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5.02.15 내면의 방화벽
  2. 2015.02.12 우울증 걸린 형사
  3. 2015.02.08 형사 월랜더 발렌데르

방화벽 1,2

헤닝 만켈, 좋은책만들기, 2004

Henning Mankell, Brandvägg, 1998; Firewall, 2002


발렌데르 시리즈 8번째 책

우리말로 번역된 것 중에서는 마지막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물리적인 화재 방지벽을 생각했으나 사회의 취약함에 주목해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금융 시스템을 다룬 거다 

영드 통해서 내용을 알고 있어서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리고 발란데르는 너무 직관에 의존해서 수사한다 뭔가 감각이 오지만,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컴퓨터를 쓸 줄도 모르고, 살인에 냉담한 10대 소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사내정치를 통해 승진을 노리는 사람에게 분노하고, 경찰일을 계속 하겠지만 왜 하고 싶은지를 모르고

-이건 대부분의 40대 이상이 마찬가지일듯

그래서 우울하지만

딸인 린다가 경찰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발란더-독일어판에서 번역해서 그런지 월랜더도, 발렌데르도 아니다-는 살아가는 데 다시 되돌아온 느낌이다 

-몬가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듯 이 책에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90년대 말의 스웨덴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배우지 못 하고,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다음 세대-정확히는 10대에 대한 말은 어쩌면 우리사회 역시 앞두고 있을 수도

사회의 균열과 틈은 이미 겪고 있지만, 냉담한 폭력은 아직까지는 없지만


발렌데르 시리즈 중 번역 안 된 것은 <얼굴 없는 살인자> <리가의 개들> <가짜 흔적> <피라미드>다 

내용은 알고 있지만, 번역되면 좋겠다 

특히 9번째 소설 <피라미드>는 더욱 

처음부터 그랬지만 힘겨워하고 침울해가고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알지 못해 가는 과정에 놓인 책이니까

Posted by 없음!
,

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2

Henning Mankell, Den Vita Lejoininnan, 1993; The White Lioness, 1998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이 임박한 1992년 만델라 석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

만켈의 3번째 월랜더 시리즈라고 한다 



실제 있을 법한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 끔찍한 소설이긴 하다

백인들의 우월적 지휘를 보장받기 위해 흑인 킬러를 고용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우호적인 영국인 지역인 케이프타운에서 만델라 암살을 꾀하고

소련 붕괴 이후 갈곳을 잃은 전직 KGB 요인이 출입국이 자유로운 스웨덴에서 킬러를 훈련시킨다 

백인인 클레멘트? 대통령은 만델라와 우호적이지만 대통령마저 도청당하고, 군 및 정보기관의 네덜란드계 보어인은 공공연히 국가전복 음모를 추진한다


월랜더/발렌데르는 스웨덴에서 이 음모에 휩싸이고 오로지 끈질김맞으로 거의 전모를 밝히지만

남아공 흑인 킬러의 현실 인식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어하고

딸까지 납치당한 냉혹한 음모 속에서 1명을 사살하고, 1명이 불에 타 죽게 만들고, 딸의 탈출을 돕느라 1명이 살해당한 현실에서 우울증에서 무기한 병가 신세다 

내내 잘 이해되는 듯하던 월랜더는 가족과의 관계, 업무상 목격하는 폭력과 잔혹함 속에서 늘 우울한 감정, 침울함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만켈은 <한 발은 스웨덴의 눈에, 다른 한 발은 아프리카의 모래에 담그>고 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모잠비크에 살면서 연출가 일을 한다고 한다 

폭력과 증오를 보여주면서도 인간애에 대한 믿음, 꺾이지 않는 정신 같은 것을 함께 말한다 

KGB 요원을 돕지만 월랜더 딸의 탈출을 돕는 러시아인 타냐, 보어인의 음모를 가까스로 저지하면서 스스로 아프리카인임을 자각하는 남아공의 백인 검사 게오르그, 백인의 횡포에 스스로를 내던진 듯하던 흑인 킬러의 주술적 되뇌임과 흑인 정부 미린다의 배신 등

