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본} 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학과 오리엔테이션 때, 어떤 교수 한 분이 '경제학도라면 졸업하기 전에 『자본』은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 뒤 『자본』을 읽기 위해 10번도 넘게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다른 책을 모두 제쳐놓고 『자본』만 옆에 두고 보면서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자기가 읽기를 권하는 책에 대해 '읽기 어렵다'는 말부터 한다는 것이 어쩌면 엉뚱하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은 정말로 읽기 어려운 책이다. 분량도 만만치 않으려니와 내용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자본주의가 인류의 미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본』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한 진실이다. 또한 '읽어야 한다'는 진실이 '읽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을 충분히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재를 시작한 것은 이런 진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어렵다는 자본 읽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자본』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성실하게 읽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수석한 사람들이 인터뷰에서 흔히 '잠 충분히 자고 과외 받지 않고 교과서에 충실했다'고 말한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알지만 『자본』을 읽으려 마음먹었다면 그야말로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나온 『자본』을 해설했다는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자본』보다 쉬운 해설서를 본 적이 없다. 『자본』을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자본』 자체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비봉출판사가 발행한 것을 교재로 선택하였다. 이 책이 가장 좋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많이 팔리고 구하기 쉽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북한에서 나온 『자본』을 그대로 다시 찍은 백의판이나 독일어를 직접 번역한 이론과 실천판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나, 학자로서 깊게 연구하는 바가 아닌 다음에야 다들 비슷하다고 본다.
우리가 교재로 선택한 비봉판 『자본』은 1989년에 출판되었다. 영국에서 10년 동안 『자본』을 공부한 김수행 교수가 번역하였는데 1991년에 개역판을 내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항간에 "독일 관념철학도 모르고, 운동도 알지 못하면서 자본을 번역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재 한국의 『자본』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연재하는 분량은 일주일 읽을 정도를 기준으로 할 것이다. 때때로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진행하려 한다. 넉넉잡고 6개월만 따라오면 『자본』 1권을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첫 회인 이번에는 자본 발간사와 서문들만 살피기로 한다.

『자본』이라는 책

1843년 말 빠리로 쫓겨온 맑스는 경제학 연구에 들어갔다. 이 연구의 성과들은 『1844년의 경제학 철학 초고』로 남았다. 하지만 맑스가 경제학을 본격 연구한 것은 1849년 8월 런던으로 망명한 뒤이며 경제사, 각국 경제학, 영국의 고전경제학을 공부하였다.
맑스는 1857년 8월부터 1858년 6월까지 『자본』의 초고라고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비판요강』을 작성하였다. 여기서 맑스는 자본주의를 자본, 토지소유, 임금노동, 국가, 국제무역, 세계시장으로 나누어 분석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851년 맑스는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섯 주 뒤면 경제학 연구가 끝날 것이라고 했지만 『자본』 1권이 발간된 것은 그로부터 16년 뒤인 1867년 9월 14일이었다. 발행 부수는 1000부, 가격은 3⅓탈러(thaler)였다. 당시 최저 생계비가 100탈러였다고 하니 그리 비싸지는 않았던 듯하다. 『자본』은 독일에서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아 맑스의 어머니 헨리에테는 맑스에게 '돈에 대한 책을 쓰는 대신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나 프랑스에서는 많은 호응을 얻어 '노동계급의 성경'으로 될 기초를 마련하였다.
1872년 프랑스어 판을 내면서 맑스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쳤는데 이 때 독일어 판과는 다르게 편, 장, 절을 구성하였다. 우리가 교재로 선택한 비봉판은 바로 이 프랑스어판을 번역한 영어판을 대본으로 하였기 때문에 편, 장, 절의 구성이 백의판이나 이론과 실천판과 조금 다르다.
맑스가 죽은 뒤 엥겔스는 1883년에는 『자본』 제1권의 독일어판 제3판, 1890년에는 제4판을 출판하였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자본』은 대부분 이 독일어판 4판을 번역한 것이다. 아울러 1885년에는 제2권, 1894년에는 3권을 발간하였다.

서문들에 대한 해설

자본 읽기에 실패한 사람들이 흔히 서문부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문은 말 그대로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를 써놓은 것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그래도 부담이 가는 사람은 제1판 서문만이라도 주의 깊게 읽어보기 바란다. 1판 서문에서 맑스는 『자본』의 연구대상이 '자본주의적 생산방식 및 그것에 적응하는 생산관계와 교환관계'이며 최종목적은 '현대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2, 3, 4권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제2판 후기에서는 2판에서 수정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헤겔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을 반박하였다. 제3판은 맑스의 죽음을 기념하여 1883년 출판한 것인데 여기서 엥겔스는 맑스가 없는 지금 자기의 임무는 자본을 정리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886년에 나온 영어판은 맑스의 막내딸인 엘리너(Eleanor)와 사위 에빌링(Aveling)가 번역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본이 유럽에서 '노동자계급의 성경'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4판은 프랑스어판과 맑스의 친필각서를 대조하여 수정한 사실을 밝히고 맑스에 대한 악선전을 논박하고 있다.

■ 청서(靑書, Blue books, p 7) : 발표된 영국 의회의 자료와 외무성의 외교 문건들을 모은 것으로 표지가 청색이었기 때문에 청서라 하였다. 17세기부터 출판되었으며 영국의 경제사와 외교를 연구하는데 기본이 되는 자료이다.

■ 꼬마 라스커(p 35) : 1871년 11월 8일 제국의회에서 국민자유당의 라스커 의원은 베벨과의 논쟁에서, 만약 독일의 노동자들이 빠리꼬뮨 참가자들의 예를 본받으려고 한다면 "정직한 유산시민들이 곤봉으로 그들을 때려죽일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표현을 공표하지 못하고 대신 속기록에는 "그들을 곤봉으로 때려죽인다"를 "그들 자신의 힘으로 그들을 진압할 것이다"라고 바꾸었다. 베벨이 이 변조를 폭로하였고, 라스커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작은 체구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 '꼬마 라스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 성 조지의 탈출구(p. 37) :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폴스텝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영화 [비트]의 찬규(임창정)처럼 혼자 15명과 싸웠다고 이야기하는 허풍쟁이이다. 그의 말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 신화 속의 인물-페르세우스(p 5 페르세우스의 도깨비감투 참조) : 그리스 남부 아르고스왕국의 왕 아크리시우스에게는 다나에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제우스가 그녀에게 반해 페르세우스가 태어나게된다. 그러나 예언자들이 페르세우스가 할아버지를 죽일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여 어머니 다나에와 함께 바다에 버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어부에게 구출되어 세리포스섬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뒤 세리포스 섬을 다스리던 왕이 페르세우스의 어머니 다나에를 차지하려다 페르세우스때문에 실패하게 되자 왕은 그를 없앨 음모를 꾸미게 된다. 왕은 페르세우스에게 고르곤의 세 괴물 가운데 하나인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게 하였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나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다가 여신 아테네의 미움을 사 머리카락이 뱀이고 그 눈을 쳐다본 사람을 돌이 되어 버리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네에게서 거울 같은 청동방패를 받고, 요정들에게 날개 달린 샌들, 물건을 마음대로 운반할 수 있는 자루, 보이지 않는 모자를 얻어, 잠들어 있던 메두사를 처치하였다. 메두사를 처치하자 남은 두 괴물이 잠에서 깨어났으나 페르세우스가 보이지 않는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들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페르세우스는 에디오피아 여왕 카시오페이아의 딸 안드로메다를 구출하고 그녀와 결혼하였다.
훗날 페르세우스는 자기가 태어난 아르고스왕국에서 원반던지기에 참여하였는데 우연히 그가 던진 원반에 관중석의 한 노인이 맞아 죽었다. 이 노인이 바로 페르세우스의 할아버지 아크리시우스였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가 죽자 여신 아테네는 그들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요즘 같은 가을철 초저녁에 잘 보이는 페르세우스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 바로 밑에 있다.


<교재 1권 43쪽~51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1절 상품의 두 요소 :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 상품분석으로 시작하다

맑스는 『자본』의 첫 구절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富)는 "상품의 방대한 집적"으로서 나타나며,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부의 기본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의 연구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이란 말이다. '부'라는 말은 이미 고전파 경제학자들도 사용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사회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쓴 데 비해 맑스는 역사적인 의미로 '부'라는 말을 쓰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부'란 '자본주의 사회의 부'인 것이다.
맑스는 자본주의를 해명하는 기나긴 여정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기본형태를 이루는 상품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본질인지 환상인지는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부의 형태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의 형태는 상품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예제 사회나 중세사회에서 부의 형태는 상품이 아니라 노예나 농노의 숫자였던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은 자본주의에서 '부'의 내용과 사회형태를 함께 보여주며, 부르주아 사회의 세포형태를 이루고있다. 따라서 이는 자본주의 사회 분석을 상품으로 시작하는 이유로 모자라지 않는다.
다음으로 맑스는 상품을 정의한다. 정의한다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인간의 온갖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쓸모 있는 물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의 유용성은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체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제약받고 있으며 그 상품체와 별도로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이것도 아주 상식적인 내용이다.
맑스는 상품의 두 요소인 사용가치와 가치에 대한 분석을 거쳐 1절 끝에서 상품을 다시 정의한다. "어떤 물건은 상품이 아니면서 유용할 수 있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는 사용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 즉 사회적 사용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여기에 엥겔스는 사람들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생산물을 사용가치로써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이전되어야 한다"고 각주를 붙이고 있다.

□ 사용가치와 가치

맑스는 쓸모 있는 물건이라고 상품을 정의하면서 '사용가치' 개념을 끌어내고, 이어서 '교환가치' 개념을 끌어내고 있다. 사용가치는 "부의 사회적 형태가 어떠하든 부의 소재적 내용을 형성"하며 "우리가 고찰하는 사회 형태에서는 동시에 교환가치의 물적 담당자"이다. 그런데 교환가치는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이다. 그런데 특정한 상품의 서로 다른 교환가치들은 동일한 "그 무엇"을 표현하고 있으며 교환가치는 "교환가치와는 구별되는 그 어떤 내용"의 표현양식 또는 현상형태이다. 만약 동일한 "그 무엇"이 없다면 교환되는 두 물건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무시해야 한다.
상품을 사용가치로 볼 때는 질적으로 구별할 수 있지만 교환가치로 볼 때는 오직 양적 차이만이 문제가 된다. 상품체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속성 즉 그것이 노동생산물이라는 속성만 남는다. 그런데 사용가치를 무시했으므로 노동생산물에 체현되어 있는 노동의 유용한 성질,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고 노동은 모두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따라서 노동생산물에는 "인간노동의 단순한 응고물"만 남게 된다. 노동생산물은 이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로서 가치, 상품가치"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미 상품들이 교환될 때 교환가치는 사용가치와 전혀 관계없다는 것을 보았다. 상품의 사용가치를 무시하면 남는 것은 상품의 가치뿐이다. 따라서 상품의 교환관계 또는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인자는 바로 상품의 가치다. 교환가치는 가치의 필연적인 표현양식 또는 현상형태일 뿐인데 이는 1절의 분석대상이 아니다. 맑스는 3절에 가서야 이것을 분석한다.
가치의 실체는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무차별한 인간 노동, 그 지출 형태와 관계없는 인간 노동이다. 그런데 1절에서 말하는 동등한 인간 노동, 추상적 인간 노동 개념은 아직 생리학적 동등성에 머물고 있고 사회적 의미는 아직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 가치의 크기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가? 가치의 크기는 "가치를 형성하는 실체"인 노동의 양으로 측정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계속시간으로 측정하고 노동시간은 시간․일․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

만약 상품의 가치가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지출된 노동의 양으로 결정된다면 나태하거나 미숙련인 사람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상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의 실체를 이루는 노동은 동등한 인간노동이며 동일한 인간노동력의 지출이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란 "주어진 사회의 정상적인 생산조건과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평균적 노동 숙련도와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시간"이다.
그런데 어떤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노동생산성에 따라 변한다. 노동생산성은 또한 노동자들의 평균적 숙련도,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 생산과정의 사회적 조직, 생산수단의 규모와 능률, 자연조건에 따라 변한다. 결국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에 실현되어 있는 노동량에 정비례하고 노동생산성에 반비례한다.

※ 이번 호는 『자본』 1장 1절의 내용을 교재에 따라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였다. 책과 다른 것이 없다고 불평할 독자들을 위해 다음 번에는 1절을 다시 정리하고 1장 전체에서 1절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 아가니페(aganippe)

'경제'(經濟)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말로 '세상의 질서를 세우고 백성을 구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중국의 고전인 {시경}에 나오는 말인데, 근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에서 영어 '이커너미(Economy)'의 번역어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 Economy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말은 오이코노미아(oikonomia) 또는 오이코노모스(oikonomos)라는 그리스말에서 나왔다. 오이코스(oikos)는 그리스말로 집을 뜻하고 노미아(nomia) 또는 노모스(nomos)는 '관리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이코노미아, 오이코노모스 그리고 여기에서 온 이커너미는 '집안 살림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좀더 피부에 와 닿게 말한다면 '가계부를 쓴다'고 하면 적당할까.
그런데 중세가 끝나고 국민국가가 나타나면서 국가경제 전반을 관리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나라의 살림을 관리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이커너미 앞에 나라를 뜻하는 내셔널(National)이나 정치를 뜻하는 폴리티컬(Political)이란 말을 붙이게 되었다. 따라서 National Economy를 국민경제학으로 Political Economy를 정치경제학으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냥 경제학이라고 하면 된다.
한 때 맑스주의 경제학을 소개한 책들이 정치경제학이란 제목을 붙이고,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맑스주의 경제학을 일컬어 정치경제학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리카도의 저서는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이며 맬서스의 책은 {정치경제학원리}이었고 이들의 경제학을 비판한 맑스는 『자본』의 부제를 "정치경제학 비판"이라 하였다. 따라서 정치경제학이란 맑스주의 경제학이 아니고 그 당시의 경제학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도 맑스주의 경제학을 정치경제학이라 하고 싶은 사람은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1절 상품의 두 요소 :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1장 1절 보충

□ 상품분석의 의미

지난 호에서는 1장 1절의 내용을 교재에 따라 재구성하였다. 앞서 말했던 대로 맑스는 상품분석을 자본주의 연구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런데 처음에 맑스는 상품이 노동 생산물의 유일한 형태인지 또는 그저 하나의 형태인지 분명히 하지 않는다. 이는 뒤에서 상품 분석을 통해 해명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맑스는 일단 상품을 주어진 것으로 하고 논의를 전진시킨다.
참고로 맑스가 상품에 주의를 기울인 것은 1858년 여름쯤이었다. 이 때 쓴 {정치 경제학 비판 요강}에 "부르주아적 부가 현상하는 최초의 범주는 상품 범주"라는 구절이 보인다. 우리는 앞으로 3절 가치 형태를 공부하면서 맑스가 왜 그리 상품분석에 힘을 기울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상품을 정의할 때도 맑스는 상품을 쓸모 있는 물건이라는 측면과 사회형태라는 측면에서 이중으로 정의한다. 1절의 제목이 [상품의 두 요소]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상품을 쓸모 있는 물건이라고 정의할 때 맑스는 상품을 사용가치로 볼 때는 역사의 어느 단계와 관계없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고 말한다. 그 욕망이 어디서 생겨나든 관계없이, 또한 그 물건이 생활수단이든 생산수단이든 관계없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모든 물건이 상품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회 형태를 고려하여 상품을 다시 정의한다. 1절 끝 부분에 있는 정의가 바로 이것이다[50쪽 15째줄~51쪽 9째줄 참조].
결국 모든 노동 생산물이 원래부터 상품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맑스의 결론이다. 노동 생산물은 단지 특정한 사회조건에서만 상품이 된다. 맑스가 상품 분석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점은 바로 이러한 특정한 사회 조건, 특정한 생산 관계이다. 이것이 상품 분석의 목적이다. 우리는 3절과 4절에서 어떠한 사회 조건이 노동 생산물을 상품으로 만드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먼저 해야 할 것은 상품의 두 요소를 밝히는 일(1절)과,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의 이중적 성격을 밝히는 일(2절)이었다.

□ 가치개념의 도출-소극적 추상

맑스는 사용가치와 가치도 각각 형태, 본질(실체), 크기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은 각각 동일한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분석 수준을 뜻한다. 상품의 사용가치는 "상품학이라는 특수분야의 연구대상"이므로 맑스는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환가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살펴본다. 왜냐하면 교환가치는 현실세계에서 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로 나타나지 않고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통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맑스가 사용하는 방법이 이른바 '소극적 추상'이다. 먼저 사용가치의 질적 차별성의 제거하고, 그 다음 노동의 유용한 성격을 제거한 뒤, 생산적 노동의 여러 구체적 형태를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상품의 교환을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교환의 배후에는 "공통적인 …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 "가치, 상품 가치"가 있음을 밝혀낸다. 이처럼 어떤 개념에서 그 개념을 규정하고 있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다른 개념을 도출하는 방법을 '소극적 추상'이라 한다.
이제 소극적 추상을 통해 교환가치는 사용가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서 나타나며 남는 것은 상품의 가치뿐이다. 그런데 1절에서는 가치를 그 형태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지 않는다. 1절은 상품의 두 요소 가운데 사용가치를 제거한 뒤 노동생산물의 가치로 나아가고 그 실체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교환가치야말로 가치의 필연적인 표현 양식 또는 현상 형태임을 보게 될 것"이므로 "당분간 가치의 성질을 그 현상형태와는 관계없이" 살펴보겠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지난 호에서 가치의 크기는 "가치를 형성하는 실체인 노동의 양"으로 측정하는데 노동의 양은 노동 계속 시간으로, 노동 시간은 다시 시간․일․주라는 자연시간의 일정한 단위들로 측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미 인간 노동은 지출 형태와 관계없이 생리적으로 동등한 노동으로 환원되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1 노동 시간은 1 자연 시간이 된다. 그러나 1 자연 시간을 1 노동 시간으로 만드는 사회관계는 3절 가치형태를 통해서만 명확히 밝힐 수 있다.

□ 들어간/들어갈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란 개념도 주의해야 한다. 1절에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 개념은 마치 '가치 크기가 생산 과정에서 투하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맑스는 『자본』 1권의 다른 부분에서 가치 크기는 '들어간' 노동량이 아니라 '들어갈' 노동량에 따라, 즉 같은 상품이 재생산될 때 필요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적․구체적 노동이 사회적․추상적 노동으로, 또한 질적으로 같아지기 위해, 그리고 질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가치 크기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환이라는 매개가 필요하다. 교환이 전제되지 않고서 이런 개념들은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가치 크기는 교환 국면에서 결정되고 그것은 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앞으로 들어가야 할 노동량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맑스가 1절에서 가치 크기를 투하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1절에서 맑스는 개별 노동력이 평균 노동력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부문에서 일정량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노동시간으로 충분히 비교할 수 있다. 둘째, 부문 사이의 동등화 문제도 1절에서는 사용가치의 차별성과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의 차별성을 제외했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들어간 노동량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었다. 셋째, 교환은 생산 과정에 대립되는 국면이지만 동시에 상품이 교환을 전제로 생산된다면 교환과 생산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1장 전체를 볼 때 1절에서는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관점에서 가치 실체를 밝히고 2절에서는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의 이중성이라는 관점에서 가치의 실체를 파헤친다. 또한 1절에서는 추상력의 도움을 받아 가치의 실체와 크기만을 분석하지만 3절에 가면 교환 가치가 가치의 필연적 현상 형태임을 밝히고 있다.

□ 상향법과 하향법

맑스가 경제학의 방법에 대해 서술한 저작은 ‘『정치경제학의 비판을 위한 기본 개요』서설'이다. 이는 미완성의 저작으로 1857년 8월말에 쓴 것이다. 박종철 출판사에서 나온 『맑스 엥겔스 저작선집』 2권에 실려 있고 경제학 방법은 460쪽~470쪽에 해당하며 분량도 작으니 꼭 읽어보기 바란다.
여기서 맑스는 경제학의 방법으로 상향법과 하향법 두 가지를 들고 상향법을 과학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맑스는 상향법, 하향법이란 용어를 쓰지 않았으나 서술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부르기로 하겠다].
하향법은 17세기 경제학자들이 쓴 방법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인구, 국민, 국가)에서 출발해 점차 단순한 것으로 나아가 마지막으로 가장 추상적인 규정(분업, 화폐, 가치)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구체에서 추상으로, 복잡한 것에서 단순한 것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반대로 상향법은 스미스나 리카도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사용했다. 이는 노동, 분업, 교환가치 같은 단순한 것에서 출발해 점차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고 마지막으로 국가, 국가 사이의 교역, 세계시장 같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맑스는 경제학을 연구할 때는 구체에서 추상으로 가는 하향법을, 서술할 때는 추상에서 구체로 가는 상향법을 썼다. 여기서 구체란 '어떤 관계 속에 들어 있는', '어떤 관계로 규정된'이라는 뜻이며, 추상이란 어떤 규정이나 개념들에서 관계를 떼어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추상에 관계를 하나씩 도입하는 것을 구체라 한다. 그런데 추상에서 구체로 갈수록 외연은 좁아진다. 예를 들어 생물→동물→포유류→사람으로 갈수록 관계는 하나씩 더 도입되나 그 안에 포함되는 원소의 수는 작아진다. 『자본』의 서술 체계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상품으로 시작하여 화폐→자본→산업자본으로 나아간다. 『자본』의 편, 장, 절들의 제목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절 안의 내용들을 서술할 때는 누구나 알 수 있고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것부터 써서 자신의 논리적 서술을 맨 끝에 쓰고 있다. 당시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왜냐하면 맑스는 스스로의 말대로 "지금까지 경제문제에 적용된 일이 없는" 독특한 방법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교재 1권 52~58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2절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 고전파 경제학의 울타리를 벗어나다

지난 호까지 상품에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두 요소가 통일되어 있다는 것을 살펴본 바 있다. 마찬가지로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도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유용노동과 가치를 형성하는 추상적 인간노동이 통일되어 있다.
이 점은 맑스 말대로 ꡒ경제학의 이해에 결정적으로 중요ꡓ하다. 노동의 이중성 분석은 고전파 경제학과 맑스를 구분하는 분수령이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상품의 가치를 단지 그 상품 생산에 들어간 노동량이라고 하였지만 맑스는 특정한 사회관계의 표현인 추상적 인간노동이 가치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맑스에게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인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은 모든 생산방식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 범주가 아니라 특정한 생산방식에서만 나타나는 역사적 개념이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상품의 가치가 그 상품 생산에 들어간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왜 노동이 노동 생산물의 가치로 표현되며 또 어떤 노동이 그렇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스미스는 이를 해명하지 못해 ꡐ가치의 역설ꡑ에 시달렸으며, 리카도는 질이 다른 노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ꡐ95% 노동가치설ꡑ이라는 기묘한 말로 피해갔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명쾌하게 풀어낸 사람이 바로 맑스이다. 이 개념을 통해 맑스는 고전파 경제학의 울타리를 벗어났으며, 출발 자체를 다르게 할 수 있었다.

□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

먼저 유용노동을 살펴보자. 유용노동은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다. ꡒ그것의 유용성이 그 생산물의 사용가치로 표현되는 노동ꡓ이 유용노동이다. 따라서 상품의 사용가치에는 유용노동이 들어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용가치는 만약 거기에 질적으로 다른 유용노동이 들어있지 않다면, 상품으로서 서로 대면할 수 없다. 또한 사회의 생산물이 일반적으로 상품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개별 생산자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사적으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유용노동 사이의 이러한 질적 차이는 하나의 사회적 분업으로 발전한다.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 유용노동으로서의 노동은 사회의 형태와 관계없는 인간생존의 조건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한 이래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수많은 사용가치를 생산해왔다. 원시인의 돌도끼며, 중세의 성경이며, 현대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한편, 상품의 사용가치는 자연소재와 노동이라는 두 요소의 결합이다. 노동은 그것이 생산하는 사용가치[즉 물적 부]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이 점은 주의를 기울여 둘만 하다. 흔히 맑스가 ꡐ노동만이 부의 원천ꡑ이라 말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맑스는 이렇게 말한 적도 없고, 이는 맞지도 않는 얘기이며 오히려 자본의 이데올로기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계급사회에서는 부의 원천 가운데 하나인 자연소재는 생산수단이다. 따라서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가난해야하다고 해야 정확하다.
다음으로 추상적 인간노동을 살펴보자. 먼저 추상적 인간노동은 생리학적으로 동등한 노동이다. ꡒ재봉과 직포는, 비록 질적으로 다른 생산활동이기는 하나, 모두 인간의 두뇌․근육․신경․손의 생산적 소비이고, 이 의미에서 모두 인간노동이다ꡓ 그런데 유용노동의 질적 차이를 제거한 인간 노동에서는 오직 양적 크기, 계속 시간만이 문제가 된다.
추상적 인간노동은 또한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추상적 인간노동은 가치의 실체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결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추상적 인간노동은 그대로 가치인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 대상화되고 물질화될 때 비로소 가치로 된다.
1절과 2절에서는 사용가치의 제거, 유용노동을 생리학적으로 동등한 노동으로 환원해서 추상적 인간노동을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에는 생리학적으로 동등한 인간 노동 이상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맑스는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이 가지는 적극적 의미를 3절의 가치형태론을 통해 전개한다. 3절에 가서야 상품의 가치는 오직 상품과 상품 사이의 사회 관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사적 노동이 교환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 추상적 노동 개념이다. 그런데 유용노동의 형태로 실제로 들어간 노동량과 추상적 노동량은 개별적 경우에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 유용노동의 형태로 투입된 노동량이 어느 정도의 추상적 노동량으로 환산될 것인지는 교환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
상품의 가치는 순전한 인간노동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노동이라는 것은 특별하게 발달하지 않은 보통 인간이 자기 육체 속에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순한 노동력을 지출하는 것이다. 단순한 평균 노동 자체도 나라와 발전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한 사회에서는 이미 주어져 있다.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제 복잡한 노동은 단순노동의 배수로 표시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현실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숙련공이 미숙련공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
한편, 노동 생산력은 유용노동의 생산력이다. 노동 생산력이 두 배로 되면 같은 노동이 유용노동으로서는 같은 시간 안에 두 배의 사용 가치를 만들어내지만 추상적 인간노동으로서는 같은 시간 안에 같은 크기의 가치를 만들어낼 뿐이다.

□ 정리 :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의 이중성

맑스는 다음과 같이 2절을 정리하고 3절로 넘어간다.

ꡒ모든 노동은 한편으로 생리학적 의미에서의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며, 이 동등한 인간 노동[또는 추상적 인간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상품의 가치를 형성한다. 모든 노동은 다른 한편으로 특수한 합목적적 형태에서의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며, 이러한 구체적 유용노동이라는 속성에서 사용가치를 생산한다.ꡓ

■ 윌리엄 페티(William Petty, 1623~1687) : 영국의 해부학자, 측량가로 근대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사람이다. 남부 잉글랜드의 작은 도시 램지(Ramsey)에서 모직생산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의학과 해부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잠시 옥스퍼드 대학의 해부학교수가 되었다. 크롬웰에게 인정받아 1652년 공화국 파견군의 군의관으로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다가 왕정복고 뒤 학문에 몰두했다.
1661년 찰스 2세의 부름을 받아 다시 정계에 복귀하여 왕립협회 창립에 힘썼다. 그리고 1667년 『조세공납론』(Treatise of Taxes & Contribution)을 썼다. 『조세공납론』은 국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다룬 책이다. 당시 영국은 청교도 혁명을 거치면서 근대 조세제도가 도입되어 국가재정이 국민들의 조세를 기초로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던 시기였다. 페티는 국가재정을 경비와 수입 모두 공평하게 부과한다는 조세원칙 아래 재정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고전파 재정학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이 책에서 페티가 근본원리로 삼은 것은 ꡐ토지가 부의 어머니인 것처럼 노동은 부의 아버지이며 그 능동요소이다ꡑ라는 사상이었다. 그는 조세원칙에 입각해 세원이나 조세전가의 원인을 밝혔고, 이 과정에서 지대의 신비로운 성질이나 모든 물품가격을 해명하면서 노동가치설을 주장하였다.
그 뒤 페티는 1670년대에 『정치산술』, 『아일랜드의 정치적 해부』를 썼는데 여기서는 당시에 일반화되어 있던 개개인의 변덕, 의견, 취향, 격정과 같은 주관 요인을 배제하고 ꡐ수, 중량, 척도ꡑ라는 수량 표현을 이용하여 정확한 분석을 꾀하였다. 페티는 이 밖에도 정치․경제․인구문제에 관한 수많은 짧은 논문을 통해 통계학을 창시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맑스는 페티를 ꡐ근대 경제학을 건설하였으며, 가장 독창성 있는 천재 경제학자ꡑ라 칭찬한 바 있다.


