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1.15 약자의 무기
  2. 2014.12.22 세상을 바꿔 온 쿨함
  3. 2008.10.05 강의석과 진보진영 1

약자의 무기

study/development 2015. 1. 15. 18:45

Weapons of the Weak

Everyday Forms of Peasant Resistance

James C. Scott, Yale University Press, 1985


왜 읽으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헤게모니, 해석, 계급, 구조 등 여러 지점에서 현재 읽는 것과 맞닿은 책


농민의 도덕경제 분석으로 유명한 스코트는 이후 79-80년 14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의 70여 명 규모 농촌마을에 머물며 이 책을 작성했다고



왜 농민 저항을 찾아보기 힘든가? 지배 이데올로기/헤게모니에 포박된 것인가 허위의식 때문인가? 정도가 질문

이에 대한 대답은 소극적 저항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며

행동이 아닌 <의식> 수준에서 헤게모니를 판단하면 포박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

-이를 통해 맑시즘의 경제결정론을 비판하고-보완일수도, 계급 및 물질적 조건을 분석한 기반 위기에,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수정한다


매우 길고 자세한 70여 명 농촌마을 주민 전부의 소득, 농지 등을 조사하고 이를 상세히 분석한 데 더해

콤바인 도입, 기계화 속에서 마을 내 빈곤층이 토지임대, 노동력 등을 잃는 상황 전후를 살펴본다 

fieldwork 기간 동안 대화, 언급 속에서 각 계급에 따라 자신 및 마을 상황을 설명하는 <해석> 속에서 빈곤층과 부유층의 차이를 발견하고, 

-계급에 대한 인식

각각이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도덕/규범을 재정의, 재해석한다고 발견한다

-물질적 조건이 <해석>을 통해 인식되고, 행동에 영향

예컨대 부유층은 빈곤층이 게으르고, 도둑질하는 이들이라 프레이밍하고, 빈곤층은 부유층이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욕심많고 자비심 없다고 비판한다 

빈곤층은 부자들을 비판, 욕하고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모심기 등을 미루고, 부자를 마을에서 아는 척 하지 않고 축제를 열어도 참가하지 않는 식으로 일상에서 저항한다 


자신들의 물질적 조건이 부유층과의 계약-노동력, 임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저항은 소극적이고, 전체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꾸지 못 하지만

이들이 허위의식에 사로잡혔다거나 현실을 모른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

특히 빈곤층은 바뀐 현실이 자신에 대한 존중-동등한 주체로서의 대접을 없애버렸기에 특히 분노한다고

또한 부유층이든 빈곤층이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존 규범/도덕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 주목



그람시의 헤게모니는 의식이 주입되고 혁명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스코트의 헤게모니는 혁명이나 물리적 저항은 없다라도, 지배적 의식 역시 정당성을 얻어야 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주입되지 못 한다는 점을 지적

또한 사회운동에서 주체들이 특정 의식을 보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세계관/질서 내에서의 위반에 분노하기 때문이라는 이론 논박도 중요

-글이 쓰여진 80년대 중반이 어떤 배경인지 모르겠으나 수동적, 전통적 농민을 단순히 비판하지 않고 보다 상세히 살펴 그들의 가능성을 살핀다는 점에서 기존 생각에 균열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듯?



일정한 사회경제적 조건, 특히 계급적 조건을 전제로 그 내부의 저항과 일탈, 해석과 의식을 상세히 분석하는 동시에

기존 이론을 논박하고 보다 정교하게 한다는 데서 매우 뛰어난듯

농촌의 계급을 농지 보유 여부로 조작화하고, 다른 여러 가지 설명을 하나씩 논박해가는 과정도 

근대화 과정에서 현실의 동학을 추적하는 데 사용해 볼만


그러나 스스로도 밝히듯 이러한 일상의 저항은 특히 농촌처럼 집단행동이 조직화되기 힘든 곳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슬픈 현실

다만 불가피성이 곧 정당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유의미-결국 문제는 행위자의 해석일 수?? 

톰슨의 도덕경제 책은 읽지 못 했지만 북한에 도덕경제를 대입하는 연구들은 해석의 문제를 도외시한 것??



++

EP 톰슨의 도덕경제는 <가부장적 권위와 대중 paternalist authority and the crowd> 간의 균형의 문제라 한다

중앙이 사회질서 및 헤게모니 유지의 비용을 지불하는 일종의 사회적 협상으로 표현된다

여기에는 비화폐적인 상품이 관련되며, 단순한 관습 전통 비시장 교환보다는 보다 정치적인 것을 의미한다


스콧의 글에서 생존경제와 생존윤리, risk-averse를 강조하는 경제적 측면과 연결된다면-일상 경제활동의 mentality

도덕경제 틀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다만 분석단위를 상당히 좁힐 필요

-선물의 동학이 작용하는 부분과 생존의 동학이 작용하는 부분을 구분


Gotz, 2015,  ‘Moral economy’: its conceptual history and analytical prospects, Journal of Global Ethics, 11:2, 147-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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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RHK, 2012

Tina Rosenberg, Join the Club: How Peer Pressure Can Transform the World, 2011


몇 달 전 아는 선배한테 선물받은 책

계속 미뤄두다가 방학 즈음에야 겨우 꺼내든 책



뉴욕타임즈 기자인 저자는 기본적으로 남아공, 인도 달릿 거주지, 세르비아, 미국의 다양한 주에서 시도된 변화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다룬다 

