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드'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5.02.14 균열되는 사회
  2. 2015.02.12 우울증 걸린 형사
  3. 2015.02.08 형사 월랜더 발렌데르

한여름의 살인 1,2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1

Henning Mankell, Steget Efter, 1997; One Step Behind, 2001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 다섯번째 책

영문으로는 One Step Behind, 영드 에피소드 제목도 동일하다



bbc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차이가 난다 

등장인물 몇 명과 링크의 단계를 없애면서 

살인의 동기가 사랑받지 못한 삼각관계, 타인의 비밀을 훔쳐보고자 하는 사이코패스적 충동이, 드라마의 주제가 친구, 현대인의 고독, 동료애 정도가 되는 반면 

-게다가 딸 린다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서 <하얀 암사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만다

똑같이 인정받지 못 한 사람을 다루지만 소설의 주제는 사회에서 불필요해진 사람의 소외, 타인의 행복을 인정할 수 없는/증오하는 이, 균열된 사회 자체가 주제가 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먼저 일자리를 잃고, 다음에는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유대나 가치를 갖지 못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린 인간 존재>의 사회에 대한 복수로서의 범죄


그는 사회가 더욱 각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감정 외에는 물려받을 것이 없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것이다

...

국민은 두 계층으로 크게 분열되어 있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들로 

...

모든 것이 더 가혹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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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2

Henning Mankell, Den Vita Lejoininnan, 1993; The White Lioness, 1998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이 임박한 1992년 만델라 석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

만켈의 3번째 월랜더 시리즈라고 한다 



실제 있을 법한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 끔찍한 소설이긴 하다

백인들의 우월적 지휘를 보장받기 위해 흑인 킬러를 고용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우호적인 영국인 지역인 케이프타운에서 만델라 암살을 꾀하고

소련 붕괴 이후 갈곳을 잃은 전직 KGB 요인이 출입국이 자유로운 스웨덴에서 킬러를 훈련시킨다 

백인인 클레멘트? 대통령은 만델라와 우호적이지만 대통령마저 도청당하고, 군 및 정보기관의 네덜란드계 보어인은 공공연히 국가전복 음모를 추진한다


월랜더/발렌데르는 스웨덴에서 이 음모에 휩싸이고 오로지 끈질김맞으로 거의 전모를 밝히지만

남아공 흑인 킬러의 현실 인식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어하고

딸까지 납치당한 냉혹한 음모 속에서 1명을 사살하고, 1명이 불에 타 죽게 만들고, 딸의 탈출을 돕느라 1명이 살해당한 현실에서 우울증에서 무기한 병가 신세다 

내내 잘 이해되는 듯하던 월랜더는 가족과의 관계, 업무상 목격하는 폭력과 잔혹함 속에서 늘 우울한 감정, 침울함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만켈은 <한 발은 스웨덴의 눈에, 다른 한 발은 아프리카의 모래에 담그>고 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모잠비크에 살면서 연출가 일을 한다고 한다 

폭력과 증오를 보여주면서도 인간애에 대한 믿음, 꺾이지 않는 정신 같은 것을 함께 말한다 

KGB 요원을 돕지만 월랜더 딸의 탈출을 돕는 러시아인 타냐, 보어인의 음모를 가까스로 저지하면서 스스로 아프리카인임을 자각하는 남아공의 백인 검사 게오르그, 백인의 횡포에 스스로를 내던진 듯하던 흑인 킬러의 주술적 되뇌임과 흑인 정부 미린다의 배신 등

현실의 핍박함에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 같은 것들

그리고 일격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암사자>라는 모티브까지

-마지막 장은 살짝 전율마저


bbc는 올해 월랜더 마지막 시즌으로 <하얀 암사자>와 <불안한 남자>를 3편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각각 딸과 아버지, 딸 손녀와 사위 사돈들에 얽힌 이야기다 

아버지의 결혼, 딸의 납치에 직면한 월랜더라는 인간을 드러내기에 적절해 보이는 구성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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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남자

헨닝 망켈, 신견식 옮김, 곰, 2013

Henning Mankell, Den Oroliage Mannen, 2009


영드 <월랜더> 원작이자 발렌데르 형사 시리즈 마지막 권

헨닝 망켈은 스티그 라르손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적 추리소설가란다 



월랜더 주인공인 케네스 브레너는 항상 뚱하고 피곤하고 오락가락 자신의 생각-주로 사회적 생각에 고민하지만

마지막 시리즈인 이 책의 발렌데르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예순을 앞둔 스스로에 대한 자각-건망증, 땀에 절어 깨어나고, 한때 사랑했던 이가 암에 걸려 찾아오고-이 드라마 통해 드러났던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드러난다


발렌데르는 일 외에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고 외로운 사람이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관찰하는 느낌이다

항상 고집을 세우고 싸우지만 가끔 연락하는 딸 린다와 새로 태어난 손녀 클라라가 웃게 하는 존재

-아주 나중에, 혹은 지금 나도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감정이입이 된다

늙고 예민한 신경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발렌데르에 대한 표현이 그가 마주친 사건과 맞물려 나타나는 게 특징적


소련 스파이로 의심받는 할머니와, 이를 그렇게 조작한 미국 스파이 할아버지의 이야기지만 

60-70년대의 반소 분위기와 중립국이지만 미국에 영공을 내준 스웨덴의 국제정치 입장이, 이에 대한 자기 아버지의 인식과 살아가는 데만 집중했던 다음 세대의 차이도 

-이를 깨닫는 순간 발렌데르는 항상 사이가 안 좋았던 이미 고인이 된 본인의 아버지와 화해하는 듯하다

-투표하지 않았다고 엄청난 질책을 받고, 미국을 언급했던 아버지의 말이 사건의 열쇠가 되듯

이런 지점이 아마도 <사회파>라는 이름을 얻게 된 배경

찾아보니 헤닝 망켈은 현실정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곤 한단다

http://henningmankell.com/


감정과 회고, 정서에 대한 글이 많아 

잿빛 화면과 케네스 브레너의 연기가 잘 어우러졌던 잘 만든 영드 <왈랜더>와도 다른 책의 매력이 있는듯



발렌데르는 더 낮은 세금을 내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 말고는 다른 관심이 없었다

...

지난 가을에는 위스타드 도서관에 가서 몇 차례 전후 스웨덴 역사 관련 서적들을 빌려 왔다 

스웨덴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토에 가입해야 하느냐 따위를 다루는 정치 쟁점에 관해서도 모두 읽었다

청년기에 이러한 논쟁들 가운데 일부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연관된 기억은 없었다

마치 유리알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쿠르트 발렌데르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글은 이 책이 마지막이라 중간중간 예전 사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을 정면을 마주친 사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형사를 그만둘까 고민한 사건

라트비아에 가서 국내정치에 휩싸인 사건 속에서 만난 인생에서 두 번째 사랑을 만난 사건

몇몇은 영드 <월랜더>에서 이미 마주한 풍경들이다


쿠르트 이후에는 린다 발렌데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이 예민하고 늙은, 늘 피곤한 아저씨 만큼 애정이 갈 꺼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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