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4.06.08 기술과 엔지니어, 한국
  2. 2014.05.18 개념의 역사
  3. 2014.05.12 개념의 역사

한국 엔지니어의 형성과 발전
한국의 과학과 문명 
한경희, 들녁, 2021

한국 과학기술혁명의 구조
김근배, 들녘, 2021

불과 20년전만 하더라도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더 흔했다
지금은 의학의 독주 하에 이공계 선호, 인문계 고사가 일반화되었지만 


한국은 기술 현대화에 성공한, 세계사적으로 드문 사례라 한다 
선진국 서구 과학의 확산과 도입에 의한 과학 발전이 아닌, 로컬화된 발전을 이루었기에, 서구 중심의 설명을 넘는 접근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 과학과 기술을 별개의 단어가 아닌 과학기술로 통칭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 고유하다고 한다; 한국 경우 과학보다는 기술에 보다 강조점이 놓인 기술 의존적 과학 개념 
- 테크노크라트라는 용어는 프랑스에서 시작
- 공학의 등장, 공업의 산업으로의 전환도 흥미로운 지점 

 

김근배는 제도-기술 도약론을 제시해 제도가 먼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제도가 과학기술 도약의 기반이자 산실, 실행을 촉발하는 압축 발전을 이루었다고 본다 
한국은 근대 과학의 직접적 유입이 지체되고 '번역의 시대' 또한 경험하지 않으며 1960년대 들어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사회'가 자리잡았다  
서구의 과학 전문가주의와 달리 우리의 과학기술자사회는 실용적, 정치의존적 성격을 지니며-따라서 정권 교체에 따라 잦은 제도 변동이 발생한다- 제도는 도약의 디딤돌로 작용한다
해외에서 유학한 인재의 지속적 유입, 선진국 지향 과학기술의 '직접적' 도입, 공동체적 노동과 학습을 강조하는 조직문화, 실무 중심적 '고강도' 실행이 성과를 도출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 우리 모두가 시험 문제풀이를 아주 오랫동안 훈련받아 임무 지향적 실천에 익숙하다는 대목은 웃프다

특출난 인물이 없는데, 과학기술이 이상하게 발전한 한국의 특징은 아주 작은 혁신이 많이 쌓이고 결합되어 큰 변화를 가져온 '소폭다량 혁신'이라는 지점도 수긍이 간다
연구자 평균 역량의 우수성, 많은 연구자의 집단적 활동, 고강도 고지속 활동은 개도국에 적합한 혁신일 수 있다고

 

한경희는 개념사, 사회사적 시각에서 ANT를 통해  '엔지니어'의 등장을 촘촘히 설명한다
기술직-산업전사-인적 자원-과학기술/글로벌 인재로 정책에 따라 다르게 호명되고, 
(김근배의 글이 밝히듯) 대학-국가-기업으로 기술 개발의 장과 주요 주체가 변화한 것과 각 개념의 등장과 변화는 상호 조응한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십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날 때 조금씩 꺼내 읽으면 흥미로울 것 같다 
사회적 지위와 전문성을 강조하는 '구별짓기'가 아닌 사회 각 부분과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는 '관계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자 또는 엔지니어와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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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역사

study/others 2014. 5. 18. 23:11
민족 민족주의: 한국 개념사 총서5
박찬승, 소화, 2010


개념사 총서의 민족, 민족주의 편
박찬승은 근대 시기 민족, 민족주의 개념에 대한 논문을 많이 써온 듯하다


기존의 개념사와 마찬가지로 수용되는 과정에 천착하는 것은 동일
동아시아의 경우 상당히 오래 전부터 족류(중국), 동포(한국)처럼 민족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 경우가 많다고 
한국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다른 족과의 경계짓기 일 때는 족류, 국왕의 은혜를 다 같이 입고 있는 백성(수직적, 수평적 확장)이라는 뜻에서는 동포가 주로 쓰였다 한다

재미있는 점은 단일민족론이 해방 이후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아마도 곧이은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일듯
다만 이후 가장 혈통적 요소를 강조한 이는 안호상, 손진태 등이고 이후 현재까지 민족 담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근대시기 지식인들의 논의 중에서는 안재홍의 주장이 현실적인 듯하다
해방 후 단일민족 담론을 처음 꺼낸 사람도 안재홍인데 역사, 문화 공동체로서 민족을 이해했다 
안재홍은 민족주의 좌파로 설명되는데 
사해동포주의는 너무 추상적이며, 각각 민족/국가에 대한 애착을 유지하면서 상호 공존의 태도를 취하자는 것이 핵심
국제주의, 민족주의가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며, 역사적 특수성에 따라 민족독립 문제가 현안이라는 입장이다


마주한 역사적 과제가 개념의 수용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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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역사

study/others 2014. 5. 12. 12:17
국가 주권
박상섭, 소화, 2008
국민 인민 시민
박명규, 소화, 2009


개념사총서라는 이름 하에 진행 중인 일련의 저작 중 일부
꽤나 많은 주제/단어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 듯하다 


흔히 정치학에서 원용되는 개념의 상당수가 서구를 기원으로 하고, 일본의 번역을 거쳐, 우리에게 수입되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작업
두 책 모두에서 <번역>의 문제를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는 것도 서구와 다른 정치사회역사적 맥락에서 개념을 수용한 터라 더욱 중요 

눈에 띄는 주장은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적 영국, 프랑스 것이 아닌 독일의 국민, 국가, 민족국가 개념이 수입되면 벌어진 여러 갈래들 
-독일은 기본적으로 개인 중심이라기 보다는 집단 중심
-물론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더 있겠지만 
또한 국가와 주권 역시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일시된다는 점도 
-개념의 시공간성이 매우 중요해지는 맥락

국민, 인민은 해방을 거치며, 남북 각 정치체에 독점되면서 너무 정치적 의미가 분명해졌다고 
유진오가 <인민>을 빼앗긴 것을 아쉬워하는 회고는 흥미롭다 


당장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듯한 것은 시민의 이중성-정치적 주체, 경제적 주체로서의 시민
정치적 주체로서의 시민은 공민, 공공성을 담지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더욱 중요할 듯
-이게 그람시안적 이라고 하는데 그 상관관계를 자세히 보면 더 좋을듯

한편으로는 번역의 문제만 갖고도 상당한 논의를 할 수 있을 듯해서 
이후에 단어 중심이 아닌 주제를 중심으로 -번역, 근대 등- 개념사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
혹은 국민이나 국가의 계보학을 보다 자세히 다루는 연구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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