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9.07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유
  2. 2008.10.06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핀란드역 2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역시 아주 오래 전 추천받은 책
실용주의적 입장은 아니다


라캉, 르장드르, 또 한명의 철학자를 다룬 처녀작으로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사사키 아타루는 졸업 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단다 
말하자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일본에서 이런 방식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은 경이롭고, 또한 부럽다
-주위의 오지랖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허용하는 <사회>나 최소한의 가족도 필요할듯

 
<책과 혁명>을 다룬다는 부제는 기존 혁명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혁명은 정보와 책의 혁명이다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15세기 독일어 출판의 절반을 훌쩍 넘어 차지했다는 루터의 대혁명-종교혁명이라기 보다는- 
12세기 중세 해석자 혁명이다 
신의 말씀을 기록하고, 자기가 해석하고, 자기가 읽고 해석한 것이 통념과 다르더라도 내가 해석한 것이 맞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루터의 경우가 대표적
인간의 사유/생각의 기원을 12세기로 한껏 올리면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누군가가 대신 생각해 주고 정보를 건네 준 게 아니라 순전히 자기가 파고들어 간 첫 시작

모든 글은 문학이라는 것, 즉 내가 책을 읽고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한 줄기를 차지한다 
<문학은 끝났다>라고 말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문학이 읽힌 것은 500년도 안 되는 시간이며 그동안의 식자율이 1%도 안 됐다는 것을 지적하며
읽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읽을 수밖에 없는 이들> <쓸 수밖에 없는 이들>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주변의 평판-읽어주는 사람들-과 무관하게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갔냐는 질문



그러나 필자는 
책을 읽고, 해석하고, 사유하는 행위에서 혁명의 가능성만 말할 뿐 어떤 혁명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모든 혁명이 폭력을 동반한다는 점이 허구-근대적 혁명의 특수성-랄지라도, 사회구조와 사회의식을 바꾸는 힘 또는 주체는 필요하다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이들은 필요하기에 


처녀작 출간 이후부터 유려한, 깔끔한 글투가 유명했다고 한다 
편집자를/만? 앞에 두고 강의한 내용을 묶은 듯한 책인데 말의 리듬 역시 깔끔하다 
이거는 국내에 와서 한 강연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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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역으로: 역사를 쓴 사람들, 역사를 실천한 사람들에 관한 탐구
에드먼드 윌슨 저, 유강은 역, 이매진, 2007


이건 그 유명한 맑스와 엥겔스, 레닌과 트로츠키에 대한 이야기다
덤으로 베른슈타인과 카우츠키, 라살도 나온다
원래 저자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겠지만, 그냥 그렇게 읽혔다 당대를 반영한 당대의 인물들, 역사를 정직하게 마주한 사람들이 덤은 아니다

첨으로 '대구 할멈'이라고 불리던 레닌의 부인에 대해서, 하염없이 인내해야 했던 맑스의 부인에 대해서 알았다
'베른슈타인류의 수정주의'라 불리던 주장의 실체를 흘낏 였봤으며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이 왜 무정부주의를 선택했는지 그의 경험에서 알 수 있었다
역시,
역사와 맥락을 모른채 단어들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정말 위험했다


20세기 미국이 낳은 걸출한 문필가라는 에드먼드 윌슨은 688쪽에 달하는 책의 1/3을 맑스와 엥겔스에 대해서 할애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서는 생시몽과 미슐레, 오언과 푸리에 등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나온다 이들 역시 당대의 혁명적 분위기와 당대의 사상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맑스와 엥겔스, 트로츠키와 레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맑스와 엥겔스의 지적 관계와 그들의 사생활, 거기에서 파생된 판단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는 트로츠키와 레닌 부분이 더 끌린다
앞장들이 당대의 사상사조, 사회상황, 그리고 이론과 실천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특히 헤겔의 관념론에 관한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될 정도, 독일철학은 넘 어렵다- 서술이지만,
혁명 시기의 이들은 매우 직선적이다
그들의 판단 역시도 매우 직선적인다-혁명의 진로, 혁명의 실천과 관련한 것이기에 그것은 굳이 이론화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마저도
어느 나라에서건 혁명은 비슷했을 듯

마지막에서 앞선 2개 장의 제목
트로츠키-자신과 역사를 동일시하다
레닌-역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다
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그들의 기질 차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의 포착과
핀란드역으로 돌아간 레닌이, 그 유명한 장갑차 위에서의 연설-당시 연설은 정세판단을 잘못 한 것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을 하는 마지막 장에서 책은 거의 정점을 이룬다

아주 냉정하게 사실만을 서술함으로써 의미를
무엇보다 작가와 역자의 수고로움이 앞선 그 어느 정보다도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글쓰는 방식이기도 하고-건조하고, 냉정한, 팩트와 팩트의 꽉 짜인 나열


여튼 레닌이 타고 온 기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핀란드역은 지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다
여러 모로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상트에서는 혼자 돌아다닐 시간마저도 있었기에
나머지 5개 역 중 3개가 모여있는 광장에는 갔었다
낫과 망치, 혁명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상트에서, 그곳의 역사에는 남아 있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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