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6.08.09 신화가 된 아파트
  2. 2016.03.09 단지의 비극
  3. 2015.09.08 평양이라는 도시

아파트 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박해천, 휴머니스트, 2013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쓴 저자의 다른 책

<콘유 3부작>이라고 다른 책도 한 권 더 있다



예의 그 책처럼 유려한 글쓰기

이전 책이 아파트 내부의 풍경, 인테리어 등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것에 반해

이번 책은 아파트 사고팔기라는 행위에만 초점

부제는 아파트 사고팔기와 관계된 매우 복합한, 산수가 아닌 수학을 해야만 중산층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산층-안정적 노후와 자녀 교육 책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그간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의 몇 배를 상회하기에, 단순한 산수-덧셈뺄셈 갖고는 빚 없이 내 집 한 칸+자녀에게 물려줄 집 한 칸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


몇 부로 나뉘어져서 글의 화자가 변화하는데,

예상컨대 박해천과 가장 가까운 화자는 K로 여전히 가슴 한 켠 <진정성>에 대한 화두를 갖고 있으되

2천년대 초반 집값 폭등을 가져온 노무현 정권에 대한 냉소가 같이 자리잡고 있다

- 안철수 현상을 진정성에 대한 향수로 해석하는 것은 흥미로움

- 40대, 어쩌면 50대 초반의 세대가 이른바 새정치에 더 열광했던 것은 같은 이유일 수도

K는 화두를 현실화하는 대신 냉소로 귀결되었고 대출로 분양, 재건축 수학을 성공적으로 2차례 풀었다


책의 마지막은 집이 아닌 방을 말한다-구로 벌집방, 고시촌, 원룸으로 이어지는 큐브가 화자

결국 뼈빠지게 임금노동 해 봤자

지금의 하우스푸어가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것도 청년이 방이 아닌 집을 희망하는 것도 여전히 난망한 현실이라 큐브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대물림되는 집과 대물림되는 방의 인생 역시



분명 디자인 전공자이므로 인문학 서적에 속하지만,

수학을 다루기에 사회과학 서적에 가깝다는 느낌


아파트, 집, 재건축이 임금노동자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을 안겼는지, 부의 구조를 어떻게 바꿨는지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게다가 그 자산소유자들이 갖는 정치성도

미지의 세계를 접한 기분

한편으로는 여기서 임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 동학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도,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 구조화된 자산에 대한 문제의식도


콘유 마지막 3부작인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를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쓴 책이라는 점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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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낳은 사회

박철수, 마티, 2013


건축학자가 쓴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

공동주택을 화두로 삼아 온 이가 한국 주택의 상징인 아파트에 대해 썼다



최초의 식민시기 아파트나 한국 최초의 아파트가 무엇인지 따지는 성격의 글 몇 편에 이어 핵심 주장인 아파트단지의 폐해를 다룬다

역사 관련 글은 전공자 외에는 흥미 없겠지만 

단지의 정치학이라는 지적은 날카롭고 또한 적절하다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는 한국사회-응팔의 성북동 골목에 대한 추억의 상실- 문제의 응축은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단지>라는 게 주요 주장이다


새로 안 것이지만, 아파트 내 기반시설 모두는 공공이 아니라 입주민이 사적 비용을 들여 구매한 거다

-70년대 주거에 투자할 공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에, 나아가 민간기업은 입주민인 소비자에게 공적 인프라의 책임을 떠넘긴 거

그러므로 외부인이 내 돈을 쓴다는 인식 하에-사실 알지도 못 하고 자연스럽게

담장을 두르고 차단봉을 만들어 구별짓기를 시도하는 자기 폐쇄적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이는 공간적 실천이 자연스럽게 신체에 체화되는 것의 효과일 수

따라서 아파트가 공적 영역과 만날 수 있게 가로면에 접한 생활주택이라던가, 단지를 개방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된다는 거

현재의 주거 트렌드인 타운하우스나 초고층 오피스텔 등은 자기완결적 폐쇄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는 거



