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중국전문가들 누가 있나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 때문이다.
중국 은 어느덧 국내총생산(GDP) 1조6000억달러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2015 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40 년이면 미국 경제규모를 추월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중국의 변화상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빠르다. 한중 수교 12년도 안 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국가로 발돋움했다.
과거 높은 미국 경제 의존도를 걱정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도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한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중국은 13억 인구 중국의 단편에 불과 하다. 오히려 어쭙잖은 중국에 대한 편견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중국 현지 에 진출한 기업들도 “사람은 많은데 정작 중국을 알고 있는 인재가 없다”는 말로 ‘중국통’ 부재를 토로한다.
국내 최고의 중국통(通)들을 정관계, 재계, 학계, 문화계 등 분야별로 알아봤다.
또 그들이 말하는 중국과 중국인,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함께 들어봤다.
[Special Report] 중국전문가들 누가 있나 - 정관계
[매경이코노미 2005-02-28 11:17]
중국은 세계 정치, 외교 분야에서 이미 미국과 함께 ‘슈퍼 파워’ 국가로 자 리매김했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 못지않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발언 이후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 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에서 중국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정작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우리나라만큼 중국을 정확히 아는 정치인은 한 손으로 꼽 을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중국 정치권에 영향을 줄만큼 좋은 ‘관시’를 갖 고 있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평가다.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전 국회의원)은 “재계, 학계에는 중국통들이 꽤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나를 포함해) 중국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나름대로 중국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던 의원들이 대거 17대 국회 입성에 실패해 중국통 의원들도 대거 줄어든 상황이다. 그 동안 중국통 정치인으로 활 약해 왔던 이세기, 서청원 전 의원 등이 모두 야인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런 희소성으로 인해 중국통 정치인들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졌다. 최 근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설훈 전 의원, 김기재 전 행자부 장관 등 정 치 야인(野人)들은 아예 중국 베이징에 장기 연수를 떠나 있다.
열린우리당 - 박병석, 우윤근, 우제창 의원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의원으로 평가 받는 사람은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 1985년부터 90년까지 5년 동안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으로 근 무하며 대중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특히 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신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50여일 간 베이징 현지 취재를 성사시켰던 일화가 유명하다. 82~83년에는 대만 정치대에서 공부해 중국 본토뿐 아니라 대만에도 폭넓은 인 적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실제 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중국 방문을 공식 수행하 는 등 열린우리당 뿐 아니라 17대 국회를 대표하는 ‘중국통’으로 자리매김했 다. 홍콩 특파원 출신으로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정도. 16대 국 회에서는 한중의원교류협회 간사로 활약했다. 박 의원은 또 전경련이 2003년 중국전문가들로 구성한 ‘차이나포럼’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과 우윤근 의원도 열린우리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우제창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국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 위를 받았을 정도로 이론적인 배경이 탄탄하다. 2001년에는 중국 상하이 사회 과학원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그러나 우 의원을 정통 ‘중국통’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론, 학문적 연구를 중심으로 중국을 경험해 ‘필드 인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스스 로도 “중국 경제로 박사학위를 따긴 했지만 정통 중국통이라고 하기에는 미흡 한 점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인 우윤근 의원은 주한 중국 대사관의 법률 고문을 맡으면서 중국 외교라인 인맥을 넓혀 왔다. 특히 리빈 중국 대사와 친분이 깊어 최근에도 조 찬 회동을 통해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정 의원도 열린우리당 내 중국통으로 꼽힌다. 16대 한중의원친선협회장을 지냈고 요즘도 중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 중국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한나라당 - 이병석 의원, 구상찬 부대변인 등
한나라당은 전신인 민자당이 1994년 중국공산당과 ‘우당(友黨)’ 관계를 맺으 면서 꾸준히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정작 중국통으로 꼽을 만한 현역 의원은 드문 편. 한나라당 모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그래 도 중국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사람이 ‘투병석(박병석, 이병석 의원)’ 밖에 더 있느냐”며 “중국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현역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는 이병석 의원이 중국통으로 꼽힌다. 고려대 중문 과 출신인 이 의원은 대만에서 유학한 후 대륙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중국 쪽 시 각을 넓혔다.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 는 ‘유이한’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최근 17대 한중의원협의회 간 사로 내정돼 그 동안 침체돼 있던 한중 의원외교를 활성화 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세기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구상찬 부대변인은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차세대 중국통으로 평가받는다. 통일원 장관 출신인 이 전 의원을 오랫동안 보 좌해 오면서 저절로 중국 고위 인사와의 인맥이 쌓인 셈이다.
