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1.13 말과 언어, 번역
  2. 2015.08.13 음식 관련 단어의 역사
  3. 2009.10.15 불평등한 세계의 기원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사계절, 2017 


다음사전을 만들고 있는? 만들었던? 정철의 인터뷰집 

사전을 만들고 출판하고 판매했던 이들을 성실하게 담았다 

원래는 저자가 광고 만드는 정철인 줄 알았다



겨레말큰사전 조재수 위원장, 브리태니커 장경식 대표, 고대 사전편찬부 도원영 박사, 금성 사전팀장 안상순, 민중서림 편집부장 김정남, 헤이칸슈 류사와 다케시 등

백과사전, 어학사전을 만들었던 이들의 경험과 기록, 그들이 사전을 만들면서 했던 고민, 

웹사전으로 넘어오면서 필자가 했던 고민이 함께 어우러진다 


표제어를 선정하고, 책의 구성을 잡고, 내용을 채우고 

어떻게 말과 언어의 변화를 담을지 개정을 고민하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해 온 전문가들의 얘기라 

경험과 내공에서 나오는, 

게다가 그저 학문으로서 보는 게 아닌, 생산자로서 경험한 목소리라 힘이 있다 


말과 단어, 문법 역시 시대의 산물이라 이러저러한 변화 속에 저물고 새로 태어나기도 하는데 어학사전은 이걸 어떻게 담아낼지 
원어민이 이해하는 영영사전과 한국인이 이해하는 영영사전의 해설을 어떻게 달라야 할지 
wiki가 없던 시절의 백과사전은 세계를 보는 창이자 교양 역할을 했기에 인문학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이었는데 최근의 웹사전은 어떠한지, 대중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로 삼아야 할지 등등

고민을 계속하고, 일정 시기에는 결단을 내리고-출판을 해야 하므로!
계속해서 갱신 또는 개정하는 작업을 해 왔는데, 지금 시기에는 그러한 권위를 가진 사전은 불필요하다고
-대신 표제어의 수, 항목의 수에 대한 숫자 경쟁이 되었다고
-네이버 백과를 생각해 보라 이건 두산백과를 베이스로 한단다

일본어 번역을 통해 유입된 영어 번역에 대한 소회와 평가,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영어화가 가속화되는 현 시대에 대한 고민도
-최근 영화 포스터 제목을 아무런 고민도 없이 소리나는 대로 적어버리는 것은 마음에 안듦


그렇기에 정철이 인터뷰한 이들은 <최후의 사전 편찬자>라는 타이틀이 적절하다 

고민이 중단되고, 경험 속에서 판단되지 못 하게 된 것은 아쉽다 

정철 역시도 사전 편찬과 관련한 여러 논점에서 웹을 이해하고 만지는 사람으로서 자기 주장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성실한 인터뷰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듯



말과 글에 대한 인터뷰이들의 말 중에 기록해 둘만한 게 많았는데 전자책 대출 만기일이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다음부터는 미리 기록해 둘 것

<샘이 깊은 물>을 만들었던 브리태니커 한사장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여기도 나와서 반가운 기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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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이쓴 인문학

댄 주래프스키, 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2015

Dan Jurafsky, The Language of Food: A Linguist Reads the Menu, 2014


쉐프들이 유행이라 덩달아 음식 관련해서 인기를 얻는 듯한 책

스탠포드대에서 인기 있었던 언어학 강의란다



메뉴판에 적힌 글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

메뉴 중 선택권이 많을수록-하는 음식이 많을수록 가격이 싸진다던가

과자 포장지에 적힌 글자 중 <자연, 유기농, 직접> 등이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가의 얘기는 흥미롭지만

사실 책 뒤편에 다 적혀있는 얘기라

크게 재미있지 않고 지루한 편


주래프스키의 주 관심사는 어떤 언어/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고 아니면 아예 다른 뜻으로 바뀌는 부분인듯하다