10대 금연, 기초 공중보건, 교회 내 영적 발전, 밀로셰비치 타도라는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노력들이 만나는 곳을

-이 노력 모두는 성공한 사례다 

또래압력-개인적으로는 평판에 가깝다고 본다-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으로 범주화한다 

잠깐 언급하기는 하지만 또래라는 것 때문에 사회적자본이 가장 밀집되어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10대 금연, 밀로셰비치 타도를 위한 오르토프 두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변화가 <가능하다>고 자신감과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10대 금연의 이유가 건강이 아니라 <담배회사에 저항하는 쿨한 10대>로, 밀로셰비치에 대한 저항은 야당 지도자의 지루한 연설이 아니라 당국을 조롱하는 거리공연으로 만들어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는, fashionable하다는, 자신의 삶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또래가 그 일에 참여하는 일은 더욱 비슷한 생각을 퍼뜨리게 되었다고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이나, 00년대 중고등학생의 촛불시위 참여 등은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오르토프의 리더들이 이후 경험한 것처럼, 그리고 00년대 촛불시위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이 또래 속에 섞여들지 못 하고, 스스로 좌절하게 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지속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기도 


또래압력 peer pressure 통한 행동 착수, 이 과정에서 사회적 치유책 social care의 경험

역량강화 그리고

10,20대의 또래나 교회 집단의 소모인 공동체가 가져다 준 변화를 보면 경제학적 인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동기 부여와 쿨함의 전파, 진지하기만 한국의 운동진영에 가장 필요한 거는 이런 것일 수도 

계속 안 된 거긴 하지만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한번도 운동이 쿨한 적이 없는 이 동네에서 그런 생각을 해 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가능할 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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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는 여기

가뭄에 콩 나듯이 들어가보는 오마이뉴스에서 때아닌 논쟁이 한창이더라
국군의 날 강의석 시위 때문에 그런 모양인데, 그 '사건'이 던지는 여러가지 시사점에 비해서 논쟁의 수준은 별로 높지 않은 것 같더라
알몸을 내보인게 기분 나빴다는 글까지 올라오는 정도니

문제의 핵심은 한 가지로 보이는데, 순수한 의미(?)의 정치운동과 이벤트적 정치운동이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일다
순수한 의미의 정치운동이 함께 하는 사람들과 운동의 의미를 공감하게 만들고 나아가 함께 행동에 동참하게 만드는 지난한 과정인 반면 이벤트적 정치운동은 우선 운동의 의미를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포장해 내는데 집중해 있다고 갠적으로는 생각한다

강의석의 경우, 고딩 때의 단식과 이후 몇 번 언론을 타서 그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상상력이 풍부한 강점을 갖고 있는듯-사실 토크쇼 택시에 나온 것은 어이없었지만
진보진영에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정도의 언론플레이어라도 있다는 것은 좋은 거 같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개인적' 행위를 '사회화'시키는 방식에 매우 서툰 것 같다
아니,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지도 모른다
평화운동가들이랑 어긋나게 되버린 얘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에 고민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알몸시위 직후 부근의 평화활동가들이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서 왜 이런 시위를 기획했나, 국군 징병제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언론에 보내고-받을지는 의문이지만- 논의를 확장시키는 방법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위 기사의 문제제기는 매우 적절하다-전혀 안 구체적인 구호를 내건다는

이 대목에서는 활동가, 자유로운 개인을 언론이 다루는 방식에 대한 '남쪽으로 튀어'가 생각남

그런데 강의석은 그런 것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적어도 언론이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언론플레이'의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그의 이벤트는 점점 더 자극적인 것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이슈가 없을 때 기사를 받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그냥 소비되는 거지모 -강의석 이름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잘 모르겟지만 어쨋든 똑똑한 양반 같으니까

게다가 강의석이 스스로를 활동가로 규정하고 있다면, 다른 방식을 택하는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고민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맞는듯하다
지금 내용은 내 방식이 안 맞냐? 내 방식 동의하는 사람하고만 할래 하는 정도의 나이브함이라 할까
특히 '택시'에서 한 자기행위의 포장방식은 정말로 언론노출증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
권투건, 호스트건 "하고 싶어서 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는 내용을 단순히 다뤄준 것-그 인터뷰에서는 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군대반대 활동에 대한 말은 또 없었던듯해서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이왕에 인터뷰 섭외됐음 활동이라도 좀 하던지


한편으로 이른바 활동가 집단에는 언론을 통해 주목받을 수 있는 '소통'과 '이슈화'의 방식을 좀더 생각해 볼 수 있을듯하다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물론 올해 60주년을 맞는 '국군의 날'이 군대 문제를 이슈화하는 공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군대 문제는 이슈화하기 넘 어려운 것들이라서리

흑, 양비론이 되어 버렸다 -_-;;
뒤에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 고민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사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는 아닌데 -_-;; 일이 손에 안 잡혀서리

여튼 결론은 그런 거다
활동가 강의석은 개인 강의석이 아니다, 고로 더 전략적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도, 그 주변의 활동가들도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가 진보진영과 활동가 사이에서 의미를 갖는 방식이 많아지면 하는 생각은 드는데, 그냥 생각난 위에 것 말고는 방법을 영 모르긴 하겠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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