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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1 아파트의 압도성
  2. 2014.12.22 세상을 바꿔 온 쿨함
  3. 2014.12.21 해야 하는 질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자음과모음, 2011


제목이 흥미로운 아파트 문화사 

아파트 자체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근대 도시 및 집안풍경을 다룬다 


아파트, 헬리콥터 뷰, 전자제품 꽃무늬, 60년대생 등 3개의 사물과 1개의 인물을 다룬 <픽션>이 절반, 

60년대 마포아파트부터 맨션아파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분당 용인의 대규모 단지 등으로 발전되는 역사를 다룬 <팩트>가 절반을 차지한다 



역사가 드러나는 팩트 부분이 더 읽을거리가 많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픽션 부분도 꽤나 박진감 있게 잘 써서 흥미롭다 

특히 사물이 아닌 63세대를 다룬 부분은 통찰력이 빛나는데 

한국전쟁 세대와도 다르고 386세대와 다르고, 물질적 풍요와 중산층적 욕망에 충실했으며, 이를 이루기도 했고, 그들 자녀인 88만원 세대에도 이러한 욕망이 투영된다는 지점에서 그러하다 

-90년대 학번과 00년대 학번은 같은 방식으로 인식되는데 그렇게 볼 수 있는지는 의문

-갠적으로는 90년대들이 그 사이에 끼어 있다고 본다 

-세대전쟁이라는 지적은 정확한 듯 63세대가 물러나야 88학번 세대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맞고 386세대가 63세대를 따라가는 것도 맞다 


아파트 문화와 관련해서는 60년대 15평형 마포아파트가 입식과 좌식의 절충이었다가 

-당시 TV는 가구형으로 만들어져서 묵직한 나무목재로 주위를 둘러싸고 아래에 다리가 달린 것

70년대 강남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0평대로 넓어지면서 집안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가구와 가전제품을 사는 경쟁이 생겨나고, 같은 단지 내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홈패션 경쟁, 동네 상가의 배달

80년대에는 시스템키친을 중심으로 여성에 의한 주택, 내부가 본격화되는 시기

90년대 분당 수지의 대규모 도심 재개발이, 00년대는 강남 재개발로 아파트가 다시 귀환하고 있다 

-주상복합에 관한 챕터가 추가되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 

풍경이 변화하는 방식이 흥미로운데 

좌식 부엌의 선반에 늘어놓는 방식이 각종 가전을 갖춘 입식 부엌으로 바뀌고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다가 평형대가 넓어지면서 합쳐지고 아일랜드 식탁이 놓이는 등의 변화 

TV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배치되는 현재 거실과 안방의 모습까지 


아파트 유형과 아파트 내부의 변화가 단순한 토건 중심 사회나 건설업 부흥, 정치의 스포츠화 등으로 단순화되지 않고

풍경을 바꾸어 내고, 습속을 변화시키면서 근대적 사물, 인물, 풍경을 주조해 냈기 떄문에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유토피아를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 속박된 사람들-스포츠화 된 정치, 평행을 넓히고 집을 꾸니는 경제, 지향 등에서 모두-가 되었다는 분석



시의적절한 사진-강운구가 샘이 깊은 물에서 찍은 사진 포함-과 도면 등, 

잘 구성된 챕터와 각종 개념을 꼭꼭 눌러쓴 글이 간결하다 

63세대를 정의하고 70년대 강남개발 신화를 가능케 한 부분은 <강남몽>과도 비슷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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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RHK, 2012

Tina Rosenberg, Join the Club: How Peer Pressure Can Transform the World, 2011


몇 달 전 아는 선배한테 선물받은 책

계속 미뤄두다가 방학 즈음에야 겨우 꺼내든 책



뉴욕타임즈 기자인 저자는 기본적으로 남아공, 인도 달릿 거주지, 세르비아, 미국의 다양한 주에서 시도된 변화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다룬다 

