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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2 서울, 서울, 서울
  2. 2009.03.31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3. 2008.10.06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핀란드역 2
서울은 깊다
전우용, 돌베개, 2008


인구 1천만을 훌쩍 넘는, 가공할 정도로 남한 전체의 자원과 인재를 빨아당기는 도시 서울에 대한 보고서
고대부터 '신시'로 숭상받았던 서울부터
정도전이 성리학의 질서를 구현하여 직선축을 만들어낸 과정을 넘어 -이후 고종 시기를 거쳐 이 축은 상실된다
고종이 '제국'으로서의 상징을 만들어내는 시기를 포함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룬 글이다


대한제국 시기의 근대화와 일제의 강요된 근대화를 포함해 다루고 있는데
대한제구 시기의 도시계획(?)이 일제에 대한 항거와 자주적인 국가의 수립을 위해서, 또한 민초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 사용한 상징들은 매우 흥미롭다
-고종의 명성황후 능행 축에 놓은 전차를 통해 왕의 권위와 근대화를 상징하려 한 시도랄지
-도시공원을 조성해 -이후 만민공동회가 열린 곳- 민의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려 한 것이랄지

다른 한 축으로는 (이식되지 않은) 근대화 과정 속에서
경제권력이 상인으로 이동되는 과정
-시장 상인들이 애초에는 군인들이 많았으며, 그들이 시전권력을 도맡았다가, 지방상인들의 성장으로 난전이 활성화된 점이랄지
-통신, 우정국, 파리국 등 국사책에서만 본 <통리아문>의 실제정책은 국가주도적 경제개혁의 하나로 볼 수 있을 듯도 하다


정치이든 경제이든 도시계획이든 각종 새로움의 도입은 상징체계 내에서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물론 그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다르지만
이런 것들을 보면 5년간 짧은 시기이긴 하지만 근대화를 이식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자발적인, 혹은 국가주도형 근대화는 느리지만 쉼없이 이루어졌고 그것이 일제에 의해서 재조정되는 과정을 띄고 있는 것이 보다 정확할 듯

인구 1천만의 도시 서울의 팽창과 발전, 그 내부의 각종 장치들 -경희궁과 경복궁, 종묘공원, 지하철 1호선 등- 을 도입하며 의도했던 사람들의(권력자의) 의도와 상징은
무지막지한 개발을 통해서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도시 곳곳을 거닐면서 확인해볼 만할 듯

살아숨쉬는 국사교육의 텍스트가 될 법할 듯하다
역시, 역사는 현장에 살아숨쉬고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 -때로는 그 역사는 상징을 통해 특정한 맥락에서 강조되기도 하지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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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마을 이야기
염리동 주민자치위원회, 비매품, 2008


울동네 동사무소에서 주은 책이다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관 주도로 만든 책이지만 내용 상당히 흥미롭다
탈학교 10대들이 오래동안 염리동 사신 분들 인터뷰하고 글을 써서 만들었단다

이 동네 산 지 거의 5년이 다 되가건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택시 아저씨들이 잘 모르는 동네>라는 것 정도?
<염리>가 염전이 있던 자리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도
집에 가는 길의 <아소정>이라는 냉면집 이름이 예전 동도공고 자리에 있었던 흥선대원군의 별장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5년새 많이 없어졌지만 길 가에 방석집들이 많았던 이유가 집값 싼 여기에서 종로로 출퇴근하는 언니들이 많아서였다는 것도

전혀 상상되지 않는 이 거리의 예전 모습을
그래도 그것을 현실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염리동은 예전부터 참 못 사는 동네였단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대현동과는 차이가 컸단다
그래서 지금 한창 재개발 중
사람들의 기억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여기에 나오는 사진과 장소도 지금은 변한 모습들이 많다 동사무소 앞의 정자랄지, 노인대학이랄지


문득, 나중에 독립하게 되더라도 이 동네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지금의 이 풍경을 기록해 두거나-개발과 재개발이 뒤섞인 이곳은 또다른 기억이 될 수 있도록

책 읽으며 도착한 곳은 마포구청
언덕배기 꼭대기에 자리잡았던 구청은 요즘 유행하는 외피와 기하학적 모양으로 몸을 감싼 채 10층 높이로 뻥튀기되어 있었다
2년 새 버스노선이 많이 바뀌었다 싶었는데 장소마저 바뀌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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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역으로: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관한 탐구
에드먼드 윌슨 저, 유강은 역, 이매진, 2007


이건 그 유명한 맑스와 엥겔스, 레닌과 트로츠키에 대한 이야기다
덤으로 베른슈타인과 카우츠키, 라살도 나온다
원래 저자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겠지만, 그냥 그렇게 읽혔다 당대를 반영한 당대의 인물들, 역사를 정직하게 마주한 사람들이 덤은 아니다

첨으로 '대구 할멈'이라고 불리던 레닌의 부인에 대해서, 하염없이 인내해야 했던 맑스의 부인에 대해서 알았다
'베른슈타인류의 수정주의'라 불리던 주장의 실체를 흘낏 였봤으며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이 왜 무정부주의를 선택했는지 그의 경험에서 알 수 있었다
역시,
역사와 맥락을 모른채 단어들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했다


20세기 미국이 낳은 걸출한 문필가라는 에드먼드 윌슨은 688쪽에 달하는 책의 1/3을 맑스와 엥겔스에 대해서 할애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서는 생시몽과 미슐레, 오언과 푸리에 등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나온다 이들 역시 당대의 혁명적 분위기와 당대의 사상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맑스와 엥겔스, 트로츠키와 레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맑스와 엥겔스의 지적 관계와 그들의 사생활, 거기에서 파생된 판단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로츠키와 레닌 부분이 더 끌린다
앞장들이 당대의 사상사조, 사회상황,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특히 헤겔의 관념론에 관한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될 정도, 독일철학은 넘 어렵다- 서술이지만,
혁명 시기의 이들은 매우 직선적이다
그들의 판단 역시도 매우 직선적인다-혁명의 진로, 혁명의 실천과 관련한 것이기에 그것은 굳이 이론화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마저도
어느 나라에서건 혁명은 비슷했을 듯

마지막에서 앞선 2개 장의 제목
트로츠키-자신과 역사를 동일시하다
레닌-역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다
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그들의 기질 차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의 포착과
핀란드역으로 돌아간 레닌이, 그 유명한 장갑차 위에서의 연설-당시 연설은 정세판단을 잘못 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을 하는 마지막 장에서 책은 거의 정점을 이룬다

아주 냉정하게 사실만을 서술함으로써 의미를
무엇보다 작가와 역자의 수고로움이 앞선 그 어느 정보다도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글쓰는 방식이기도 하고-건조하고, 냉정한, 팩트와 팩트의 꽉 짜인 나열


여튼 레닌이 타고 온 기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핀란드역은 지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다
여러 모로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상트에서는 혼자 돌아다닐 시간마저도 있었기에
나머지 5개 역 중 3개가 모여있는 광장에는 갔었다
낫과 망치, 혁명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상트에서, 그곳의 역사에는 남아 있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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