 페루 가는 길(?) 끝없는 자연을 온몸으로 만나며 눈물을 흘리고
여행 중 만나는 숙소 주인들-주로 착실하고 깔끔한 여인들, 자원봉사 하면서 만난 아이들과 부대끼며 
나중으로 갈수록은
주위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쓰기에 더 나은 글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한 가지 부러운 것은 
중빈이라는 아홉 살 든든한 여행 동반자, 모든 것이 흥미롭고 누군에게나 서글한 이가 있기에, 이 모든 경험이 가능하리라는 생각
'엄마 여행자'라는 흔치 않은 위치는
아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고, 같이 경험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할 듯하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섞이려고 해도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볼리비아 라피스에서 버스파업 타결을 기다리며 보낸 이들의 일주일, 
유우니 사막에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밟으며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를 느끼고 석 달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칠레에서 뒤굴뒤굴 보낸 일주일이 부러웠다 

언젠가, 남미에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길

그리고 나는 자전거를 타 보기로 마음 먹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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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여다보다
동아시아 2500년, 매혹적인 꽃 탐방
기태완, 푸른지식, 2012

갑자기 1/3 가격 특가로 나와 득템한 책
한시와 고문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사랑받았던 꽃들을 설명한다 


정확히는 한시 내에 꽃들이 등장한 맥락과 사랑받았던 맥락, 간단한 설명 등을 계절별로 설명한 책이다
매난국죽 사군자 외에도 동백, 수선화, 해당화, 연꽃, 목련, 진달래, 복사꽃, 배꽃, 모란, 벽오동, 석류, 치자, 원추리, 배롱나무등등 적지 않은 주변의 꽃들이 오래 전부터 사랑받아 왔다는 사실을 담는다 

각 꽃들이 유명한 지역, 예컨대 구례의 원추리, 무등산 차나무 등과 어우러진 것이 미덕
언젠가 꼭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치자의 꽃잎은 보기 드문 여섯 개, 쑥부쟁이는 국화의 한 종류 등 실용적 정보도 함께 한다 


어차피 한시야 읽어봐야 잘 모르겠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 읽을 책이 또 생겼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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