중국통 대거 은퇴 빈자리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이세기 전 의원은 정치인 가운데 중국통 1세대로 평가 받는다. 5공화국 당시 통일원 장관을 지내며 지한파(知韓派) 중국 관료들과 인 맥을 두루 쌓았다. 92년에는 한중 수교의 막후 주역으로도 활약했고 2001년 베 이징대 연구교수로 초청돼 덩샤오핑 지도노선을 연구한 경력도 있다. 최근에도 한중친선협회장으로 민간 중국 외교 채널로 활약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과도 5~6차례 회담을 가졌을 정도. 최근에는 폭넓은 중국 인맥을 활용해 안중근 의 사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이빙궈 전 대외연락부장, 탕 자쉬엔 전 외교부장 등이 이 전 의원과 교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문 전 의원은 러시아통인 동시에 중국통으로도 유명하다. 14대와 15대 국 회 통일외무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중국 인맥을 넓혔다. 중국 국회 격인 전 국인민대표대회의 톈지윈 상임위 부위원장, 주량 전 외사위원장과 친분이 깊다 .
관계 - 이해찬 총리, 김하중 대사
관계를 대표하는 중국통은 단연 김하중 현 주중국 대사다. 서울대 중문과 출신 으로 92년 한중 수교 교섭 당시부터 무역 대표부 공사로 활동해 왔다. 외교부 내에서도 중국 담당 과장, 주중 참사관 등 대중국 업무를 도맡아 왔다. 김 대 사 이전 외교부 출신 중국통이 대부분 ‘대만계 중국통’이기 때문에 김 대사 를 1세대 본토 중국통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이영백 전 주중 대사관 참사관은 ‘한국 내 최고의 중국어 귀재’로 불릴 정도 로 빼어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외교부에 특채된 후 한중 정상회담 등 주요 한중 회의의 중국어 통역을 도맡기도 했다.
정통 관료 출신은 아니지만 이해찬 국무총리 역시 중국과 인연이 깊다. 94년,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이사장)의 방중에 동행하면서 중국 인사들과 교류를 넓혀왔다. 특히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중 국 특사로 파견돼 참여 정부의 대중 창구로도 활약했다.
[Special Report] 정관계 - 중국, 관시(關係) 중요하다는데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할 말이 바로 ‘관시’다.
관시가 있고 없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될 만큼 관시는 중국 사회에서 중요 변수다.
중국통 1세대로 꼽히는 이세기 전 의원은 중국 사람들과의 관시 형성에 대해 ‘겸손’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중국인들과의 관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자신을 낮춰 상대를 대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구차하 고 비굴한 것과 겸손은 다르죠. 우선 자신을 낮춰야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좀처럼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전 의원은 “관시가 일단 형성되면 오랫동안 지속된다”며 “중국 사람들도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체면을 세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의원 역시 “중국인들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행동해서는 관시를 구축하 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박 의원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진솔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시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수다.
관시는 중국 사회에서 일종의 ‘정신적 채 무’에 가깝다.
한 번 상대방에게 은혜를 입었다면 그 사람은 관념적으로 ‘언 젠가 은혜에 보답해야 겠다’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관 시는 ‘상호 호혜적’인 관념이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적극 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관시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경제에도 투명성이 점 차 강조되면서 관시보다는 ‘시스템’과 ‘규범’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흐르 고 있기 때문. 승병근 크린랩 전무는 “관시 영향력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도 아직 관시는 필수”라며 “중국에서 실무를 처리하다 보면 관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Special Report] 중국전문가들 누가 있나 - 재계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지 20여년이 지났다.
80년대 중반, 국내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국 진출은 이제 중국을 제 1교역국이자 대외 투자국으로 만들었다.