현실의 핍박함에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 같은 것들

그리고 일격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암사자>라는 모티브까지

-마지막 장은 살짝 전율마저


bbc는 올해 월랜더 마지막 시즌으로 <하얀 암사자>와 <불안한 남자>를 3편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각각 딸과 아버지, 딸 손녀와 사위 사돈들에 얽힌 이야기다 

아버지의 결혼, 딸의 납치에 직면한 월랜더라는 인간을 드러내기에 적절해 보이는 구성이라 기대된다

Posted by 없음!
,

불안한 남자

헨닝 망켈, 신견식 옮김, 곰, 2013

Henning Mankell, Den Oroliage Mannen, 2009


영드 <월랜더> 원작이자 발렌데르 형사 시리즈 마지막 권

헨닝 망켈은 스티그 라르손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적 추리소설가란다 



월랜더 주인공인 케네스 브레너는 항상 뚱하고 피곤하고 오락가락 자신의 생각-주로 사회적 생각에 고민하지만

마지막 시리즈인 이 책의 발렌데르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예순을 앞둔 스스로에 대한 자각-건망증, 땀에 절어 깨어나고, 한때 사랑했던 이가 암에 걸려 찾아오고-이 드라마 통해 드러났던 것보다 훨씬 예민하게 드러난다


발렌데르는 일 외에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고 외로운 사람이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관찰하는 느낌이다

항상 고집을 세우고 싸우지만 가끔 연락하는 딸 린다와 새로 태어난 손녀 클라라가 웃게 하는 존재

-아주 나중에, 혹은 지금 나도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감정이입이 된다

늙고 예민한 신경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발렌데르에 대한 표현이 그가 마주친 사건과 맞물려 나타나는 게 특징적


소련 스파이로 의심받는 할머니와, 이를 그렇게 조작한 미국 스파이 할아버지의 이야기지만 

60-70년대의 반소 분위기와 중립국이지만 미국에 영공을 내준 스웨덴의 국제정치 입장이, 이에 대한 자기 아버지의 인식과 살아가는 데만 집중했던 다음 세대의 차이도 

-이를 깨닫는 순간 발렌데르는 항상 사이가 안 좋았던 이미 고인이 된 본인의 아버지와 화해하는 듯하다

-투표하지 않았다고 엄청난 질책을 받고, 미국을 언급했던 아버지의 말이 사건의 열쇠가 되듯

이런 지점이 아마도 <사회파>라는 이름을 얻게 된 배경

찾아보니 헤닝 망켈은 현실정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곤 한단다

http://henningmankell.com/


감정과 회고, 정서에 대한 글이 많아 

잿빛 화면과 케네스 브레너의 연기가 잘 어우러졌던 잘 만든 영드 <왈랜더>와도 다른 책의 매력이 있는듯



발렌데르는 더 낮은 세금을 내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 말고는 다른 관심이 없었다

...

지난 가을에는 위스타드 도서관에 가서 몇 차례 전후 스웨덴 역사 관련 서적들을 빌려 왔다 

스웨덴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토에 가입해야 하느냐 따위를 다루는 정치 쟁점에 관해서도 모두 읽었다

청년기에 이러한 논쟁들 가운데 일부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연관된 기억은 없었다

마치 유리알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쿠르트 발렌데르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글은 이 책이 마지막이라 중간중간 예전 사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을 정면을 마주친 사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고 형사를 그만둘까 고민한 사건

라트비아에 가서 국내정치에 휩싸인 사건 속에서 만난 인생에서 두 번째 사랑을 만난 사건

몇몇은 영드 <월랜더>에서 이미 마주한 풍경들이다


쿠르트 이후에는 린다 발렌데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이 예민하고 늙은, 늘 피곤한 아저씨 만큼 애정이 갈 꺼 같지는 않다


Posted by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