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범죄문학'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5.02.15 내면의 방화벽
  2. 2015.02.14 균열되는 사회
  3. 2015.02.12 우울증 걸린 형사

방화벽 1,2

헤닝 만켈, 좋은책만들기, 2004

Henning Mankell, Brandvägg, 1998; Firewall, 2002


발렌데르 시리즈 8번째 책

우리말로 번역된 것 중에서는 마지막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물리적인 화재 방지벽을 생각했으나 사회의 취약함에 주목해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금융 시스템을 다룬 거다 

영드 통해서 내용을 알고 있어서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리고 발란데르는 너무 직관에 의존해서 수사한다 뭔가 감각이 오지만,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컴퓨터를 쓸 줄도 모르고, 살인에 냉담한 10대 소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사내정치를 통해 승진을 노리는 사람에게 분노하고, 경찰일을 계속 하겠지만 왜 하고 싶은지를 모르고

-이건 대부분의 40대 이상이 마찬가지일듯

그래서 우울하지만

딸인 린다가 경찰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발란더-독일어판에서 번역해서 그런지 월랜더도, 발렌데르도 아니다-는 살아가는 데 다시 되돌아온 느낌이다 

-몬가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듯 이 책에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90년대 말의 스웨덴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제대로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배우지 못 하고,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다음 세대-정확히는 10대에 대한 말은 어쩌면 우리사회 역시 앞두고 있을 수도

사회의 균열과 틈은 이미 겪고 있지만, 냉담한 폭력은 아직까지는 없지만


발렌데르 시리즈 중 번역 안 된 것은 <얼굴 없는 살인자> <리가의 개들> <가짜 흔적> <피라미드>다 

내용은 알고 있지만, 번역되면 좋겠다 

특히 9번째 소설 <피라미드>는 더욱 

처음부터 그랬지만 힘겨워하고 침울해가고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알지 못해 가는 과정에 놓인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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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살인 1,2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1

Henning Mankell, Steget Efter, 1997; One Step Behind, 2001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 다섯번째 책

영문으로는 One Step Behind, 영드 에피소드 제목도 동일하다



bbc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히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차이가 난다 

등장인물 몇 명과 링크의 단계를 없애면서 

살인의 동기가 사랑받지 못한 삼각관계, 타인의 비밀을 훔쳐보고자 하는 사이코패스적 충동이, 드라마의 주제가 친구, 현대인의 고독, 동료애 정도가 되는 반면 

-게다가 딸 린다가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서 <하얀 암사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만다

똑같이 인정받지 못 한 사람을 다루지만 소설의 주제는 사회에서 불필요해진 사람의 소외, 타인의 행복을 인정할 수 없는/증오하는 이, 균열된 사회 자체가 주제가 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먼저 일자리를 잃고, 다음에는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유대나 가치를 갖지 못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린 인간 존재>의 사회에 대한 복수로서의 범죄


그는 사회가 더욱 각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감정 외에는 물려받을 것이 없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것이다

...

국민은 두 계층으로 크게 분열되어 있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들로 

...

모든 것이 더 가혹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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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권혁준 옮김, 좋은책만들기, 2002

Henning Mankell, Den Vita Lejoininnan, 1993; The White Lioness, 1998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이 임박한 1992년 만델라 석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

만켈의 3번째 월랜더 시리즈라고 한다 



실제 있을 법한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 끔찍한 소설이긴 하다

백인들의 우월적 지휘를 보장받기 위해 흑인 킬러를 고용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우호적인 영국인 지역인 케이프타운에서 만델라 암살을 꾀하고

소련 붕괴 이후 갈곳을 잃은 전직 KGB 요인이 출입국이 자유로운 스웨덴에서 킬러를 훈련시킨다 

백인인 클레멘트? 대통령은 만델라와 우호적이지만 대통령마저 도청당하고, 군 및 정보기관의 네덜란드계 보어인은 공공연히 국가전복 음모를 추진한다


월랜더/발렌데르는 스웨덴에서 이 음모에 휩싸이고 오로지 끈질김맞으로 거의 전모를 밝히지만

남아공 흑인 킬러의 현실 인식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어하고

딸까지 납치당한 냉혹한 음모 속에서 1명을 사살하고, 1명이 불에 타 죽게 만들고, 딸의 탈출을 돕느라 1명이 살해당한 현실에서 우울증에서 무기한 병가 신세다 

내내 잘 이해되는 듯하던 월랜더는 가족과의 관계, 업무상 목격하는 폭력과 잔혹함 속에서 늘 우울한 감정, 침울함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만켈은 <한 발은 스웨덴의 눈에, 다른 한 발은 아프리카의 모래에 담그>고 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오래 전부터 모잠비크에 살면서 연출가 일을 한다고 한다 

폭력과 증오를 보여주면서도 인간애에 대한 믿음, 꺾이지 않는 정신 같은 것을 함께 말한다 

KGB 요원을 돕지만 월랜더 딸의 탈출을 돕는 러시아인 타냐, 보어인의 음모를 가까스로 저지하면서 스스로 아프리카인임을 자각하는 남아공의 백인 검사 게오르그, 백인의 횡포에 스스로를 내던진 듯하던 흑인 킬러의 주술적 되뇌임과 흑인 정부 미린다의 배신 등

현실의 핍박함에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 같은 것들

그리고 일격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암사자>라는 모티브까지

-마지막 장은 살짝 전율마저


bbc는 올해 월랜더 마지막 시즌으로 <하얀 암사자>와 <불안한 남자>를 3편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각각 딸과 아버지, 딸 손녀와 사위 사돈들에 얽힌 이야기다 

아버지의 결혼, 딸의 납치에 직면한 월랜더라는 인간을 드러내기에 적절해 보이는 구성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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