<교재 1권 59쪽~91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 상품의 현물형태와 가치형태

맑스는 1절에서도 상품을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두 요소의 통일로 규정하고 경제학의 유일한 보조 수단인 추상력을 이용하여 상품 가치의 실체를 밝혀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상품에 그 현물형태와 구별할 수 있는 가치형태를 주지 못한다. 상품은 그 형태와 무관하게, 형태로부터 독립적으로 분석되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상품은 “이중적 형태(현물형태와 가치형태)를 가지는 경우에만" 상품으로 나타난다. 상품 형태는 현물형태와 가치형태의 통일이기 때문에 상품을 분석할 때에도 이러한 이중형태의 통일로 분석해야 한다. 상품의 현물형태는 사용가치형태이므로 따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 상품을 형태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리하여 상품 분석을 완결하기 위해서는 가치형태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1절의 상품 분석은 자체로 완결되지 않은 것이었고, 상품 분석은 이제 한 상품과 다른 상품의 가치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형태론으로 넘어간다. 따라서 3절에서는 상품을 형태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가치형태가 사회형태임을 밝힘으로써 상품 분석을 완결한다.

□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

맑스가 가장 간단한 가치형태로부터 출발하는 이유는, 모든 교환은 상품-상품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형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가치형태는 휘황찬란한 화폐 형태에까지 이르는 모든 가치형태의 추상이고, 모든 가치형태의 비밀이 이 단순한 형태 속에 숨어있다.

① 가치표현의 두 극 :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서로 의존하며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서로 대립하는 극들이다. 어떤 상품의 가치는 오직 다른 상품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을 뿐이고, 그러므로 어떤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형태는 다른 어떤 상품이 등가형태로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같은 상품은 같은 가치표현에서는 동시에 두 형태를 취할 수 없다.

② 상대적 가치형태
여기서 맑스는 먼저 가치관계를 양적 측면과는 전혀 관계없이 상대적 가치형태의 내용을 살펴본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품 A = 상품 B'에서 교환 비율이 아니라 '상품 A의 가치는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는가'이다. 상품 A는 상품 B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상품 B의 사용가치를 자기 가치표현의 재료로 삼는다. 상품 B의 현물형태는 상품 A의 가치형태가 된다. 이와 같이 다른 상품의 현물형태를 통해서 상대적으로만 표현된다는 의미에서 상품 B에 표현된 상품 A의 가치는 상대적 가치형태를 가지게 된다.
상품 A는 그것이 가치인 까닭에 상품 B와의 가치관계에서 상품 B와 질적으로 같은 성격을 가진다. 상품 A 속에 들어 있는 추상적 인간노동은 상품 A의 사용가치 속에서는 조금도 나타나지 않고 오직 등가형태에 있는 상품 B의 사용가치 속에서 상대적으로만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치형태의 분석을 통해 비로소, 1절에서 사용가치의 질적 차별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통하여 도달한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은 상품 교환이라는 현실과정을 반영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맑스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같아진 두 상품의 가치크기가 어떠한 양적 관계로서 같아지는가를 살펴본다. 두 상품은 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양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예를 들면 1개의 저고리가 20미터의 아마포와 양적으로 같다는 것은 1개의 저고리와 20미터의 아마포를 생산하는 데 같은 양의 인간노동이 지출되었음을 뜻한다. 다음으로 맑스는 노동 생산력의 변동에 따라 상대적 가치표현이 변동하는 경우를 네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③ 등가형태
20미터의 아마포 = 1개의 저고리에서 아마포는 저고리가 직접 자기와 교환된다는 사실을 통해 가치로서 자기의 존재를 외부에 나타낸다. 그런데 가치관계에서 등가형태에 있는 저고리는 자기 자신의 가치 크기를 결코 표현할 수 없다. 저고리의 가치 크기는 저고리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에 따라, 따라서 저고리의 가치형태와는 관계없이 결정된다. 저고리가 가치표현에서 등가물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저고리의 가치는 양적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저고리는 가치등식에서 사용가치의 일정량으로서만 나타날 뿐이다.
등가형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사용가치가 그 대립물인 가치의 형상형태로 된다. 둘째,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노동의 형상형태로 된다. 셋째,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으로 된다.
상품의 가치가 다른 상품의 사용가치로 표현되고, 한 상품의 가치를 생산한 추상적 인간노동이 다른 상품의 사용가치를 생산한 구체적 유용 노동으로 표현될 때에만, 상품을 생산한 사적 노동은 비로소 사회적 노동의 일부분으로서 인정된다. 상품을 생산하는 사회에서 사적 노동은 반드시 다른 상품과의 가치관계를 통해서만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3절에서는 구체적 유용노동의 추상적 노동으로의 환원은 1절에서처럼 각각의 구체적 유용노동의 질적 차별성 제거라는 논리적 조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상품을 생산한 구체적 유용노동이 다른 상품과의 가치관계에서 다른 상품의 추상적 인간노동을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추상적 인간노동 개념도 생리학적으로 동등한 인간노동이란 의미를 넘어 상품 생산자들의 노동이 사회관계 속에서 질적으로 같은 노동이란 의미를 가지게 됨을 알 수 있다.

④ 단순한 가치형태의 총체
1절에서 상품은 사용 대상과 가치라는 이중적 관점에서 정의되었으나 형태의 고찰은 배제되었다. 3절은 형태의 고찰을 통해서 상품 A의 가치는 상품 B가 상품 A와 직접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로 '질적으로' 표현되고, 또 상품 B의 일정량이 상품 A의 일정량과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하여 '양적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상품 속에 숨어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의 내적 대립은 외적 대립을 통하여 표현된다. 상품 A의 현물형태는 사용가치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반면에 상품 B의 현물형태는 가치로서만 의미를 가진다. 상품 A는 오로지 사용가치로만 인정되고 상품 B는 오직 교환가치로만 인정된다.
단순한 가치형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가격형태로 성숙하기 전에 일련의 형태변화를 경과해야 하는 맹아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상품 A는 B가 아닌 어떤 상품으로 표현되든지 한 상품으로만 표현되면 되기 때문에 동일한 한 상품에 여러 가지 단순한 가치표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상품 A의 개별적인 가치표현은 무한한 시리즈의 각종 단순한 가치표현들로 전환한다.

■ 과부 퀴클리, 59쪽 : 셰익스피어의 작품 {헨리 4세}에 나오는 술집 여주인이다. 극중에 나오는 폴스태프라는 사람을 유혹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옷을 12벌이나 사주는가 하면, 자기 물건을 저당 잡혀서까지 돈을 만들어 주려한다. 그래도 잘 안 되자 남자를 고발해서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몰아넣고 결혼 약속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다. 우리 교재인 비봉판이나 이론과 실천 모두 1부 3막 3장이라고 역주를 붙였는데, 아마도 역자들은 이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듯하다. 2부 2막 1장에 훨씬 잘 묘사되어있다.
아울러 60쪽의 역자주도 틀린 것이다. 상품 소유자는 2장에나 가야 등장한다. 알하기 쉬울지는 모르나(사실 그렇지도 않지만) 잘못 이해하게 된다.

■ 매클라우드(Macleod, Henry Dunning : 1821~1902), 77쪽 : 영국의 금융이론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1849년 변호사가 되었다. 그가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854년 이후의 일로, 로얄 브리티시 은행의 이사가 되어 은행에 관한 소송사건에 관계하면서부터였다. 그 뒤 금융의 역사와 이론 연구에 몰두했으며, 이 성과가 {은행업의 이론과 실제}(1855)로 나타났다. 그는 처음으로 할인정책의 역할을 명확히 파악했으며, 신용과 화폐와 자본의 동일성을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은행의 신용창조력을 중요시하여 '은행은 신용 제조소'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 신용창조이론의 선구자로서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1856년 로얄 브리티시 은행이 파산하자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대학의 교직을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채 불행한 삶을 살았다.


<교재 1권 79쪽~89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3절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

단순한 가치형태(1형태)에서는 상품 A의 가치를 어떤 하나의 상품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이는 특정한 가치관계에서만 타당한 표현이다. 그런데 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을 실체로 하는 보편 개념이다. 따라서 이것에 적당한 가치형태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전개된 가치형태'(2형태)이다.
2형태에서는 상대적 가치형태에 있는 상품 A의 가치가 상품 세계의 수많은 다른 구성 요소로 표현됨으로써 상품 A가 상품 세계의 대표가 된다. 2형태에서는 다른 모든 상품이 상품 A의 가치를 표현함으로써 상품 A의 가치가 "참으로 무차별적인 인간노동의 응고물"임이 뚜렷이 나타난다. 또한 상품 A의 가치는 어떤 상품과 교환되든지 항상 같은 크기를 나타냄으로써 "교환이 상품의 가치 크기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품의 가치 크기가 상품의 교환 비율을 규제한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한편, 2형태에서는 하나의 특정한 현물형태는 다른 많은 상품과 나란히 하나의 특수한 등가형태가 된다. 특정한 구체적 유용노동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특수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2형태도 ① 상품의 가치를 표시하는 시리즈가 끝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 가치표현이 미완성이다. ② 가치표현이 조각조각 끊어져서 잡다하다. ③ 가치표현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무한히 계속된다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 가치형태'(3형태)로 이행하게 된다.

□ 일반적 가치형태

일반적 가치형태가 되면 이제 여러 상품의 가치를 같은 한 상품의 사용가치로 통일해서 표현할 수 있다. 3형태는 2형태를 뒤집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치형태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2형태와 달리 3형태에서는 상품 세계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상품이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표현하고 각 상품의 가치는 자신의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모든 사용가치로부터도 구별된다. 3형태에 와서야 비로소 독립적으로 노동하는 개별 상품 생산자들의 사회관계가 상품의 가치로 나타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따라서 이제 모든 상품은 양으로도 비교 가능한 가치로 나타난다.
또한 3형태에서는 등가형태의 성격도 변한다. 등가물의 사용가치가 인간노동 일반을 표현하는 것으로 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 등가물을 생산하는 구체적 유용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3절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2형태가 3형태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맑스는 앞서 단순한 가치형태를 설명하면서 가치 표현의 두 극은 서로 대립하고, 따라서 한 상품은 언제나 어느 한쪽에만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역할을 구분해 놓고서 이제 전개된 가치형태가 그 역의 관계를 포함한다는 논리로 일반적 가치형태를 전개시키는 방식은 언뜻 보면 모순인 듯하다. 또한 상품들 사이의 가치 관계를 분석하다가 상품 소유자를 등장시키는 방식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82쪽, 그러나 상품 소유자는 2장에서 본격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논리 조작만은 아니다. 먼저 이와 같은 전도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개념으로 반영한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해왔고,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편, 가치표현의 두 극은 전개된 가치형태에서 이미 충분히 전개되어 있지만 아직 어떤 하나의 상품으로 고정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도를 아주 배제해놓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1형태에서부터 역할이 다르다. 그러나 상대적 가치표현에서 등가형태에 있는 상품은 개별 등가물에 지나지 않으며, 따라서 언제나 다른 등가물로 바꿀 수 있고, 그리하여 전개된 가치 표현을 얻게 되었을 때에조차도 그것은 아직 특수한 등가에 지나지 않아서 이 경우에도 가치 표현의 두 극은 아직 완전히 고정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2형태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들을 자신의 가치를 그것들로써 표현하기 위하여 배제한다. 이러한 배제는 아직 한 상품의 개별행위에 지나지 않고 객관적으로 독립적인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3형태에서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형태에 있는 것은 그 상품 자체가 상품들의 무리에서 등가물의 역할을 하기 위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을 등가물로 할 것인가는 사회적 과정의 결과이다.
그런데 하나의 특수한 종류의 상품만을 등가물의 역할로 놓는 순간, 비로소 상품 세계의 통일된 상대적 가치형태를 가지게 되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하나의 상품으로 고정된다. 현물형태에 등가형태의 역할만을 하는 상품이 바로 '화폐 상품'이다. 3형태에서 등가형태에 있는 상품을 금으로 바꾸면 화폐형태가 된다.

□ 화폐형태

화폐형태인 4형태는 특정한 상품 대신 금이 일반적 등가형태를 취한다는 점을 빼놓고는 3형태와 다른 것이 전혀 없다. 1, 2, 3형태는 가치가 사용가치로부터 자립화되는 과정이다.
4형태에서는 일반적인 상대적 가치형태가 가격형태로 된다. 이제 교재의 예에서 아마포의 가격형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20미터 아마포 = 2온스의 금', 2원이 2온스의 주화 명칭이라면, 20미터 아마포 = 2원의 금.

■ 다양한 화폐단위의 이름들.
세계에는 수 백 종류의 화폐가 있다. 현재 약 180개가 넘는 나라가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화폐 단위는 통화의 종류만큼이나 많고 이를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가지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해왔던 냥(兩)은 원래 무게의 단위였다. 조선조 숙종 시절에 상평통보를 발행하면서 문(文)이라는 단위도 사용하였는데 엽전400문=은 1냥으로 계산하였다. 환( )이나 원(圓)은 화폐가 동그랗다는 의미에서 온 단위이다. 일본의 엔(圓)도 화폐의 모양에서 유래한 화폐단위이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원'은 순 한글로 1962년 3차 화폐개혁 때 채택하여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국제 통화인 달러(Dollar)의 유래는 특이하다. 16세기 초 보헤미아(현재 체코슬로바키아 북부)의 요하힌스탈에서 좋은 질의 은광맥이 발견되었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은으로 만든 은화가 인기가 좋아 유럽에 널리 유통되었다. 이를 '요하힌스 타렐' 또는 '타렐'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타라', '다렐', '다라'로 불리다가 달러로 굳어졌다.
영국의 화폐단위인 파운드(Pound)는 고대 로마의 무게 단위인 폰두스(Pondus)에서 왔다. 영국에서는 8세기쯤 1파운드의 페니 은화를 제조하였는데 1816년 은본위제를 폐기함에 따라 파운드는 은의 무게와는 관계없는 별도의 화폐 단위가 되었다. 독일의 마르크도 은의 무게를 표시하는 단위였다. 멕시코․콜롬비아․아르헨티나․칠레․쿠바․필리핀의 화폐단위인 페소(Peso)도 라틴어로 무게를 뜻하는 펜숨(Pensum)과 스뻬인어로 무게를 뜻하는 페소(Peso)에서 왔다. 이딸리아의 리라(Lira)도 고대 로마에서 무게 단위였던 리브라(Libra)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화폐단위의 이름들은 무게 단위에서 유래한 것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프랑스․스위스․벨기에․룩셈부르크의 프랑(Franc)은 14세기 프랑스에서 발행한 금화에 왕의 이름인 'Francorum Rex'를 새겼는데 이를 '프랑'이라 부르기 시작한 다음 붙은 이름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크로네(Krone)와 스웨덴․아이슬랜드의 크로나(Krona)는 1551년 이후 영국에서 발행한 은화 크라운(Crown)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파키스탄․인도․스리랑카의 화폐단위인 루피(Rupee)는 산스크리트어의 소[牛]를 뜻하는 루피아(Rupya)에서 기원한다.
이밖에도 네덜란드의 길더(Guilder)는 금을 뜻하는 골든(Golden)에서, 그리스의 드라크마(Drachma)는 그리스어로 '손에 가득히'라는 뜻을 가진 단어에서 왔다. 엘살바도르․코스타리카의 콜른(Colon)은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서양인인 콜럼버스의 스뻬인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베네수엘라의 볼리바(Bolivar)는 남미 독립운동의 유명한 투사인 시몬 볼리바(Simon Bolivar, 1783~1830)의 이름을 딴 것이다.


<교재 1권 90쪽~107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1장 상품
제 4절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 상품 물신성의 비밀

우리는 지난 호까지 상품으로부터 출발해서 화폐의 기원까지 밝혔다. 이만하면 『자본』 1장의 과제는 다 달성한 셈인데 맑스는 4절을 덧붙이고 있다. 여기서 맑스의 의도는 상품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노동이 상품으로만 표현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상품은 자명하고 평범한 물건이다. 그러나 1절~3절에서 본대로 상품을 분석하면 그것이 기묘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품의 신비한 성격은 상품의 사용가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또한 가치를 규정하는 요소들의 성격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①여러 가지 유용노동이 본질적으로 동등한 인간노동이라는 것은 생리학의 진리이므로 그 안에 어떤 신비한 요소도 없다는 점, ②가치 크기를 규정하는 노동량은 노동의 질과 명백히 구별된다는 점, ③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노동하게 되면 그들의 노동도 또한 사회적 형태를 취한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자마자 발생하는 노동생산물의 이 수수께끼 같은 성격은 상품 " 형태 자체"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 형태란 무엇인가? 또한 노동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는 사회의 생산조건이란 어떠한 것인가? 상품 물신성의 비밀은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찾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사용대상이 상품으로 되는 것은 그것이 서로 독립되어 작업하는 사적 개인의 노동생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자들은 교환을 통해 자기 노동생산물을 사회에 내놓기 때문에 사적 노동의 성격도 교환에 들어가야 비로소 드러나며, 생산자들 사이의 관계는 노동생산물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생산자들에게는 개인들이 자기들의 작업에서 맺는 직접적인 사회관계가 아니라 물건을 통한 개인들 사이의 관계로, 그리고 물건들 사이의 사회관계로 나타난다.
또한 상품을 생산하는 독립된 생산자의 노동은 서로 의존하고 서로 관련되어 있는 사회적 노동이다. 그런데 상품 생산자 노동의 사적 형태와 사회적 성격의 모순이 해결되는 방식은 오직 노동생산물이 교환을 통해 상품 생산자의 사적인 개별노동이 사후적으로 상호 관련되는 길뿐이다.
또한 노동생산물은 교환으로 하나의 사회적으로 동등한 객관적 실재, 즉 가치를 획득한다. 바로 여기에 상품 물신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사적인 개별 노동은 내용상 분명히 사회적 노동이면서도 교환하기 전에는 사회적 노동으로서 승인받지 못하고 오로지 교환을 통해서만 사회적 노동으로 승인받으며, 사회적 총노동에 대한 자신의 크기를 부여받는 것이다.

□ 상품 물신성은 상품 생산사회에서만 나타난다

상품 물신성은 그것의 기초인 상품 생산 자체가 없어지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물신성은 두뇌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에 따라 가치크기가 결정된다는 것은 상품의 상대적 가치의 현상적인 운동의 등 뒤에 숨어 있는 하나의 비밀이다. 이 비밀의 발견은 노동생산물의 가치크기가 우연하게 결정되는 듯한 착각을 없애기는 하지만 결코 가치 크기가 결정되는 물적 형태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의식 형태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와 같은 형태들은 바로 부르즈와 경제학의 범주들을 형성"한다. 이 범주들은 역사적으로 규정된 상품 생산사회에서만 타당하다. 오직 상품생산이 더 이상 존속하지 않을 때 "상품생산의 토대 위에서 노동생산물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상과 황당무계"는 사라진다.
그러면 이제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회의 예를 살펴보자.
첫째, 자급 자족하는 로빈슨 크루소의 섬생활을 보자. 여기서는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되지 않으며 로빈슨 크루소와 그가 손으로 만들어 부를 구성하는 물건들 사이의 모든 관계는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그렇지만 이 관계는 벌써 가치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둘째, 유럽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물질 생산의 사회관계와 이에 근거를 둔 생활을 '인격의 예속'이 규정하고 있다. 인격의 예속관계가 주어진 사회의 토대를 이루기 때문에 노동과 노동생산물은 다른 환상적인 모습을 띨 필요가 없다. 농노가 부역 노동을 할 때 농노와 생산물의 관계는 영주와 농노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나타나지 물건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자신의 필요를 위해 물건을 생산하는 농민가족의 가부장적 생산이 있다. 이 가족들에게 이 물건들은 집단노동의 생산물이지만 그 물건들은 상품으로 대면하지 않는다. 각 개인의 노동력은 처음부터 가족 전체 노동력의 부분으로 작용하므로 처음부터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공동소유의 생산수단으로 일하며 또 자기들의 각종 개인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지출하는 자유인들의 결합체"에서도 생산 관계는 물건들의 관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로빈슨크루소의 모든 생산물은 개인의 생산물이자 그 자신을 위한 사용대상이었지만 자유인들의 결합체에서 총생산물은 사회의 생산물이다. 이 생산물의 일부분은 생산수단으로 사회에 남고, 나머지는 결합체 구성원들에게 분배되어 생활수단으로 쓰인다. 생활수단의 분배가 각자가 일한 노동 시간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할 때, 노동 시간은 ①결합체의 다양한 욕망과 각종 노동기능 사이의 적절한 비율을 설정하고 유지하며, ②공동노동에 참가한 정도를 재는 척도와 개인들에게 분배되는 몫의 척도로 이용된다. 노동시간이 이와 같이 이중의 역할을 수행해도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이나 노동생산물에 대해 가지는 사회 관계는 생산에서나 분배에서나 물건들의 관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 상품 물신성의 발전 : 화폐 물신성과 자본 물신성

물신성은 일정한 사회관계가 어떤 물건이 본래 가지고 있는 속성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상품 물신성의 토대는 상품 생산사회에서 사적 노동과 사회적 노동의 모순에 기초하고 있다.
굳이 여기서 얘기할 것은 못되지만, 상품에 들어있는 모순이 외적 대립으로 바뀌어 상품계와 화폐계로 상품 세계가 쪼개지면 화폐 물신성이 나타난다. 화폐가 상품이 자립화한 가치라고 할 때 화폐 물신성은 상품 물신성보다 발전한 형태이다. 또한, 자본은 물건으로 매개된 사람들 사이의 관계인데 이것이 사회 관계로 나타나지 않고 일정한 물건(생산수단)의 속성으로 나타나는 것이이 자본 물신성이다. 자본 물신성은 상품 물신성이 고도로 발전한 형태이다.

■ 물신숭배(物神崇拜, fetishism) :
물신숭배는 원래 바위나 큰 나무, 조상이 남긴 물건에 영혼이 깃들어 있고, 그것이 초자연적인 마법의 힘으로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는 신앙이다. 영어로는 페티시즘(fetishism)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15~16세기에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돌이나 나무 같은 특정 대상물에 기도하는 것을 보고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인 라틴어 팍티키우스(facticius)는 '마법의 힘을 갖는다'는 뜻이다.
물신숭배는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동물 뿔 속에 마법을 부리는 물건[물신, 物神]을 담아두고, 물신이 사냥을 잘되게 하고 병마를 막아낸다고 여겼다. 이러한 주술적 물건에는 조상의 머리카락이나 뼈도 있는데, 이들은 물신을 개인 사당에 모시고,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물신은 세습으로 전해지며, 이것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을 나타내고 권력의 밑바탕이 되었다.
맑스는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에 빗대 표현하였다. 상품, 화폐, 자본이 갖는 여러 성질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기원하는 것인데 마치 이들이 원래 그런 성질을 가진 것처럼 나타난다. 생산에서 인간들이 맺는 관계는 사라지고 물건의 관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재 1권 108쪽~119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2장 교환과정

□ 교환과정과 가치형태론의 분석수준차이

우리는 1장 3절 가치형태 분석을 통해 상품에 내재한 가치와 사용가치의 모순이 상품/화폐의 대립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보았다. 2장에서도 상품에 내재한 사용가치와 가치의 모순이 현실의 교환과정에서 화폐 출현으로 어떻게 잠시나마 해결되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1장 3절과 2장은 분석수준이 다르다.
첫째, 1장 3절에서는 상품 소유자가 등장하지 않지만 2장에서는 상품소유자가 등장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1장 3절에서도 2형태에서 3형태로 이행할 때 상품 소유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화폐 등장의 필연성은 상품소유자들의 관계가 아니라 상품과 상품 사이의 관계로 설명한다.
교환과정에서 상품소유자는 오직 ꡒ경제적 관계의 인격화ꡓ로서만 등장한다[맑스는 『자본』의 전체 서술에서 일관되게 이와 같은 관점을 취하고 있다. 『자본』이 다루고 있는 대상은 경제관계이고, 경제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ꡒ경제적 관계의 인격화ꡓ일 뿐이다. 노동자는 노동력 상품의 보유자일 뿐이고, 자본가는 자본의 인격화일 뿐이다]. 교환과정에 참여하는 상품 소유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물건들을 상품으로서 서로 관계를 맺게 하기 위해, 자기의 의지를 물건에 담아 서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상품을 교환하려면 상품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을 사적 소유자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교환과정에서 상품 소유자들은 법률체계의 일부이든 아니든 계약의 형식을 취하는 법적 관계를 맺는다. 법적 관계는 하나의 의지관계인데, 이는 경제관계 자체를 통해 주어진다. 그러므로 교환과정에서 상품생산자들이 맺고 있는 의지관계는 오직 사적 상품생산이라는 경제관계의 반영인 것이다.
둘째, 가치형태론에서 상품과 상품의 가치관계는 현실에서의 교환을 의미하지 않지만 교환과정에서는 현실 교환관계 속에서 상품을 다룬다. 1장 3절 가치형태론이 분석하고 있는 대상은 ꡐ교환ꡑ이 아니라 ꡐ상품ꡑ이다. 가치형태론은 상품형태를 분석하는 것인데, 노동생산물의 상품형태, 상품의 가치형태는 상품과 상품 사이의 가치관계 속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가치형태론에서 상품은 1장 1절에서처럼 고립시켜 분석하는 대신에 다른 상품과의 관계 속에서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계가 현실에서의 교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2장 교환과정은 현실에서의 교환을 다루고 있다.

□ 상품의 교환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순 

상품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사용가치이지만 그 소유자에게는 교환가치의 담당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상품은 교환을 통하여 그 소유자가 바뀌어야만 한다. 교환은 상품들을 가치로서 서로 관련시키고 가치로서 실현한다. 상품소유자의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상품은 그 자신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가치로 실현되기에 앞서 가치로 실현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상품의 생산에 지출된 추상적 인간노동은 구체적 유용노동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고, 구체적 유용노동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형태로 지출되었을 때에만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할 수 있다. 상품생산은 사회적 사용가치의 생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은 가치로서 실현되기 전에 먼저 스스로가 사용가치임을 증명해야 한다.
상품소유자가 자기 상품을 다른 상품과 교환하려고 할 때, 그는 자기에게 필요한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에 대해서만 자기 상품을 넘겨주려 한다.
교환관계에서 등가물의 사용가치가 상품판매자에게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교환은 상품판매자에게 그저 ꡐ개인적 과정ꡑ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한편, 상품판매자는 자기 상품을 가치로서 실현하고자 한다.
자기 상품이 다른 상품 소유자에게 사용가치를 가지든 안 가지든, 자기 상품을 자기 마음에 드는 같은 가치의 다른 상품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교환은 ꡐ일반적 사회적 과정ꡑ이다.
사용가치의 획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교환은 어떤 한 상품판매자의 ꡐ개인적 과정ꡑ이지만 가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는 모든 상품판매자의 ꡐ일반적 사회적 과정ꡑ인 것이다.
어떤 상품소유자에게도 다른 모든 상품은 자기 상품의 특수한 등가물로 간주하며, 따라서 자기 상품은 다른 모든 상품의 일반적 등가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점은 모든 상품소유자에게 적용되므로 사실상 어떤 상품도 일반적 등가물일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교환에 내재한 모순이다.

□ 교환의 발전과 화폐 출현 

교환에 내재한 이러한 모순은 오직 교환의 역사적 발전에 따라 ꡐ사회적 행위ꡑ로 어떤 특정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물이 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교환의 역사적인 확대와 심화는 상품의 본성 속에 잠자고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을 발전시킨다.
생산물의 직접 교환은 한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만나는 곳에서 상품교환으로 발전한다. 상품교환이 발전하고 이 발전은 교환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이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발전의 끝에서 일반적 등가물의 기능이 어떤 한 상품으로 굳어지고 금이나 은 같은 화폐상품이 등장한다.
화폐상품은 ①동등한 인간노동을 물질화한 것이므로 균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②가치크기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므로 마음대로 분할하고 다시 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은 본래부터 이러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금이나 은과 같은 화폐상품의 사용가치는 이중적이다. 그것들은 사치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사용가치 말고도 독특한 사회적 기능으로부터 나오는 하나의 형태적 사용가치를 가진다.

□ 화폐에 관한 그릇된 견해들 

화폐의 본질에 대한 그릇된 견해들이 생겨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치와 가치형태에 대한 혼동이다. 교환과정은 어떤 상품에 가치를 주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가치형태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는 다른 모든 상품들이 자기 가치를 하나의 특정 상품으로 표현하기 때문이 그 특정 상품이 화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 상품이 화폐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상품들이 가치를 표현할 수 있다는 혼동이 생겨난다.
둘째, 화폐의 가치에 대한 오해이다. 금도 상품이기 때문에 자기의 가치를 다른 상품을 통해서 상대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일정량의 금의 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금을 생산하는 노동량에 따라 결정된다.
셋째, 화폐물신 때문에 화폐의 본질에 대한 그릇된 견해가 나타난다.

■ 마리토르네스, 107쪽 :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주막집 하녀이다. 얼굴이 아주 못생겨서 그 주막에 드나드는 말 달구지꾼 말고는 ꡒ누구나 구역질을 낼ꡓ 정도라고 한다. 이 여자의 용모에 대해 세르반테스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ꡒ펑퍼짐한 얼굴, 납작한 코에, 뒤통수를 찾아볼 수 없이 납작한 머리에다 한 눈은 아주 멀고, 나머지 한 눈도 시원치 않은 색시였다.ꡓ

■ 최초의 교환=침묵교환, 111쪽 : 역사상 최초의 상품교환은 원시공동체 내부의 개인들끼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이 때의 교환은 만나서 흥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한 부족이 공동체의 경계에 바꾸려고 하는 물건을 갖다놓고 숨어있으면 다른 부족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경계선에 놓고 몰래 바꾸어 가는 침묵교환(Silent Trade)의 형태였다.