좀더 인문학적인 글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낫지만

예컨대 동일한 현상을 똑같은 부제-강준만의 글에서 따 왔다고 하지만 <정열> 보다는 <열정>이 더 낫다는 생각이지만

로 표현하거나 동일한 문구가 반복되는 게 있다

단지라는 데 주목하고, 단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정치경제적 맥락, 기업과 자본의 맥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듯


덤으로 동일한 85제곱이 어떤 때는 31평, 어떤 때는 35평이 되는지-공용공간 설계의 마법이자 전용면적을 벽체 기준선이 아닌 벽체 안쪽 선으로 하는 게 유일한 아파트

발코니와 베란다의 차이는 몬지-지붕이 없어야 발코니이므로 샷시로 모두 막아 동일한 입면을 만드는 아파트는 베란다이고 결국 이는 전용면적, 사적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한 용적률과 건폐율의 문제이기도

등에 대한 지식도



골목이나 동네가 대로와 단지로 바뀐 서울에서 걷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듯

내 집이 생기면 베란다를 발코니로 만들고 입면에 표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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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평양 도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시각: 1953-2011

임동우, 효형출판, 2011

Urban Transformation in Program, Scale, Structure


건축가가 쓴 도시 평양에 대한 이야기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사회주의 도시 평양의 개발 전략을 설명한다



부제인 <또다른 시각>이라는 표현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쨌건

왜 평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는데 임동우의 미 하버드대 대학원 논문이고, 북한이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으니 미국의 건축가들은 관심을 가질 만하고

국가 주도로 블럭 통째로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중국 사례를 보면, 향후 북한의 본격 재개발에 앞서 기존 도시조직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을 듯하다


아마도 주로 위성사진과 각종 사진을 이용해 재구성한 듯한 평양의 용도별 구역화와 맥시그리드(250*25) 재현, 주요 거리의 횡단면 재구성 등은 아주 성실한 작업이다

그러나 재구성한 데이터 이외에는 크게 흥미로운 대목이 없다

예컨대 모스크바건축대학에서 수학한 김정희의 1953년 도시계획안을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김정희의 배후 김일성의 권력 덕분이라는 도시개발 과정의 설명은 단순하다

-공학과 사회과학의 차이일 수도


다만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도시의 특성-생산, 녹지, 상징의 도시를 설명하는 것은 건축/도시 쪽에서는 어떨지 모르나, 생소한 내용이라 기억해 둘 것

도농격차 및 지역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소구역 내에 생산, 주거, 상업시설을 모아서, 일종의 자급자족적 단위로 도보 통행이 가능하도록 생활공간을 배치

-북한에 차가 적은 이유에도 영향을 미칠듯

녹지에 농업용지를 포함시켜 두루섬 같은 경우는 전적으로 농업용지로 쓰임

도시경관을 중시해 거리 전면에 초고층/살림집-1층은 주거를 배치하고 뒷 부분은 생산시설을 배치함

-앞만 번드르르 하다고 평양의 전시성을 지적하는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데 용도의 문제도 있을듯



그외 건축/도시설계의 기본은 기존 도시조직을 지켜나가면서 layer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고

인민대학습당의 호텔이나 박물관으로의 용도 변경, 김일성광장의 쇼핑몰 및 다목적공간화-지하에 상업시설이 있는데 이용은 안 된다고 한다

소구역의 새로운 재개발 및 주거 유형 제시 등을 언급하지만,

소자본 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하면서도, 실제 논의에서는 대자본 유입 및 관광지화 정도 밖에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아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중국과 같은 개발 만을 상정하는 듯


북한의 대외개방과 함께 도시조직 혹은 도시공간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누가 참여할 것인가-북한 정부? 남한 정부 주도? 남한 자본 주도? 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개발의 정치성을 생각할 필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도시구조/조직에 대한 자료가 필수적일 텐데, 이 책은 그 첫발일 듯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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