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랜더'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6.12.15 실패의 시대
  2. 2015.02.15 내면의 방화벽
  3. 2015.02.14 균열되는 사회

사이드 트랙
헤닝 망켈, 김현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6
Henning Mankell, Side-tracked, 2001

망켈의 다섯번째 발렌데르 소설이나 뒤늦게 번역된 소설
이를 기점으로 망켈과 발렌데르가 잘 알려지게 됐단다


BBC 드라마로는 거의 초반에 반영된 게 기억난다
노란 유채밭에서 분신자살하는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편에서, 케네스 브레너의 표정이 아직 기억난다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서
내 기억으로는 니콜라스 홀트가 인디언 전사를 꿈꾸는 살인자로 나온다

그러나 소설은 드라마보다 더 처절하다
홀트의 여동생이 아닌 누나가 희생자였고, 소년은 고작 14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월랜더가 말린 마지막 살인은 성공하고, 누나 역시 희생된다
그리하여 소설은 자살하고 살인하는 소년 소녀, 정확히는 자살하고 살인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상이 아닌 직업정치가 부상하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위해 누구든 이용하고 철저히 은혜하며
소년 소녀는 소리 없이 버려진다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던,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 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
그 결과로 나온 커다란 외로움은 우리가 치러야만 했던 예상하지 못했던 대가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것을 무시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에서 헤닝 망켈이 15개월 전 67세 나이로, 암으로 사망한 것을 알았다
사회에 대한 연민과 불만
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 하는 우울하고 불안한 형사 발렌데르를 창조한 사람 치고는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서 좌절되는 걸 목격했기에 발렌데르의 우울함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마구 읽어내린 책과 마구 돌려본 수사 드라마 중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언어와 이미지를 창조했던 사람이라 무언가가 쿵- 한다
아껴둔 몇 개의 작품들을 촘촘히 읽어낼 수 있길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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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벽 1,2

헤닝 만켈, 좋은책만들기, 2004

Henning Mankell, Brandvägg, 1998; Firewall, 2002


발렌데르 시리즈 8번째 책

우리말로 번역된 것 중에서는 마지막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물리적인 화재 방지벽을 생각했으나 사회의 취약함에 주목해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금융 시스템을 다룬 거다 

영드 통해서 내용을 알고 있어서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리고 발란데르는 너무 직관에 의존해서 수사한다 뭔가 감각이 오지만,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컴퓨터를 쓸 줄도 모르고, 살인에 냉담한 10대 소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사내정치를 통해 승진을 노리는 사람에게 분노하고, 경찰일을 계속 하겠지만 왜 하고 싶은지를 모르고

-이건 대부분의 40대 이상이 마찬가지일듯

그래서 우울하지만

딸인 린다가 경찰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발란더-독일어판에서 번역해서 그런지 월랜더도, 발렌데르도 아니다-는 살아가는 데 다시 되돌아온 느낌이다 

-몬가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듯 이 책에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90년대 말의 스웨덴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배우지 못 하고,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다음 세대-정확히는 10대에 대한 말은 어쩌면 우리사회 역시 앞두고 있을 수도

사회의 균열과 틈은 이미 겪고 있지만, 냉담한 폭력은 아직까지는 없지만


발렌데르 시리즈 중 번역 안 된 것은 <얼굴 없는 살인자> <리가의 개들> <가짜 흔적> <피라미드>다 

내용은 알고 있지만, 번역되면 좋겠다 

특히 9번째 소설 <피라미드>는 더욱 

처음부터 그랬지만 힘겨워하고 침울해가고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알지 못해 가는 과정에 놓인 책이니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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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살인 1,2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1

Henning Mankell, Steget Efter, 1997; One Step Behind, 2001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 다섯번째 책

영문으로는 One Step Behind, 영드 에피소드 제목도 동일하다



bbc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차이가 난다 

등장인물 몇 명과 링크의 단계를 없애면서 

살인의 동기가 사랑받지 못한 삼각관계, 타인의 비밀을 훔쳐보고자 하는 사이코패스적 충동이, 드라마의 주제가 친구, 현대인의 고독, 동료애 정도가 되는 반면 

-게다가 딸 린다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서 <하얀 암사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만다

똑같이 인정받지 못 한 사람을 다루지만 소설의 주제는 사회에서 불필요해진 사람의 소외, 타인의 행복을 인정할 수 없는/증오하는 이, 균열된 사회 자체가 주제가 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먼저 일자리를 잃고, 다음에는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유대나 가치를 갖지 못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린 인간 존재>의 사회에 대한 복수로서의 범죄


그는 사회가 더욱 각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감정 외에는 물려받을 것이 없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것이다

...

국민은 두 계층으로 크게 분열되어 있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들로 

...

모든 것이 더 가혹해질 것이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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