■ 아씨냐(assignats), 112쪽 :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혁명정부가 몰수한 왕실, 교회의 토지를 담보로 발행한 공채(公債) 형식의 지폐이다. 처음에는 1만 리브르를 발행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1796년 9월에는 455억 리브르나 되었다. 혁명정부는 아씨냐를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면서까지 강제로 유통시켰다. 그러나 결국 아씨냐는 액면가의 3/1000까지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였다. 1897년 폐지되었다.


<교재 1권 120쪽~132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제 1절 가치의 척도

□ 3장의 위치
 

우리는 1장 3절에서 '가치 형태' 분석을 통해 화폐 출현의 필연성, 화폐의 본질과 비밀을 밝혔다. 2장에서는 같은 주제를 '교환과정' 속에서 분석하였다. 따라서 2장에서 다룬 것은 교환이 발전함에 따라 상품 안에서 대립하는 사용가치와 가치의 모순이 상품과 화폐로 쪼개지면서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1장 3절에서는 이것을 '경제 관계', 물건들의 관계로 설명했는데, 2장에서는 상품소유자를 끌어들여 '법률․인격' 관계로 설명하였다.
3장은 이렇게 출현한 화폐의 기능들을 분석하여, 화폐가 현실 사회에서 어떤 모습을 가지는지, 화폐가 인간들의 생활에 들어오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 가치의 척도 

맑스는 먼저 금을 화폐상품이라고 전제한다. 화폐상품이 된 금의 첫 번째 기능은 ꡒ상품세계에 가치 표현의 재료를 제공한다ꡓ는 점이다. 금이 화폐로 등장하면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같은 이름의 크기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금은 ꡒ가치의 일반적 척도ꡓ가 되는데 이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금은 화폐로 된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화폐가 있어서 모든 상품을 같은 가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이 가치로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치 척도로서의 화폐는 상품들에 내재하는 가치척도(즉 노동시간)의 필연적인 현상형태다.
여기서 맑스는 각주의 설명을 통해 상품생산 사회에서 노동화폐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노동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는 한, 노동시간은 화폐로 측정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품생산 사회에서 사적 노동은 처음부터 사회적인 노동이 될 수 없다. 사적 노동은 그 노동의 생산물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욕구가 만족되어야만 사회적 성격을 입증할 수 있다. 각 개별 생산자는 자신의 생산물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갖고 있는지, 자신의 개별 노동시간이 그것보다 적은지 많은지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그것은 노동생산물이 상품 형태를 취하고 노동시간이 상품의 가치라는 사회적 형식을 취해서만, 그리하여 가격이라는 현상형태를 취해야만 알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상품생산을 폐지하지 않고 노동화폐를 도입하려는 프루동의 제안은 환상이다. 노동화폐는 상품생산사회에서는 개별적 노동시간만을 포함하고 있을 따름이며 그것을 매개로 한 교환은 가치가 다른 물건들의 교환을 모든 사회로 확대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이는 상품생산=등가교환과 완전히 모순된다. 그러나 오웬의 구상은 프루동과는 다르다. 오웬은 상품생산과는 정반대인 사회, 즉 개인의 노동이 직접적으로 사회화되는 사회를 전제로 하여 노동화폐 도입을 주장하였다.
그러면 가격이란 무엇인가? 한 상품의 가치를 금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품의 화폐형태이며 이것이 상품의 가격이다. 예를 들어 1톤의 철=2온스의 금이라는 등식은 1형태의 모습을 띄게 된다. 이로써 1형태는 4형태를 논리적으로 추상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4형태에서 등가물 상품인 금은 이미 ꡐ화폐ꡑ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1형태로 돌아갈 수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앞에서 1형태의 결함으로 지적했던 것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화폐는 가격이 없다. 화폐는 2형태에서 가치표현을 얻지만 가격은 얻지 못한다. 즉 화폐는 4형태의 좌변에 참가할 수 없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ꡐ2온스의 금=2온스의 금ꡑ이라는 아무 것도 아닌 결과를 얻게 된다.
상품의 가격, 화폐형태는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물체형태와는 구별되며, 따라서 순전히 관념이고 개념이다. 그러나 관념적인 화폐만이 가치척도의 기능을 수행한다 할지라도 가격은 완전히 실재적인 화폐 재료에 의존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치의 척도와 가격의 도량표준 기능이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살펴보자. 화폐가 가치의 척도인 것은 인간노동의 사회적 화신이기 때문이고, 가격의 도량표준인 것은 고정된 금속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척도로서 화폐는 여러 가지 상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바꾼다. 가격의 도량표준으로서 화폐는 이러한 금의 양을 측정한다.
그러나 금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가치가 변한다. 이 점이 금의 화폐로서의 기능(가치척도, 도량표준)에 문제점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그러나 먼저 도량 표준에는 문제가 안 된다. 금의 가치가 어떻게 변한다해도 2온스의 금은 1온스의 금보다 언제나 두 배의 가치를 갖는다. 또한 가치척도로서의 기능도 상품가치와 화폐가치의 상대적 변동 관계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변동하므로 문제가 안 된다.
금속 무게의 화폐명칭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점차 원래의 무게명칭으로부터의 분리된다. ①발전 정도가 낮은 민족들에게 외국화폐가 수입된 것, ②부의 발전에 따라 저급 금속은 고급금속에게 쫓겨난다, ③몇 백 년에 걸친 군주들의 끊임없는 화폐변조가 그 원인이다. 이에 대해서는 6호를 참조하기 바란다.
가격과 가치크기 사이에는 양적 불일치의 가능성이 있다. 그 뿐 아니라 화폐는 상품의 가치형태에 지나지 않는 데도 가격이 전혀 가치를 표현하지 않는다는 모순도 내포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양심이나 명예는 그 소유자가 팔 수 있으며 그 가격을 통해 상품형태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은 가치를 가지지 않지만 가격을 가질 수 있다.

□ 정리

맑스는 가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ꡒ가격형태는 상품이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것과 이러한 교환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다른 한편, 금은 오직 교환과정에서 이미 화폐상품으로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념적인 가치척도로 기능한다. 그러므로 관념적인 가치척도 속에는 경화가 숨어있다.ꡓ 상품이 실질적으로 교환가치로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금으로 전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 동전의 테두리 : 처음 금이나 은이 화폐의 쓰였을 때는 금과 은은 화폐의 실제 가치와 똑같았다. 그런데 금화나 은화를 손에 넣은 사람들이 주화의 가장자리를 몰래 깎아내는 행위가 성행하게 된다. 이를 클리핑(Clipping, 가장자리를 깎아내다)이라 하였다. 17세기 말 영국에서는 원래 은화 무게의 50%밖에 안 되는 화폐들까지 돌아다녔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였다. 사람들은 깎인 은화를 시장에 내놓고, 깎이지 않은 은화는 자기가 보관하게 되면서 시장에서는 원래 가치의 반밖에 안 되는 은화만 돌아다니게 된다. 그레샴(Gresham)은 이런 현상을 보고 ꡒ나쁜 돈이 좋은 돈을 쫓아낸다ꡓ고 하였다. 이에 따라 무게 명칭과 일치했던 화폐 명칭이 이름만 남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당시 영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화를 다시 주조하자는 논쟁이 벌어졌다. 원래 무게의 50%인 있는 은화를 그대로 가치를 인정하자는 쪽과 모든 은화를 회수해 원래 무게대로 다시 주조해야 한다는 쪽의 싸움이었다. 결국 원래 무게대로 다시 주조하기로 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금화로 바뀌게 된다.
금화가 도입된 다음에도 이런 행위가 줄지 않자 마침내 주화의 가장자리에 톱니모양을 새기게 된다. 톱니가 없는 돈은 사람들이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주화 가장자리를 깎아내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쓰는 주화는 금이나 은으로 만들지 않으므로 톱니를 새기게 된 애초의 뜻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셈이다.
현재 한국의 주화는 10원 짜리 동전에는 테두리에 무늬가 없고 50원, 100원, 500원 짜리 동전에만 톱니가 새겨 있다. 그런데 톱니 수는 동전마다 다르다. 500원 짜리는 120개, 100원 짜리는 110개, 50원 짜리는 109개이다. 테두리에 톱니 대신 문자를 넣기도 하는데 이는 아주 정교한 기술이 있어야 하므로 특별한 행사를 때만 쓴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3년에 대전엑스포기념주화 테두리에 문자를 넣은 적이 있다.


<교재 1권 133쪽~165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제 2절 유통수단

□ 상품의 형태변환 

지난 호에서는 화폐가 가치척도로서 기능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화폐가 상품유통을 매개하는 ꡐ유통수단ꡑ으로 쓰일 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본다.
가치척도로서의 화폐는 관념으로만 존재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는 실제로 존재해야만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화폐가 교환과정에 끼어 들어 상품유통의 매개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교환과정은 상품과 상품이 교환되는 과정이다. 이 때 상품은 형태변환[교재에서는 변태(變態)라 하였는데 말의 느낌도 좋지 않고 형태변환이라 하는 것이 정확하다]을 하게 된다. 첫째는 상품이 화폐로 바뀌는 판매이고, 다음은 화폐가 상품으로 바뀌는 구매이다. 이 때 사용가치로서의 상품들이 교환가치로서의 화폐와 대립한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교재의 예대로 아마포-화폐․화폐-성격책의 교환과정을 살펴보자. 교환의 결과만 본다면 아마포와 성경책이 교환되는 것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먼저 상품이 화폐로 바뀌는 1차 형태변환은 맑스 말대로 ꡐ결사적인 도약ꡑ이다. 우리는 굳이 시장가지 않더라도 TV광고를 통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 결사적 도약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늘 보고 산다. 아무튼 어떤 생산물이라도 화폐로 바뀌지 않고서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일반적 등가형태를 취하지 못한다.
1차 형태변환의 종점인 화폐는 동시에 화폐가 상품으로 바뀌는 2차 형태변환을 위한 출발점이다. 아마포 소유자가 그의 상품을 화폐와 바꾸는 것은 그의 원래 목적인 성경책을 사기 위해서 이다. 그런데 화폐는 언제든지 다른 상품과 바꿀 수 있으므로 상품유통이 여기서 정지될 가능성이 있다. 누구나 판매한 다음 즉시 구매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공황의 가능성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가능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단순한 교환과정도 4개의 극(아마포, 화폐, 화폐, 성경책)과 3인의 등장인물(아마포 구매자, 아마포를 팔고 성경책을 사는 사람, 성경책 판매자)이 필요하다. 과정 전체를 볼 때 상품은 그 소유자에 대해 출발점에서는 비사용가치이고 종점에서는 사용가치이다.
한편 화폐를 매개물로 하는 상품유통은 형태뿐만 아니라 본질에서도 물물교환과 다르다. 상품유통에서는 판매와 구매가 시간,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 물물교환이었다면 아마포 판매자는 꼭 성경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마포가 필요한 사람을 시장에서 만나야 한다. 그러나 상품유통이기 때문에 아마포 판매자는 결사적 도약을 수행한 뒤에는 느긋하게 성경책을 가진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된다. 또한 상품유통은 교환과정에 참여한 당사자들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연결망에 관계를 맺게 만든다. 아마포를 팔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상품을 팔아 화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누군가가 성경책을 팔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따라서 이제 사회의 분업은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생산자들이 맺는 관계를 그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관계로 만든다. 그들이 맺는 사회관계가 그들 자신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며 생산자는 생산과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 화폐의 유통 

상품유통에서 화폐는 순환운동을 하지 못한다. 화폐가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으며 끊임없이 출발점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상품유통은 상품의 1차 형태변환과 2차 형태변환의 통일이다. 다시 말해서 ꡐ상품형태-상품형태의 탈각-상품형태로 복귀ꡑ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화폐는 단순한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통과정에서 계속 돌아다니는 것은 화폐이며, 상품은 잠깐 유통에 들어왔다가 재빨리 소비된다. 이 결과 운동의 연속성은 오직 화폐 쪽에서만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상품유통의 표현일 뿐인 화폐의 운동이 ꡐ그 자체로서는 운동하지 않는ꡑ 상품을 유통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ꡐ유통영역이 얼마만큼의 화폐를 계속 흡수하는가ꡑ이다. 상품유통에 필요한 유통수단의 양은 상품들의 가격총액에 따라 결정되며 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품들의 가격총액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유통 화폐량도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 그런데 금 가치 변동으로 발생하는 유통 화폐량의 변동은 유통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 때문이 아니라 가치척도로서 화폐의 기능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에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은 다음 공식으로 주어진다.

유통 화폐량=상품의 가격총액/동일한 명칭의 화폐조각의 회전수

따라서 화폐조각의 회전수가 증가하면 유통화폐량은 감소하며 화폐조각의 회전수가 줄어들면 유통 화폐량은 늘어난다. 따라서 상품들의 가치총액과 그 형태변환의 평균속도가 주어져 있을 때, 유통 화폐량은 화폐 자신의 가치에 달려있다.

□ 주화, 가치의 상징 

유통과정에서 주화가 마멸되면 금 명칭과 금의 실체가 분리된다(법정 무게와 실제 무게의 분리, 9호 참조). 유통수단으로서의 금 무게가 가격의 도량표준으로서의 금의 무게로부터 이탈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화폐유통 자체에 주화를 기호 또는 상징으로 대신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리하여 금표지 또는 화폐표지인 지폐가 등장한다. 이러한 가치표지의 등장은 ꡐ화폐의 기능적 존재가 화폐의 물질적 존재를 흡수하는 것이다.ꡑ
지폐는 객관적이고 사회적인 유효성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국가의 강제로 가능하다. 따라서 이 지폐는 국가지폐이며 주어진 사회의 경계 안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또한 이럴 때 지폐는 오로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만 있는 것이다. 국가의 경계도 뛰어넘는 세계화폐는 3절에서 다룬다.

■ 지폐의 탄생 : 지폐는 650년쯤 종이를 발명한 중국에서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 때 당나라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동전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작은 거래에도 많은 동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업거래나 취급에서 불편이 많았다. 또한 수송할 때도 무게가 많이 나가 마차로 옮겼는데 도중에 노상강도들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잦았다. 중국 상인들은 이를 막기 위해 비전(飛錢, 페이취엔)이란 종이로 만든 증서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초의 지폐로 기록에는 남아있으나 실물은 전해오고 있지 않다.
이어 송대에 교자(交子)라는 지폐가 있었고 금․원나라에서는 이와 비슷한 ꡐ교초보ꡑ라는 지폐를 썼는데 뽕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에 목판으로 인쇄한 것이었다. 이것은 명대에 ꡐ대명통행보초ꡑ로 이름을 바꾸어 계속 사용하였다.
서양에서 지폐가 나타난 것은 12세기에 종이가 전래되고도 300여 년이 지난 1483년이었다. 당시 모로코에 살고있던 스페인 사람들은 이슬람교도인 무어족의 공격을 받자 지폐를 발행하여 전쟁비용을 조달하였다. 이 지폐는 금세공상이 나중에 금으로 갚겠다고 서명한 약속어음이었다.
한편 영국에서도 1660년대 이전부터 금세공상들이 그들의 금고에 다른 상인들의 금을 맡아두고 발행한 같은 값어치의 영수증(=보관증)을 약속어음이나 현금처럼 사용했다. 이것은 거래가 편리했을 뿐만 아니라 소액권도 발행되어 화폐와 같이 널리 유통되었다. 그러나 전쟁비용을 위해 왕실이 금세공상들의 귀금속을 몰수하자 불신이 커져 이 증서는 유통될 수 없었다.
이렇게 되자 1694년 귀족들이 공동 출자하여 왕실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은행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것이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다. 잉글랜드은행은 왕실의 특혜를 기반으로 과거 금세공상들의 역할을 대신하여 근대 중앙은행의 모태가 되었으며 1695년, 갖고 있는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는 10, 20, 30, 40, 50, 100 파운드 짜리 지폐를 발행하였다. 이것이 최초의 근대 은행권이다.


<교재 1권 165쪽~188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제 3절 화폐

1절에서는 금이 관념에서만 존재해도 되었고, 2절에서는 여러 가지 상징이 금을 대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3절에서는 금이 모든 상품의 등가물로서 ꡐ금 자체ꡑ로 나타나야만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보물축장 

교재에서는 ꡐ퇴장화폐ꡑ라고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 ꡐ보물축장ꡑ이라 하는 것이 내용에 더 정확하게 맞는 제목이며, 따라서 교재의 화폐퇴장은 모두 보물축장으로 바꾸어 읽는 것이 좋다.
상품유통이 발전하면서 1차 형태변환의 결과물인 화폐(금) 자체를 축적하려는 필요성과 욕망이 생긴다. 왜냐하면 상품이 화폐로 바뀌려면 ꡒ결사적 도약ꡓ을 해야만 하고, 화폐는 언제든지 다른 모든 상품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상품 판매자는 다른 상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폐 자체를 축적하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상품생산의 초기에는 쓰고 남은 것을 화폐로 축장하게 되지만, 상품생산이 발전할수록 이런 욕망이 더욱 커진다. 좀 앞서 나가는 얘기지만, 상품생산이 사회의 기본틀을 형성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축적 자체가 목적이 되며 축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자본가로 존재할 수 없다.
화폐를 보물로 축장하려는 갈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화폐의 힘은 커진다. 그런데 화폐는 상품이며 따라서 누구의 사유재산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의 힘이 개인의 사적인 힘으로 된다.
보물축장의 충동은 성질상 끝이 없다. 화폐는 직접 어떠한 상품으로도 직접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질적으로나 형태상으로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화폐액은 모두 양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화폐의 이러한 양적 제한성과 질적 무제한성 사이의 모순은 보물축장자를 끝없는 축적으로 몰아부친다.
한편, 보물로 축장된 화폐는 유통화폐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상품유통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상품가격의 끊임없는 변동 때문에 화폐의 유통량도 쉬지 않고 증감한다. 이에 따라 화폐의 유통량도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 보물로 축장된 화폐는 이러한 화폐유통의 저수지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 지불수단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은 가치척도, 유통수단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지불수단의 기능은 이미 앞의 두 기능과 다르다. 화폐는 이제 상품교환을 단순히 매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환가치의 절대존재로 나타난다. 한편, 보물로 축장된 화폐는 유통 중단의 결과로 유통에서 끌려나온 것이지만, 지불수단인 화폐는 유통이 끝난 뒤 유통으로 들어간다.
상품 유통의 발전과 더불어 상품을 먼저 넘겨주고 나중에 대가를 지불하는 관계들이 발전한다. 이런 관계들은 오늘날 할부나 거래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쨌든 구매자는 상품의 대가를 지불하기 전에 그 상품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는 채권자로 되며 구매자는 채무자로 된다. 이 경우 상품의 형태변환의 전개가 달라진다. 구매자는 그가 상품을 화폐로 바꾸기 전에 화폐를 상품으로 바꾼다. 다시 말하면 상품의 1차 형태변환(상품→화폐)에 앞서서 2차 형태변환(화폐→상품)을 수행하는 것이다[외상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 그 상품의 1차 형태변환은 뒷날(결제일)에 가서야 비로소 수행된다. 따라서 판매자의 1차 형태변환이 구매자의 1차 형태변환에 달려있는 것이다. 화폐는 지불수단으로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의 형태변환 속에 화폐 공황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만약 어떤 사정으로 지불해야할 날짜가 되어도 화폐가 지불되지 않는다면, 판매자의 1차 형태변환은 좌절되고 그 결과 이 판매자의 지불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판매자들의 1차 형태변환도 좌절된다.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상품생산에 서 이러한 사태는 연쇄부도사태를 낳는다. 우리는 이것을 지난 97년, 98년에 숱하게 보았다.
또한 화폐 공황의 시기가 오면 화폐는 계산화폐라는 순전한 관념에서 갑자기, 그리고 직접 경화로 변해버린다. 더 이상 보통의 상품은 화폐를 대신할 수 없게 된다. 상품의 사용가치는 가치를 얻지 못하게 되며 상품의 가치는 그 자신의 가치형태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IMF 사태 내내 유행한 이른바 ꡐ눈물의 세일ꡑ은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품에 어떻게 해서든 가치를 구현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ꡒ공황에서는 상품과 그 가치형태인 화폐 사이의 대립은 절대적 모순으로까지 격화된다.ꡓ
그러나 최초의 지불 불능이 구매자의 지불 수단 부족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 화폐부족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불수단 부족이란 지불해야 할 상품이 넘쳐나기 때문이고, 상품이 넘쳐나는 것은 지불수단이 결제능력을 넘어서는 상품생산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공황은 생산공황, 상업공황과 함께 발생한다.
상품생산사회는 발전할수록 파생된 지불수단의 기능이 원래 기능인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압도하게 된다. 신용화폐는 지불수단의 기능으로부터 발생하는데 그것은 구매된 상품에 대한 채무증서 그 자체가 유통됨으로써 발생한다. 또한 신용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도 확대된다. 대규모 상업거래에는 신용거래가 보통이다.
상품생산이 일정한 수준과 범위에 이르면 지불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은 상품유통의 영역을 뛰어넘게 된다. 화폐는 모든 계약의 재료가 되어 지대, 조세 같은 것들도 현물납부에서 화폐납부로 바뀐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가 발전하면 채무의 지불기일에 대비하기 위해 화폐축적이 필요하다. 부르주아 사회가 발전하면 치부형태로서의 보물축장은 없어지지만, 지불수단의 예비금형태의 보물축장이 늘어난다.

□ 세계화폐

화폐가 국내유통의 범위를 넘어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면 귀금속의 원래형태로 돌아간다. 요즘은 달러도 금으로 바꿔주지 않지만, 1970년 닉슨이 금태환 정지선언을 할 때까지도 금은 세계화폐로 기능하였다.
세계무역에서 상품은 자기의 가치를 세계적 차원에서 전개한다. 따라서 상품의 독립적인 가치형태도 세계화폐로서 상품에 대립한다. 세계시장에서 비로소 화폐는 그 현물형태에 추상적 인간노동이 직접 사회적으로 실현되어 있는 상품으로서 완전한 기능을 수행한다. 국제수지의 결제를 위한 지불수단이 세계화폐의 주된 기능이다.

■ 보아규베르(Pierre Le Pesant de Boisguillebert, 1646~1714) 162쪽, 174쪽 : 중농주의자 께네(F. Quesnay)의 선배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이다. 경제순환에서 자연질서를 찾아내고 이 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조세제도를 구상하였다. 모든 가치의 원천은 토지이므로 토지에만 세금을 매겨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프랑스는 농업이 쇠퇴하고 조세제도가 어지러웠기 때문에 그의 이런 주장은 농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아울러 보아규베르는 조세제도 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빈곤을 제거할 것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께네를 거쳐 미라보(V.R. Mirabeau), 뛰르고(A.R.J. Turgot)까지 이어졌다.

■ 시지푸스(Sisyphus), 165쪽 : 시지푸스는 코린트[그리스 아테네의 서쪽 지방 도시]의 왕이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한 독수리(이는 제우스가 변신한 것이었다)가 처녀를 그리 멀지 않은 섬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강의 신 아소푸스가 그를 찾아와 자기 딸 아이기나가 납치당했다며, 제우스의 짓인 것 같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시지푸스는 자기가 본 것을 얘기해 주었다. 이 때문에 시지푸스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아 지옥(하데스)에서 올리면 다시 굴러내려오는 바위를 언덕 위로 끝없이 올려야 하는 벌을 받았다. 한편, 아소푸스도 제우스의 번개에 쫓겨 딸을 되찾을 수 없었다. 뒷날 제우스와 그녀 사이에 난 아들이 아에아쿠스인데, 이 사람의 손자가 바로 트로이 전쟁에서 용맹을 떨친 그리스 장군 아킬레스이다.


□ 독자들에게

11번의 연재를 통해 『자본』 1권, 1편을 정리하였다.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하기는 했지만, 직접 만나지 않고 글로 『자본』을 설명한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다. 또한 읽는 사람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될 수 있으면 쉽게 쓰려고 하였지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모자란 능력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독자들은 연재를 시작할 때 ꡐ자본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성실하게 읽는 것ꡑ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연재되는 글을 보면서 독자들은 ꡐ역시 교재가 가장 쉽구나ꡑ하고 느꼈을 것이다.
연재 내용 가운데 가장 아쉬운 것은 2호와 3호였다. 1장인 상품을 알기 쉽기 설명하고 『자본』 읽기에 재미가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독자들은 1장을 잘 이해해 두어야 한다. 1장만 잘 이해하면 나머지는 사실 그 반도 안 되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자본이 주도하는 생산이나 유통은 어디까지나 자본의 증식활동이며 자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런데 1장에서 대충 넘어가면 나중에 가서 딴 소리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뵘바베르크는 맑스가 1권에서는 가치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3권에 가면 그것을 가격으로 바꾸어 일관성이 없다고 하였는데 1장에 분명히 나중에 가면 가격으로 바꾸어 설명한다고 말하고 있다.
5호와 6호에서 연재한 1장 3절은 맑스의 말대로 역시 어려웠다. 그림을 그려 설명해보려고 시도하였으나 오히려 내용을 단순화하고 이해하기만 어렵게 된 것 같아 원고를 넘기기 직전에 뺐다. 독자들은 다시 한 번 1장 3절을 잘 읽어두었으면 한다.
8호~11호까지 연재된 2장과 3장은 1장에 비하면 훨씬 쉬운 내용이다. 다만 여기서 ꡐ사회적ꡑ이라는
말을 잘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개인에게 아주 큰 가치를 지닌 것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다.

□ 자본을 읽을 때는


『자본』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맑스가 수도 없이 인용하는 신화, 인물, 문학, 과학의 지식이다. 맑스는 원래 천재였던 데다가 지독한 노력가였다. 경제학뿐만 아니라 신화와 예술, 기술사와 공학사, 화학문제, 언어학, 수학 심지어 농업과 원예까지도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자본』은 130여 년 전에 한국어도 아닌 독일어로 쓴 것이다. 만약 현재 한국을 모델로 하여 한글로 쓴 책이 하나 있다고 하자. 이 책을 130년이 넘게 흐른 뒤 이탈리아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서 읽는다고 할 때 그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또한 독일 사람들이 ꡐ춘향이처럼 예쁘다ꡑ든지 ꡐ콩쥐처럼 착하다ꡑ든지 하는 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자본』을 읽을 때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많은 것은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ꡐ과부 퀴클리ꡑ나 ꡐ마리토르네스ꡑ를 모른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이야말로 그냥 넘어가도 큰 지장이 없다.
또한 『자본』을 처음 볼 때, 많은 각주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각주를 읽다가 정작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따라서 처음 읽을 때는 각주는 빼놓고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밖에도 내용은 잘 이해했는데 예로 든 것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63쪽의 ꡐ버터산과 개미산 프로필ꡑ의 예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내용을 이해했으면 예로 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질질 끌 필요없이 넘어가면 된다.
어쨌든 『자본』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직한 마음으로 끝까지 읽는 것이다. 한 번에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든다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다. 쓴 사람도 수 십 년이 걸렸는데 그것을 읽는 사람이 한 번에 이해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자본』을 처음 읽는다면 여유를 가지고 끝까지 읽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도 좋다.

□ 『자본』과 현대 자본주의

연재를 시작할 때 말했던 대로 『자본』은 ꡒ현대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을 발견하는 것ꡓ이 목적이다. 1권 7편에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자본』은 자본주의 사회가 이윤추구에만 매달려있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온갖 문제를 아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자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의 현실을 보자. 한국이 그토록 닮고 싶어하는 미국은 전체 가구의 상위 1%가 부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밑바닥 40%의 재산은 전체의 0.2%밖에 안 되는 나라다. 미국 어린이의 1/5은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뉴욕타임스조차도 분배불균형, 빈부격차 확대가 미국 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의 세계화는 ꡐ국가경쟁력의 강화ꡑ라는 허울좋은 이름 아래 대다수 국민들의 생존권은 말할 것도 없고 피로 이루어온 민주주의 기본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자본』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세계화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일 뿐이며 사람들을 이유도 모르는 채 참혹한 경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다.
현재 자본의 세계화로 후진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량실업, 고용불안, 실질임금 하락 등은 맑스가 『자본』에서 설파했던 얘기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21세기인 오늘도 맑스가 주장했던 자본주의 운동법칙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1년에 바다에 버리는 식량 1/4만 무상으로 원조해도 세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과학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데 인간은 오히려 멸망과 보이지 않는 폭력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본』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 호부터는 화폐가 어떻게 자본으로 바뀌어 이윤을 얻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2편을 연재한다.

