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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4 두 개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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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노동자의 단식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미안하게도, 지율스님이다

지율스님 단식할 때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했고, 결국 노가 굴복해 죽음 직전의 스님 요구안을 들어줬다
그때
목숨을 담보로 한 방식은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다른 이의 생각을 들었고, 동의했다

기륭 노동자 단식할 때
노동단체가 연대했고 65일째 단식에도 요구안이 수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역시
목숨을 담보로 한 방식은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나 그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방법이 없어보이기는 한다

1000일 넘게 파업을 하는 동안 제대로 노조 측의 얘기에 귀기울여 주지 않았으니
다른 점이 있다면
지율스님이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죽었다면 불교계가 움직이고 노로서도 부담되는 상황이겠지
기륭 노동자가 죽는다면 노동계는 움직이겠지만 사실상 민주노총을 개무시하고 있는 이 정권이 거기에 꿈쩍할 리 없다

지율스님은 단식 이후 보식을 하면서 몸을 추스릴 시간과 심적 여유가 있겠지만-결국 종교인들은 수행하는 존재들이므로
기륭 노동자는 단식 이후 몇달만 지나면 다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한달 100시간의 잔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두 개의 목숨은 다르다


우석훈은 올림픽에 보이는 관심 1/10만 보여주면 될 꺼라고 말하나
안 그럴 꺼 같다
기륭 사측은-사실 나는 이 공장을 전혀 모른다 그러니 브랜드 가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듯- 일반 소비자들의 압박과 여론에 움직일 이유가 없다
여론이 안 좋았을 때 생기는 경제적 불이익도 없고
겨우 움직인 게 홍준표가 나섰을 때 뿐이라는 거니까

문제는 여론이 아니라 자본-노동의 싸움이라는 건 거 같다

생각해 본 해결을 압박하는 것은
기륭이 납품하는 해외업체에 항의메일을 쓴다 당신네들 하청회사가 지금 이러고 있다고
영어로 써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그런데 어떡하나 비정규직 이용으로 원가를 절감시키는 것은 바로, 그 해외공장에서 사용되던 방식이 우리한테 이전된 건데
비정규직 정책을 바꾸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파급된 관리방식에 반하는 것이 되는 것일 꺼다
하나의 씨앗에 우주가 담겨있든 하나의 사업장에 전세계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들어있는 것일듯

그래서 우리는 무력할 수밖에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단식을 풀고 몸을 추스려 나갔으면 좋겠다
나이브한 얘기지만
얼마 전 다시 읽은 <불의 검>에는 사는 건 죽는 것보다 힘들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 땅에서는 항상 그랬나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갈 곳 잃은 그들은

살아서, 힘들더라도 살아내면 좋겠다
이미, 너무 많은 목숨들이 사라졌으니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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