10대 금연, 기초 공중보건, 교회 내 영적 발전, 밀로셰비치 타도라는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노력들이 만나는 곳을

-이 노력 모두는 성공한 사례다 

또래압력-개인적으로는 평판에 가깝다고 본다-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으로 범주화한다 

잠깐 언급하기는 하지만 또래라는 것 때문에 사회적자본이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10대 금연, 밀로셰비치 타도를 위한 오르토프 두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변화가 <가능하다>고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10대 금연의 이유가 건강이 아니라 <담배회사에 저항하는 쿨한 10대>로, 밀로셰비치에 대한 저항은 야당 지도자의 지루한 연설이 아니라 당국을 조롱하는 거리공연으로 만들어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는, fashionable하다는, 자신의 삶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또래가 그 일에 참여하는 일은 더욱 비슷한 생각을 퍼뜨리게 되었다고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이나, 00년대 중고등학생의 촛불시위 참여 등은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오르토프의 리더들이 이후 경험한 것처럼, 그리고 00년대 촛불시위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이 또래 속에 섞여들지 못 하고, 스스로 좌절하게 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지속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기도 


또래압력 peer pressure 통한 행동 착수, 이 과정에서 사회적 치유책 social care의 경험

역량강화 그리고

10,20대의 또래나 교회 집단의 소모인 공동체가 가져다 준 변화를 보면 경제학적 인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동기 부여와 쿨함의 전파, 진지하기만 한국의 운동진영에 가장 필요한 거는 이런 것일 수도 

계속 안 된 거긴 하지만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한번도 운동이 쿨한 적이 없는 이 동네에서 그런 생각을 해 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가능할 지는 의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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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김행숙 김연수 박민규 진은영 황정은 배명훈 황종연 김홍중 전규찬 김서영 홍철기, 문학동네, 2014


문학동네 가을, 겨울호에 실렸던 글을 묶은 거란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각자가 글을 쓴 거다


작가의 글도, 연구자의 글도 섞여 있는데 읽고 전율하게 되는 건 작가의 글이다 

그래서, 

작가는 힘이 세다 


지금 당신을 가장 절망케 하는 건 무엇입니까

... 

이창근씨 아내인 이자영씨 차례가 왔을 때, 그녀는 누구도 건너본 적 없는 시절로 혼자 돌아가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건, 더 노력해야 된다는 말이었어요


김애란,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바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잔혹했다 

...

국민이 국가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을 때 

국가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당신은 의무를 다해왔고 

한 푼 빠짐없이 세금을 납부했다


박민규, 눈먼 자들의 국가


시혜의 언어... 베푸는 사람은 자비롭게, 베풂을 받는 사람은 고분고분하게 감사하며

...

시혜의 시소 한쪽 편에 올라타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활동의 가능성이라는 환상이다

... 

그녀는 더  이상 불쌍한 후보를 돕는 거룩한 선거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선거가 자신이 유일하게 적극적일 수 있는 활동이라는 표상으로부터 떨어져나왔기 때문이다 


진은영,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일상으로

...

어떤 일상인가, 일상이던 것이 영영 사라져버린 일상, 사라진 것이 있는데도 내내 이어지고 이어지는, 참으로 이상한 일상, 도와달라고 무릎을 꿇고 우는 정치인들이 있는 일상, 그들이 뻔뻔한 의도로 세월을 은폐하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하는 일상, 진상을 규명하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 마련되지 않는 일상, 거리로 나와야 하는 일상, 거리에서 굶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일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과 같은 마음으로 초코바, 초코바, 같은 것을 자신들에게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밤이 돌아올 때마다 그처럼 어두운 배에 갇힌 아이를 건져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일상, 4월 16일 컴컴한 팽목항에서 제발 내 딸을 저 배에서 좀 꺼내달라고 외치던 때의 통증에 습격당하곤 하는 일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거듭, 거듭, 습격당하는 일상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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