■ 맑스의 ꡐ상형문자ꡑ : 맑스는 소문난 악필(惡筆)이었다. 어찌나 글씨를 못썼던지 맑스조차 가끔 자기가 써놓은 원고를 읽을 수 없었다고 한다. 런던에서 가난을 이기다 못해 철도사무소에 취직하려고 했을 때도 글씨를 너무 못써서 떨어졌다.
맑스의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그의 부인 예니, 엥겔스밖에 없었다. 맑스와 예니가 죽은 뒤 엥겔스는 혼자서 『자본』 2권, 3권을 편집하여 출판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를 읽다가 눈이 나빠질 정도로 맑스의 글씨는 읽기 어려웠다. 엥겔스가 뒷날 맑스의 글씨를 ꡐ상형문자ꡑ라 부르고 『자본』을 ꡐ일곱 개의 봉인을 가진 책ꡑ[신비로운 책이라는 뜻]이라 한 것은 유명하다.
맑스의 사위 라파르그는 『자본』의 러시아 어 번역자 다니엘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고 있다. ꡒ당신은 윌리엄[맑스의 필명]의 작은 필적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초고에서는 더 나쁩니다. 왜냐하면 약어, 지운 글자, 지웠다가 다시 쓴 글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해독하기 어려운 글자가 있는 옛 문서 위에 다시 쓴 그리스 어 사본을 읽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ꡓ
여기서 말하고 있는 약어 몇 개를 보자. Arbeiter→Arbitr(노동자), Capital→Cpitl(자본), Bedufnisse→Bdfsse(필요, 욕구)라는 식이다.
약어 말고도 뒷사람들을 괴롭힌 것은 맑스의 작은 글씨였다. 그가 얼마나 글씨를 작게 썼는가 하면 t는 1mm, n은 0.3mm 정도였다.
현재 맑스가 남긴 원고 해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크루트 뮬러가 작성한 ꡐ뮬러입문서ꡑ이다. 뮬러는 독일사회민주당원으로, 1933년 반(反) 나치 운동으로 체포되었다. 그 때 감옥에서 같은 방에 있던 문서위조범에게 필적학을 배워 전쟁이 끝난 뒤 베를린 인민경찰에서 필적을 감정했다. 한편, 독일사회민주당 문고에 있던 ꡐ맑스․엥겔스 유고ꡑ는 현재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회사 국제연구소가 갖고 있다. 보존문제로 초고를 직접 보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사진복사는 누구나 빌려볼 수 있다고 한다.

■ 중상주의(Mercantilism), 194쪽 : 봉건제가 해체되고 절대왕정이 성립한 이후 산업혁명 때까지 유럽에 풍미했던 사상이다. 체계가 잡힌 경제사상은 아니었고 당시 관료, 회사의 중역들이 발표한 짧은 논문, 경제정책들에 공통으로 나타난 흐름들이다. ꡐ중상주의ꡑ라는 말은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1776)에서 처음 썼다.
중상주의자들은 금, 은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얻는 것이 나라의 부와 힘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무역이었다. 즉,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여, 그 차액으로 금, 은 형태의 화폐를 획득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중상주의자들은 자립적인 국민경제의 형성을 지향하여 자급자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기반 증대를 위한 광공업, 농업, 상업, 해운업 등 경제부문의 진흥과 식민지 획득, 그리고 국민경제 전반에 걸친 강력한 통제를 제안하였다.
앞서 말한대로 중상주의자들은 화폐량의 증대가 고용과 국민소득의 증대를 가져온다고 믿었으며 생산을 늘리려면 이자율이 낮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중상주의자들은 이자 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리대금업자, 금융업자들이 억지로 화폐가치를 인상시킨다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중상주의자들은 국제무역에서 승리하고 이윤획득을 위해서는 경쟁국보다 상품가격이 낮아야 하므로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중상주의자들이 인구증가에 힘을 기울인 것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생산과정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15, 6세기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가의 부강책으로 생겨난 중상주의의 이론과 정책은 이미 17세기 말엽부터 서서히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18세기에 이르러 산업의 중심이 상업에서 공업으로 옮겨지게 되자 전면적인 비판을 받게 되었다. 결국 케네와 스미스의 체계 잡힌 경제학이 등장하면서 중상주의는 사라지게 되었다.

  

<교재 제 1 권 183쪽~194쪽>
제 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
제 4장 자본의 일반공식

□ 2편 개괄  

우리는 1편에서 상품으로부터 출발해서 화폐형태를 밝혀냈다. 이제 2편에서는 화폐가 자본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한다.
먼저 제목들을 살펴보자. 2편의 제목은 ꡐ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ꡑ이다. 여기서 ꡐ전환ꡑ이란 말은 화폐가 반드시 자본으로 바뀐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화폐가 자본으로 바뀌어 있는 현실을 설명하는 말이다. 아울러 4장이 제목이 ꡐ자본의 일반공식ꡑ인 것도 자본분파 모두에게 어울리는 공식이기 때문이다. 자본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이 공식을 따르기 때문에 붙인 제목이다. 맑스는 자본에 관한 분석을 눈에 보이는 운동 형태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형태의 개별속성으로부터 추상하는 방식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 자본분파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일반공식을 살펴본 뒤에 5장에서는 이 공식에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밝히며, 6장에서는 ꡐ노동력ꡑ이라는 상품의 존재로 이 모순이 해결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

□ 단순 상품유통과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

맑스는 상품유통과 자본유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서 ꡐ자본ꡑ의 개념을 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상품유통은 자본유통의 출발점이며 이 과정 최후의 산물은 화폐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상품생산과 발달된 상품유통(상업)은 자본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이다. 역사에서 자본은 어디서나 먼저 화폐형태로서, 상인자본 또는 고리대자본이라는 화폐재산으로서 토지소유에 대립한다. 그러나 맑스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 이전의 자본의 모습으로부터 자본의 발생사를 살펴보지 않는다. 맑스는 ꡐ화폐로서의 화폐ꡑ와 ꡐ자본으로서의 화폐ꡑ가 유통형태에서 갖는 공통성과 차이에 대하여 주목한다.
일단 단순 상품유통 <상품―화폐―상품>(C―M―C)과 <화폐―상품―화폐>(M―C―M)는 어떤 경우에든 모두 상품과 화폐라는 같은 요소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는 판매(상품―화폐)와 구매(화폐―상품)로 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공통성이다.
그러나 두 가지 순환은, 대립하고 있는 같은 유통단계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 형식의 차이를 가진다. 순환 C―M―C과 순환 M―C―M은 유통단계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으며, M―C―M에서는 화폐가 아니라 상품이 전체 과정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첫째, 단순 상품유통은 소비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용가치의 획득이 목적이지만 자본으로서의 화폐 유통은 교환가치 자체가 목적이다.
둘째, 단순 상품유통에서는 모두 같은 가치를 갖는 상품이 순환의 시작과 끝을 이루고 두 극은 다만 질이 다른 사용가치를 가진다는 점으로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은 순환의 시작과 끝이 사용가치가 모두 같은 화폐이며 교환가치이다.
셋째, 따라서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에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화폐는 양이 차이가 나야만 의미가 있다. 만약 순환 M―C―M에서 끝점의 화폐액이 출발점의 화폐액보다 크지 않다면, 이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100원으로 상품을 사서 다시 100원에 팔려면 차리리 100원을 꽉 쥐고 유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내놓지 않는 것이 낫다. 자본은 원래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조금이라도 이윤이 생기면 지옥에서도 움직인다.
넷째, 그러므로 순환 M―C―M의 내용은 가치증식이어야만 한다. 즉, M―C―M'' (M′= M+△M)이어야만 한다. 여기서 맑스는 잉여가치를 정의하고 있다. 잉여가치는 ꡐ최초에 투하된 가치를 넘는 초과분ꡑ이다. 가치가 잉여가치를 덧붙이는 운동, 가치 자신의 운동이며 동시에 가치를 증식시키는 운동, 즉 자기증식 운동이 아니라면 M―C―M은 안 해도 되는 ꡐ헛짓ꡑ이다.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에서 반드시 ꡐ가치는 자신이 가치이기 때문에ꡑ 잉여가치를 낳는다는 신비한 성격이 나타나야 한다.
다섯째, 단순 상품 유통은 유통의 외부에 있는 최종목적(사용가치의 취득, 욕망의 충족)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왜냐하면 가치 증식은 끊임없이 갱신되는 이 운동의 내부에서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의 운동에는 한계가 없으며 이 운동의 의식적 담당자로서 화폐소유자가 자본가로 된다. 끊임없는 이윤추구운동만이 자본가의 목적이다.
여섯째, 단순 상품유통에서 상품들의 가치가 취하는 독립적인 형태(화폐)는 상품교환을 매개할 뿐이고 운동의 끝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유통 M―C―M에서는 상품도 화폐도 모두 가치 그 자체의 다른 존재방식으로서 기능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뿐이다. 이 과정에서 가치는 끊임없이 번갈아 화폐와 상품의 형태를 취하면서 잉여가치를 내뿜는다.

□ 자본의 일반공식 

판매하기 위한 구매, 정확히 말하면 더 비싼 값으로 판매하기 위한 구매 M―C―M′은 오직 자본의 한 종류인 상인자본에만 해당하는 형태인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산업자본 역시 상품으로 전환되었다가 상품을 판매해서 더 많은 화폐로 다시 바뀌는 화폐이다. 유통분야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 운동형태를 조금도 바꿀 수 없다.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 M―C―M′은 단축되어 중간단계 없이 M―M′으로 간단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자본의 종류와 관계없이 ꡐ유통분야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대로의ꡑ 자본의 일반공식 M―C―M′이 만들어진다.


<교재 1 권>
제 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
제 5장 자본의 일반공식에서의 모순

□ 당부

『자본』을 공부하다가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시작하기가 참 힘들다. 대부분 사람들이 1편까지는 그래도 따라오는데 2편에서 많이 떨어진다. 몇 달이 지난 뒤 다시 마음을 먹고 1장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또 다시 4장이나 5장 쯤에서 그만두고 만다. 이러다 보니 마치 영어는 명사만, 수학은 집합만 공부하는 사람처럼 ꡐ자본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늘 ꡐ상품과 화폐ꡑ만 보는 꼴이 된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 중간에서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 즉시 멈춘 곳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새마음 새뜻으로 1장부터 시작하려 하지 말라. 그러면 『자본』은 매일 1장만 읽게 된다.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여 한 두 개 장 정도 읽은 뒤 1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진도는 진도대로 나가면서 1장을 같이 읽으면 된다. 굳이 이런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연재가 잠시 간격을 두었기 때문에 잘 따라오던 독자들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 모순

그럼 4장을 잠깐 정리하고 5장을 설명하기로 하겠다.
4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환 M―C―M의 내용이 가치증식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M―C―M′(M′=M+△M)이어야만 한다. 가치가 잉여가치를 덧붙이는 운동, 가치 자신의 운동이며 동시에 가치를 증식시키는 운동, 즉 자기증식 운동이 아니라면 M―C―M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또 한 가지, 단순 상품유통은 유통의 외부에 있는 최종목적(사용가치의 취득, 욕망의 충족)을 위한 수단이지만 자본으로서의 화폐유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장은 ꡐ잉여가치가 과연 어디서 생기는가ꡑ라는 문제를 두고 유통에서 생길 수 있는지 검토해 보고 이것이 유통에서 생길 수 없고, 동시에 또 생겨야 하는 모순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여러 번 지적한대로 맑스는 자본에 관한 분석을 눈에 보이는 운동 형태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형태의 개별속성으로부터 추상하는 방식으로 살펴본다. 맑스가 4장에서 분석한 자본의 일반공식은 그 개별속성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갖는 자본들이 그 유통형태에서 공통으로 갖는 일반속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은 그 외적 형태의 측면에서 우선 ꡐ자기 증식하는 가치~ꡑ, ꡐ과정 중에 있는 가치~ꡑ, ꡐ과정 중에 있는 화폐~ꡑ로서 정의된다.
유통형태의 측면에서 볼 때, 스스로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낳는다는 신비로운 현상으로 나타나는 가치, ꡐ자기증식하는 가치~ꡑ에 대하여 원래 가치에 대한 증가분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단순 상품유통에 대한 자본유통의 형태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밝히기 위해 맑스는 다시 단순 상품유통의 분석으로 돌아간다.
먼저 맑스는 가치법칙을 전제로 하고 잉여가치의 발생을 살펴본다. 사용가치에 관한 한 교환은 양쪽 모두 이익을 보게 되는 거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환가치에 관한 한 평등이 있는 곳에 이득은 있을 수 없다. 교환에서 일어나는 것은 상품의 단순한 형태변화 뿐이다. 따라서 형태의 차이로부터 잉여가치가 나올 수는 없다.
가치법칙을 전제하면 원래 가치와 새로 덧붙은 가치의 차이는 오로지 가치법칙의 침해로서만 나타난다. 그러므로 상품교환의 발달된 모습인 상업에서 잉여가치가 나온다는 것은 꽁디악(Condillac)이 범한 촌스러운 오류와 마찬가지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혼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법칙을 전제로 할 때 잉여가치는 교환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에 맑스는 가치법칙의 관철을 부정하고 등가물이 아닌 것끼리의 교환을 가정한다 할지라도 상품교환 자체는 잉여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논증한다. 등가물이 아닌 것끼리의 교환은 다만 창출된 가치의 분배를 변경시킬 뿐이므로 계급으로서의 자본가의 자본 총량은 결코 늘어나지 않는다. 교재의 예를 살펴보자. 100의 가치가 있는 것을 110으로, 팔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판매자는 10의 잉여가치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가 판매자로 된 다음 구매자로 된다. 이번에는 제3의 상품소유자가 판매자로 10% 높여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앞에서 10을 얻은 사람은 구매자로서 10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잉여가치가 명목상의 가격인상에서 생긴다든가 또는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파는 판매자의 특권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판매는 하지 않고 구매만 하며 따라서 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어떤 계급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자가 그 상품을 생산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상품의 생산자를 대리하고 있듯이 구매자 역시 자신의 화폐로 표현되어 있는 상품을 생산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 상품의 생산자를 대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의 자본가계급 전체가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속임수를 쓸 수는 없으므로 등가물이 아닌 것끼리 교환된다고 해도 잉여가치는 생기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등가물끼리 교환된다고 하여도 잉여가치는 생기지 않고 비등가물끼리 교환된다고 하여도 잉여가치는 창출되지 않는다. 유통이나 상품교환은 어떠한 가치도 창조하지 못한다. 잉여가치는 유통의 내부에서 발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잉여가치는 유통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유통이란 ꡐ상품 소유자들간의 상호관계의 총체~ꡑ이고 유통의 외부에서 상품 소유자는 오직 자기 자신의 상품과만 관계를 맺을 뿐이다. 그 상품의 가치는 자기 자신의 노동량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킬 뿐이다. 따라서 그의 노동은 상품가치와 상품가치를 넘는 어떤 초과분 양자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100이면서 110인 가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잉여가치는 유통의 외부에서 창출될 수도 없다. 생산과정에서 상품 소유자는 오직 자기 자신의 상품에만 관계하므로 자신의 노동력으로써 가치를 창조할 수 있지만 자기증식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는 없다.

□ 맑스의 정식화(定式化)

맑스는 자본의 일반공식의 모순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ꡒ자본은 유통에서 발생할 수도 없고, 또 유통의 외부에서 발생할 수도 없다. 자본은 유통에서 발생하는 동시에 유통의 외부에서 발생해야 한다.ꡓ 화폐소유자는 상품을 그 가치대로 구매하여 그 가치대로 판매하여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끝에 가서는 자기가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는 6장에서 답할 것이다.

■ 로두스, 209쪽 :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자, 여기서 뛰어보라!"는 말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허풍선이가 로두스섬에 가면 아주 높이(어떤 책에는 하늘 끝까지라고 되어있다) 뛸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를 듣고 있던 사람이 ꡐ여기가 로두스 섬이니 한 번 뛰어보라ꡑ고 말해 허풍선이를 망신 주었다.
참고로 로두스 섬은 그리스 동남쪽 에게해에 있는 면적 1500㎢ 정도의 작은 섬이다. 봄․여름에는 마에스트랄레라는 차가운 바람이, 가을․겨울에는 시로코와 리베치오라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이상적인 기후를 형성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 섬을 우리로 치면 ꡐ이어도ꡑ쯤 되는 신비한 곳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원전 1500년쯤부터 크레타 사람들이 옮겨와 살기 시작했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은 뒤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 때는 카이사르가 학문을 배우기 위해 올 정도로 융성했다. 그러나 서기 1년을 전후로 쇠퇴하여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다. 로두스 항에 다리를 벌리고 서있는 거인상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이다.


<교재 1권>
제 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
제 6장 노동력의 구매와 판매

□ 5장에서 맑스는 가치법칙에 근거를 두고 유통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나온다는 것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유통의 외부에서 잉여가치가 생긴다는 것 또한 부정하였다. 그러나 6장에서 맑스는 다시 가치법칙으로 잉여가치의 원천을 해명한다. 맑스는 잉여가치의 원천이 획득될 상품의 사용가치와 관계 있다는 것으로 출발한다. 잉여가치의 원천은 구매한 상품의 사용가치 자체로부터, 즉 구매한 상품의 소비로부터 생긴다.
자신의 자본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자본가는 그 상품의 사용가치 그 자체가 가치의 원천이라는 특성을 지니며 그 상품의 현실적 소비 그 자체가 노동의 대상화이고 따라서 가치를 창조하는 상품인 어떤 특수한 상품을 유통 내부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특수한 상품은 인간의 몸, 즉 살아있는 인격 속에 존재하며 어떤 종류의 사용가치를 생산할 때마다 운동하는 노동력이다. 여기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판매하는 것은 ꡐ노동이 아니라 노동력ꡑ이라는 통찰이야말로 잉여가치론의 기초가 된다.


□ 노동력 상품의 가치와 사용가치 

① 노동력 상품의 가치
노동력 상품도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치와 사용가치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 특수한 상품의 가치도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특수한 상품의 재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가치라는 면에서 볼 때 노동력은 재생산에 들어간 사회적 평균노동의 일정량만을 나타낼 뿐이다. 그러므로 가치증식은 첫번째 유통행위로부터 획득된 이 특수한 상품의 가치에서 발생할 수 없다. 가치증식은 이 특수한 상품의 사용가치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노동력을 팔 때 자신의 노동능력 전체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능력 가운데 일부분인 노동잠재력을 넘겨준다[이 점이 중요하다. 별표 다섯 개]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가치란 노동자가 상품형태로 판매한 노동잠재력의 가치이다.
노동력 상품의 가치에는 먼저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 소유자가 필요로 하는 생활수단의 가치가 포함된다. 그런데 가치를 창조하는 상품인 노동력 상품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노동력 상품의 가치에는 보통 상품의 가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인이 작용한다. 노동력 가치는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생활수단을 구성하는 상품들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경우, 생활수단의 범위와 양에 따라 결정되고, 그것은 한 나라의 노동자계급이 어떠한 조건 아래에서 어떠한 요구와 관습을 가지고 형성되었는가에 따라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력의 가치규정에는 다른 상품의 경우와는 달리 어떤 역사적․도덕적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② 노동력 상품의 특수한 사용가치
잉여가치의 발생은 노동력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이 가치 이하로 구매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미 알다시피 상품교환은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어떤 상품의 가치를 지불하는 대신에 그 사용가치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가도 다른 모든 상품교환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노동력 상품을 가치법칙에 따라 그 가치대로 구매하였다면 사용가치를 얻게 된다. 자본가가 얻은 것은 정확하게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이다.
노동력의 사용가치는 노동력 그 자체의 가치를 초과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능력이다[이 점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상품으로서 노동력의 특수한 성격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 상품의 사용가치가 아직 현실적으로 구매자의 수중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노동력은 매매 계약에서 확정된 기간만큼 기능을 수행한 뒤에야 비로소 지불을 받는다. 노동자는 어디에서나 노동력의 가격을 지불받기 전에 노동력을 구매자의 소비에 맡긴다.
그러므로 자본가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노동력과 화폐의 교환으로 노동력을 구매하며 노동력 가치에 대하여 지불하지만 실제 결과에 있어서는 노동을 구매한다. 바로 여기에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핵심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 노동력을 구매할 때 자본가는 분명 노동력 상품의 가치에 대하여 지불하는 것이지만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에 대하여 지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가가 노동력 상품에 대하여 가치대로 지불하면서 사용가치의 변화에 따라 두번째 유통단계(C-M)에서 그가 구매했던 상품의 가치 이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 때문이다.

□ 노동력 상품 등장의 역사적 전제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등장을 통해서만 자본주의는 그 이전의 사회와 구별할 수 있다. 그러면 노동력 상품은 어떻게 출현한 것인가?
먼저 상품으로서 노동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살펴보자. 첫번째로 그것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법률적으로 평등한 인격이어야 함을 뜻한다. 노동력의 소유자는 자기 노동능력이나 자기 인격의 자유로운 소유자이어야 하며 대등한 인격으로서 화폐소유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 노동력을 일정 시간 동안만 판매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노동력 소유자는 노동력을 넘겨주어도 노동력에 대한 그의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두번째로 노동력 소유자가 자신의 노동이 대상화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그의 노동력 자체를 판매해야만 하는 사회․역사적 조건을 전제로 한다. 즉 노동력 소유자는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한다. 이리하여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노동자가 등장하여야만 자본주의적 생산이라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먼저 그가 자유로운 인격이라는 점에서, 즉 봉건시대의 인신 예속관계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며, 다음으로 자기 노동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물질 조건, 모든 객관적 생산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관계는 자연사적 관계가 아니라 반드시 어떤 사회역사적 사건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ꡒ그것은 분명히 과거의 역사적 발전의 결과이며, 수많은 경제적 변혁의 산물이며, 과거 수많은 사회적 생산구성체의 몰락의 산물ꡓ이다. 물론 생산물이 상품이라는 존재형태를 갖는 것 역시 일정한 역사적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생산물 또는 적어도 대부분의 생산물이 상품형태를 취하는 것 역시 오로지 하나의 완전히 특수한 생산양식, 즉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화폐의 발전은 비교적 덜 발달한 상품유통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ꡒ자본의 역사적 존재조건은 결코 상품유통과 화폐유통에 의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오직 생산수단과 생활수단의 소유자가 시장에서 자기 노동력의 판매자로서의 자유로운 노동자를 발견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ꡓ는 맑스의 말은 자본주의 이행을 이해하는 문제에 있어서 기본관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맑스는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8편에서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전제가 충족되고 그리하여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노동력이 상품으로 취급되고 노동자가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계속 노동력을 팔아야만 한다.

■ 시스몽디(Jean Charles Lnard Simonde de Sismondi, 1773~1842), 218쪽 :
스위스의 역사가, 경제학자.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담당한 역사가이며 프랑스 고전경제학 최후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루소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 혁명에 열광하였으나 상층 계급에 속하는 그의 가족에 대해 자코뱅파가 억압을 하였기 때문에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혁명파로부터는 반혁명파로, 왕정복고파에게는 혁명파로 몰려 고통을 받았다. 나뽈레옹 제정이 출현하자 자코뱅파 이상으로 이를 증오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스미스의 생각을 이어받아 자유방임을 추구하였으나 소생산을 옹호하기 위한 국가의 간섭을 주장했다. 또한 공황을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산물로 파악하고 과소소비설에 따른 공황론을 전개하여 소부르주아 사회주의 경제학의 시조가 되었다. 그의 저서 『신경제학원리』는 민주주의가 기계제도와 대농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에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교재 1권>
제 3편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

□ 3편의 위치 

1편에서 상품분석으로부터 시작하여 화폐를 끌어낸 맑스는, 2편에서 화폐가 어떤 운동을 해야 자본으로 바뀌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자본의 일반공식과 그 모순을 살펴보면서 노동력상품이 잉여가치를 창출한다는 비밀을 밝혔다. 3편에서는 1․2편의 논의를 기초로 하여 잉여가치가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창출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 노동과정

1편 1장에서는 사용가치와 가치가 비록 모순이지만 통일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상품을 분석하였다. 상품에 들어있는 노동이 이중성을 가지듯이 자본주의 생산과정도 두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맑스는 이 구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맑스에 따르면 노동과정은 어떤 특정한 사회형태와 관계없이 살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외부의 자연에 대하여 작용을 가하고, 이를 변화시키고, 자신의 본성까지 바꿔놓는다. 인간의 노동은 이미 처음부터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목적을 자연물에 실현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행동과 구분된다. 참고로 교재에 나오는 거미와 꿀벌의 예는 아주 유명한 구절로 맑스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자주 인용하는 부분이다.
노동과정의 단순한 요소들은 ① 노동 그 자체, ② 노동대상, ③ 노동수단이다. 이 세 요소 가운데 노동수단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나머지는 교재의 내용으로 충분하다.
다음 구절을 보자. ꡒ경제적 시대들을 구별하는 것은 무엇이 생산되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어떠한 노동수단으로 생산되는가라는 것이다. 노동수단은 인간의 노동력 발달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노동이 그 속에서 수행되는 사회적 관계의 지표이기도 하다.ꡓ 여기서 '어떻게'는 ꡒ어떠한 노동수단으로ꡓ를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이며, 노동수단에 따라서 노동이 어떻게 조직되고 분화되는가, 즉 어떠한 분업 체계가 이루어지는가를 뜻한다.
노동과정은 사용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활동이며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연물의 취득이며 인간생활의 영원한 자연조건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과정은 사회형태와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비록 노동과정이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형태와 관계없다 할지라도 이 과정의 구체적 형태는 특정한 사회형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자본주의 생산에서 노동과정이 가치증식과정과 떨어질 수 없고, 가치증식과정에 규정되는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에서 노동과정은 당연히 가치증식을 위한 노동과정이다.
그러나 7장에서는 노동이 자본에 종속됨으로써 생겨나는 생산양식 자체의 변화를 다루지는 않는다. 7장 1절에서 맑스는 노동과정의 일반 성격을 해명한 다음, 노동과정이 자본가가 노동력을 소비하는 과정으로 될 때, 노동과정이 자본의 가치증식을 위한 노동과정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다룬다.
노동과정을 통해 노동은 대상화되며 대상은 가공된다. 그런데 노동과정이 자본가가 노동력을 소비하는 과정으로 되자마자 노동생산물은 더 이상 생산자에게 속하지 않고 자본가에게 속한다. 자본가는 노동력 상품의 가치를 가치대로 지불했고, 노동력이 상품인 한 생산물은 직접생산자인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자본가에게 돌아간다. 자본가는 노동력 상품을 구매해서, 노동력의 사용가치를 건네 받았다. 그런데 자본가는 노동력이 노동대상에 잘 작용할 수 있도록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노동과정은 자본가의 통제 아래 수행되고, 그 생산물은 자본가에게 돌아가며, 노동자는 노동력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노동 그 자체를 판매한 결과를 낳게 된다.

□ 가치형성과정과 가치증식과정 

상품생산에서 사용가치는 생산 자체의 목적이 아니다. 사용가치는 오로지 교환가치의 담당자일 때만 생산의 목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자본가에게는 먼저 교환가치를 가지는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문제이다. 다음으로는 그 사용가치의 생산을 위해서 구입한 상품들의 가치총량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본가가 사용가치를 생산하려 한다면 그것이 가치의 담당자이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그것이 잉여가치의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상품이 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의 생산과정은 노동과정과 가치형성과정의 통일이다.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과정과 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은 단순 상품생산의 경우에도 구분된다. 단순 상품생산 과정을 가치형성과정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노동과정이 양적 측면으로서 나타난다. 가치형성과정에서 원료는 일정한 양의 인간노동을 흡수한다는 것으로서만 의미를 갖게 되고, 오직 노동력이 유용하게 지출되는 시간만 문제가 된다. 가치형성과정에서 노동은 상품가치를 형성하는 추상적 노동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상품생산의 경우에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 가치가 보전되는 지점을 넘어서서 그의 노동시간을 연장한다면 이제 이는 가치형성과정이 아니라 가치증식과정으로 나타난다. 가치증식과정은 연장된 크기의 가치형성과정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와 같이 연장된 크기의 가치형성과정, 즉 가치증식과정이 가능한가? 이 관계를 우리는 4장~6장에서 살펴본 바 있다.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을 유통이 매개한다는 것은 이 전환이 노동력 상품의 구매에 따른 것임을 뜻한다. 또한 유통의 영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함은 유통이란 노동력 상품의 구매를 통하여 생산영역에서 앞으로 진행될 가치증식과정을 단순히 준비하는데 지나지 않음을 뜻한다.
생산영역 안에서 가치증식이 가능한 이유는 노동력 안에 포함된 과거 노동과 노동력이 수행할 살아 있는 노동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크기라는 데 있다. 노동력의 가치와 노동력의 사용가치는 크기가 다를 수 있으며, 자본은 그렇기 때문에 노동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자본가는 시장에서 노동력 상품을 그 가치대로 구입하여 생산과정에서 구입한 상품의 사용가치를 소비한다. 그리하여 상품교환의 법칙은 조금도 어기지 않았고 구입한 노동력 상품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였으며, 잉여가치 법칙은 가치 법칙을 전혀 어기지 않은 채 관철된다.
가치증식을 위하여 자본가는 생산수단과 노동력 상품을 구매하여 잉여가치 생산의 조건을 준비한 이후, 구매한 노동력을 사용되는 부문에서 지배적인 평균 정도의 숙련과 기능․민첩성을 갖고 작용하도록 세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노동과정에 대한 지휘는 사회적 노동과정의 성질 자체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자본가가 노동과정을 지휘하는 것은 그가 산업의 지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그가 자본가이기 때문에, 가치증식과정의 지휘자이기 때문에 산업의 지도자, 노동과정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 매컬록
(John Ramsay MacCulloch, 1789~1864), 244쪽 : 영국의 속류경제학자, 저널리스트, 사전․통계․고전 등의 편집자로서도 유명하다. 밀(Mill)과 함께 리카도의 제자로서 리카도 학설의 보급과 옹호에 공헌했다. 그러나 아류가 흔히 그러하듯 세련된 논리 없이 궤변론과 변호론으로 흘렀기 때문에 그의 노력은 오히려 리카도 체계의 해체를 촉진하는 구실이 되었다. 초보적인 수요분석과 효용개념을 생각하였으나 논리를 갖추지 못해 큰 영향은 주지 못했다. 또한 기계가 도입되면 노동자들이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늘어나서 노동자들을 재취업시키기에 충분한 일자리가 생긴다는 논리를 폈다. 맑스는 『자본』 곳곳에서 매컬록의 황당한 논리를 야유에 가까운 말로 비판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정치경제학원리』(1825), 『과세와 재정제도의 실제영향과 원리에 관한 연구』(1845)가 있다.

