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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8 재무 책무성
  2. 2019.07.30 적색 개발주의
  3. 2019.07.30 괴이의 유래

재무 책무성

study/economics 2019. 9. 28. 17:58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 왔는가
르네상스부터 리먼사태까지 회계로 본 번영과 몰락의 세계사
제이컵 솔, 정해영 옮김, 메멘토, 2019
Jacob Soll, The Reckoning: financials accountability and the rise and fall of nations, 2014

상업계산과 복식부기의 발명과 상업적 계산정신의 확대와 경제구조에 미친 변화
손실과 이익을 정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회계감사 reckoning은 유용하지만, 
회계에 따르는 책무성의 부담은 회피하고 싶어하던 권력자는 이를 이용할 수도, 조작을 통해 자신의 이익만 챙길 수도 있다 
 
근대 이전의 불투명한 국가의 재무 책무성과 근대 이후의 기업의 재무 책무성을 다루므로 
영문 제목은 the rise and fall of nations
- 지금 국가는 too big to fail 해져 버린듯


회계와 부기, 재정은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상업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첫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VOC의 가공할 부의 축적에 기여했으나
재무보다 힘이 셌던 권력과 재무를 알았던 이들의 회계 조작까지 막지는 못 했고, 근대국가의 등장 이전까지 책무성은 제대로 자리잡지 못 했다고 

근대 이후의 기업 또한 국가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필연적으로 부패의 여지를 낳았고 
리먼 사태나 서브프라임모기지 등으로 이름과 방식만 바꿔 작은 여지를 불공정한 이윤 추구의 장으로 사용해 왔다
결과적으로는 구제금융의 이름으로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고

기업과 정부 모두가 책무성을 지니기는 힘들테며, 
권력을 통해서건 제도의 취약점을 통해서건 해결되지 않는 회계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남아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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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개발주의

study/others 2019. 7. 30. 21:02

러시아 혁명사 강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노자, 나무연필, 2017

박노자의 러시아 강의를 묶은 책이다 
강의를 묶은 것이므로 대중서 성격이나, 고민해 볼 질문을 던진다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유럽의 좌파-사회민주주의 정당, 아시아 좌파 정당의 간략한 역사를 서술하고 
후발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주의 실험이 결국 개발주의로 점철되었다고 밝힌다
토니 클리프의 <국가자본주의> 대신 <적색 개발주의>라 지칭하는 것은 국가 주도의 축적, 성장 과정에서도 비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더불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이윤 극대화가 아닌 '정치적 분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때문 
- 예컨대 경쟁이 양산하는 비효율성 최소화
- 노동자 간 경쟁의 최소화
- 사적 소비는 억제되나 문화적 소비 향유=소비의 대상 차이 
- 공동체의 유지

그러나, 혁명 이후의 국가에서는 (관료적) 이해관계가 중심이 되며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과 노동생산성 저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물론 개발주의 자체에 대한 옹호는 아니며, 소련 중국 북한이 그러했듯이 농업 잉여의 착취에 기반하긴 한다


굳이 따지면 박노자는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가 결국 개발독재로 회귀되고 만 점에 주목하므로 세계혁명을 염두에 둔 트로츠키주의에 가까운 듯하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라는 언명이 비자본주의적 개발의 특수함을 포착하지 못 한다고 보는듯
맑스 레닌 트로츠키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 또한 한계로 지적하고 
- 이건 당대가 낳은 naivity일 수 있음


여튼 대안적인 발전을 사고하는데 있어 적색 개발주의가 함의하는 바가 있다는 동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극대화된 개발 지상주의가 외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므로 - 비교정치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우리나라도 그나마 분배 문제가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할 지경이니

사회주의가 발전의 다른 방식이라는 주장은 베링턴 무어에서 비롯된 오래된 격언이긴 하지만
사회주의, 특히 북한이 보여주는 저성장에 대한 혐오는 다른 상상을 완전히 봉쇄하는 지점이 있어서 생각해 볼 대목
- 예전 붕괴 전 소련에서 유학한 누군가에게서도 소련의 장점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여기서도 레닌, 트로츠키의 혁명적 열정과 스탈린의 권력추구적 욕망을 대비시키고, 김일성은 스탈린보다도 더 극단화된 개인으로 평가되지만, 제도적 측면에서는 공통성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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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무당거미의 이치
철서의 우리
도불의 연회: 연회의 준비, 연회의 시말
백귀야행 음, 양
교고쿠 나츠히코, 2010-2017, 손안의책

