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정일 대화록 전격 공개
[세계일보]2005-06-18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7일 밤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 장관은 “4시간50분간 정치, 경제, 군사 문제와 함께 특히 핵 문제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김 위원장은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특히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별한 안부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면서 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가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 장관이 전한 김 위원장과의 대화록.

▲김 위원장=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우리는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또 6자회담을 포기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지만, 미국이 우리를 업신여겨 자위적 차원에서 맞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우리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뜻이 확고하면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더 협의를 해봐야겠다. 미국의 입장이 아직 확고하지 못한 것 같고 미국이 시간을 끌고 있다.

▲정 장관=북한이 우려하고 있는 체제 안전보장에 있어 북미 양자보장보다는 다자틀에서의 안전보장이 더 실효성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다자 안전보장의 유효성에 대한 정 특사의 말은 일리가 있다. 신중히 검토하겠다.

▲정 장관=6자회담이 재개되면 이를 통해 회담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실질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측의 ‘중대 제안’에 대해 설명)
▲김 위원장=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

▲정 장관=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경칭을 사용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이 호칭을 사용했다. 최고 지도자 간 상호 인정과 존경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김 위원장=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 부시 대통령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근거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남자다’ ‘대화하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 것이 기억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와서도 같은 취지로 얘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우호적으로 하려고 했다. 협상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내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다.

▲김 위원장=6·15 행사가 민간과 정부가 같이 성대하게 치러진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서울서 준비하는 8·15 행사에 비중있는 인사를 보내겠다. 8·15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정 장관=이번 8·15는 해방 60주년,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다.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림동옥 조선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며) 8·15를 계기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실시하도록 하라.

▲정 장관=이산상봉이 중요하지만, 남측 적십자에 등록한 이산가족이 12만명인데 나이가 많아 해마다 5000여명이 세상을 달리한다. 금강산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는 10년이나 2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화상상봉을 통해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얼굴을 보고,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면 이산가족의 한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다. 충분히 가능하고 좋은 정보다. 8·15에 첫 화상상봉이 되도록 준비해 보자.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해서 하자.

▲정 장관=다음주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린다. 그동안 장관급회담의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김 위원장=(적극 호응하며) 5분간 덕담하고 날씨 얘기가 끝나면 주먹질하고 말씨름하는 소모적 회담이었다. 실질적인 남북협력 방안을 논의하자.

▲정 장관=작년 장성급회담으로 남측에서 화해협력에 크게 나섰고,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한 데 대해 국민들이 좋아한다. 재개했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하고 장성급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켜야겠다. 육지에서는 도로, 철도, 개성공단을 만들면서 분위기가 좋은데, 경계선도 분명치 않은 바다에서 총질할 필요가 없다.

▲정 장관=총리회담을 갖고 공동어로를 통해 공동이익을 거두자.

▲김 위원장=장성급회담 이외에 총리회담 개최에도 동의한다.

▲정 장관=남북 간 항로가 ‘ㄷ’자로 서해를 돌아오게 돼 시간이 50분이나 걸린다.

▲김 위원장=서해로 갈 것이 아니라 서울∼평양 육지 상공으로 직항로를 만드는 방법을 협의해서 실천하자.

정동영 장관 귀환 회견 체제 보장땐 核폐기, 사찰 받겠다

[연합뉴스]2005-06-1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정동영 통일장관과의 4시간 50분에 걸친 단독 면담 및 오찬 회동에서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과 과단성 있는 성격을 보여주었다.

또 김 위원장은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정 장관을 대했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중대 제안’ 설명에 대해서는 “신중히 연구해 답변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고 지도자로서의 무게감을 잃지 않았다.

정 장관은 이날 밤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국방위원장에 대한 이미지와 회담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전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즉석에서 해야 할 문제를 직접 전달하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전언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은 장시간에 걸친 회동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았으며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유보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김 국방위원장은 핵무기 보유와 관련, “핵무기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핵문제 해결되면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포함해 철저히 검증을 하고 모두 공개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과단성 있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 장관이 8ㆍ15 이산가족 상봉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자 “금강산에서 실시할 것”을 배석한 림동옥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지시했으며,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 제의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즉석에서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북 직항로가 서해 상공을 경유해 우회함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평양간 육로 상공의 직항로를 열자고 답변했다.

서해상 군사적 긴장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육지에도 길을 내고 북남이 오가는데 경계도 분명치 않은 바다에서 서로 총질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정 장관이 제안한 ‘수산회담’에 대해서는 “장성급 회담과 함께 수산회담을 열어 남북한 공동조업을 통한 상호이익을 도모하자”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자신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했다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자 “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할까요”라면서 유머 섞인 반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내가 부시 대통령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대화하기 좋은 남자다’라고 들었다”면서 호감을 표시했다.

한편 김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인사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안부말씀을 전해 달라”면서 “좋은 계절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정동영 장관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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