  

<교재 1권>
제 3편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8장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 이번 호부터는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한다. 단순히 진도를 뽑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어려운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과정의 여러 가지 요소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생산물의 가치형성에 참여한다. 노동과정 속에서 노동자는 생산수단의 가치를 생산물에 이전하고 보존하는 한편, 노동대상에 새로운 가치를 덧붙인다. 노동대상에 새로운 가치를 덧붙이는 것과 원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은 같은 노동과정을 통하여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결과이다.
그런데 생산수단과 노동력은 처음의 자본가치가 화폐형태를 벗어버리고 노동과정의 요소들로 전환할 때 취하는 존재형태일 뿐이다. 이런 자본 가운데 생산수단(원료․보조재료․노동수단)으로 전환되는 부분은 생산과정에서 가치량이 변동되지 않으므로 불변자본이다. 그렇지만 생산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도중에 불변자본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불변자본의 가치변동은 언제나 생산수단 외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자본 가운데 노동력으로 전환되는 부분은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변하므로 가변자본이다. 8장에서는 이 개념이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교재를 참조하면 된다. 7장부터 8장의 내용을 정리하여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 노동력의 착취도 

자본 C는 생산수단에 지출된 화폐액 c와 노동력에 지출된 화폐액 v로 나눌 수 있다. 숫자 예를 들자면 그것은 500원=410원(c)+90원(v)으로 표시된다. 투하된 자본 C의 증식은 먼저 생산물 가치가 생산요소들의 가치 총액을 넘는 부분으로 표시된다. 생산과정은 그 결과물인 상품 출현으로 귀결되는데 그 상품의 가치는 자본가치(c+v)+잉여가치(s)이다. 예컨대 90원의 잉여가치가 창출되었다면 그것은 410원(c)+90원(v)+90 원(s)이다. 투하된 자본 C는 잉여가치를 포함하는 자본 Cꡑ로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불변자본의 가치는 생산물에 재현될 뿐이며 가치증식과정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생산과정 속에서 현실적으로 새로 생산된 가치는 생산과정에서 얻은 생산물의 가치와는 서로 다르며, 따라서 그것은 얼핏 보아서는 (c+v)+s인 듯이 보이나, 실은 그렇지 않고 v+s이다. 즉 v+s=v(v의 재생산)+△v(v의 증가분)인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 생산된 가치(v+s)를 생산물가치와 구별하여 가치생산물이라고 부른다.
불변자본이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가변자본이 가치증식한 비율은 분명히 가변자본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에 따라 규정되어로 표현된다. 이것이 잉여가치율이다.
노동력 상품의 등가교환을 전제한다면, 에서 v는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의 응결로 나타나고, s는 필요노동의 한계를 넘어서서 노동자를 위해서는 아무런 가치도 형성하지 않는 잉여노동시간의 응결로 나타난다. 따라서 잉여가치율은 잉여노동의 필요노동에 대한 비율로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잉여가치율은 노동력 착취도의 정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착취의 절대 크기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착취의 절대크기는 잉여노동시간의 절대 길이에 따라 규정된다.
맑스가 1절에서 들고 있는 예에 따라 잉여가치율을 계산해 보면 그것은 또는 인 =18%가 아니라 인 =100%이며, 따라서 노동자는 반날은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였고 나머지 반날은 자본가를 위하여 일한 것이 된다.

□ 생산물의 가치를 생산물의 비례배분적 부분들로 표시 

총가치는 20파운드의 면사라는 총생산물로서 표현되기 때문에 가치의 각각 다른 구성 요소들도 또한 생산물의 비례로 표현할 수 있다. 또 각 생산물은 가치에 관한 한 대상화 된 노동시간의 응결이므로 노동시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으로 바꿀 때는 주의해야 한다. 278쪽 각주에 나오는 예, 즉 ꡐ노동일 12시간=8시간+1시간 36분+1시간 12분+1시간 12분ꡑ은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 현실노동과정이 이렇게 분할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만 조심하면 9장 2절은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없다.

□ 시니어의 '최후의 한 시간'

시니어는 원래 『경제학 개요』에서 ꡒ스스로 수입을 자본으로 전화하는 자는 그 지불이 그에게 주는 향락을 절약한다ꡓ면서 이윤이나 이자는 자본의 절약이라는 희생에 대한 보수라고 하는 ꡐ절욕설ꡑ을 제창했다. 그러나 말년에 그는 ꡐ최후의 1시간ꡑ설을 주장하게 되어 사실상 이 ꡐ절욕설ꡑ을 부정하게 된다. 시니어는 『공장법이 면공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편지』에서 공장주의 순이익은 공장에서의 노동의 최후의 한 시간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ꡒ노동시간이 매일 한 시간 단축된다면 순이익은 없어질 것ꡓ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당시의 공장법과 그 이상의 제한을 요구하던 10시간 운동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이 견해는 노동시간이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시간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결코 노동자가 8시에서 12시까지는 필요노동을 하고 12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잉여노동을 하는 것처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황당한 견해였다. 노동자는 노동시간 전체에 걸쳐 필요노동뿐 아니라 잉여노동도 하는 것이다.

□ 잉여생산물 

생산물 가운데 잉여가치를 대표하는 부분을 잉여생산물이라고 한다. 잉여가치율이 자본 총액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이 아니라 자본의 가변 구성부분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로 규정된다. 마찬가지로 잉여생산물의 정도도 총생산물 가운데 전체 나머지 부분에 대한 잉여생산물의 비율이 아니라 ꡐ필요노동을 대표하는 생산물 부분ꡑ에 대한 잉여생산물의 비율로 규정된다.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의 합계, 즉 노동자가 그의 노동일을 보상하는 가치를 생산하는 시간과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시간의 합계가 노동자의 노동시간의 절대 크기인 노동일을 이룬다.


<교재 1권 291쪽~396쪽>
제3 편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10장 노동일
제 11장 잉여가치율과 잉여가치량

□ 이제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7장에서는 상품생산과정을 ꡐ노동과정과 가치형성과정의 통일ꡑ로 보고, 특히 자본주의 상품생산에 대해서는 ꡐ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의 통일ꡑ로 살펴보았다. 8장에서는, 7장 1절에서 특정한 경제적 사회구성체와 관계없이 노동과정의 기본 요소로 살펴보았던 것들이 가치증식과정에서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았다. 9장은 노동력 착취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잉여가치율에 대해 살펴보면서, 자본가들의 이윤율 개념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았다.

□ 노동일 

10장 노동일은 노동력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잉여가치 생산을 살펴보고 있다. 『자본』 가운데 처참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섬뜩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대목이다. 좀 길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없으니 죽죽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맑스는 3편에서 ꡐ절대적 잉여가치ꡑ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는다. 4편에 가서야 ꡐ상대적 잉여가치ꡑ와 비교하면서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1절에서는 노동력 가치가 변하지 않고 노동력이 가치대로 매매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더 많은 잉여가치를 짜내려는 자본가는 노동일을 늘리려 하고 노동자들은 그것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는 것이 자본주의의 역사라고 말한다.
노동일을 구성하는 두 부분 중 필요노동 시간이 사회적으로 주어졌다고해도 잉여노동 시간이 변할 수 있으므로, 노동일의 길이는 잉여노동 시간에 따라 변한다. 또한 자본주의는 반드시 잉여가치를 생산해야만 하기 때문에 잉여노동시간이 0이 될 수는 없다.
한편, 노동일은 한계가 있다. 첫째, 노동력의 육체적 한계(24시간). 둘째, 도덕적인 한계. 이 두 한계로 노동일은 변동 범위가 매우 크며, 한계를 둘러싸고 자본가와 노동자는 계급 대 계급으로 맞서 싸우게 된다. 이 싸움은 모두 상품교환 법칙으로 보증되는 권리와 권리의 대립이므로 힘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절에서는 왈라키아의 지주 귀족인 보야르와 자본주의적 공장주를 비교하면서, 잉여노동에 대한 갈망이 사적 소유 일반의 특징이긴 하지만 자본주의에 와서야 그 갈망이 제한이 없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3절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조직적 투쟁이 없는 기간에는 잉여가치에 대한 자본가의 욕망때문에 노동일이 극한선까지 연장된다는 사실을 ꡒ착취의 법적 제한이 없는 영국의 산업부문ꡓ(레이스, 도자기, 성냥, 철도…)의 예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4절에서는 기계를 놀리는 것을 손실로 보는 자본가가 그 손실을 없애기 위해 주․야간 교대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것이 결국 표준 노동일을 늘리게 됨을 살펴본다.

□ 표준노동일을 위한 투쟁

5절부터는, 1절에서 ꡒ힘이 문제를 해결한다ꡓ고 했던 과정을 영국의 예로 살펴본다. 먼저 5절에서는 자본가들이 노동일 연장을 입법화하는 과정을 본다.
자본은 잉여노동에 대한 제한없는 충동으로 말미암아 노동일의 도덕적 한계 뿐만 아니라 육체의 한계까지도 넘어버린다. 또한 자본은 노동력의 수명을 문제로 하지 않는다. 자본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직 1노동일 안에 운동시킬 수 있는 노동력의 최대한 뿐이다. 14세기에서 18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노동법들은 노동일을 강제로 늘리려 했다. 그러나 아직 자본의 힘이 약했기 때문에 국가 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1349년 최초의 노동법, 1496년 헨리 7세 통치 시대의 법령, 1562년 엘리자베스의 법령들이 모두 이런 예들이다.
6절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일 단축을 법률화하는 투쟁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이런 투쟁과정을 거쳐 입법화 된 법률들에 자본가들이 어떻게 대응했는가도 아울러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1802~1833년 5개의 노동법은 법률의 실시와 필요한 관리 인원들의 경비는 한푼도 비준하지 않은 죽은 법이었다. 1833년의 공장법도 미성년자의 노동시간을 제한하였으나 자본가들은 교대제를 도입하여 대처하였다. 이후 몇 가지 법률에도 자본가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대응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로 노동일이 제한되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7절에서는 5절과 6절에서 살핀 역사적 사실들을 총괄하면서 표준 노동일 입법화를 위한 투쟁이 갖는 의미와 다른 나라들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영국 노동 계급의 뒤를 이어 프랑스, 미국 등의 노동 계급은 표준 노동일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또 1866년 9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자협회 대회에서 8시간 노동일을 입법화할 것을 요구했다.

□ 잉여가치율과 잉여가치량 

3편의 다른 장에서와 마찬가지로 11장에서도 노동력의 가치 즉 노동력의 재생산 또는 유지에 필요한 노동일 부분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잉여가치율이 주어진 것일 때 개별노동자가 일정한 기간에 자본가에게 제공하는 잉여가치량도 또한 주어진 것으로 된다. 이것을 기초로 잉여가치량과 잉여가치율이 노동력의 수, 착취도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살펴본다. 단순한 내용이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생산과정의 내부에서 자본은 활동하는 노동력 또는 노동자 그 자체를 지휘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더 나아가 자본은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노동자 자신의 좁은 범위의 욕망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수행하게 하는 강제관계로까지 나아갔다. 다른 사람이 일을 하도록 만들고, 잉여노동을 짜내며,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은 정력과 탐욕과 능률면에서 직접적 강제노동에 입각한 이전의 모든 생산제도를 넘어선다.
생산과정은 이제 가치증식과정으로 되며 따라서 생산수단은 즉시 다른 사람의 노동을 흡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다. 더 이상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이 노동자를 사용한다.

■ 에트루리아(Etruria), 297쪽 : 에트루리아사람들은 기원전 880년 쯤 로마에서 29㎞밖에 안떨어진 이탈리아 중서부 지역에서 문명을 일구었다. 에트루리아는 부족을 기본단위로 한 12개 도시국가의 연합형태였다. 각 도시국가는 독립성이 강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종교문제 정도였고, 정치․경제․군사문제는 따로 행동했다. 나라의 중요한 일은 점을 쳐서 결정했는데, 이를 담당한 심정관이 우두머리였다. 문명을 일으킬 때 이미 철기 제조법을 알고 있었으며, 건축기술도 발전하여 거대한 건축유적들을 많이 남겼다. 전성기에는 그리스인과 교류도 활발하였고 엘바, 코르시카, 사르데냐에도 발길을 뻗쳤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밀반죽을 돌 위에 구워 기름이나 식물로 간을 하고 수프나 고기를 그 위에 얹어서 먹곤 했는데 이것이 지금 많이 먹는 피자의 시초라고 한다. 이밖에도 오늘날 카지노에서 유행하는 게임 바카라도 에트루리아에서 시작하였고, 로마에서 인기를 끌었던 검투사들의 처절한 싸움도 이들의 장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400년을 전후로 쇠퇴하였으나 문자가 없어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문명은 로마에 큰 영향을 미쳐 로마의 군사․건축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 왈라키아(Wallachia), 297쪽 : 루마니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카르파티아산맥 남부 지방이 왈라키아이다. 14세기에는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으나 헝가리의 국내 혼란을 틈타 바사랍 1세가 1330년에 왈라키아 공국을 세워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다. 이 지역에서는 19세기까지 대영주인 보야르를 축으로 한 농노제가 유지되었다. 왈라키아와 관계있는 가장 유명한 인물은 드라큘라이다. 원래 그는 왈라키아의 왕자였으나 어린시절 오스만투르크에 볼모로 잡혀있었다. 왕이 된 뒤 드라큘라는 전쟁 때마다 볼모생활의 한을 잔인하게 풀었다고 한다. 훗날 브람스토커의 소설에 ‘흡혈귀 드라큘라'로 등장한 다음 영화도 만들어져 오늘날 사람들에게는 검은 망또를 두르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흡혈귀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교재 1권 399쪽~428쪽>
제 4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12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개념
제 13장 협업

□ 잉여가치 생산의 두 가지 방식 

우리는 3편에서 노동일의 길이를 늘여서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자연적 한계와 사회적 한계 때문에 제한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느냐 못 늘리느냐가 자본의 생존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자본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 노동일을 늘리지 않고 필요노동시간을 줄여서 잉여노동시간을 상대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그것이다. 필요노동시간의 일부를 잉여노동시간으로 바꾸어 잉여가치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다.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일의 한계를 결정적으로 돌파한다.
그런데 필요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오직 노동력의 가치가 현실에서 떨어져야 된다. 그러면 노동력 가치는 어떻게 해야 떨어지는가?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지려면 노동력 상품의 재생산에 필요한 생활 수단의 가치가 떨어져야 하므로, 그것은 이 생활 수단의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의 단축, 요컨대 이 산업 부문의 노동생산력이 발전해야 가능하다. 또한 이 산업부문의 생산수단을 제공하는 산업 부문의 노동생산력이 발전해도 노동력의 가치는 떨어진다.
노동생산력은 노동수단이나 노동방식 또는 양쪽 모두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 이 점에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가지는 혁명성이 있다. 상대적 잉여가치에 대한 자본의 갈망은 자본주의를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맹렬한 기술경쟁으로 몰고 간다.

□ 특별잉여가치 

개별 자본가에게 노동생산력을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은 자신의 생존이 걸린 자본가 사이의 경쟁이다. 자본주의 생산법칙은 자본의 운동에 표현되어 경쟁의 강제 법칙으로 작용하며 자본활동의 추진 동기가 된다.
어느 한 자본가가 개선된 생산방식을 도입하여 노동생산력을 발전시켜서, 같은 노동시간에 사회의 평균 수준보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였다고 해보자. 상품의 가치는 그것의 개별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이므로 이 상품의 개별 가치는 사회적 가치보다 낮다. 따라서 이 자본가는 사회적 가치에서 개별 가치를 뺀 만큼을 원래 잉여가치에 더해 특별잉여가치를 얻게된다[특별잉여가치보다 가외(加外)잉여가치가 더 정확한 말이다].
그런데 더 많은 상품의 생산은 더 큰 시장이 필요하다. 다른 사정이 같다면 그의 상품은 가격을 떨어뜨려야만 더 큰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자본가는 자신의 상품의 가격을 개별 가치보다 높게, 사회적 가치보다 낮게 판매할 것이다. 그러면 이 자본가와 같은 상품을 생산하는 다른 자본가들도 생존하기 위해서 새로운 생산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생산방법을 채택하지 못한 자본가는 잉여가치 감소를 견디지 못해 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자본가들은 특별잉여가치를 얻으려고 앞을 다투어 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한다.
이 결과 처음에 특별잉여가치를 가져다주던 새로운 생산방식은 그 생산 부문 전체에 보급되고, 이제 새로운 생산방식이 ꡐ사회적 평균ꡑ이 된다. 그렇게 되면 특별잉여가치는 사라진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새로 도입된 생산방식이 일반화되기도 전에 그보다 더 나은 생산방식이 도입된다. 우리는 오늘날 늘 이런 것을 보고 산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산에서는, 노동생산력 발전의 추진동기가 이윤확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일을 줄이지 못한다.

□ 협업 

12장에서 상대적 잉여가치의 개념을 도입한 맑스는 13장~15장에 걸쳐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어떻게 현실에서 관철되는지 살펴본다.
먼저 자본주의 생산은 협업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ꡒ많은 노동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같은 자본가의 지휘밑 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 자본주의적 생산의 출발점을 이룬다.ꡓ
그런데 협업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매뉴팩처의 초기를 본다면 그것은 노동자의 수가 많다는 것 외에는 동업조합적 수공업과 그 생산방식에서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협업의 효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협업의 효과를 10가지로 정리한다. 자세한 내용은 교재를 참조하기 바란다. ①개별 노동이 사회의 평균 노동수준으로 된다, ②공동사용으로 생산수단 절약, ③결합노동력 형성, ④개인 활동능력의 증대, ⑤연속작업 가능, ⑥작업의 공간적 다면화, ⑦작업의 분할가능, ⑧결정적 순간에 많은 양의 노동 투입 가능, ⑨노동의 작용 공간 확장, ⑩생산공간 절약.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백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전의 모든 생산방식으로 생산해낸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협업의 규모는 무한정 커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협업의 규모를 규정하는 첫째 요인은 이 임금총액을 지불할 수 있는 개별 자본의 크기이다. 이 점은 불변자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개별 자본가에게 얼마나 커다란 생산수단이 집적될 수 있는가 이다. 생산수단의 집적 정도가 자본주의 협업을 위한 물질 조건이다.
협업을 하려면 지휘자가 필요하다. 많은 노동자의 공동노동을 조직하려면 지휘․감독․매개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휘 기능은 사회적 노동 과정의 본성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노동이 자본가의 권력 밑에서, 자본에 종속된 관계 아래서 이루어지는 한, 이러한 지휘 기능은 자본의 특수한 기능이 된다. 본래 노동과정 그 자체에 내재한 지휘의 기능이 독립되어 자본이 원래 가진 기능인 것처럼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 노동자들의 협업은 그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자본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노동자의 결합은 자본 속에 존재하며, 노동자의 생산력은 자본의 생산력이 된다. 노동자가 형성하는 모든 사물이 노동자로부터 떨어져나가 자본가의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자들은 독립된 인격으로 자본과 관계를 맺었지만 이제 하나의 물건처럼 대접을 받는다. 13장에서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협업을 형태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다음 그림을 참조하여 헷갈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 나머지 내용은 교재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다.

■ ꡐ전제ꡑ의 변화 : 『자본』 전체에서는 ꡐ임금의 크기가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 모자라지 않는다ꡑ고 전제하고 있다. 이 말은 필요노동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말과 같다. 또한 이 말은 노동력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노동생산성이 불변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4편에서는 이 전제가 바뀐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필요노동시간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것만 주의하면 4편은 양이 많기는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결국 4편의 결론은 먹고살기 위해 더 적은 시간 일해도 되는데 자본주의 생산방식에서는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재 1권 429쪽~636쪽>
제 4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14장 분업과 매뉴팩쳐
제 15장 기계와 대공업

□ 분업과 매뉴팩쳐 

분업에 기초한 협업은 매뉴팩쳐에서 전형적이다. 매뉴팩쳐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발생한다. 첫째, 여러 종류의 독립 수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한 자본가의 통제 아래 하나의 작업장으로 결합되는 경우, 둘째, 하나의 자본가가 같은 작업 또는 같은 종류의 작업을 수행하는 많은 수공업자들을 동시에 한 작업장에 고용하는 경우이다.
맑스는 매뉴팩쳐를 이질적 매뉴팩쳐와 유기적 매뉴팩쳐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질적 매뉴팩쳐는 부분노동자들이 꼭 같은 작업장에서 작업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만든다(예 : 시계). 유기적 매뉴팩쳐는 서로 연관된 앞 뒤 단계들을 통과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매뉴팩쳐 시대에 들어 여러 가지 도구를 생산에 이용하지만 이 시대의 특유한 기계는 바로 수많은 부분노동자들의 결합으로 형성되는 노동자 자신이다.
다음으로는 매뉴팩쳐의 분업과 사회의 분업을 살펴보고 아울러 매뉴팩쳐의 자본주의적 성격을 지적한다. 분업에 기초한 협업은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일관성과 적용범위를 획득하자마자, 그것은 자본주의 생산의 의식적이고, 규칙적이며, 체계적인 형태로 된다.

□ 기계와 대공업
 

맑스는 15장을 통해서 기계제 대공업의 본질, 기계제 대공업 그 자체의 특징과 그것이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었을 때의 특징과 모순을 해명하면서 자본주의 생산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먼저 공장의 신체라 할 수 있는 기계체계를 살펴본다. 매뉴팩쳐에서는 생산방식의 변혁이 노동력을 출발점으로 하며, 대공업에서는 노동수단을 출발점으로 한다. 도구와 기계는 어떻게 다른가, 또 노동수단이 ꡐ무엇에 의해 도구에서 기계로 바뀌는가ꡑ를 밝히고 있다.
모든 발달한 기계는 동력기, 전동장치, 도구기(작업기)의 3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작업기가 가장 중요하며, ꡒ작업기야말로 18세기 산업혁명의 출발점ꡓ이다. 이어 작업기의 규모가 커지고 도구의 수효가 늘어나자 동력의 안정적 공급과 더욱 강력한 동력에 대한 요구로서 증기기관이 출현한다.
또한 같은 종류의 기계가 협업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종류의 작업기가 분업에 기초한 협업으로 묶이는 기계체계가 등장한다. 더 나아가 기계가 기계를 생산하는 체제로 발전한다. 이 체제가 확립되어야 비로소 대공업은 그에 어울리는 기술기초를 형성하며 스스로의 발로 서게 된다.
1절에서 기계를 사용가치 측면으로 보았다면 2절은 기계를 가치 측면에서 본다. 그런데 다른 불변자본과 마찬가지로 기계도 어떤 가치를 새롭게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생산물에 가치를 이전한다. 여기에서 기계가 노동과정에는 언제나 전체로 참가하지만, 가치증식과정에는 언제나 부분적으로만 참가한다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3절은 기계제 생산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기계는 노동생산력을 높이지만 결국 노동강화를 요구하고 노동력을 집약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고 주장한다. 기계는 많은 수의 어린이와 여성을 생산에 투입할 수 있게 되어 성인 남자 노동자의 반항을 꺾는다. 또한 기계는 어떠한 제한이라도 넘어서서 노동일을 연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기계는 노동일을 늘리는 강력한 새로운 동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4절에서는 공장을 살펴본다. 공장에서는 도구와 그것을 조종하는 노동이 노동자로부터 기계로 옮아갔기 때문에 전문화 된 노동자들의 위계제도를 기계에 종속된 노동자들의 단순분업이 대신하게 된다. 한편, 공장에서는 노동 조직체가 성립됨에 따라 하나의 병영규율이 발생하는데, 이 규율은 완전한 공장제도로 발전하며, 집행자와 노동 감독, 산업 병사와 산업 하사관으로 노동자들을 쪼개놓는다.

□ 노동자와 기계 사이의 투쟁 

5절까지는 자본주의 생산에서 기계와 노동자의 관계와 기계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작용을 주로 공장이라는 범위에서 살펴보았다. 5절~7절에서는 이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그 경우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에서 기계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첫 작용은 노동자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을 채우고도 남으며 노동력 가격을 가치 이하로 떨어뜨린다. 따라서 기계의 도입과 더불어 비로소 노동수단에 대한 노동자의 격렬한 반항이 시작된다. 영국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노동자들이 공격의 표적을 기계에서 사회제도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였다.
6절과 7절에서는 기계에게 쫓겨난 노동자들에 관한 보상 이론을 살펴보고 비판한다. 18세기 말~19세기 중엽 영국의 부르주아경제학자들은 노동자를 쫓아내는 모든 기계는 이미 동시에 그와 같은 수의 노동자를 활동시키는 데에 필요한 자본도 생산에 끌어들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계에게 쫓겨난 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8절에서는 기계제 생산이나 대공업의 발전이 이전의 매뉴팩쳐와 가내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들이 대공업으로 이행하는 것에 관해 살펴본다.
9절에서는 영국의 예를 들어 공장법에 대해 살펴본다. 영국 공장법의 역사는 자본가들은 아주 간단한 보건을 위한 장치조차 국가의 강제법이 아니면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영국 공장법의 교육조항은 빈약하기는 하지만 육체노동을 교육․체육과 결합시킬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0절에서는 대공업이 농업에 미치는 작용에 관해서 살펴본다. 맑스는 원래 이것을 『자본』 3권에서 살펴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몇 가지 결론만을 아주 간단하게 서술한다.
 

■ 푸리에(Charles Fourier, 1772~1837), 542쪽 :
푸리에는 공상적 사회주의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자유방임주의와 공장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산업화를 반대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너무나 기발한 상상, 특이한 문체, 변덕스러운 논리구성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푸리에는 낮에 행상으로 일하고 밤에 서툰 문장으로 글을 썼으며 어떤 정치 조직과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리용에서 보냈는데 거기서 리용의 까뉘(canut, 견직공)들이 자위조직을 결성하려는 노력을 직접 보았다. 여기서 푸리에는 강력한 지역 전통을 가진 유토피아사상과도 만나게 되었다. 푸리에는 다가올 세계는 사회 변화뿐 아니라 자연․우주도 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다는 레모네이드로 변할 것이며 야생동물은 인류에게 봉사하는 反벌레, 反사자로 바뀔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푸리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가지 범죄,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들의 감정을 만족시키는 사회조직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상적인 공동체인 빨랑스떼르를 구상했다. 빨랑스떼르는 자급자족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로 한 공동체는 1620명[810명의 심리타입이 각각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의 여성을 합한 것이다]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비어 있는 교회나 궁전을 이용해 푸리에가 그린 설계도에 따라 건물을 지은 다음, 계획에 따라 노동을 하며 지루하지 않도록 각각 다른 종류의 일을 7~8회씩 돌아가면서 한다. 빨랑스떼르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강제로 하지 않아도 되며 자신의 기질과 기호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다. 아침에는 양배추를 재배하고 저녁에는 오페라를 부를 수 있다. 빨랑스떼르의 이익금은 노동 , 자본, , 재능 의 비율로 분배된다. 그러나 푸리에는 사회적․경제적 평등은 이루어질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푸리에는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리다 죽었으며, 뒷날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미국에서 직접 빨랑스떼르를 건설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교재 1권 639쪽~672쪽>
제 5편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16장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
제 17장 노동력의 가격과 잉여가치의 양적 변동
제 18장 잉여가치율을 표시하는 여러 가지 공식
 
□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5편은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에 대한 논의를 총괄한다. 「자본」 1권의 주제인 ꡐ자본의 생산과정ꡑ에 대한 설명은 5편에서 끝난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교재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맑스는 먼저 생산적 노동의 개념을 정리한다. 자본주의 생산에서 노동자는 자본가를 위하여 잉여가치를 생산할 때, 자본의 가치증식에 봉사할 때만 ꡐ생산적ꡑ이다. 마약을 생산하는 것도 잉여가치만 나오게 하면 생산적이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행위도 잉여가치를 낳지 않으면 생산적 노동이 못된다. 따라서 생산적 노동자의 개념은 노동자와 그가 생산한 노동생산물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특수한 사회적 생산관계도 포함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은 자본주의 체제의 토대를 이루고,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일의 길이에만 관심을 갖고,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의 기술과정과 사회의 인적 구성을 철저히 변혁시킨다. 따라서 상대적 잉여가치는 진정한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생산방식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형식적 포섭의 토대 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다. 이 발전 과정에서 형식적 종속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실질적 포섭으로 대체된다.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위해서는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형식적 종속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방법은 동시에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적 잉여가치는 절대적 잉여가치이고 절대적 잉여가치는 상대적 잉여가치이다. 여기에서 다른 모든 조건이 같고 노동일의 길이가 주어져 있는 경우, 잉여노동의 크기는 노동의 자연적 조건, 특히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변한다. 자본주의생산방식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전제로 한다.

