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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08 쓸쓸하게 좋은 생활
빈 집에 깃들다 
박계해, 민들레, 2011


선물받은 책 
선물해 준 이와 많이 닮아 있다


부제목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어느 선생님의 귀촌 일기' 그대로 산골마을 빈 집에서 살던 동안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짧게는 1/3쪽, 길어봐야 3쪽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에 귀촌 살림살이의 풍경들이 담겨 있다 
빈 집에 가는 도중 차 시동이 꺼지며 문득 든 두려움부터 
농약 치고 풀 뽑는 걸 두고 벌이는 잔소리 많은 옆집 아주머니와의 실갱이며
차 얻어타는 신세 졌다고 동네 주민들이 들이미는 먹거리 얘기며
아픈 할머니를 안고 경운기 타노 가며 느꼈던 감정들이며
술 먹고 친구들과 들어오는 남편에 대한 짜증이며
자꾸 창호지 문틈으로 들어오려는 불나방을 보고 결국 문풍지를 붙이고 나서, 사람도 나방도 편해졌다는 얘기며
일상의 순간들이 가감없이-지은이는 숨은 얘기가 더 많다고 털어놓지만- 펼쳐진다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만 소화될 것만 같은 느낌의 글이다 

지은이는 이 산골 마을에서 3년을 살고, 좀더 살림살이가 나은 곳으로 (본의 아니게) 이사왔단다 
남편은 봉암사에서 논을 빌려 우렁이로 논농사를 짓고
지은이는 밭일을 하고 나중에는 노인대학과 인근 학교에서 연극도 가르쳤고, 천연염색을 해 
이보다 더 크게 마을 어른들과 말을 나누고, 실갱이도 하고, 대화도 하고 그랬다  


지은이도 글에서 몇 번이나 인정하듯 '정말' 좋고, 평화롭고 온전한 시간들인데도
책 읽으며 몇 번이나 웃음이 나오고 그랬는데도 
마지막에 책을 덮고 나니 내내 쓸쓸한 여운이 감도는 건
후일담처럼 마을 소식을 짧막짤막 전하면서 이제는 멀어진 시간을 더듬는 느낌이 들어서일게다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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