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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5.08 근대를 거친 것들
  3. 2012.01.25 오랜 지혜 metis

번역의 힘

한줄 댓글/thing 2013. 10. 23. 15:41
번역과 일본의 근대 
마루야마 마사오, 가토 슈이치, 임성모 옮김, 이산, 2000


일본의 두 석학이라는 마루야마 마사오, 가토 슈이치가 메이지 시기의 번역문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눈 책 
메이지 시기 번역이 어떻게 시행되었고,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룬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학술어의 많은 부분이 일본 산이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적지 않은듯 하다 
-요즘엔 그냥 영어 쓰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특히 정치학에서는 

일본이 사회과학이나 법학 등은 물론 공학, 자연과학 책까지 폭넓게 번역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것도 메이지 정부의 지원 하에 
그리고 두 대담자가 일본의 문화를 (메이지 유신 전에도) 번역과 해석의 문화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예컨대 오규 소라이가 논어를 읽으면서 주장한, 중국어/일본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해석도 달라진다는 부분 등 
집단과 개인(단복수)을 구분하지 않았던 일본에서 인민이 받아들여지는 방식-civilian을 문민, 시민으로 번역하고 rights를 민권으로 번역하는 등 최대한 자기 사회 내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려 내려 노력한 부분도 

물론 국제법을 번역하면서 주권-국체가 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의 바탕이 된 문제도 있으나 
학자들의 탐구정신만은 의심할 바 없이 높이 살 수 있다 
-지금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더
-정확한 번역어를 찾는 것은 다른 문화를 소화하고 접목하는 일이라고 할 때 영어 제국주의화가 심해진 현실은 소화 대신 그냥 일반통행인 듯하다  


후키자와 유키치의 독일학, 나카에 초민의 프랑스학, 가토 히로유키의 영국학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다가, 독일학이 헤게모니를 잡으며 제국주의가 번성할 수 있었다는 옮긴이의 지적도 새겨들을만
학문 부분에서의 이데올로기적 효과?
근대화와 번역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후발주자로서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 걸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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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사회적 상상, 경제 공론장 인민주권
찰스 테일러, 이상길 옮김, 이음, 2010
Charles Taylor, Modern Social Imaginaries, Duke University Press, 2004 


제목이 눈에 띄길래 집어 온 책
제목의 세 가지를 중심으로 근대성의 형성을 다룬다 


기본적으로 테일러는 '다원적 근대성'을 옹호한다
기술과 과학 등을 중심으로 근대화를 분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여기서는 서구의 근대화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그 내부에도 국가적 편차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한 가지 근대화를 부정한다

"근대성이 핵심이 사회의 도덕질서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라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라 하고
한 사상가에 의한 새로운 생각은 그가 만들어낸 '사회적 상상'을 거쳐-이는 이데올로기와는 다르다 사회 속에서의 반응을 포함한 것-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사회적 상상은 제도화와 함께 예전과 판이하게 다른 인식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한다 

경제, 공론장-국가와 대비되는 시민사회를 칭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인민주권은 근대화를 거치며 가장 크게 인식이 바뀌게 되는 세 가지 


번역도 괜찮고 내용도 흥미있는데 이상하게도 엄청나게 안 읽힌다
아마도, 내용이 압축적이라 그런듯 
세속적, 집단적 행위주체성, 사회적 상상 등 새로운 개념이 정의되고 논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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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Like a State: How Certain Schemes to Improve the Human Condition Have Failed
James C. Scott, Yale University, 1998 
제임스 스캇, 국가처럼 보기


읽는데 꽤 오래 걸린 책
몰랐는데 제임스 스캇은 농민의 도덕경제 책으로 유명한 인류학자란다


저개발국의 농업 대규모화 추구와 이를 위한 강제이주, 농업'전문가'들의 일률적인 처방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이 모더니즘-최대의 이익 추구를 위해 근대화를 현실에 완벽한 형태로 구현, 규격화, 과학화, 측정 등이 필수적임, 대표적으로는 수종을 한 가지로 통일한 삼림과학-에서 찾고 있다
하이 모더니즘은 (근대 이전부터) 국가와 지배자의 통제 강화에 유용한 것이었기에 추구되었다고 해석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농업집단화, 르 꼬르뷔지에의 브라질리아 건설 등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레닌과 사회주의에 관해서는 다소 의문
-르 꼬르뷔지에를 오랜만에 본 것은 반가왔음

브라질리아를 통해 하이 모더니즘을 이해해 보자면, 사람들의 공간은 도시 전체에서 구획되고, 동선은 매우 정교하게 계획된다
휑뎅그레한 광장을 비워놓은 도시의 모습은 비행기에서 보면 완벽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활동도 이루어지지 않는 죽은 공간으로 변모하고 사람들은 도시 외곽에 슬럼을 형성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완벽한 그리드 상의 계획은 촘촘하지만, 현실의 다양성과 상호작용은 담아내지 못하고 결국 실패

이를 농업에 적용하면, 
그전까지 오랜 세월 한 장소에서 경험을 통해 다양한 경작지에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국가의 계획은 정확히 토지를 구분해 할당하고, 토지 가까운데 주거를 만들며, 단작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기를 꾀한다 
한편 미국에서 시작된 단작-대규모 기계화와 화학화와 결합된-이 모델로써 설파
그러나 
이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
기존 농민들이 축적한 metis-연역적이지 않은, 경험에 의해 축적되어온 지혜, 대개 가정하는 것과 달리 유연하고 변화 가능하며, 사실상 이후 연구에 의해 과학적인 것으로 판명-는 무시되었고 강제이주로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농민들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결론적으로
전체주의 국가와 결합한 하이 모더니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점진적이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명령체계와 지방관료들의 사익 추구, 보여주기 식 행정 등이 개입되는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관한 분석이 정치하지는 않는듯
-이러한 행위가 전체주의에 의해 강화될 수는 있지만, 전체주의에만 내재한 것은 아니므로
 

근대 이후의 지식체계-과학적이며 공교육을 통해 전파되는 보편적 지식이 민주적인 것에 비해 metis는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권적이라는 지적은 흥미롭다 


앞 부분이 산만한데 비해 농업으로 넘어가서부터는 새겨볼 대목이 많아진다
아마도 본인의 전공 영역으로 들어가서 부터인듯
국제개발에서 언급되는 단작, 마을 만들기, autonomy 증진, 식량 안보 등의 맥락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 



++
다시 알고보니 정치학자란다
비교정치학자 중 하나-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정치학자는 아니지만
전체주의와 결합한 국가가 맞는지, 혹은 식민종주국과 결합한 국가가 맞는지 다시 읽어볼 필요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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