□ 노동력의 가격과 잉여가치의 양적 변동 

상품이 가치대로 판매되고, 노동력 가격이 가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제할 때, 노동력의 가격과 잉여가치의 상대적 크기는 노동일의 길이, 노동강도, 노동생산성의 변화에 따라 결정된다. 17장은 이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헷갈리지만 않으면 어렵지 않다.
먼저, 노동일의 길이와 노동강도는 변하지 않는데 노동생산성이 변하는 경우를 보자. 이 때 노동력의 가치와 잉여가치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변동한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노동력의 가치는 떨어지고 잉여가치는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노동력의 가치는 높아지고 잉여가치는 줄어든다.
다음으로, 노동일의 길이와 노동생산성은 변하지 않는데 노동강도가 변하는 경우를 보자. 노동강도의 증가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노동력을 지출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노동력의 가격과 잉여가치는 동시에 증가할 수도 있다.
셋째, 노동생산력과 노동강도는 불변인데 노동일은 가변인 경우이다. 노동일이 줄어들면 필요노동시간은 변하지 않고 잉여노동과 잉여가치를 감소시킨다. 이 경우 자본가는 노동력의 가격을 그 가치 이하로 떨어뜨려 손실을 면하려 한다. 노동일이 늘어나고 노동력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잉여가치는 절대크기와 더불어 상대적 크기도 증가한다. 노동력의 가치는 절대크기는 변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는 감소한다.
넷째, 노동의 지속시간, 생산력 및 노동강도가 동시에 변동하는 경우를 보자. 이 때는 여러 가지 조합들이 나오지만 교재에서는 두 개만 살펴보고 있다. 먼저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노동일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잉여가치의 상대적 크기는 줄어들더라도 절대크기는 그대로 일 수가 있으며, 절대크기는 커지더라도 상대적 크기는 그대로 일 수가 있다. 그리고 노동일이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서는 잉여가치의 상대적 크기와 절대크기가 같이 늘어날 수도 있다. 맑스의 다른 저작인 「임금․가격․이윤」에는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다음, 노동의 강도와 생산성이 증가하는 동시에 노동일이 줄어들면 주어진 시간에 생산되는 생산물이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이 증가될수록 노동일은 더욱 줄어들 수 있으며 노동일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노동강도는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

□ 잉여가치율을 표시하는 여러 가지 공식 

18장은 이제까지 설명한 것들을 여러 가지 공식으로 표현해 본다.
① = ② = ③
①과 ②는 가치와 가치 사이의 비율로 표시한 것이며 ③은 시간 사이의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고전파 경제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교재에서는 이를 파생적 공식이라 하였다.

그러나 파생적 공식에서는 잉여 가치율이 잘못 표현되고 있다. 이 파생적 공식들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노동일 또는 그것의 가치 생산물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분배되는 비율이다.
세 번째 공식들은 다음과 같다. 내용은 교재를 참조하면 된다.

자본은 본질적으로 불불노동[불발(不發)을 부발로 읽지 않는 것처럼 불불로 읽어야 한다]에 대한 지배이다. 자본이 자기증식하는 비밀은 다른 사람의 불불노동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교재 1권 675쪽~712쪽>
제 6편 임금
제 19장 노동력 가치(또는 가격)의 임금으로의 전환
제 20장 시간급제 임금
제 21장 개수임금
제 22장 임금의 국민적 차이

□ 6편 개괄
 

지난 호에서 밝힌 것처럼 맑스는 3편~5편에 걸쳐 자본의 생산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6편은 보충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9장은 노동력의 가치가 임금으로 전환될 때 일어나는 착각에 대해 설명한다. 분량은 짧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많으니 주의 깊게 읽어두어야 한다. 20장과 21장은 임금의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 다음 임금의 형태가 자본주의 착취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본다. 22장은 맑스가 국제노동자협회(1인터내셔널) 활동을 하면서 임금이 나라마다 다른 원인과 이것이 자본주의 생산방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 노동력 가치의 임금으로의 전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의 가격으로 나타난다. 독일어로 임금을 뜻하는 단어인 아르바이트론(Arbeitslohn)도 노동을 뜻하는 아르바이트(Arbeit)와 대가를 뜻하는 론(lohn)이 합해진 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아르바이츠크라프트론(Arbeitskraftslohn, 노동력Arbeitskraft+댓가lohn)이라 해야한다. 그러나 단어 자체에서 보듯이 자본주의 사회의 착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맑스는 이런 착각이 동어반복이라면서 675쪽에서 비판하고 있다.
상품의 가치는 상품의 생산에 소요된 사회적 노동의 객관적 형태인데, 그 가치의 크기는 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량에 따라 측정된다. 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서 판매되려면 판매되기 전에 반드시 존재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자기의 노동에 독립적이고 객관적 존재를 부여할 수 있다면 노동자는 노동을 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품 시장에서 화폐 소유자와 직접 대면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노동자이며, 노동자가 판매하는 상품은 그의 노동력이다. 노동자는 노동을 파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 능력을 파는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이 현실적으로 시작될 때에는 노동력은 이미 노동자에게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노동자가 팔 수는 없다. 노동은 가치의 실체이며 또 내재적 척도이지만, 그 자체는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아주 중요한 말이다. 별표 다섯 개).
노동의 가치라는 것은 노동력의 가치를 나타내는 불합리한 표현에 지나지 않으므로, 노동의 가치가 노동의 가치 생산물보다 언제나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자본가는 잉여가치를 얻을 수 없으며, 이렇게 되면 노동력을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 형태는 노동일이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지불 노동과 불불 노동으로 분할된다는 것을 감춘다. 잉여노동과 불불노동을 합한 노동 전체가 지불노동으로 나타난다. 노예노동에서는 소유관계가 노예의 자기 자신을 위한 노동을 감추고, 임금노동에서는 화폐관계가 임금노동자의 무상노동을 감춘다.
결국 ꡐ노동의 가치 또는 가격ꡑ,ꡐ임금ꡑ이라는 형태는 이 형태 안에 있는 본질관계를 감춘다. ꡐ노동의 가치 또는 가격ꡑ은 ꡐ노동력의 가치 또는 가격ꡑ과는 구별해야 한다. 스미스와 리카도는 이것을 구별하려 하였지만 그들이 부르주아 경제학의 껍데기를 쓰고 있는 한 불가능한 것이었다.

□ 시간급제 임금

임금은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맑스는 여기서 시간급제 임금과 개수 임금이라는 두 가지 형태만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늘 보는 것처럼 노동력 판매는 항상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노동력의 하루 가치, 1주 가치, 한 달의 가치들이 직접 전환된 형태는 시간급제 임금의 형태 일급, 주급, 월급 형태를 취한다.
시간급제 임금을 고려할 때도 임금 총액과 노동의 가격을 구별해야 한다. 이 가격 즉, 노동의 평균 가격은 노동력의 하루의 평균 가치를 평균 노동일의 시간 수로 나누면 된다. 그런데 하루 노동량 또는 주 노동량이 일정하다면 일급, 주급은 노동의 가격에 달려 있고, 이와 반대로 노동의 가격이 일정하다면 그것들은 하루 노동량 또는 주 노동량에 달려있다는 일반법칙이 나온다. 시간급제 임금의 측정단위인 노동시간의 가격은 노동력의 하루 가치를 평균 노동일의 시간 수로 나눈 것이다.
이밖에 다른 내용들은 교재에 더 잘 나와있다. 그러나 690쪽 내용은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보는 것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개수 임금 

교재는 21장의 제목을 성과급제 임금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에서 성과급제 임금이란 연말에 기업이 보너스로 지급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교재의 내용과는 맞지 않다. 따라서 ꡐ개당 얼마 준다'는 개수임금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이다. 따라서 교재의 성과급제 임금은 모두 개수 임금으로 바꾸어 읽어야 한다.
어쨌든 개수 임금은 시간급제 임금의 바뀐 형태일 뿐 또 다른 그 무엇이 아니다. 임금이 지불되는 형태의 차이는 임금의 본질을 전혀 바꾸지 않는다.
또한 개수임금은 시간급제 임금 형태와 마찬가지로 불합리한데 어떠한 가치 관계도 표현하지 않고, 노동자가 수행한 노동이 그가 생산한 개수로 측정되며, 노동은 생산물의 양으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개수 임금의 수준은 같은 시간에 생산되는 개수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비율로, 따라서 같은 한 개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비율로 떨어진다. 개수 임금이 도입되면 노동의 질과 강도가 임금 형태 자체에서 통제되므로 노동에 대한 감독이 필요 없게 된다. 따라서 개수임금은 근대 가내노동의 토대를 이루며 자본주의 정신에 훨씬 잘 어울리는 임금 형태이다.

□ 임금의 국민적 차이

서로 다른 나라들의 임금을 비교할 때 노동력의 가치 크기를 규정하는 모든 요소들을 살펴야 한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평균적 노동강도는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 나라들의 평균들은 전세계 노동의 평균강도로 측정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강도가 높은 국민 노동은 그렇지 못한 국민 노동에 비하여 같은 시간에 보다 큰 가치를 생산하며, 이는 더 많은 화폐량으로 표현된다.
맑스는 이를 한 공장 당 평균 방추 수, 노동자 한 명 당 평균 방추 수 개념을 도입하여 전세계 노동의 평균강도를 구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흔히 언론에서 한국노동자들이 일본 노동자들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떠드는 데 이는 노동생산성 측정의 기초도 모르는 무식한 얘기이다. 두 나라의 노동자의 기계장비율을 무시한 채 단순히 생산성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호지스킨 / 678쪽 (Thomas Hodgskin, 1787~1869) :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이다. 젊을 때는 해군으로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돌아다니며 사회경제 상태를 돌아보고 『북부독일 여행』(1820)을 발표했다. 영국에 돌아와서는 급진주의 신문인 모닝크라클(Morning Chronicle) 의회 담당 기자로 일했다. 이 때 급진사상가, 발전하던 노동자운동과 관계를 맺고 노동자 교육에 힘을 썼다. 1824년 단결금지법 폐지 운동이 벌어지자 노동자들을 옹호하며 ꡐ자본의 요구에 대항하여 노동을 방어한다ꡑ는 팜플렛을 발표했다. 이 팜플렛으로 호지스킨은 영국 언론계의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또한 2년 뒤 그의 주요 저서인 『대중경제학』에서 당시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비판했다. 호지스킨은 로크(J. Locke)의 자연법 사상에서 출발하여 리카도(D. Ricardo)의 노동가치설을 기초로 사회주의 사상을 펼쳤다. 그리하여 뒷사람들은 그를 ꡐ리카도파 사회주의자ꡑ라 불렀다.



<교재 1권 714쪽~773쪽>
제 7편 자본의 축적과정
제 23장 단순재생산
제 24장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환

□ 7편 개괄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 수도 있겠지만, 『자본』 가운데 ꡐ편ꡑ이 시작할 때 처음에 무엇인가 써놓은 것은 7편이 유일하다-눈치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눈치와 『자본』은 별 상관이 없으니까- 이는 1권~3권에 걸치는 『자본』의 체계를 설명한 것이다. 두 쪽밖에 안 되지만 중요한 부분이니 잘 읽어두어야 한다.
7편은 『자본』 1권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원래는 7편을 한 번에 묶어 설명하려 하였는데 지난 몇 번에 걸친 연재에서 독자들이 읽어야 할 분량이 너무 많기도 했고, 결론인 25장은 따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23장과 24장만 설명하기로 한다.

□ 단순 재생산 

사회가 소비를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사회의 생산과정도 끊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바라보면 생산과정은 동시에 재생산과정이며 생산의 조건은 동시에 재생산의 조건이다. 생산물의 일정 부분이 끊임없이 생산수단으로 전환되어야 재생산이 가능하다.
자본 가치의 주기적인 증가분인 잉여가치는 자본에서 생기는 수입의 형태를 취하는데 이 수입을 모두 소비하고 생산수단을 더 늘리지 않는 것이 ꡐ단순 재생산ꡑ이다.
일정한 기간의 노동력의 구매는 생산 과정의 출발점이다. 노동자는 잉여가치뿐만 아니라 가변자본까지도, 가변자본이 임금의 형태로 자기에게 돌아오기 전에 생산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는 가변자본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동안만 고용된다.
그런데 단순 재생산은 필연적으로 모든 자본을 축적된 자본으로, 즉 자본화된 잉여가치로 바꿔놓는다. 교재 721쪽에서는 이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므로 신경 써서 읽어두기 바란다. 자본주의 생산과정은 물질적 부를 자본으로, 그리고 자본가를 위한 가치 증식 수단과 향락 수단으로 끊임없이 바꿔놓는다. 또한 자본가는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서 생산한다. 노동자를 끊임없는 재생산해내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의 필수 조건이다.
한편, 노동자의 소비는 생산적 소비와 개인적 소비로 나눌 수 있다. 생산적 소비는 자본의 동력이 되어 자본가에게 속하며 자본가 생존의 전제이다. 개인적 소비는 생산과정 밖에서 생활상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노동자 자신의 생존의 전제가 된다. 이러한 개인적 소비는 자본가에게 가장 필수 불가결한 생산 수단인 노동자 자신의 생산이며 재생산이다. 때문에 노동자의 개인적 소비는 자본의 생산과 재생산의 한 요소를 이룬다.
노동자 계급의 유지와 재생산은 언제나 자본의 재생산에 필요한 조건이다. 자본주의 생산과정을 재생산 과정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상품이나 잉여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본 관계 자체를 생산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 잉여가치의 자본으로의 전환 

2편에서는 ꡒ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ꡓ을, 그리고 3편~5편에서는 ꡒ잉여가치가 어떻게 자본에서 발생하는가ꡓ를 보았다면, 24장에서는 ꡒ자본이 어떻게 잉여가치로부터 발생하는가ꡓ를 살펴본다.
먼저 1절에서는, 23장에서 잉여가치가 모두 자본가가 소비하는 단순 재생산과 달리 ꡒ확대된 규모에서의 자본주의 생산과정ꡓ을 살펴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ꡐ상품생산의 소유법칙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취득 법칙으로 바뀌는가ꡑ이다.
단순재생산과는 달리 확대재생산에서는 잉여가치를 자본으로 사용한다. 참고로 1절에서는 자본가가 잉여가치 모두를 축적기금으로 사용한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우리가 6장에서 보았듯이 자본주의 재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은 언뜻 보면 상품생산의 교환법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이것은 단지 형식일 뿐이다. 노동력 상품이 독특한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품생산의 일반 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노동자에게는 노동력 상품의 교환가치가 지불되었고 자본가에게 노동력 상품의 사용가치가 넘어갔다. 다른 모든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상품교환 법칙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노동력 상품의 독특한 사용가치가 소비과정을 지나면서 자기 노동에 기초한 사적 소유는 다른 사람의 불불노동에 기초한 사적 소유로 바뀐다. 또한 자기가 노동해서 생산물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노동생산물을 빼앗는 것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소유는 더 이상 노동에 기초한 것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의 기본 경제법칙인 잉여가치 법칙은 가치법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가치법칙에 기초하여 관철된다. 또한 상품 생산에 고유한 소유의 법칙 역시 자본주의적 취득법칙으로 된다.
2절에서는 확대재생산에 대한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그릇된 이해를 살펴본다. 고전파 경제학은 자본주의 생산을 화폐 퇴장과 혼동하는 견해와 투쟁하였고, 생산적 노동자가 잉여생산물을 소비하는 것을 축적과정의 특징적 계기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고전파 경제학은 순생산물 가운데 자본으로 바뀌는 부분은 전부 노동자계급이 소비한다는 잘못된 견해를 유포했다.
3절에서는 잉여가치 또는 잉여 생산물이 앞에서처럼 모두 축적기금으로 사용된다는 가정을 버리고, 그것이 축적기금과 자본가의 소비기금으로 사용되는 현실에 대해 살핀다. 그런 다음 잉여가치의 양이 일정할 경우 자본가의 소득은 소비에 대한 그들의 절제로부터 나온다는 ꡒ절제설ꡓ을 비판한다.
맑스는 여기서 자본가의 낭비가 축적을 결코 방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업상 필요로 되었다는 사실과 자본가가 등장하기 이전 사회에도 확대재생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본축적을 자본가의 ꡐ절제ꡑ로 설명하는 것은 자본가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4절에서는 잉여가치가 자본과 소득으로 분할되는 비율이 정해져 있을 경우, 축적되는 자본의 크기는 ①노동력의 착취도, ②노동생산성, ③사용되는 자본과 소비되는 자본 사이의 차액의 크기, ④선대 자본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살펴본다.
5절에서는 가변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본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가변자본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 가운데 신축성이 있으며, 사회세력들 사이의 힘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기금의 ꡐ자본주의적 제한ꡑ이 원래부터 그렇다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오늘날까지 형태를 바꾸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사회의 부를 소비수단과 생산수단으로 분할할 때 노동자는 발언권이 없다는 것, 노동자는 예외적으로 운수가 좋은 경우에만 부자들의 소득을 희생시켜 노동기금을 확대할 수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 절제설 :
영국의 경제학자 시니어(N.W. Senior)가 처음 주장한 이윤과 이자에 관한 이론이다. 시니어는 인간의 노동과 자연력을 1차 생산요인으로 보고 그것들이 완전히 능률을 발휘하려면 2차 생산요인인 절제 또는 절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절제란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을 비생산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억제하거나 인내할 수 있는 인간행동이다. 노동이라는 희생에 대해 임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절제에 대해서는 이윤이 보수로 주어진다.
시니어는 이윤이 생산이 끝난 뒤에 생기는 것으로, 생산에 쓰여야 할 것이 아니고 생산비를 인간의 희생, 물리적 요인으로서 필요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절제에 대한 보수는 이자이며 절제와 노동의 결합에 따른 보수가 이윤이라 하였다. 그러나 기존 용어나 분류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시니어는 스스로 자신의 이자론을 폐기하고 자본이 소유, 사용에서 생기는 모든 수입을 이윤이라고 하자고 해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밀(J.S. Mill)도 절제설을 채용하고 마샬(A. Marshall)도 이윤에 관한 시니어의 생각을 잇고 있으며, 뵘바베르크(E. v. Bom Bawerk)의 이자학설을 낳는 발판이 되었다.


<교재 1권 774쪽~894쪽>
제 7편 자본의 축적과정
제 25장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 자본 구성이 불변인 경우, 축적에 따른 노동력에 대한 수요의 증가 

지난 호에서 밝혔듯이 7편 25장은 『자본』 1권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자본의 축적이 고용․실업․임금률의 변동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밝혀 ꡒ자본의 증가가 노동자계급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ꡓ을 규명하는 것이 25장의 주제이다.
자본이 늘어나면 자본 가운데 가변부분도 함께 늘어난다. 일정한 양의 생산수단을 움직이기 위해 같은 양의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본의 증가에 비례하여 가변자본이 증대하고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넘어 늘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임금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자본주의 생산의 근본성격에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노동력은 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을 때만 판매되므로 임금의 증가는 기껏해야 노동자가 제공하여야 할 불불노동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할 따름이다. 이 감소는 결코 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점까지 도달할 수 없다.

□ 자본축적과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가변자본부분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축적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의 발전이 자본축적의 관건이 되는 때가 온다. 이렇게 되면 축적이 진행될수록 불변자본 부분은 상대적 크기가 커지지만 가변자본 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가변자본부분의 상대적 크기가 줄어들더라도 가변자본부분의 절대크기는 커질 수 있다. 교재 787쪽에 예가 잘 나와있다.
이미 15장에서 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 생산은 대규모 협업과 분업을 할 수 있는 기계제 대공업이 전제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 자본축적은 자본의 집적과 집중으로 더더욱 촉진된다. 모든 개별 자본은 이미 크든 작든 생산수단의 집적이다. 개별 자본들은 서로 배척하는 한편, 서로 끌어 당겨 집적의 새로운 형태인 집중이 탄생한다. 집중은 자본주의 경쟁체제의 피할 수 없는 산물이며, 신용 제도는 자본의 집중에 더욱 속도를 붙인다. 집적은 개별 자본가의 작업범위가 완만히 확대되는 운동인 반면에 집중은 더욱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이다. 자본의 가변구성부분은 불변부분에 비해 점점 더 작아진다.

□ 상대적 과잉 인구 또는 산업예비군 

자본축적과 노동 생산성의 발전은 상호 작용하고, 자본의 집중이 가져오는 자본구성의 고도화는 기존 자본량이 고용하는 노동량의 절대 감소를 불러온다.
축적의 진행에 따라 총자본이 증대하고, 총자본의 증대에 따라 가변 부분, 또는 이 총자본에 합체되는 노동력도 증가하지만, 끊임없이 감소하는 비율로 증가한다. 자본주의는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통해 자본의 평균적인 증식욕을 넘는, ꡐ상대적으로ꡑ 남는 노동인구를 생산한다.
자본주의는 인구가 자연적으로 증가하여 제공하는 노동력의 양으로는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자연적 한계에 매달리지 않는 노동력의 양을 요구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 고유한 인구 법칙이 만들어 낸 상대적 과잉인구는 자본주의 축적의 지렛대로,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존재 조건으로, 즉 산업 예비군으로 된다.
산업예비군은 ①자본의 가치 증식 욕구가 인구의 자연 증가에 따라 제한받지 않고 언제라도 착취할 수 있는 인간 재료를 제공하고 ②노동력 수요의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 저수지가 되며 ③노동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취업자를 압박함으로써 취업자의 저임금과 과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한 마디로 자본은 산업예비군을 통해 노동의 공급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며 이를 통해 ꡐ자본의 지배ꡑ를 완성한다.

□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상대적 과잉 인구는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유동적 과잉인구는 근대 산업의 중심인 공장, 매뉴팩처 주변에서 취업했다가 쫓겨나기를 반복하는 인구이다. 이 형태는 자본주의 생산의 무정부성과 불균형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다음 잠재적 과잉인구는 농촌에 대기하며 끊임없이 도시 프롤레타리아트로 전화하는 상태에 있는 인구이다. 1960년대~70년대 한국에서 ꡐ무작정 상경ꡑ했던 사람들이 바로 잠재적 과잉인구이다. 세 번째, 정체적 과잉인구는 취업이 극도로 불규칙한 노동자 군으로 요즘 피부에 와닿는 말로 하면 비정규직이다. 이밖에도 상대적 과잉 인구의 최하층은 구호의 대상이 되는 극빈자 생활을 하는데, 여기에는 고아, 불구자 뿐 아니라 노동능력자들도 포함된다.
811쪽~813쪽에 걸쳐 맑스는 『자본』 1권의 결론을 명쾌하게 서술한다. 알다시피 맑스는 원래 무엇이든 ꡐ일반화ꡑ하기를 꺼려했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에는 ꡐ절대적ꡑ이라는 말까지 붙여서 더욱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면 ꡐ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노동자 계급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ꡑ는 것이다. 이를 맑스가 정리한 것으로 다시 한 번 보자. ꡒ산업예비군을 언제나 축적의 규모 및 활력에 알맞도록 유지한다는 그 법칙은 벌컨신의 쐐기가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결박시킨 것보다도 더 단단하게 노동자를 자본에 결박시킨다. 그 법칙은 자본의 축적에 대응한 빈곤의 축적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한 쪽 끝에서의 부의 축적은 동시에 맞은편 끝에서의 빈궁․노동의 고통․노예상태․무지․야만화․도덕적 타락의 축적이다.ꡓ
맑스는 이어 5절에서 이 법칙이 실제로 어떻게 현실에서 나타났는가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양이 많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으며 자본주의가 얼마나 잔인한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벌컨(Vulcan) =헤파이스토스(Hephaistos), 813쪽 :
화산․대장장이 신으로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벌컨은 영어 이름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헤파이스토스(낮을 빛내는 사람)이다. 제우스와 헤라가 다투었을 때 헤라 편을 들어 제우스가 발로 차 하늘에서 떨어졌다. 헤파이스토스는 다행히 테티스와 에우리노의 구원을 받아 살 수 있었다. 그 뒤 해저동굴에서 9년 동안 살면서 대장간 기술을 배웠다. 훗날 훌륭한 솜씨가 알려져 올림푸스로 돌아온 헤파이스토스는 큰 대장간을 차리고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들을 기술자로 부리며 많은 물건들을 제작했다. 우리 교재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를 묶은 쇠사슬, 제우스의 번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비롯해 동방의 용궁도 그가 만든 것이었다. 이밖에도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를 만들었으며 아킬레스와 아이네이아스의 갑옷과 무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이다.

■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813쪽 :
프로메테우스란 ꡐ먼저 생각하는 사람ꡑ이란 뜻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손재주가 뛰어나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고 아테나 여신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에게는 결점이 많았기 때문에, 제우스는 그들을 없애려고 했다. 제우스는 인간의 음식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제물로 바치도록 요구하여 인간을 굶주리게 하려고 했다. 프로메테우스가 꾀를 부려 제우스가 맛있는 고기 대신 내장과 기름덩어리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제우스는 화가 나서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기로 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이 명령도 어기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몰래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 밤이 되자 제우스는 지상에서 많은 불빛이 빛나는 것을 보고 격분하여, 헤파이스토스와 그의 졸개인 크라토스, 비아를 불러 프로메테우스를 잡아다 인간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코카서스 산꼭대기에 묶어 놓도록 했다. 제우스는 매일같이 그곳에 큰 독수리를 보내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먹게 했는데, 이 간은 밤 사이에 다시 생겼기 때문에 죽을 수도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제우스는 테티스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위대해 질 것이라는 비밀을 알려준 프로메테우스를 풀어주기로 했다. 이리하여 헤라클레스가 와서 독수리를 쏘아 떨어뜨리고, 결박되어 있던 프로메테우스의 쇠사슬을 끊어주었다.

  

<교재 1권 897쪽~973쪽>
제 8편 이른바 시초 축적
제 26장 시초축적의 비밀
제 27장 농촌주민으로부터의 토지수탈
제 28장 15세기 말 이후의 피수탈자에 대한 피의 입법. 임금인하를 위한 법령들
제 29장 자본주의적 차지농업가의 발생
제 30장 공업에 대한 농업혁명의 영향. 산업자본을 위한 국내시장의 조성
제 31장 산업자본가의 발생
제 32장 자본주의적 축적의 역사적 경향
제 33장 근대적 식민이론

□ 시초축적의 비밀 

시초축적이란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출발점을 이루는 축적, 자본관계(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만들어낸 축적이다. 우리는 앞에서 자본의 축적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본은 잉여가치가 바뀌어 축적된 것이고, 잉여가치는 상품생산자의 손에 이미 대량의 자본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본축적은 자본축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 되어 이론적으로 문제가 된다. 8편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출발점을 해명함으로써 『자본』 1권의 논의를 완성한다.
봉건사회에서 직접 생산자는 자기의 노동력을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없었다. 농노는 토지에 얽매어 있었고 수공업의 직인은 길드의 엄한 규칙에 묶여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임노동자로 되는 것은 신분제의 예속과 길드의 강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동시에 직접생산자들을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하고, 봉건제 아래서 보장되었던 여러 가지 권리를 빼앗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시초축적은 직접생산자가 수탈되는 역사이고 ꡒ이 수탈의 역사는 피와 불의 문자로써 인류의 연대기에 기록되어 있다.ꡓ
이러한 수탈의 역사는 영국에서 잘 볼 수 있다. 영국에서 농노제는 14세기말에 거의 사라졌다.
16세기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모직물 공업이 성행하여 양모가격이 올라갔다. 이렇게 되자 봉건영주는 농민의 경지와 공유지를 빼앗아 양목장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1차 엔클로저운동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농민은 자기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 말고는 살아갈 길이 없는 프롤레타리아가 되었다. 특히 16세기 종교개혁과 대규모 교회령의 붕괴는 전통적 토지소유관계를 완전히 해체했다.
한편, 강제로 땅을 빼앗긴 농민들은 매뉴팩처가 그들을 모두 흡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임노동자로 바뀔 수는 없었다. 또한 쫓겨난 농민들은 금방 이전의 노동과 생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상태의 규율에 따를 수 없었기 때문에 걸인, 부랑자, 범죄자가 되어 도시를 떠돌았다.
이렇게 되자 절대주의 권력은 ꡐ피의 입법ꡑ으로 강제력을 동원했다. 절대주의 왕권은 15세기~16세기 동안 태형, 귀 자르기, 사형 같은 처벌을 가하는 잔인한 법률로 유랑민들을 강제로 일하게 하고,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적당한 임노동자로 바꾸어 놓았다.
국가권력은 아직 어린 산업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임금과 최저노동일을 확정하고, 노동자의 단결을 엄한 죄로 다스렸다. 단결을 금지하는 가혹한 법령들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1825년 폐지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부분적으로 폐지되었을 뿐이며 1859년에야 비로소 소멸하였다. 1871년 6월 29일 영국의회는 노동조합을 법적으로 승인하였다. 이는 노동자들이 성장한 것을 반영하기도 한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완성되어 노동자 계급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데 경제외적 강제를 이용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 자본가의 발생

29장에서는 농업부문의 자본가라 할 수 있는 차지농업가에 대해 설명한다. 차지농업가는 임금 노동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자본을 증식하며, 잉여 생산물의 일부를 지대로 지주에게 지불하는 사람들이다. 교재가 잘 정리해 두고 있으므로 다른 설명은 더 필요 없고 차지농업가가 임금노동자와 지주를 동시에 희생시켜 부를 축적했다는 점만 기억해두면 된다.
30장에서는 공업에 대한 농업혁명의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농민으로부터의 토지 수탈은 단순히 농촌 주민의 감소와 공업 프롤레타리아트를 생기게 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농민 경제를 분해하고 자본을 위한 국내시장을 형성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매뉴팩처는 생산을 아주 천천히 손에 넣을 뿐이고, 그 때문에 도시의 수공업과 농촌경제는 한편으로 파괴되어도, 다른 한 편으로 새롭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농촌의 가내 부업의 뿌리를 뽑고, 그것과 농업과의 분리를 완성했던 것은 대공업이다. 대공업만이 산업자본을 위하여 전체 국내 시장을 정복한다.
31장에서는 산업자본가의 발생과정을 차지농업가의 발생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산업자본가는 차지농업가처럼 천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의 금은 산지 발견, 원주민의 노예화와 섬멸, 동인도의 정복과 약탈, 아프리카의 노예시장화로 자본주의는 아주 빠르게 발전하였다. 자본주의 선진국인 영국은 식민제도, 국채제도, 근대적 조세 제도, 보호 무역 제도를 동원하여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이는 엄청난 수탈과정이었으며, 심지어 노예제도까지 등장하였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하기 위하여, 또한 시초축적을 완성하기 위해서 자본은 ꡒ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ꡓ 나왔다.

