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4.07.27 음식의 정치사
  2. 2014.03.29 일본의 힘?
  3. 2013.06.27 평온하고 맛있는 나날들
18세기의 맛
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안대회 정병설 이용철 외, 문학동네, 2014 


18세기 동서양-중국, 한국, 영국, 프랑스 등에 새로 등장한 음식과 미식취향을 다룬 책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걸 묶은 거란다


18세기는 근대가 시작된 시기다 
서양과 동양의 접촉, 서양에서 식민지의 증가, 기존 권위의 몰락 등 정치경제적 사건이 배경을 이룬다
지금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상당수의 먹는 습관이 당시 만들어진 것
-커피, 홍차, 감자, 맥주 등

전반적으로 한국을 다룬 것보다는 외국을 다룬 게 더 흥미로운데, 외국에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정치사, 사회사와 연관되어 드러나기 때문인 듯하다  
-맥주에서 홍차로 바뀌면서 여성적 살롱이 등장한다거나, 커피가 잘 자라는 서인도제도에서는 영프의 식민지 경쟁이 격화되어 커피 대신 수급이 안정적인 홍차를 독려한다거나
-사우어크라프트가 있어서 괴혈병을 방지해 대항해시대가 가능했다거나 
-거지닭, 생선조림에는 백성을 보살피는 왕으로서의 건륭제 이미지 메이킹이 있다거나 등등


그러나 역시
어딘가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은 책의 흐름이나, 각 글의 길이가 짧아서 아쉬다

먹는 즐거움은 하나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행위로부터 오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감각이다. 한편 식탁의 즐거움은 식사 자리를 되돌아보는 회고에서 생겨나는 감각으로, 장소와 사물, 사람과 같이 식사할 때 존재하는 여러 정황으로부터 나온다.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

[테루아를 통해 본] '장소의 맛'이 존재하며 맛을 통해 어떤 장소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맛이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된다는 사실이다. 경험을 기억해내고 추억을 떠올리는 등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할 때 요긴하게 이용된다.
-소래섭, <백석의 맛>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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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힘?

한줄 댓글/thing 2014. 3. 29. 14:46
현미선생의 도시락 1-
키타하라 마사키,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얻어 본 책
10권까지 나온 미완결 작품인데, 6권 정도까지밖에 못 봤다
도시락 싸는 얘기는 아니고-물론 도시락도 싼다- 일본의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식문화사를 강의하는 현미 선생이 학교 안에 채소텃밭을 가꾸고 키우면서 자기 먹거리를 제 손으로 키우고, 제 손으로 요리하면서 생기는 이러저러한 얘기를 담는다 
재배와 요리는 개인화된 가족 간의 대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서로 다른 속도로 자란다는 것을 일깨우는 소재도 되고, 함께 먹는 음식이 어떻게 같이 음식 먹은 사람의 기억이 되는지도 보여준다 

몇몇 부분에서는 일본 음식, 집밥이 많은 질병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진 부분도 보이지만
<같이> <먹다>는 지점, 재배와 요리를 통해 직접 경험하는 즐거움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 

 
궁금한 것은 아무리 일본이 만화의 제국이라고 하지만 왜 이런 책이 나오고, 팔리게 되었느냐는 지점 
일본 식문화를 망라하는 듯한 <맛의 달인>이 100여 권에 달하는 것도 의미심장하고
일본의 자국 농업 지키기가 어느 정도로 성공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농업을 손에서 놓아버리지 않는 태도 때문인 것도 같다 
아무런 의식 없이 말 그대로 농업을 <놓아버린> 한국과는 대조적
부러운 지점이기도 하다-요즘에는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태라 해도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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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Year in Provence
Peter Mayle, Vantage, 1991
피터 메일, 강주헌 옮김, 나의 프로방스, 효형출판, 2004


왜 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몇 년 전 사둔 책, 글이 괜찮다는 평을 듣고서 쟁여둔 듯하다 
영국인인 지은이가 프랑스 프로방스 조용한 지역-관광지가 아닌-에서 집을 수리하고 먹고, 마시고, 생활한 1년의 기록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집수리를 시작하고 크리스마스 전 끝마칠 때까지를 담았는데 
미스트랄이라는 강풍이 부는 늦겨울도, 포도주 수확이 한참이고 사냥꾼들이 출몰하는 가을도, 온갖 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프로방스 사람들은 휴가로 다른 데로 가는 여름도 나온다 

옆집의 우울한 예측 하기를 좋아하고 완전 구두쇠인 포도농민 마솟?
메론으로 수십억을 벌어들인 백만장자인데 아들을 따라 지은이 집에 보도블럭을 까는 노동을 하고, 뒷마당에서 맛있는 버섯을 잔뜩 따다준 이, 
계속 집수리에 늑장을 피우다 부인과의 파티 초대를 받자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는 장인들
무엇을 하든 아마추어 티를 안 내려고 완벽히 기구를 갖추는 프랑스인의 기질
-일년 한철 사냥을 위해 수십 자루의 총을 갖추는
말할 때 양손을 워낙 많이 사용해 절대 술잔을 들고 있지 않는 프로방스 사람들
의 일화들은 저절로 웃음 나게 만든다 

특히 구석자리의 식당이나 포도주 셀러, 올리브 오일 셀러 등을 찾아간 이야기는 정말 맛있다
각 테이블마다 오는 매일 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고, 주방장이 그날그날 한 가지 메뉴를 내놓으면 먹고 가는 이야기랄지-음식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식당을 나오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포도주를 주전자 째 몇 리터씩 받아오고 
기름이 반질반질한 오일 파는 데에서 사온 싱싱한 오일의 묘사랄지 
먹는 데 그닥 관심없던 영국인이-정확히는 먹는 것, 재료의 중요성을 잘 못 느낀- 느끼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위에 대한 집념'


조금씩 꼼지락대며 읽었지만,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읽다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프랑스의 먹는 거에 대한 집착, 혹은 전통이 부러워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사라져가는 먹거리 재료, 음식 등을 생각하면, 슬로푸드 스러운 기질이 필요한듯 하다

지은이는 영국에서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하다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로방스로 이사간 후 계속 거기서 살고 있다 한다 
언젠가 길게 1년 정도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싶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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