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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4 자연이 주는 즐거움, 안온감

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김병순 옮김, 돌베개, 2011

Elisabeth Tova Bailey, The Sound of a Wild Snail Eating


자연사 부문 상을 받기도 했다는 엘리자베스 베일리의 달팽기 관찰기 

언젠가 프레시안 북섹션에서 추천글을 본 듯하다



베일리는 유럽여행 중 갑자기 발병해 20여 년을 병상에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달팽이와 함께 한 시간은 1년 여 정도, 특히 병원 내지 요양소에 지내는 동안 달팽이가 위안이 되어주었다

이 짧은 글은 병상 기록과 달팽이 관찰, 각종 책에서 공부하고 읽어낸 달팽이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에는 제비꽃 화분에서, 그 다음에는 뚜껑을 열어 놓은 커다란 유리상자에서 

달팽이는 더듬이를 움직여 이동하고-시각이 없는 대신 엄청나게 촉각이 발달했다고 

먹이를 먹고, 여름잠과 겨울잠을 자고, 118개의 알을 낳았다 

하루를 살아내고, 조금씩 변화하고-알을 낳은 후 거의 몸이 반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하고 사료를 먹은 날 배탈이 나서 하루종일 잎에 기대어 쉬어야 했다고 

1년 만에 한 세대를 바꾸는 달팽이를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한때, 이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바깥을 나가지 못할 때 조카가 준 민달팽이를 키웠었다 

상추를 주면 연두색 똥을, 당근을 주면 주황색 똥을 싸던 친구들

조금씩 몸집이 커지고 천천히 기어다니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을 기억한다 


나와 다른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은 그것의 삶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어쨌듲 그것은 관찰자인 내게도 살아야 할 목적을 주었습니다 

달팽이는 아주 작고 심지어 하찮은 존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달팽이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잘 견뎌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달팽이가 그저 묵묵히 미끄러지듯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깨달음이었으며 아름다음이었다 

...

그 아주 작은 존재가 내 삶을 지탱해주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정말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달팽이집에 들어앉은 달팽이처럼 그냥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뿐이었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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