□ 자본주의적 축적의 역사적 경향 

시초축적을 한 마디로 하면 ꡐ자기 자신의 노동에 입각한 사적 소유ꡑ의 해체이다. 사회적, 집단적 소유의 대립물로서 사적 소유는 오직 노동수단, 외부적 노동조건들이 개인에게 속하는 곳에서만 존재한다. 이 개인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사적 소유는 여러 가지로 구별된다.
노동하는 사람(=직접 생산자)의 사적 소유는 소생산의 기초이며 소생산은 사회적 생산과 노동자 자신의 자유로운 개성의 발전에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노동하는 사람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생산방식은 토지와 다른 생산수단이 분산되어 협업과 분업이 제대로 될 수 없고 이에 따라 생산력 발전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이 방식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기반한 방식에게 쫓겨난다. 자본주의 생산은 이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로, 더욱 빠르게 발전하며 생산의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빈곤․억압․예속․타락․착취의 정도는 더욱 증대한다. 동시에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훈련․통일․조직된 노동자 계급의 반항도 커간다. 마침내 생산수단의 집중과 노동의 사회화는 자본주의와 같이 할 수 없고 자본주의적 외피는 파열된다.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으로부터 생겨나는 자본주의적 취득방식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는 개인적 사적 소유의 첫 부정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산은 자연과정의 필연성을 가지고 자기자신의 부정을 낳는다. 이것이 부정의 부정이다. 이 부정의 부정은 사적 소유를 부활시키지 않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성과에 입각한 개인적 소유를 확립한다. 널리 알려진 생각과는 달리 ꡐ부정의 부정ꡑ이 ꡐ부정ꡑ보다 쉬운 과정이다.
33장은 당시 식민지에서 자본주의적 축적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모어(Thomas More, 1478~1535), 905쪽 : 영국의 사회사상가. 런던에서 재판관의 아들로 태어나 옥스포드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당대 최고의 인문주의자 였던 에라스무스와 절친하게 지냈다. 성장해서는 법관으로 성공하였고 1504년에는 의원이 되었다. 1516년에 『유토피아』를 썼는데 모어가 라파엘 히슬로데이(그리스어로 헛소리라는 뜻)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1부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현실을 비판하고 2부에서는 유토피아라는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도덕, 종교를 소개하였다. 특히 1부에서 ꡐ사람이 양을 잡아먹는다ꡑ면서 엔클로저를 비판하였다. 이 책은 당시에도 베스트셀러였고 이후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헨리 8세의 이혼승인을 거부하여 투옥되고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아 단두대에서 사형당했다. 죽을 때 ꡐ내 수염은 죄가 없으니 자르지 말라ꡑ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교재 1권 43쪽~973쪽>
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2편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환
제 3편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4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5편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
제 6편 임금
제 7편 자본의 축적과정
제 8편 이른바 시초축적

□ 책거리

작년 9월 26일 '청년좌파' 창간호부터 시작한 자본연재를 통해 『자본』 1권을 정리하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조금 길어졌다. 연재를 하면서 어려운 적도 많았지만 독자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이 기회를 빌어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1편을 정리하며 고백한 적도 있지만 직접 만나지 않고 글로 『자본』을 설명한다는 것은 역시 어려웠다. 또한, 중요한 얘기인데 빼놓은 것도 많다. 그러나 어떤 일을 마무리한 사람의 작은 잘못에 대해 너그러운 한국 사람들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생각 같아서는 독자들과 한 번 만나고 싶지만 언젠가 얼굴 맞대고 같이 『자본』 공부할 날을 기약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1권을 마친 기념으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과 어울려 책거리라도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내용정리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자본』 1편 1장을 펴보자. 맑스는 ꡒ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富)는 ꡒ상품의 방대한 집적"으로서 나타나며,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부의 기본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의 연구는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ꡓ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맑스는 1장에서 ꡐ상품 생산 사회에서 화폐의 등장은 필연적ꡑ이라는 것을 밝히려고 했다. 따라서 1절에서는 ꡐ상품을 상품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ꡑ를 해명하였으며 이를 위해 가치의 실체와 크기에 대해 살펴본다. 그러나 정작 화폐는 3절에 가서야 등장한다. 아울러 1장 1절, 2절은 『자본』의 서술 방식인 ꡐ추상에서 구체로 상승ꡑ하는 방법 대신 ꡐ구체에서 추상ꡑ으로 하강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을 알아두면 한 차원 높게 『자본』을 볼 수 있다.
1장 2절의 결론은 ꡐ상품으로 표현되는 노동만 두 가지 성격을 갖는다ꡑ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치는 교환가치로만 드러나게 된다.
1장 3절은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적인 가치형태-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일반적 가치형태-화폐형태의 내용과 왜 다른 형태로 이행하게 되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봐 두어야 한다. 맑스 스스로도 어렵다고 한 부분이므로 쉽지 않으며 볼 때마다 다르게 이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장 4절은 인간들의 관계가 물건들로 표현되는 상품생산사회는 문제가 있으며, 이 관계를 뿌리부터 바꿔야 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기 위해 덧붙였다.
2장 교환과정은 특별히 논리적인 얘기는 없다. 다만 1장 3절 가치형태론과 분석 수준이 다르다는 점만 명심하면 된다. 3장은 화폐의 기능들을 분석하여, 화폐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을 가지는지, 화폐가 인간들의 생활에 들어오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자본』을 볼 때 1편은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한다. 1장에서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관계까지 봐야 하며, 2장은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연결을 신경 써야 한다.
2편에 들어가면 화폐가 자본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한다. 먼저 4장에서는 모든 자본이 따르는 자본의 일반공식을 살펴보고 5장에서는 이 공식에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고, 6장에서는 ꡐ노동력ꡑ 상품이 이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림(아래)을 참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편은 1편과 2편의 얘기를 바탕으로 하여 잉여가치가 과연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살펴본다. 여기서부터 교재 내용 자체는 많지만 이해하기는 1, 2편에 비해 훨씬 쉽다. 7장에서는 상품생산과정은 ꡐ노동과정과 가치형성과정의 통일ꡑ이며, 자본주의 상품생산은 ꡐ노동과정과 가치증식과정의 통일ꡑ로 본다. 8장은, 노동과정의 기본 요소들이 가치증식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본다. 9장에서는 노동력 착취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잉여가치율이며 이는 자본가들의 이윤율 개념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10장은 ꡐ힘이 문제를 해결한다ꡑ는 것을 실제 역사로부터 살펴본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되고 유지되어 왔는가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자본』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먼저 10장을 읽어볼 것을 권해도 좋을 것 같다.
4편에서는 필요노동시간을 줄여서 노동일을 늘리지 않고도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설명한다. 먼저 12장에서는 상대적 잉여가치의 개념을 정리하고 13장~15장에 걸쳐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어떻게 현실에서 관철되는지 살펴본다. 특히 15장에서 기계제 대공업의 성격과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서술한다.
5편은 3편, 4편의 얘기를 종합한다. 여기서 『자본』 1권의 주제인 ꡐ자본의 생산과정ꡑ에 대한 이론 설명은 끝난다.
6편은 보충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9장은 노동력의 가치가 임금으로 전환될 때 일어나는 착각에 대해, 20장과 21장은 임금의 형태와 이에 따른 자본주의 착취와의 관계를, 22장은 임금이 나라마다 다른 원인과 이것이 자본주의 생산방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7편은 생산력을 사회 전체를 위해 사용하면 모두 잘 살 수 있는데도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축적될수록 노동자계급은 가난해지며 비참한 상태로 떨어진다는 『자본』 1권의 결론을 서술하고 있다.
8편은 ꡒ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에ꡓ 나온 자본 최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목차 외우기

간단하게 『자본』 1권의 내용을 훑었다. 그 동안 독자들을 질리게 할 것 같아서 말을 안 했지만 『자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목차를 외우는 것이다. 편, 장, 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아래 있는 소제목까지 모두 외워야 한다. 맑스는 남들이 보기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 이런 사람이 몇 번을 고친 것이 1권이기 때문에 목차도 아주 잘 짜여있다. 목차를 외우다 보면 『자본』의 구성이 한 눈에 들어오며 각각의 얘기들이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깨우치게 되는 날이 온다.
자본연재는 27호~30호까지 쉬고 31호부터 2권을 시작하므로 그 사이에 미처 따라오지 못해 못 읽었던 부분도 읽고 목차도 외워두기 바란다.
그 동안 열심히 읽어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 책거리 = 책씻이 : 한국에서는 옛날에 자식이 서당에서 천자문이라든가 소학, 명심보감 같은 책을 떼면 책거리를 하는 전통이 있었다. 부모는 시루떡을 쪄 서당에 보냈는데 이 때 서당 훈장 몫으로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을 따로 차려 보냈다. 좀 서글픈 이야기지만 책거리가 보릿고개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때와 겹치면 일부러 낙제를 해서 늦추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성균관에서는 책거리는 따로 없었고 지금으로 치면 졸업식 같은 행사가 있었다. 이 때는 임금이 대포[큰 잔 : 이것이 ꡐ대포 한 잔 하자'고 할 때 바로 그 ꡐ대포ꡑ이다]에 술을 내리고 이를 돌려가면서 함께 마시며 일심동체를 다지는 의식을 하였다. 이 의식이 끝나면 파금(破襟)이라고 해서 교복인 푸른 두루마기를 서로 찢는 풍습도 있었다.


제 2권 자본의 유통과정
서문

□ 2권의 위치

이번 호부터 자본 2권 연재에 들어간다. 맑스는 자본 전체의 초고를 1865년쯤 다 썼지만 1권만 책으로 내놓고 2권과 3권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맑스의 초고를 엥겔스가 정리하여 2권을 1885년에, 3권을 1894년에 책으로 냈다. 따라서 2권과 3권은 1권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런 한계에 대해서는 엥겔스가 서문에서 지적해 두고 있으므로 이를 참조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2권을 읽어야 1권도 더 수준 높게 이해할 수 있으며, 현실에 훨씬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권을 연재할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이 부탁할 것은 교재를 충실히 읽어달라는 것이다. 2권은 1권과 달리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고 지루한 내용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나간다. 혹시라도 읽어 가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면 기초적인 맑스주의 경제학 책에 짧게 정리한 것을 보고 다시 교재로 돌아오는 것도 2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자본 은 3권으로 되어 있다[카우츠키가 정리하여 출판한 잉여가치학설사 를 자본 4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1권은 ꡐ자본의 생산과정ꡑ에 대한 연구이고, 우리가 이제부터 살펴 볼 2권은 ꡐ자본의 유통과정ꡑ을 연구한 것이다. 자본가가 화폐형태로 투자한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태를 바꾸고 가치증식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1권이 자본의 유통부문에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고 생산부문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2권에서는 생산부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고 유통부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다루게 된다. 이어지는 3권은 1권과 2권에 입각하여 자본주의 사회를 설명하고 있는데 자본의 생산, 유통, 분배과정을 종합해서 살펴본다.

□ 2권 내용 개괄

자본 2권은 다음과 같이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 자본의 형태변화와 그들의 순환, 2편 자본의 회전, 3편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 먼저 자본의 순환이란 자본가가 화폐를 투자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사고,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하게 하여 이 상품을 내다 팔아 맨 처음 투자했던 화폐액과 이윤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그림으로 그리면 우리가 1권 2편에서 보았던 다음과 같은 익숙한 그림(그림1)이 된다.
여기서 보면 자본은 처음에는 화폐형태로 있다가 생산요소 형태로 바뀌며, 이 생산요소는 생산과정에서 상품 형태로 바뀌고, 마지막에 상품은 다시 화폐형태로 되돌아온다. 이를 우리는 자본 1권에서 자본의 형태변화[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ꡐ변태ꡑ보다 형태변화가 정확하고 어감도 좋다]라 하였다. 그런데 위 그림 ①형태에 있는 자본은 화폐자본, ②형태에 있는 자본은 생산자본 ③형태에 있는 것은 상품자본이라 부른다. ④형태는 다시 ①과 같이 화폐자본이다. 자본은 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화폐자본-생산자본-…으로 끊임없이 이어져야 자본으로 계속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형태를 띄든 자본은 가치를 증식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고 각 과정은 다 거쳐야 할 과정일 뿐이다.
2편은 자본의 회전이다. 여기서는 몇 가지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 회전, 유동자본, 고정자본이 그것이다. 그리고 잉여가치율-연잉여가치율-이윤율과 회전수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잘 보아야 한다.
회전이란 최초의 자본이 운동을 시작해서 다시 자기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회전기간은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을 합한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볼 때 화폐자본의 경우 ①에서 ④까지 걸리는 시간이 자본의 회전기간인데, ①~②, ③~④에 걸리는 시간은 유통기간이고 ②~③에 걸리는 시간은 생산기간이다.
생산자본은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구별할 수 있다. 기계나 건물에 들어간 자본은 자기 가치를 일부만 상품의 가치에 옮기며, 회수할 때도 조금씩 되는데[정확히 말하면 감가상각액만큼 옮기고 회수된다], 이를 고정자본이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한 번에 자기 가치를 모두 상품에 이전하며, 이 상품의 판매로 자기 가치를 모두 회수하는 자본을 유동자본이라고 하는데, 원료와 임금에 들어간 자본이 속한다. 불변자본/가변자본이 잉여가치 생산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로 나뉜 것이라면 고정자본/유동자본은 자본의 회전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로 나눈 것이다.
1권에서 2권 2편까지는 하나의 자본이 모든 부문과 성격이 다른 자본의 기능을 담당하고 대변하고 있다. 하나의 산업자본이 모든 산업자본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3편으로 들어가면 사회에는 여러 부문의 자본이 있음을 설명한다. 생산재를 생산하는 자본과 소비재를 생산하는 자본으로 나누어 재생산 표식으로 설명한다. 재생산표식은 1년 동안 생산된 상품이 어떠한 교환과정을 거쳐 완전히 판매 또는 소비되는가를 쉽게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3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식(그림2)이다.
여기서 Ⅰv +Ⅰs = Ⅱc이어야 생산을 계속해 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으며(단순재생산), Ⅰv+Ⅰs >Ⅱc이면 확대재생산이 된다는 것만 일단 기억해 두도록 하자.

□ 서문 해설

엥겔스는 서문에서 2권을 출간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자신이 가장 노력을 기울인 것은 ꡒ편자의 저작이 아니라ꡓ ꡒ저자의 저작이 되도록ꡓ하는 일이었음도 덧붙이고 있다. 다음에는 원고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2권을 위해 맑스가 쓴 원고들과 그것을 쓸 때 맑스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1판 서문에서 엥겔스가 특히 힘을 기울인 것은 맑스가 로트베르투스라는 사람의 저작을 표절하였다는 악선전을 논박하는 것이었다. 당시 맑스가 죽고 없던 현실에서 맑스의 저작이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자 온갖 비난과 악선전이 판을 쳤는데 엥겔스가 이런 견해들과 싸웠다.
엥겔스는 맑스가 로트베르투스를 잘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도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런 다음에 리카도와 다른 여러 사람들의 사상을 검토하면서 로트베르투스의 저작이 경제학상에서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길게 설명하였다. 뒷부분은 맑스의 경제학이 이전의 경제학, 특히 리카도의 경제학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보여주므로 주의를 기울여 읽어두어야 한다.

■ 로트베르투스 (Johann Carl Rodbertus, 1805~1875), 8쪽 :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 괴팅겐과 베를린 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했다. 1848년 3월 혁명으로 구성된 아우에르스발트-한제만 내각에 종교․교육 장관으로 참여하였다. 장관을 그만둔 뒤에는 포메른주에 머물면서 스스로 농사를 지으며 경제학, 역사학, 언어학을 연구하였다. 영국 차티스트 운동의 영향을 받아 1837년에 「노동계급의 요구」라는 글을 썼는데, 훗날 그의 경제학과 사회개혁안은 미숙하나마 모두 이 글에 포함되어 있다. 그는 사회문제를 국가가 주도하는 개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뒷날 경제학으로는 신역사학파 우익인 바그너에게 영향을 주었고, 히틀러 나찌즘 이론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교재 2권, 29쪽~69쪽>
제 1편 자본의 변태들과 그들의 순환
제 1장 화폐자본의 순환
 

□ 화폐자본의 순환

자본은 스스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운동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은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순환운동한다. 1단계는 M―C 라는 유통과정으로, 자본가는 화폐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산다. 2단계는 생산과정으로, 1단계에서 사들인 생산수단과 노동력 상품을 소비하여 생산을 한다. 3단계는 C′―M′라는 유통과정으로,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증식된 상품을 팔아 1단계에서 들인 자본보다 늘어난 가치를 손에 넣는다.
화폐자본 순환의 공식은 M―C…C′―M′이며 여러 번 말한 대로 점선(…)은 유통과정이 끊어져 있음을 뜻한다.

□ 1단계. M(화폐)―C(상품)

M―C는 일정액의 화폐가 일정액의 상품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C는 Mp(생산수단)과 Lp(노동력)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완전히 다른 시장(Mp는 상품시장, Lp는 노동시장)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Mp와 Lp도 무조건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일정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그리 어려운 얘기가 아니고 10명이 쓸 기계를 사들였으면 노동자도 10명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지 않으면 생산수단이든 노동력이든 손실되는 부분이 생긴다.
M―C(Mp, Lp)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자본가가 노동력의 가치보전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노동을 짜내기 위한 생산수단도 확보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어야 자본가가 투입한 화폐는 잉여가치를 낳은 ꡐ자본ꡑ이 될 수 있다.
1단계에서 M은 우리가 1권 3장에서 보았던 지불수단의 기능을 수행한다. 아직 자본으로 되어있지 않더라도 화폐는 상품을 살 수 있으므로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1단계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화폐로 노동력을 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노동력이 상품화되어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화폐는 노동력으로도 바뀔 수 있다. 이는 우리가 1권 6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노동력이 생산수단으로부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자본이 노동력을 사들일 때 이미 평등한 관계가 아니다. 자본가는 ꡒ거만하게 미소를 띠고 사업에 착수할 열의에 차 바삐 걸어가고ꡓ 노동자는 ꡒ겁에 질려 주춤주춤ꡓ 생산과정에 걸어 들어간다.

□ 2단계. 생산자본의 기능

자본순환이 1단계를 지나 2단계에 들어서면 생산이 시작된다. 1단계의 결과는 2단계의 개시를 알리는 것이다. 2단계는 이미 1권에서 자세하게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자본순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M―C(Mp, Lp)…P에서 노동력은 자본가의 손에 있을 때만 자본이 된다. 노동력은 노동자에게는 상품일 뿐이다. 생산수단도 노동력과 붙어있을 때만 생산자본의 한 요소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수단이 시대와 관계없이 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이란 어떤 물적인 형태가 아니고 사회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2단계에서 생산자본은 자기의 구성요소를 소비하여 그것을 더욱 큰 가치의 생산물로 바꿔놓는다. 여기서 노동력은 자본을 위해 무료로 수행되는 잉여노동을 하게 되며 이것이 잉여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2단계에서 생산된 생산물은 잉여가치를 포함한 상품이 된다.

□ 3단계. C′―M′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상품은 상품자본의 요소이다. 기계나 원료 같은 생산수단만 자본이고 소비재는 상품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상품자본이 상품형태에 있을 동안 상품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3단계는 C′―M′인데 이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C+c)―(M+m)이다. 1단계에서 두 개의 시장에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산 자본가는 3단계에서 하나의 시장인 상품시장에서 상품을 판다. 자본가가 처음에 들였던 M보다 큰 M′을 얻는 것은 M보다 큰 가치를 지닌 C′를 팔기 때문이다. C′가 C보다 큰 가치를 갖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잉여노동에 자본가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다.
C′―M′인 3단계에서 자본가는 처음에 들였던 자본의 가치와 잉여가치를 실현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M′=M+m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일정액의 화폐이므로 상품에서처럼 붙어있지 않다. m이 다음 순환에서 M에 얼마나 추가되느냐에 따라 재생산규모가 결정된다. 우리는 이를 1권 7편에서 살펴본 바 있고, 앞으로 2권 3편에서 자세하게 연구할 것이다.
그런데 M′은 M보다 m만큼 양이 클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그것이 ꡐ자본ꡑ이라는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M′은 자본이라는 질적 관계를 M과 m의 양적 관계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총순환

앞에서 본대로 자본은 화폐자본과 상품자본형태를 번갈아 가며 취하고 생산과정에서는 생산자본으로 된다. 이 총순환의 경과 중에 이런 형태들을 취하고 버리며, 이들 각각의 형태에서 그것에 대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자본은 생산자본이다. 여기서 ꡐ산업ꡑ이란 자본주의적으로 경영되는 모든 생산분야를 포괄한다. 따라서 화폐자본, 상품자본, 생산자본은 산업자본이 순환과정에서 취하는 특수한 형태들이며 독립된 자본종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순환은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단계에서 정체되지만 않으면 순조롭게 진행된다. 1단계에서 정체되면 자본은 ꡐ축장화폐ꡑ 형태를 띠며 2단계에서 정체하면 생산수단은 쓸모 없게 되고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된다. 3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품들이 재고로 쌓이게 된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다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도 순환 전체는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2권 1장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59쪽부터 나오는 운수업에 대한 얘기이다. 「자본」 1권만 읽고 ꡐ서비스산업도 가치를 형성하는 데 맑스는 이를 무시했다ꡑ느니 하면서 유치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잘 읽어두기 바란다. 맑스는 분명히 ꡒ생산과정의 생산물ꡓ이 ꡒ물적 생산물 또는 상품이 아닌ꡓ 산업에서 수송이 생산적으로 소비되는 유용효과의 가치는 부가가치로서 상품에 이전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62쪽~64쪽에 정리하고 있는 자본순환의 특징과, 68쪽~69쪽에 정리해 놓은 M―M′의 특징과 착각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읽어두기 바란다.

■ 스콜라(schola) / 44쪽 : 4세기 샤를마뉴 대제는 유럽 여러 곳에 신학원을 세우고 학문육성에 힘을 쏟았다. ꡐ스콜라ꡑ라는 말은 라틴어로 ꡐ학교ꡑ라는 뜻으로, 수도원과 주교좌 성당에 마련된 부속 학교의 이름이었다. 중세의 신학원과 대학에서 연구한 학문을 스콜라철학이라고 부른다.
샤를마뉴 대제시대~12세기까지 스콜라철학은 기반을 마련한다. 켄터베리 대주교였던 안셀무스는 신앙과 인간이성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방법론을 확립하여 ꡐ스콜라철학의 아버지ꡑ로 불렸다. 13세기는 스콜라철학의 전성기였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이슬람으로부터 받아들여 기존 신학연구에 적용하였다. 아퀴나스는 신학에 대한 철학의 독립을 승인하면서도 전체는 신학 체계로 종합하였다.
그러나 스콜라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이 아니고 교회가 명령하는 대로 기독교의 교의를 해석하고,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시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스콜라철학을 ꡐ신학의 시녀ꡑ라 비아냥거리게 되었다. 따라서 ꡐ스콜라적ꡑ이라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을 비웃는 말이다. 한자성어로는 ꡐ탁상공론(卓上空論)ꡑ에 가까운 말이다.


<교재 2권, 70쪽~112쪽>
제 1편 자본의 변태들과 그들의 순환
제 2장 생산자본의 순환
제 3장 상품자본의 순환

□ 2장, 3장의 구성

우리는 지난 호에서 산업자본의 순환을 화폐자본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1장을 공부하였다. 2장에서는 이를 생산자본의 순환, 3장에서는 상품자본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2장 1절에서는 단순재생산일 때, 2절에서는 확대재생산일 때 어떻게 되는가를 연구한다. 1권 7편에서 이미 자본의 축적과정을 살펴본 바 있지만 그 때는 유통과정을 빼놓고 본 것이다. 따라서 2장에서는 자본의 재생산이 유통과정에서 어떤 형태를 취하며 이루어지는가를 보는 것이다. 3절 화폐축적에서는 잉여가치가 상품형태에서 자본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화폐형태에서 자본으로 바뀐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는 화폐가 먼저 축적되어야 하는데 잉여가치가 화폐형태로 바뀐 뒤 자본으로 바뀌려면 충분한 크기가 될 때까지 준비금으로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4절에서는 3절에서 얘기한 준비금을 다룬다. 3장은 1, 2장만 이해하면 특별히 어려운 것이 없으며 1, 2장과의 차이점에 주목하면 된다.

□ 단순재생산과 확대재생산

생산자본의 P(생산과정)…C′(상품)―M′(화폐)―C(상품)…P(생산과정)이다. 여기서 먼저 P…P 사이에 있는 유통과정 C′―M′―C를 보자.
이 유통의 출발점은 C′=C+c=P+c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c만큼 불어난 것을 뜻한다. 우리는 1장에서 C′―M′를 유통의 2단계로 보았다. 이것이 화폐자본의 유통에서는 끝이었지만 생산자본의 순환에서는 전체 순환에서는 2단계, 유통의 1단계를 이룬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M′(=M+m)에서 M과 m이 분리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해진다. m이 M에 포함되어 다음 순환에 들어가면 확대재생산이 되고, 포함이 안 되면 단순재생산이 된다.
단순재생산의 경우 모든 잉여가치를 자본가가 소비한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이 경우 M′가운데 M은 산업자본의 순환 속에서 움직인다. m은 화폐형태를 취하며 상품유통으로 들어간다. 이는 자본가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산업자본의 유통 밖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m―c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여기서 c는 자본가가 구입한 상품과 서비스이다. m은 유통이 중단된 화폐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재생산에서는 M′의 자본가치(M)와 잉여가치(m)가 분리된다. 만약 M과 m이 분리되지 않으면 자본가치가 순환과정에서 커져 움직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확대재생산이 된다.
생산자본의 순환에서 M은 P가 바뀐 것이다. 이는 자본가치가 최초에 들어간 형태이며 처음부터 C′의 판매에 매개되어 생산자본 P가 화폐자본으로 바뀌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M으로 노동력을 산 것도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가치의 일부분으로 다시 노동력을 사들인 것이다.
한편, 생산자본의 순환에서 화폐자본은 자본가치가 상품자본에서 생산자본(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다시 바뀌는 것을 중간에서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여기서 M은 유통수단이 된다. M은 곧 사라져버릴 자본가치의 형태이며 화폐형태로 머무르는 한 자본이 되지도 않고 따라서 증식할 수도 없다. 그러나 화폐자본은 기능하고 있지 않아도 화폐로 오랫동안 유지를 할 수 있다. 상품 자본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용가치를 잃어버린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또한 화폐형태에 있는 자본은 처음 생산자본과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지만(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품형태에 있는 자본은 그럴 수 없다.
앞에서 M에 m이 첨가되면 확대재생산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다. m이 일정한 크기가 될 때까지 생산에 투입될 수는 없다. 생산에 투입되기 전까지 m은 ꡐ잠재된ꡑ 화폐자본일 뿐이다.

□ 화폐축적과 준비금

2절에서 m이 바로 자본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크기가 될 때까지 화폐형태로 축적된다고 하였는데 3절과 4절은 이를 살펴보는 것이다.
m이 자본가치의 순환과정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m이 존재하는 것과 관계없이 결정된다. 설령 m이 다른 사업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그 사업에 필요한 최소 규모가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생산 기술수준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m이 자본순환에 들어가지 않고 쌓이는 것은 m의 기능이 아니라 생산과정이 반복된 결과이다. 자본으로 투입될 때까지 m은 축장화폐가 되며 ꡐ쉬고 있는ꡑ 화폐자본이다. 이는 기능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아직 자본으로 쓰일 능력이 없는 화폐자본인 것이다.
그런데 축장화폐는 다른 역할도 한다. 생산과정에서 생산수단이나 노동력의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유통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경우에 순환의 교란을 막는 준비금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맑스는 96쪽 그림으로 생산자본의 순환을 정리해두고 있다. 잘 익혀두기 바란다.