케첩이 원래 중국어로 생선소스를 의미하다가 여러 나라로 퍼져가고 토마토 케첩이 주류가 되었다는 거나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절에 중국 요리기법이 유럽, 미국으로 왔다던가 아라비아반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 유래된 음식이 많다는 정도는 재미있지만

복잡한 전파경로를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읽기에는 나쁘다

구체적으로 언어학과 만나는 부분은 인터넷 음식점 평가에 부정적인 묘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묘사는 일반적으로 한다는 정도

-정확한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음



동서양의 교류, 음식 언어의 변화 등을 상호 교류와 혁신, 상대에 대한 인정과 연결하는 끝맺음은 나쁘지 않지만

상호 교류 내용이 너무 느슨해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혹은 한 권에 담기에는 너무 방대할 수도

양적 방법을 통해 글자 수와 가격, 광고에 사용된 표현과 가격의 관계를 추적한 것은 재미있음-숫자가 마냥 딱딱한 것에만 쓰이는 건 아니기에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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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사, 1998


조류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뉴질랜드 원주민 추정-의 정치가의 질문에 부닥친다
왜, 우리와 달리 서구는 상품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유리한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써 필자는 인류학과 생태학, 지리학 등을 총합하여 1만 3천년의 인류와 대륙간 역사를 탐험한 이후 결론을 내놓는다
현재 인간문명, 혹은 발전의 차이는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미국에서 발간된 책은
일반적인 서구의 시각-원주민은 지적으로 열등한 반면 서구인은 우월하다- 는 시각을 뒤집어 놓는데
이는 원주민, 혹은 저개발국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된다는 '윤리적'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사실 이런 윤리를 전적으로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왜냐하면, 서구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환경이라는 우연적인 요소이기 때문


아주 짧게 요약하면
특정한 지역에서 식량생산이 가능해진 경우 유목형 생활방식이 정주형으로 바뀌고, 인구의 조밀화가 행해지면서 다양한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이러한 발전이 환경의 우연적 영향으로 효과적으로 전파되는 경우 급속한 발전이 가능하다

식량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은 그 지역의 생태적 환경에 따라 결정이 되며,
효과적인 전파 역시 대륙의 형태가 동서냐, 남북이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현재 유라시아, 특히 유럽의 급속한 근대화와 발전은 이러한 환경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제목의 총은 무기-스페인의 피사로가 효과적으로 잉카를 제압한 이유- 가 발전하게 되는 경향을 다루고
균-정주형 생산방식이 가축화를 시행하는 경우, 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균은 외부균의 침입에 취야한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초토화시킴
가축화가 가능해진 것은 그 지역의 기술 발전의 영향도 있지만, 내생적인 동물종의 영향도 있음
쇠-기술발전을 포함하여, 석기를 넘어 기술중심적 사회로 발전하는 경우 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외에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서로 다른 자원을 가진 특정부족의 흥성과 쇠퇴, 언어의 발견과 발전
-언어는 사실상 메소포타미아에서 먼저 발생했으나,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발전이 저해됨
-언어의 발전은 중앙집권화를 강화하고, 지식의 축적을 통해 서구는 식민지배를 용이하게 함
-인쇄술 역시 마찬가지, 우리의 직지심경이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기술진보에 있어서 미약했던 것은 독일이 그를 더 강하게 필요로 했기 때문
-즉, '필요는 발견의 이유'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서구의 역사 뿐만 아니라, 문명이 발생했던 삼각지-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중국 황하-를 포함해 환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도서지역과 아프리카의 정치경제학까지 다루고 있기에 매우 흥미로움

역설적인 것 중의 하나는 중국의 과도한(?) 중앙집권화가 유럽의 과도한(?) 분열 -이 부분은 민족주의와도 연관이 됨
과 달리 문명과 기술의 전파를 저해했다는 대목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다른 문명과 문화에 대해서 다름을 강조할 뿐이긴 하지만, 현재의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서구의 비판은 그들의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대목이기도

오래된 미래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와, 많은 자부심을 주는 책이다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과학적인 이유와 더불어-환경이 그러하듯이 내가 이 대륙에 태어난 이유 역시 매우 우연적이므로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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