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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우석훈식 글쓰기 2
  2. 2008.10.11 좋은 말들
  3. 2008.10.06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핀란드역 2
관련기사는 여기

이글은 매우 생뚱맞고 안 구체적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자기 변명 같기는 하지만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므로


우선, 나는 그 양반의 책을 잃어본 게 별로 없긴 하다
여기서 논쟁 중인 <괴물의 탄생>도 보지 못했고
읽은 거라곤 그 유명한 초 스테디셀러 <88만원 세대> 앞부분 조금과 <촌놈들의 제국주의> 중에서 한 장-이건 순전히 기획을 위해서 정도

다만, 우석훈이 하나의 개념을 잡고, 그걸로 책 몇 권을 써낸다는 사실은 경이로움
다른 저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하나의 주제, 하나의 소재로 단행본-원고지 800매쯤 될듯- 을 밀고 나갈 힘이 있다는 건 어떻든 굉장한 능력이다
박권일과 같이 쓴 책 말고는 산만하다는 의견이 많은 듯은 하다만

<생태> 개념은 잘 모르고, <우정과 환대>라는 개념으로 국가가 해야할 일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는 감이 전혀 오지 않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개념을 만들어 약간 정리하고 트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생태>는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정의된 개념이 있는 반면
<환대와 우정>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다음 책 정도에서 파워풀 정도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됨


이런 방식은 그런데, 정리가 쉽고 생각을 연장하기에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은 되는데
개념에 얽매일 가능성도 좀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책을 위한 개념> <책을 위한 글>이 돼 버릴 가능성이 있을 수도
또한 개념을 깔고 쓰면, 너무 직설적으로 개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수도 있으니까

종종 내가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기도 하고
주장을 숨기려고 논증 방식이 되어버리는 -사실 좋은 책들은 개념이 책 전체를 관통해서 흘러나와야 하니까
우석훈이 <생태>를 깔고 쓴 역시도 뜬금없는 대목에서 환경과 인권 얘기가 나와서 좀 놀란적이 있음
그렇게 서술하려면 많은 사전작업이 필요했을 텐데


여튼 나도 오랫동안 매달릴 개념 하나가 똑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면 좋겠다
지금 생각하는 것들은 굉장히 추상적인 수준이라서

정작 써야할 글은 못 쓰고 이러고 있다 -_-;;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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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들

한줄 댓글/thing 2008. 10. 11. 16:18

말들의 풍경: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개마고원, 2007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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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역으로: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관한 탐구
에드먼드 윌슨 저, 유강은 역, 이매진, 2007


이건 그 유명한 맑스와 엥겔스, 레닌과 트로츠키에 대한 이야기다
덤으로 베른슈타인과 카우츠키, 라살도 나온다
원래 저자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겠지만, 그냥 그렇게 읽혔다 당대를 반영한 당대의 인물들, 역사를 정직하게 마주한 사람들이 덤은 아니다

첨으로 '대구 할멈'이라고 불리던 레닌의 부인에 대해서, 하염없이 인내해야 했던 맑스의 부인에 대해서 알았다
'베른슈타인류의 수정주의'라 불리던 주장의 실체를 흘낏 였봤으며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이 왜 무정부주의를 선택했는지 그의 경험에서 알 수 있었다
역시,
역사와 맥락을 모른채 단어들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했다


20세기 미국이 낳은 걸출한 문필가라는 에드먼드 윌슨은 688쪽에 달하는 책의 1/3을 맑스와 엥겔스에 대해서 할애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서는 생시몽과 미슐레, 오언과 푸리에 등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나온다 이들 역시 당대의 혁명적 분위기와 당대의 사상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맑스와 엥겔스, 트로츠키와 레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맑스와 엥겔스의 지적 관계와 그들의 사생활, 거기에서 파생된 판단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로츠키와 레닌 부분이 더 끌린다
앞장들이 당대의 사상사조, 사회상황,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특히 헤겔의 관념론에 관한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될 정도, 독일철학은 넘 어렵다- 서술이지만,
혁명 시기의 이들은 매우 직선적이다
그들의 판단 역시도 매우 직선적인다-혁명의 진로, 혁명의 실천과 관련한 것이기에 그것은 굳이 이론화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마저도
어느 나라에서건 혁명은 비슷했을 듯

마지막에서 앞선 2개 장의 제목
트로츠키-자신과 역사를 동일시하다
레닌-역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다
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그들의 기질 차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의 포착과
핀란드역으로 돌아간 레닌이, 그 유명한 장갑차 위에서의 연설-당시 연설은 정세판단을 잘못 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을 하는 마지막 장에서 책은 거의 정점을 이룬다

아주 냉정하게 사실만을 서술함으로써 의미를
무엇보다 작가와 역자의 수고로움이 앞선 그 어느 정보다도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글쓰는 방식이기도 하고-건조하고, 냉정한, 팩트와 팩트의 꽉 짜인 나열


여튼 레닌이 타고 온 기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핀란드역은 지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다
여러 모로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상트에서는 혼자 돌아다닐 시간마저도 있었기에
나머지 5개 역 중 3개가 모여있는 광장에는 갔었다
낫과 망치, 혁명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상트에서, 그곳의 역사에는 남아 있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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