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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2 근대건축의 흔적
  2. 2010.05.24 한자로 공부하는 나무 2
  3. 2010.05.12 한국어의 풍경
청춘남녀, 백년 저 세상을 탐하다
최예선 정구원, 모요사, 2010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지의 근대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책
청춘이 들어가는 화사한 제목은 문체와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처연하고 스산한 느낌이라 
남아 있는 이른바 근대건축물이 거의 일제 식민시기 지어진 것이고, 오래된 것이라 더 그런 걸수도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영산포와 구룡포의 일본이 적산가옥 거리랄지 
-동척이나 조선식산은행 건물이랄지, 이중 홍난파 가옥과 태백의 석탄시설은 가 본 기억이 있다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는 곳을 여행하면서 건축물의 특징이나 유래, 배경 같은 것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아직도 적지 않은 곳에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리고 모르는 새 지나쳐 갔던 곳에서도 당시


오래된 건물은 오래된 얘기를 품고 있을 것 같아 안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 좋다
그 오래된 얘기를 전해주는 이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일종의 여행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아쉬운 점이라 하면 <근대> 자체에 대한 통찰은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는 것 
드물게 간단히 언급하는 대목도 있지만
-화강암의 물성을 local로 지적했던 박동진의 건축관이랄지
-창경궁 내 대온실을 설명하며서 꺼낸 유리 얘기랄지 


근대의 건축이 어떤 입장과 세계관에 근거해 있었고, 어떤 공간을 새롭게 제시했으며 
거기서 사는 사람들이나 건축물을 보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지고 왔는지 등이 빠져 있다
다른 예술과 다른 건축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고, 공간이 적지 않게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서술이나 언급은 없다 
건축에 대한 서술이 풍경을 서술하는 것에 그친다고 할까

여튼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 그런지 흥미로운 서술은 많이 보인다 
문장도 단정한 편이며-기자 출시의 미덕
이 책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회가 닿으면 언젠가 서울과 평양의 근대건축과 근대를 비교해 보고 싶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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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전
강판권, 글항아리, 2007

최재천, 이성복, 홍세화 등 여러 사람이 추천한 책
알고 보니 이 양반의 책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를 일찌감치 갖고 있었다
전우익 선생 책부터 모으기 시작한 나무 시리즈 중의 하나로 

부제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처럼 
각 나무의 한자를 기본으로 -소나무면 松- 이 글자가 쓰이는 사자성어, 단어 등으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넓혀 나간다 
-자작나무에서 천마도, 화수, 동반목 등의 한자로 넓어져 가는 것처럼
-팥배나무에서는 이두와 소두, 두궤(임금의 과실을 바로잡는 신하라고)가 넓어지는 것도
관련한 유명한 고사와 시를 함께 소개하는 얘기도 차분히 이어진다 

측백나무가 주로 가로수로 쓰이며, 
李씨 성이 자두나무를 의미하고 상수리나무 열매가 도토리를 뜻하는 등(지금까지는 개암나무 열매인줄 알았다)
책 속에는 나무의 특성이 어떤지,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얘기도 있다


책은 나무, 숲, 관목, 교목 등 나무 일반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각종 나무를 소개하고, 이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사 등을 다룬 다음에 집의 기둥과 서까래, 용마루, 방 등으로 끝난다 
나무로 시작해 인간과 나무와의 만남으로 끝나는 셈이다 

글쓴이는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나무는 이기적이라고 본다 
자신만을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일 뿐이며 그러니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나무 입장이 아니라 인간 입장에서 만든 신화다 
-나무에 대해서는 공부가 부족하지만, 생명의 이기적인 속성에 대한 지적에는 공감한다
-이기적인, 나를 위해 기꺼이 한 일이 동시에 다른 이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과거의 성리학은 공부의 목표를 위기 爲己에 두었습니다...  진정 '자신만'을 위한 자만이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산 자만이, 나무처럼 목숨 걸고 치열하게 사는 자만이 아낌없이 남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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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개마고원, 2007

문학작품과 비평, 문체 등에 대한 단상과 한국어에 대한 설명 자체를 다룬 책
말과 글에 대한 고종석의 책을 꽤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책에서 본 듯한 에세이도 끼어있다
-전혜린의 유럽 매혹과 정운영의 화사한 문체에 대한 글이랄지 
-아님 이 책을 두 번째 보는 중이라서 그런지도 그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이거였던듯 하다

이번에는 음운과 음소, 음절에 대한 얘기과 <언어는 생각의 감옥>이라는 사피어-워프 가설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하이데거가 나중에 인용한 부분인듯


고종석의 글이야 워낙 단정한 터라 읽을 맛이 나지만 
책의 구성은 도통 이유를 모를 정도로 산만하다 여기에서는 비평의 문체를 얘기하다가 그 다음 장에서는 음운론을 얘기하는 식이다 
연대기순으로 기록했을 수도 있으나 별로 친절한 방식은 아니다 전체적인 일관성이 상실되니
-물론 고종석의 생각이나 글은 하나의 일관성을 주욱 가진다 


TIP 고종석이 뽑는 아름다운 우리말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아내 가을 넋 술-술 대신 그윽하다 추가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덧붙인 그윽하다가 마음에 든다 직접 10개를 뽑을 수는 없겠지만, 시간 나면 추가해 볼듯
안 좋아하는 말은 있다 특히 에세이에 쓰일 때의 적확하다-이건 자기과시의 단어 같다

서늘하다 쓸쓸하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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