교고쿠 나츠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 또는 '교고쿠도 시리즈' 
이마 이츠코의 백귀야행 만화도 있지만 '백귀야행 시리즈' 거의 전편이 만화화되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다
- 수많은 문헌을 인용하는 교고쿠도의 긴 요괴 탄생에 대한 설교(50-70쪽이라고)가 애니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궁금


대부분 1990년대 말에 첫 출간된 것이며
1950년대 일본 패전을 배경으로 고서점 주인이자 기도사 교고쿠도, 이상한 탐정 에노키즈, 안 팔리는 소설가 세기구치, 야쿠자 같은 형사 기바를 중심으로 여동생과 첫 사랑까지 포함해 계속 등장인물이 이어지는 터라 인물의 유래가 자주 헷갈린다
- 일본어 이름이 익숙치 않은 탓도 있다-일단 너무 길어서
- 게다가 백귀야행 음양은 피해자와 가해자 일부를 주인공으로 삼은 외전 격이라 

사건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산부인과의 살인사건 피해자 아빠(우무베의 여름)가 하코네 승려 살인사건의 목격자(철서의 우리)가 되고
눈알 및 교살 살인마 가해자(무당거미의 이치)가 마을 주민 집단살해 사건(도불의 연회)의 피해자가 되는 등으로 얽혀 있어 갈래를 잡아가기가 더 힘든듯도 
너무 방대한 양을 한꺼번에 읽어내려 간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위는 없다"는 게 기도사의 지론이며 

괴이를 배경으로 하는 데서 미쓰다 신조와 유사하지만
미쓰다 신조는 사건을 중심으로, 교고쿠 다츠히로는 배경이 된 괴이가 왜 처음 생겨나거나 해외에서 들어오고, 일본에서 변형을 겪는지에 좀더 초점이 있는듯 하다

한때(?) 국교로 지정되었던 신도와 메이지 시기 억압받은 불교, 밀교,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일본에는 800만 개의 신이 있다고 한다
결혼은 기독교식으로, 장례는 불교식으로, 생활은 신도의 영향 하에 한다는 얼핏 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종교관이 배경
- 게다가 현신인 천황까지 있었고, 천황은 패전 후 인간선언까지 함

교고쿠의 설교는 왜 요괴가 생겨났는가를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문헌까지 들어가며 기원을 밝히고 그 특징을 설명한다
인상적인 것은 토착인과 외지인의 갈등-전통적 습성과 기술을 지닌 사람들 간의 갈등 과정에서 요괴 탄생을 찾는 것
요괴가 있기 때문에 요괴나 괴이에 대한 공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적인 공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요괴의 이름과 특징이 주어지고,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을 요괴로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예컨대 모계전통이 지속되어 여성 중심의 데릴사위, 우수정자의 자발적 선택이 외부-서양의 '남성중심적 시각'에서는 매춘과 강간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비윤리적 성으로 지탄받았고, 이에 대한 저항이 존재했으며(무당거미의 이치)
- 기술을 갖고 일하던 집단이 모시던 신의 이름이 나중에 와서는 몇몇 마을에서만 전해지는 요괴로 자리잡거나
- 공동체가 아닌 이인이기 때문에 역병이라거나, 더러운 것으로 여겨져 배척받는다(도불의 연회)

교고쿠의 '기도의식'은 요괴를 퇴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집착해서 생겨난 미망을 일깨우는 것이 주요하다
동원되는 과학과 이성도 '관찰자가 관찰현상을 결정한다'는 양자역학에다 물리학에다, 뇌와 신경, 종교와 심리학까지 넘나들어 방대하기 짝이 없다

 

일본 또한 위로부터의 근대화가 강압적으로 이루어지고, 근대화에 영향 받지 않은 지역이 남아 있었고
게다가 전일본 총동원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집단적 광기'의 그림자가 남아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므로 '근대적으로' 괴이를 
- 교고쿠 나츠히코는 전후 50년 이후의 사람이지만, 중간중간 전쟁의 광기에 대한 언급을 보면 반전주의자인 것 같다 
- <망량의 상자>부터 <도불의 연회>를 전체를 조종하는 것 또한 일본군의 실험-물리적 군대 만들기와 심리적 전투의지 무력화-에서 spin-off 된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지극히 일본적인-사실 요괴 이름의 대부분도, 후지나 하코네 등 자연에 대한 묘사도 그려지지 않는 터라- 소재와 배경으로 범죄사건을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돈에 대한 탐욕, 가족에 대한 애증, 강제 결혼 등의 다른 이유도 있으나
신과 영, 혼과 백까지 자연과 사물에 깃든 무언가를 상정하는 것이 일본적 사고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공감하지 못 하는 지점도 많고, 교고쿠의 장광설도 휙휙 넘어가게 되지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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