중국 진출이 기업에서 시작된 만큼, 소위 중국통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곳도 재계다.
재계 중국통들은 이미 1세대를 지나 2세대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던 인사들은 노용악 LG전자 고문, 천진환 전 LG 그룹 중국지역본부장, 김유진 전 삼성전자 중국 본사 부사장,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시장 개척형. 80년대 중반을 시 작으로 92년 한중 수교 이후 본격화한 재계의 중국 진출을 이끌어 왔지만, 현 재는 대부분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김동진 포스코 부사장과 전병우 대우인터내셔널 전무 등은 80년대 말~90년대 초부터 중국 사업을 추진해 온 1세대 중국통으로 현재도 맹활약 중이다.
김동 진 부사장은 85년 홍콩의 포스코-아시아 창설요원으로 91년 중국 베이징 사무 소를 만들었고 98년에는 베이징 사무소장을 지낸 포스코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 가다.
신진인사들 중에는 실무형이 많다.
손진방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사장을 비롯해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법인장, SK그룹의 김상국 SK중국투자유한공사 총경리가 대표적 인물들이다.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SK(주)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에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중국전문가들이 집중돼 있다.
손진방 LG전자 중국지주회사사장은 노용악 고문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내 대표 적 중국통. 톈진법인을 성공으로 이끈 인물로 95년 톈진법인장으로 부임, 6시 그마 등 혁신활동을 펼쳐 연40% 이상의 고성장을 이끌었다.
톈진법인은 중국 북방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가전 생산기지로 3년 연속 톈진시 우수 외자 기업으 로 뽑히기도 했다.
손 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LG전자 중국 사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LG그룹 중국 사업의 또 다른 축은 LG화학. LG화학의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대 표적 ‘중국통’으로는 국내에선 유철호 사장, 중국 현지의 김종팔 부사장, 나 상진 상무 등이 꼽힌다.
유철호 사장(화성사업본부장)은 국내 근무 이전 5년 동안 중국과 홍콩지역을 총괄하는 홍콩법인장을 지냈다.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중국어 실력이 기 본임을 강조, 임직원들에게 중국어 열풍을 일으켰다.
김종팔 부사장(중국지역 본부장)은 현재 중국사업을 담당하는 수장. LG화학은 올해 초부터 중국지주회 사인 LG화학 중국투자유한공사를 본격 출범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주요 중국 사업 전략과 경영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나상진 LG다구(DAGU)법인장 또한 중국 전문가로 손꼽힌다.
LG다구는 중국내 최대 PVC 생산업체로 나 상무는 지난해 1 0월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인 ‘우의상(友誼賞)’을 수상 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에는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법인장(부사장)이 있다.
노 부사장은 현 대차 중국지역 담당 상무를 시작으로 현재 법인장에 이르렀다.
중국내 현대차 돌풍의 주역으로 올해 1월에는 베이징현대가 도요타, 폭스바겐 등을 제치고 전 차종 중국자동차 판매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에 별도 지주회사를 둔 SK그룹내에서는 김상국 SK(주)중국사업보좌임원이 대표적 중국 전문가로 통한다.
85년부터 홍콩과 베이징을 오가며 SK의 중국 진 출을 도왔다.
97년부터 2003년까지는 SK텔레콤의 중국 담당 임원으로 활약하기 도 했다.
SK(주)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만 5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SK그룹의 통신사업도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002년부터 SK차이나 대표로 있는 미국계 화교 존류(John Liu)가 대표적 중국전문가.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 고 덴마크에서 이동통신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SK텔레텍의 중국 투자법인인 SK모바일차이나 한국현 총경리 또한 대표적 중국 통이다.
88년 삼성전자 대만지사장을 시작으로 17년 동안 중국, 홍콩에서 업무 를 해왔다.
중국전문가로 SK 측에 의해 전격 영입됐다.
삼성그룹내 중국통들은 신진인사들이 많다.
삼성전자내에서 중국통으로 꼽히던 이상현 중국본사 사장이 물러나면서, 심성우 삼성전자 SEGZ(광주) 상무, 백학 명 삼성전자 중국본사 상무, 김수봉 삼성전자 심양 법인장 등이 중국 전문가로 부상하고 있다.
