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8.13 음식 관련 단어의 역사
  2. 2015.08.02 통섭 혹은 접점?
  3. 2013.05.27 로컬의 발견

음식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맛이쓴 인문학

댄 주래프스키, 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2015

Dan Jurafsky, The Language of Food: A Linguist Reads the Menu, 2014


쉐프들이 유행이라 덩달아 음식 관련해서 인기를 얻는 듯한 책

스탠포드대에서 인기 있었던 언어학 강의란다



메뉴판에 적힌 글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

메뉴 중 선택권이 많을수록-하는 음식이 많을수록 가격이 싸진다던가

과자 포장지에 적힌 글자 중 <자연, 유기농, 직접> 등이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던가의 얘기는 흥미롭지만

사실 책 뒤편에 다 적혀있는 얘기라

크게 재미있지 않고 지루한 편


주래프스키의 주 관심사는 어떤 언어/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고 아니면 아예 다른 뜻으로 바뀌는 부분인듯하다

케첩이 원래 중국어로 생선소스를 의미하다가 여러 나라로 퍼져가고 토마토 케첩이 주류가 되었다는 거나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시절에 중국 요리기법이 유럽, 미국으로 왔다던가 아라비아반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 유래된 음식이 많다는 정도는 재미있지만

복잡한 전파경로를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 읽기에는 나쁘다

구체적으로 언어학과 만나는 부분은 인터넷 음식점 평가에 부정적인 묘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묘사는 일반적으로 한다는 정도

-정확한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음



동서양의 교류, 음식 언어의 변화 등을 상호 교류와 혁신, 상대에 대한 인정과 연결하는 끝맺음은 나쁘지 않지만

상호 교류 내용이 너무 느슨해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혹은 한 권에 담기에는 너무 방대할 수도

양적 방법을 통해 글자 수와 가격, 광고에 사용된 표현과 가격의 관계를 추적한 것은 재미있음-숫자가 마냥 딱딱한 것에만 쓰이는 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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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도정일 최재천, 휴머니스트, 2005


나온 지는 꽤 된 책

그러고 보니 이른바 통섭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난 것도 벌써 그만큼



두 명의 저자 모두 한 말빨 하는 사람들이라 풍부한 사례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 자기 주장 등을 하는 방식 등이 돋보인다

대담을 이끌어 가는 질문들이 정확해서 인상적이었는데 고병권 이승원 정여울이라고


윌슨은 <자연과학과 창조적 예술을 기본으로 하는 인문학으로 학문이 양분되고, 자연과학 인문학 융합이 위대한 과업>이라고 했단다

이 책은 그러한 통섭을 위한 여정의 하나

개인적으로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지만

-학문의 근본 목적이 진리의 탐구나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공부하기엔 당장의 관심사나 질문이 더 큰 탓인듯



여튼 진화론 혹은 생물학은 <생존과 번식>을 인간을 포함한 생명활동의 driving force로

인문학은 설명이 아니라, 신화적 의미의 상상과 재현, 의식 등을 중시한다

인문학, 도정일 주장의 핵심은 <생물학이 인간의 사회적 진화를 고려하지 못 한다>는 거다

예컨대 인간의 협동, 다양한 문화, 언어, 관습 등의 발전

-특정 생물군은 협동하기는 하지만

진화가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다양성을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인간이라는 생물군의 번식을 위해 다양한 문화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


생물학/진화학이 아직까지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기에 전체적으로는 인문학자의 승

-승패를 따지는 거는 아니지만

다만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질문들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는 분명

<다양성의 증진>이 중요하다는 점은 둘다 공감, 생물학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인문학은 자유/의지의 측면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오해-특정 유전자가 특정 형질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유전자의 합 또는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형질이 발현, 아직 형질에 대한 연구는 이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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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 잔폰 짬뽕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사계절, 2009


동아시아라고 달려 있지만, 한중일-대만 포함-을 음식문화를 인문학적으로 풀이한 책
살까말까 하다가 50%인 김에 질렀지만, 되게 흥미롭다


민족, 국가, 로컬 음식으로 나눠서 음식의 역사를 정리한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표준화와 국가음식, 향토-지방 음식의 개발 등이 시도되는 과정, 
자국의 음식의 역사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다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전래 없는 베이징 문혁 음식의 유행, 제주도의 음식이 육지화되는 과정 등은 흥미로운 관찰이다 
특히 제주도의 특별 음식이 관광음식으로 이름만 남고, 실제 제주도 내 이러한 음식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무너졌다는 지적
-제주도에는 똥돼지는 없으나 관광음식점에서는 항상 있다!
-쌀이 모자라 범벅-곡물을 갈아넣은 죽 느낌? 과 각종 해산물을 갈아넣은 범벅, 돼지고기와 된장 양념을 기본으로 한 제주도 가정음식은 사라졌다

중국의 민족식별 정책과 -사실 소수민족이 54개 뿐은 아니었다는 것- 그에 따른 민족별 음식 표준화는 조선족=개고기 등의 불합리함
일본 오키나와와 아와이 군도를 고통스럽게 한 막부와 근대의 식량 정책-내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식민지
한국의 표준적 입맛 개발이 먹고 살기가 나아지면서 인위적 향토음식에 대한 향수로 드러나는 현상
등등에서는 비판적인 정신도 드러난다 


주영하의 주장은 로컬의 발견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 같은 것을 넘어서 각 지역-촌 단위-가 개인의 자급자족적으로 식생활을 영위하는데 기반해서 촌 단위가 자급자족하는 것
-일본의 조엽수림 지대 아야초의 사례와 이를 주도한 군수의 이니셔티브를 매우 자세히 다룬다 

세계화 대신 지역화, 혹은 글로컬리제이션을 다룬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주장과 함의가 아니더라도, 우리 곁의 익숙한 음식이 어떤 자연적 역사와, 어떤 정책 속에서 떠올랐다 저물었는지만 에피소드만 들여다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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