이철희 삼성전자 중국반도체법인장(상무)은 이건희 회장의 중 국어 통역을 맡을 정도로 중국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10년 안팎의 중국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통 임원들이다.
김재경 삼성물산 중국주재 상무는 국립대만정치대 출신으로 88년 홍콩지사를 출발해 현재까지 중국쪽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에선 김동진 부사장 외에 정길수 상무가 중국전문가로 손꼽힌다.
93년 포스코 상하이 상무소장을 거쳐 현재 포스코 장가항포항불수강 총경리를 맡고 있다.
[Special Report] 재계 - 전병우 대우인터내셔널 전무
전병우 대우인터내셔널 전무(54)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때는 지난 1985년. 당 시 (주)대우가 중국사업을 시작하면서 맺어진 인연이 올해로 20년을 맞이한 셈 이다.
재계 1세대 중국통 중 현역에서 뛰고 있는 몇 안되는 전문가들 중 한 명 이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은 중국에 6억3000만달러를 투자, 17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 나가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 다.
동시에 중국은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한대요. 최근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 쪽으로 경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측에서 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자를 데리고 가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조선, 철 강,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도 경쟁력 격차가 줄고 있습니다.
장기적 으로는 중국과 분업화 전략으로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중국 진출에 관해 조언해 주실 내용이 있다면요.
우선 충분한 준비 없는 진출은 금물입니다.
중국에서 만들어 외국에 내다파는 식의 진출도 이제는 힘듭니다.
철저하게 중국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현지화 전 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조인트 벤처를 구성하는 것보다는 독자진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상당수 대만과 일본 기업들은 최근 독자진출에 더 노력하고 있어요. 유능한 중국인 직원을 확보하는 일도 필수에요. 최근 유행인 서부 대개발은 장 기 프로젝트인 만큼 당장 뛰어들기 보다는 좀더 관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 중국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중국에 관심이 많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전문가는 많지 않아요. 특히 정부 쪽 전문가가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장 기적으로 중국 전문가를 키워나가는 동시에 민관 공동으로 중국 관련 팀을 구 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중국정부와도 협의해가면서 버릴 산업 은 과감히 버리되, 핵심 산업군에 대해서는 경쟁력 격차를 벌여나가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국과도 산업별 분업에 관해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죠.
[Special Report] 중국전문가들 누가 있나 - 학계
학계에서는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유 재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 교수에 대해 “중국경제를 제대로 공부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명”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 남가주대에서 중국경제를 전공, 박사학 위를 받았다.
귀국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중국산업을 연구했 다.
1992년 중국국교 정상화 무렵에는 중국경제에 정통하다는 이유로 주중대사 관에서 중국 경제를 연구했다.
특히 중국 산업문제에 있어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 동안 중국 산업의 생산성 향상 방안, 중국 경제의 글로벌화 평가 등을 연구 했다.
또 중국 내 재계 인맥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 서울대 교수도 중국경제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중국통. 이 교수는 선진국의 성장 모델을 중국에 적용해 중국 경제 구조 변화를 연구해 왔다.
미 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 책임연구원, 영국 에버딘대 조교수를 지냈다. 특히 중국기업의 기술력 향상에 관심이 많다.
중국경제의 성장원인을 단지 가격경쟁력에서만 보지 않고, 부단 한 기술 혁신 때문이라고 파악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에 있어서는 한홍석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가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한 교수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학자로 베이징대 세계경제학부를 나 온 후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 교수는 조선족 출신이 라 중국 현실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훈련받은 실증적인 연구방법 으로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과 기업 성장 등 시장경제를 중점으로 연구해 왔다.
박정동 교수, 중국 경제통
중국 시장 진출 및 투자 전략에 대해선 김익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정통하 다.
그는 중국시장과 투자환경을 마케팅, 협상 등의 미시적 요인으로 분석해 중국진출 전략을 짜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 관료로 일 하다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중국 연구 에 전념하기 위해 공무원 생활을 그만 두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 생 활을 시작했다.
중국 시장의 기업마케팅 전략과 WTO 가입 이후 중국 체제 변화 , 문화적 특성에 기업 마케팅 전략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
현재는 ‘지역 연구-중국’이라는 과목을 열어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전략 을 강의하고 있다.
박정동 인천대 교수는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 전문가. 박 교수는 연세대 경제 학과 1학년 시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에 “미래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국을 파고 들었다.
특히 박 교수는 다국 적 자본 유치에 따라 중국경제가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외국자본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박 교수 의 박사학위 논문은 ‘중한 경제특구 비교 연구’라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 최근 박 교수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동북아경제공동체. 그는 “동북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연계되는 부분이 많은데 정치 요인 등으로 지역 교류에 제한이 많 았다”며 “동북아시아에도 EU, NAFTA처럼 동북아경제공동체를 만들면 상호자 원 교류 등 경제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필승 건국대 사학과 교 수는 중국경제사를 전공한 사학자로는 드물게 중국 진출전략을 짜는 등 기업 컨설팅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또 중국 연구에 지역연구 방식을 도입 해 확산시키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이영주 원장, 베이징대 1호 한국인 박사
이영주 중국정치경제문화원 원장은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 이 원장은 고려 말 3은 중 한 사람인 목은 이색의 19대손이다.
이색은 명나라 과거에 합격, 고려 말에서 조 선 초까지 한중 외교를 맡았던 인물. 이런 내력으로 자연스럽게 중국과 인연을 맺은 이 원장은 성균관대 중문과를 거쳐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 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국제 정치를 전공했지만 경제 실무에도 밝다.
중국전문가로 인정받 아 포스코 중국지사장을 역임했을 정도. 특히 이 교수는 중국의 유력 일간지인 ‘경제일보’가 1996년, 건국 50주년을 맞아 선정한 5명의 해외 중국통에 꼽혀 세계적인 중국 전문가로 인정 받았다.
현재 베이징대 객원 교수 겸 대우경제연 구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천진환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은 중국 진출 1세대로 통하는 재계의 원로 중국 통. 천 연구소장은 미국 네브라스카대에서 중국정치를 전공, 박사과정을 마친 후 동양시멘트 상무로 근무했다.
그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1984년 LG상 사 상무로 옮긴 후부터. 이후 중국본부장, 그룹 중국지역본부장을 거치며 줄곧 중국 관련 업무를 맡았 다.
특히 LG그룹의 첫 중국 진출 사업인 완구공장 설립은 천 소장이 실무를 주 도한 작품이다.
천 소장은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선 비즈니스 핵심 인물 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병태 대구한의대 총장도 손꼽히는 중국통으로 통한다.
황 총장이 김영삼 정 부시절 주중 대사로 임명됐을 때 중국이 크게 반겼다는 후문. 1970년대 경제기 획원에서 개발경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관료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한 경력도 있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황 총장에게 ‘평생 초청권’을 줬을 정도 로 중국 내에서 관시가 좋은 인물로 통한다.
[Special Report] 학계 - 노래·게임 수출하는 문화 전도사들
김윤호 우전소프트 사장은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한류(韓流)’라는 말 자체가 김 사장이 처음 사용하다 시피한 용어다.
김 사장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중국을 드나들던 처남이 방송국 음악 프 로그램 방송권을 따내 와 그에게 맡긴 것. 이후 김 사장은 1년 남짓 방송에 매달리면서 중국 젊은이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 댄스음악이 이들에게 먹힌다고 판단했고 국내소속사와 중국판권 계 약을 맺어 1998년 5월, H.O.T의 음반을 출시했다.
이 음반은 당시 순식간에 5 만장이 팔려 나가 이후 한류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김 사장은 국내가수 들의 음악을 우전소프트라는 단일화된 창구로 마케팅 전략을 펴 현재의 한류 신화를 낳았다.
중국 문화산업 전문가로는 신광오 K&C무역센터 사장도 손꼽힌다.
신 사장은 중 국과 방송콘텐츠 등의 무역사업에 10여년간 종사한 베테랑. 다년간 경험을 바 탕으로 문화콘텐츠 분야에 정통하다.
최근에는 벨소리, 모바일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걸쳐 중국과 교류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한중 게임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사장은 “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