□ 상품자본의 순환

산업자본의 순환은 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의 순환이 통일되어 있다. 3장에서는 산업자본의 순환을 상품자본의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C′―M′―C…P…C′이 일반공식이다.
먼저 상품자본의 순환은 유통이 담당하는 역할이 앞의 두 경우와 다르다. 상품자본의 유통에서는 C′―M′―C가 순환을 시작하는데, 화폐자본의 경우 유통이 생산과정으로 중단되고 생산자본에서는 총유통이 생산과정을 중간에서 매개할 뿐이다.
상품자본의 순환에서 주의할 것은 자본이 결코 상품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M이 M―C(Mp, Lp)에서 노동력(Lp)과 생산수단(Mp)은 판매자 손에 있을 때만 상품이며, 이 순환을 행하는 산업자본가의 손에서는 생산자본의 요인일 뿐, 결코 상품은 아니다.
한편, 생산자본의 순환은 재생산의 형태이며 상품자본의 순환 C′―C′도 재생산이다. 다만 상품자본의 순환에서는 유통과정 두 단계로부터 순환을 시작해서 생산과정이 화폐자본의 경우처럼 계속되고 생산과정의 성과인 C′로 끝날 뿐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순환도 화폐자본의 순환처럼 완결되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이 계속되는 재생산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재의 수치 예는 이해하기 어려우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 나중에 수치 예만 모아서 정리를 한 번 할 것이다.

■케네(1694~1774), 112쪽 : 프랑스의 중농주의 경제학자이다. 1711년 빠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718년 24세 때 외과의를 개업하였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처럼 케네의 연구영역도 의학뿐만 아니라 철학, 자연과학, 고전에까지 미쳤다. 외과의로서 명성을 날리던 케네는 1749년 루이 15세가 총애하던 뽕빠삐르부인의 시의(侍醫)로 베르사유궁에서 일하게 되어 귀족의 대열에 끼게 되었다. 조금 뒤 왕의 시의까지도 겸하게 된 케네는 정치, 경제문제에 대한 열성으로, 내노라하는 사상가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1756년 경제문제에 대해 처음 의견을 내놓은 「소작인」, 이듬해에는 「곡물론」이 당시 가장 유명한 잡지인 『백과전서』에 실렸다. 이 때 중농주의자 미라보(V. R. M. de Mirabeau)를 만나서 중농주의 학파에 참여하게 된다. 훗날 맑스가 천재적인 착상이라고 칭찬한 『경제표』는 1758년 12월 출판되었다. 경제표는 케네의 경제학 체계를 한 표에 요약했는데 사회 총자본의 재생산과정을 처음으로 과학을 동원해 분석하였다. 또한 중상주의자들의 유통주의 경향을 버리고 생산과정 분석에 치중하면서 경제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훗날 케네는 계몽주의 정치운동에 힘을 쏟았는데 1760년대 그의 글 「자연권」, 「상업에 대하여」, 「장인(匠人)의 노동에 대하여」가 『농업․상업․재정 평론』, 『시민일지』 같은 잡지에 실렸다. 이런 노력으로 케네는 현실문제를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관찰하여 경제학의 체계를 잡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교재 2권, 113~170쪽>
제 1편 자본의 변태들과 그들의 순환
제 4장 순환의 세 가지 형태
제 5장 유통기간
제 6장 유통비용

□ 4장의 위치

1장~3장을 통해 산업자본이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의 모습으로 순환한다는 것을 보았다. 각 장에서 우리는 자본의 모습을 한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에 비해 4장에서는 산업자본의 순환을 세 가지 형태의 통일로 살펴보면서 운동으로서의 자본을 연구한다.

□ 순환의 세 가지 형태 

먼저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은 세 가지 순환 모두에서 공통된 것은 가치증식이 순환의 목적이자 추진동기라는 점이다. 가치증식이 아니면 자본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은 1권부터 여러번 지적한 바이다. 자본의 순환운동은 끊임없이 자기증식을 하면서 계속되는 원운동이다. 원운동에서는 각 점이 출발점이자 복귀점이다. 이에 따라 세 가지 형태는 통일되며 이는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로 나타난다.
가치증식은 화폐자본의 순환에서는 직접 나타나고, 생산자본의 순환에서는 가치증식과정 자체가 출발점이며, 상품자본의 순환에서는 단순재생산의 경우도 증식된 가치로 시작하여 새로 증식된 가치로 끝난다.
한편 개별자본이 연속해서 순환하는 경우에도 구매, 판매, 생산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통과정에서는 생산자본이 기능을 멈추고, 생산과정 동안에는 화폐자본과 상품자본이 운동을 멈춘다. 교재 115쪽에서는 이를 중국 수공업자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이 연속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산력 발전을 방해하고 생산수단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발전한 자본주의 생산은 모두가 연속해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즉 세 가지 순환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며 총자본은 항상 세 가지 순환형태를 보여주며 움직인다.
자본은 하나의 운동이며 서로 다른 단계를 통과하는 순환과정이다. 따라서 자본은 운동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개별자본의 순환도 연속성을 지니며 사회적 총자본도 항상 연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개별자본의 연속성은 생산부문의 특수성, 생산을 제약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 때문에 중단되기도 한다. 그런데 자본의 어느 한 부분에서 순환이 정지되면 이는 모든 자본에 파급된다.
또한 자본순환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가치 변동이 생기면 세 가지 자본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생산요소 가운데 생산수단의 가치가 줄어들면 일정 규모의 생산을 계속하기 위한 화폐자본이 전보다 적게 들어가 일부가 자본순환에서 떨어져 나와 축적된다. 이때 화폐자본의 일부가 축적되지 않고 생산수단 구매에 들어가면 생산기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생산자본의 기능이 확대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생산수단의 양은 과잉상태에 빠져 재고가 쌓이게 된다.
130~131쪽에는 교환방식이 생산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4장의 마지막 부분은 가치실현 문제에 대한 메모를 옮겨 놓은 것이다.

□유통기간과 유통비용

자본의 운동은 시간 순서에 따라 생산과 유통이라는 두 국면을 통과한다. 자본이 생산과정을 통과하는 시간이 생산기간이고, 유통과정을 통과하는 시간이 유통기간이다. 따라서 자본이 한 순환을 이루기위해 필요한 기간은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을 합한 것이다.
생산기간 동안 자본은 생산자본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생산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이 기간 동안 상품이 생산되고 잉여가치가 창출된다. 이에 비해 유통기간 동안 자본은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의 형태로 존재하며 상품-화폐, 화폐-상품으로 형태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때는 원칙적으로 잉여가치는 생산되지 않는다.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은 서로 배타적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순환에서 유통기간이 계속되는 한 생산과정은 끊어지며 자본의 증식도 중단된다. 유통기간의 길이에 따라 생산과정의 반복 속도가 결정된다. 유통기간이 줄어들어 0에 가까울수록 생산기간의 비율이 커지며 자본의 생산성과 가치증식 정도는 높아진다.
생산기간은 보관기간, 노동기간, 휴지기간, 중단기간의 네 개 기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관기간은 원료를 비롯한 생산요소들이 아직 생산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보관되어 있는 기간이다. 노동기간은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실제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기간이며 휴지기간은 생산과정에 들어간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생산의 성격상 기능을 중단하는 기간이다. 중단기간은 생산의 제한, 공황 같은 것으로 생산과정이 갑자기 중단되는 기간을 말한다.
생산기간 동안에는 비용이 필요한데 보관기간에 필요한 보관비용, 노동기간 중에 들어간 비용이 합해져 생산의 비용을 구성한다. 여기에 노동기간 동안 생산된 잉여가치를 합하면 생산물의 총가치가 된다. 휴지기간과 중단기간에는 가치가 증식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생산기간과 노동기간이 맞아떨어질수록 자본의 생산성과 가치증식은 더 크게 된다.
다음으로 유통기간을 보자. 유통기간은 상품이 화폐로 바뀔 때까지의 판매기간과 화폐의 일부가 생산요소를 구매하는데 들어가는 구매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상품이 창고에서 보관되는 기간인 보관기간, 판매가 중단되어 창고나 가게에 남아있는 정체기간, 상품의 운반을 위해 필요한 운반기간이 합해져 전체 유통기간이 결정된다.
우리가 1권에서 본 것처럼 상품 판매는 ꡐ결사적 비약ꡑ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구매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다. 따라서 상품 판매을 위해 유통기간에도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보관비, 운반비, 매매비, 부기비이다. 이 가운데 보관비와 운반비는 생산과정에서 기인하는 비용이다. 이 비용들이 상품의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유통과정에서 기인하는 매매비와 부기비는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기는 해도 상품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제되는 비용으로 없어지는 부분이다. 특히 판매가 잘 되지 않아 상품이 남아있는 정체기간 동안 생긴 비용은 순손실로서 잉여가치에서 빠지게 된다. 우리 교재에서 5장은 유통기간을 정리해 두고 있고 6장은 유통비용을 여러 가지로 나누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부분이라 상식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기(簿記)의 역사, 150쪽 : 부기란 자산, 부채, 자본의 증감 변화를 일정한 원리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장부에 기록․계산․정리하여 그 원인과 결과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부기의 역사는 멀리 이집트, 수메르, 앗시리아, 중국, 그리스,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가운데 문명의 발생지였던 고대 수메르와 이집트에서 조세 징수나 간단한 거래에 관한 기록이 발굴되었다. 또한 해양민족인 고대 페니키아인과 그리스인도 상업활동을 하면서 거래에 관한 기록과 보고를 남겼다. 한편, 로마에서는 노예가 재산을 관리․운영 하였는데 이를 노예주인에게 보고하기 위한 부기가 발달하였다.
그런데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부기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 나중에 싸움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채권․채무와 재산을 관리․보전하기 위해 기록해 두는 단식부기였고 손익을 계산해서 분배한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려시대 개성상인들은 12세기쯤에 ꡐ사개송도치부법ꡑ이라는 독특한 복식부기 장부를 남겼는데, 이것이 요즘쓰는 복식부기가 세계 처음으로 출현한 기록이다. 그러나 세계에 복식부기법을 널리 퍼뜨린 것은 이탈리아 상인들이었다. 14세기쯤 베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상업도시에서 복식부기방식이 출현하였는데 루카 빠찌오리 (Lucas Pacioli, 1445~1514)가 1494년에 발표한 산술․기하․비율 및 비례총론 은 서양 복식부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출판물이다. 그 뒤 이탈리아의 부기법은 영국으로 건너가, 19세기 산업혁명을 계기로 발전을 거듭하여 현대 부기가 출현하게 된다.


<교재 2권, 29~170쪽>
제 1편 자본의 변태들과 그들의 순환
제 1장 화폐자본의 순환
제 2장 산업자본의 순환
제 3장 상품자본의 순환
제 4장 순환의 세 가지 형태
제 5 장 유통기간
제 6장 유통비용

□ 독자들에게 

2권 연재에 들어가면서 지적한 바 있지만, 2권은 내용이 어렵다기보다 지루해서 끝까지 읽기 어렵다. 또한 자본 을 처음 읽는 사람들은 1권을 볼 때는 어느 정도 긴장과 기대를 갖고 있지만 2권은 1권과 같은 긴장과 기대가 떨어진다. 막말로 3권까지 가면 ꡐ여기까지 왔는데 좀더 못 가겠느냐ꡑ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어낸다. 1권을 마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2권이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 벌써 지루함을 느낀 독자들이 있다면, 읽은 부분이 늘어가는 것에서 기쁨을 찾기 바란다.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 권할 수 있는 것은 ꡐ오직 인내가 필요ꡑ하다는 말뿐이다.
2권 연재에서 중심에 두는 것은 내용을 둘러싼 이런 저런 논쟁보다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것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자본 을 둘러싼 논쟁들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적용하는 데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3권 연재가 끝난 뒤에 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호처럼 자본 연재가 진도가 안 나갈 때는 복습보다 예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울러 권하고 싶다. 자본 을 읽다보면 앞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뒷부분에서 이해할 때도 많고, 무엇보다 전체를 한 번 훑지 않은 채 한 부분에 매달리는 것은 자본 을 읽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번 주에 7장~9장을 미리 읽어두었으면 한다.

□ 2권의 위치

1편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2권이 자본 전체의 구성에서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맑스는 1권에서 자본의 생산과정을 논의한 다음 2권에서 ꡐ자본의 유통과정ꡑ을 분석하였다. 따라서 2권에서는 자본이 움직이면서 취하는 여러 형태와 그것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살펴본다. 결국 2권의 분석대상은 자본이 순환하고 회전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ꡐ재생산의 조건ꡑ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유통과정만을 생산과정에서 떼내어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까지 포함하는 자본의 형태변화 운동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1권의 단순상품유통과 달리 생산과정을 유통과정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2권에서도 1권과 같이 상품이 가치에 따라 판매된다고 가정한다. 뿐만 아니라 가치→생산가격, 잉여가치→평균이윤으로 바뀌거나 잉여가치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뉘는 문제는 3권에서 살펴볼 문제이고 2권에서는 제외된다. 따라서 2권도 어느 정도 현실을 추상했다는 것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2권을 읽다보면 자주 들어본 얘기가 1권보다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섣불리 현실에 적용하려 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러다가 그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ꡐ 자본 이 틀렸다ꡑ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본주의가 끝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러시아의 바라노브스키나 독일의 힐퍼딩, 그리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저절로 무너질 것이라 희망을 피력했던 사람들도 자본의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던 것이 분명하다. 자본주의가 공황을 겪지 않고 발전해 갈 것이라고 큰 소리쳤던 몇몇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한심함도 자본의 유통과정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자본의 유통과정과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를 순수한 형태로 살펴보는 것이 2권의 과제이다. 1권의 논의를 기초로 3권에서 구체적인 ꡒ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ꡓ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2권 자본의 유통과정 분석인 것이다.

□ 1편 내용정리

1편 제목은 자본의 형태변화와 순환이다. 자본의 순환이란 자본가가 화폐를 투자해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사고,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하게 하여 이 상품을 내다 팔아 맨 처음 투자했던 화폐액과 이윤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같은 과정을 1장에서는 화폐 자본의 순환, 2장에서는 생산자본의 순환, 3장에서는 상품자본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아울러 4장에서는 산업자본의 순환을 세 가지 형태의 통일로 살펴본다.
맑스가 이런 방법을 쓴 것은 이전의 중상주의자들은 화폐의 측면에서, 고전학파는 생산자본의 측면에서, 중농주의학파는 상품자본의 측면에서만 자본을 살펴보았기 때문이다. 5장과 6장은 부연 설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통과정에서 감안해야 하는 기간과 비용문제를 다루었다.
이렇게 자본의 운동은 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화폐자본-생산자본-상품자본-…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형태변화가 원활하지 않다면 자본은 ꡐ이윤 획득ꡑ이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화폐자본이 생산자본으로 형태가 바뀌는 영역과 상품자본이 화폐자본으로 바뀌는 곳은 ꡐ유통영역'이고, 생산자본이 상품자본으로 형태가 바뀌는 곳은 ꡐ생산영역'이므로, 자본의 순환은 유통영역과 생산영역의 통일이다.
자본은 어느 한 고리에서만 문제가 생겨도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이렇게 되면 자본은 ꡐ축장 화폐ꡑ가 되든지, 생산수단이 쓸모 없게 되든지, 상품 재고로 쌓이게 된다.
한편, 생산된 잉여가치가 소비되면 단순재생산으로, 이것이 일정 규모가 되어 생산에 들어가면 자본은 확대재생산 되어 순환하게 된다.
자본이 세 가지 형태로 순환한다 하더라도 이 순환을 추진하는 동기는 ꡐ가치증식ꡑ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지적한 바다. 그런데 가치증식이 화폐자본의 순환에서는 직접 나타나고, 생산자본의 순환에서는 출발점으로, 상품자본의 순환에서는 증식된 가치로 시작하여 새로 증식된 가치로 끝난다는 차이점에 주목하자.
자본이 한 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기간과 유통기간이 필요하다. 생산기간에는 상품 생산을 통해 잉여가치가 창출된다. 유통기간에는 상품-화폐, 화폐-상품으로 형태가 바뀌며 원칙적으로 잉여가치는 생산되지 않는다. 유통기간은 상품이 화폐로 바뀌는 판매기간과 생산요소를 사는데 들어가는 구매기간으로 나뉜다. 여기에 보관기간, 정체기간, 운반기간을 합해져 전체 유통기간이 결정된다.
유통기간에는 보관비, 운반비, 매매비, 부기비같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유통비용은 재고처리비용과 다르다는 것이다. 유통비용은 상품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꼭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지만 재고는 상품이 팔리지 않아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그런데 이는 형태에서 구분되지는 않는다. 또한 생산과 소비가 늘어날수록 재고 규모는 커지며 신용제도가 발달하면 재고를 관리하는 비용도 유통비용으로 보이는 환상이 생긴다.

■ 한자읽기 : 2권을 연재하는 가운데 색다른 이메일이 몇 번 왔다. 요지는 ꡒ자본을 한 번에 이해할 욕심도 없으며 그냥 한 번 읽어보는 것이 목표인데 2권에 들어서면서 한자 읽기가 너무 어렵다. 한자 독음을 달아줄 수 없겠느냐ꡓ는 것이었다. 우리 교재 1권은 여러 번 수정을 해서 한자가 많이 줄었지만 2권은 처음 나온 그대로 한자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움을 호소하는데 교재를 바꾸지 않는 이상 별 방법이 없다. 다만 한자를 따로 공부하지 말고 자본 읽는데 필요한 한자부터 공부할 것, 한자 바로 밑에 독음을 달지 말고 편마다 정리하여 각 편 마지막에 붙여 놓을 것 두 가지만 권하고 싶다.



<교재 2권, 173~213쪽>
제 2편 자본의 회전
제 7장 회전기간과 회전수
제 8장 고정자본과 유동자본
제 9장 투하자본의 총회전. 회전의 순환

□ 2편 개괄


우리는 1편에서 자본의 운동을 순환이라는 하나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1편에서 이미 자본은 어떤 주기를 가지고 순환한다고 전제했으나 순환에 중심을 두어 서술한 반면, 2편에서는 회전에 중심을 두어 설명한다. 이어 자본의 회전에 영향을 주는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개념을 정리하고 중농주의자, 스미스, 리카도가 고정․유동자본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살펴본다. 그 다음 여러 장에 걸친 설명은 자본의 회전을 고려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살펴본다. 결국 2편의 주제는 자본의 회전이 가치증식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다.

□ 회전기간과 회전수

자본의 운동은 한 번 순환하고 끝나지 않는다. 생산이 자본주의 형태인 한 재생산도 자본주의 방식으로 된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의 운동은 한 번의 생산과정과 두 번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바로 회전기간이다.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자본의 회전기간은 그가 자기의 자본을 증식시키고 최초의 형태로 회수하기 위하여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간을 말한다.
이처럼 자본의 순환을 각각 단일 과정이 아니라 주기를 가진 과정이라고 볼 때 이를 자본의 회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본의 회전이란 자본가치가 어떤 형태에서 움직여 다시 같은 형태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100만원을 투자해 생산에 들어간 자본가가 생산과 유통과정을 거쳐 다시 그 100만원을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자본의 회전기간이다.
자본회전의 측정단위는 보통 1년인데 이는 자본주의 모국인 영국이 온대지방이며 주요 농작물들이 연 1회 생산되기 때문이었다.
1년을 U, 특정 자본의 회전기간을 u, 자본의 회전수를 n이라 하며 n=U/u이다. 회전기간 u가 3개월이면 n=12/3=4이다. U가 12인 이유는 1년이 12개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본은 1년에 네 번 회전한다.

□ 고정자본과 유동자본

우리는 1권에서 가치를 증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자본을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자본은 회전방식에 따라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나눌 수 있다.
불변자본 가운데 기계나 건물 같은 노동수단에 들어가는 부분은 가치를 조금씩 생산물에 옮겨놓는데 이것이 고정자본이다. 자본가치가 노동수단에 고정되어 조금씩 가치를 이전하기 때문에 고정자본이라 부르는 것이다. 혹시 독자 여러분 가운데 한 장소에 고정되어있는 것을 고정자본이라 생각했다면, 비행기나 배, 기차도 고정자본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두기 바란다. 아울러 생산과정에 오래 머문다고 고정자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농작물 씨앗은 생산과정에 1년 동안 머물지만 유동자본이다. 우리 교재 180쪽~184쪽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원료나 보조재료에 들어간 자본, 노동력 구입에 들어간 자본은 1회 생산과정에서 한꺼번에 가치를 생산물에 이전하며 이를 유동자본이라 한다. 불변자본, 가변자본, 고정자본, 유동자본의 관계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림 1>이 된다.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은 가치를 생산물에 이전하는 방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회전에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고정자본은 가치를 조금씩 생산물에 이전하고 생산물은 유통과정을 지나면서 상품에서 화폐로 바뀐다. 일부분만 회전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정자본은 더 이상 가치를 생산물에 옮길 수 없을 때까지는 새것으로 바뀌지 않으며 전체가 바뀔 때가 되어야 1회전을 하는 것이다. 유동자본은 생산과정에서 모두 소비되고 가치를 생산물에 옮긴다. 유통과정을 거쳐 화폐형태로 바뀔 때 한꺼번에 바뀌어 1회전을 하게 된다. 유동자본 가운데 생산에 투입되지 않고 재고로 남아 있어 고정자본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재고는 생산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 투하자본의 총회전. 회전의 순환

7장~8장에서 본 것처럼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회전방식과 회전기간은 다르다. 고정자본도 회전기간이 다르다. 따라서 투하자본의 총회전은 각각의 구성분들의 평균회전이다. 그런데 평균을 낼 때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유동자본은 자주 보전되지만, 고정자본은 한꺼번에 보전된다. 따라서 평균을 내자면 특수한 회전형태를 동일한 회전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M…M′형태로 이런 동일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교재의 예를 통해 보면 10000원의 가치를 지닌 기계의 수명이 10년이고 1/10씩 해마다 화폐로 돌아온다면 회전기간의 평균을 내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게 된다. 회전의 계산방법에 대해 맑스는 미국 경제학자 스크로프의 방법을 쓰고 있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산수이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것은 공황의 물질기초에 대한 맑스의 지적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고정자본의 가치량이 늘어나고 수명도 길어지는데,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생산수단도 아울러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정자본이 물리적으로 쓸모 없어지기 전에 ꡐ도덕적 마멸ꡑ로 생산수단을 바꿔야 한다. 이 순환이 주기적 공황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기초가 된다. 그러나 고정자본의 회전과 공황의 주기성을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공황론에서 따로 연구할 과제이다.

■ 철도의 역사 : 맑스는 자본 2권에서 철도를 예로 많이 들고 있다. 맑스가 살던 시대는 바야흐로 철도의 시대였다.
원래 철도는 1530년쯤 독일 탄광에서 나무로 궤도를 짜고 마차로 석탄을 운반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1776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할 때까지 마차철도여서 큰 기능을 하지 못했다. 리차드 트레비식(1771~1833)은 180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으로 증기기관차를 운행하였다. 발전을 거듭하던 철도는 1825년 9월 27일 21대의 기차와 화차에 600명의 승객을 태운 '로커모션호'가 운행되면서 비로소 철도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다. 1850년대부터는 철도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철도의 궤도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정도였다.
참고로 지하철은 1863년 1월 10일 영국 런던의 팔링턴가와 비셥스가의 패딩턴을 잇는 6.0 km 구간에 증기기관차로 운영되었으며, 1890년 전기철도가 탄생하였다.
한국에 처음으로 철도가 생긴 것은 1899년으로 일본이 부설권을 얻어 제물포~노량진 사이에 철도를 놓고 9월 18일 개통하였다.
 


<교재 2권, 214~295쪽>
제 2편 자본의 회전
제 10장 고정자본 및 유동자본에 관한 학설. 중농주의자들과 아담 스미스
제 11장 고정자본 및 유동자본에 관한 학설. 리카도
제 12장 노동기간
제 13장 생산기간
제 14장 유통기간

□ 중농주의자, 아담 스미스

케네는 고정자본에 해당하는 것을 ꡐ최초의 투자ꡑ, 유동자본에 해당하는 것을 ꡐ연년(年年)의 투자ꡑ라고 불렀다. 중농주의를 대표했던 케네는 농업에 들어가는 자본만이 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공업에 들어가는 자본은 농업부문에서 나온 생산물을 형태만 바꾸기 때문에 비생산적이라고 하였다.
케네는 자본을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나누지 못하였다. 농업만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던 케네에게 이는 당연한 것으로 그저 처음에 들어가는 자본과 해마다 들어가는 자본만 구별해도 그의 이론체계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케네는 생산물에 가치를 덧붙이는 방식, 유통방식, 재생산 방식의 차이로 자본을 구별했다. 이는 스미스나 리카도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정말로 ꡐ천재적ꡑ인 발상이었다. 우리는 7장~9장에서 이를 살펴본 바 있다.
아담 스미스는 농업뿐 아니라 모든 부문의 자본이 생산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하였다. 그런데 스미스는 개념을 일반화했다는 점만 케네보다 나았을 뿐 다른 것은 케네에게 훨씬 뒤떨어졌다.
스미스는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을 혼동해 잘못 구별했다. 그는 유통하지 않고 이윤을 가져오는 자본을 고정자본, 손에서 손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윤을 가져오는 것을 유동자본이라고 생각했다.
고정자본에 대한 스미스의 언급을 보자.
ꡒ토지개량에 유용한 기계 및 노동도구의 구입에 또는 소유자의 변경이나 더 이상의 유통 없이 소득 또는 이윤을 가져다 주는 이와 유사한 물건들의 구입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본은 고정자본이라고 불리울 수 있다ꡓ
이처럼 스미스는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성격을 물건에 붙어있는 성격으로서 보는 잘못을 저질렀다.


□ 리카도

리카도는 임금률의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해명하기 위해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구별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리카도의 고정자본-유동자본 구분은 스미스의 이론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발전이 없었다.
리카도에게 고정자본이란 노동수단이며 유동자본은 노동에 들어있는 자본이다. 따라서 유동자본을 가변자본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11장은 10장과 특별히 다른 내용이 없고 스미스가 불러온 혼란이 리카도에게 어떤 잘못된 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260쪽~261쪽에 정리된 ꡐ스미스의 혼란ꡑ은 10장과 11장을 아울러 정리하는 것이므로 주의 깊게 읽어두기 바란다.

□ 노동기간, 생산기간, 유통기간

노동일은 노동자가 매일 자신의 노동력을 지출해야하는 노동시간의 길이를 말한다. 노동기간은 어떤 산업부문에서 완성생산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서로 연결된 여러 노동일 전체를 뜻한다. 이 경우 각 노동일의 생산물은 매일 만들어지다가 노동기간의 마지막에서야 완성되는 완성생산물의 부분 생산물일뿐이다.
노동기간은 생산부문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생산부문에서도 크기에 따라 다르다. 작은 배를 만드는 데는 1개월이면 되지만 큰 유조선을 만드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교재에 나오는 예들은 모두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기간의 길이가 유동자본의 회전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3장은 생산기간과 노동기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노동기간은 언제나 생산기간이지만 생산기간이 모두 노동기간인 것은 아니다.
생산기간과 노동기간이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①유동자본이 노동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생산기간 안에 있는 경우(가구 제조에 사용되는 목재의 건조에 필요한 시간), ②노동기간을 거친 이후 생산기간 안에 있는 경우(포도주나 빵의 발효기간), ③생산기간 중간 중간에 노동기간이 끼워있는 경우(농업노동), ④유통가능한 생산물의 대부분이 생산과정에 있고 훨씬 적은 부분이 연년의 유통에 들어가 있는 경우(조림업, 축산업), ⑤유동자본이 잠재적 생산자본의 형태로 투하되야 할 기간의 길고 짧음, 따라서 또 이 자본이 한꺼번에 투하되지 않으면 안 되는 양의 많고 적음은 부분적으로는 생산과정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며, 부분적으로는 유통영역에 속하는 사정들에 의존한다.
14장 유통기간에서는 회전기간의 일부인 유통기간이 회전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본다.
한편 유통기간은 판매기간과 구매기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판매기간을 보자. 판매기간은 자본이 상품자본 형태로 있는 기간이다. 이 기간의 길이에 따라 유통기간, 그리고 회전기간의 길이가 결정된다. 판매기간이 길어지면 보관비, 관리비 그리고 이런 저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비용들이 들어간다. 판매기간은 사업부문의 성격,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교통이 발달하면 상품이 이동하는 기간을 줄이고 자연적 거리와 관계없이 시장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교통수단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지와 시장의 위치가 변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전이 이런 변화의 대표이다. 철도가 생긴 뒤 급격하게 발전한 대전은 인근 강경, 논산, 공주를 쇠락하게 만들었다. 교통의 발달은 유통기간을 줄여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산업들이 발달하고 이는 회전기간을 엄청나게 늘리게 된다.
구매기간은 유통기간의 일부이다. 이 때는 총자본 가운데 화폐상태로 일정액수가 머물러 있어야 한다. 한편, 생산적 재고 형태로 존재하는 원료는 그것이 다 떨어지면 한꺼번에 사들여야 한다. 이 시기에는 많은 화폐가 일거에 투입되어야 하므로 총자본 가운데 화폐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 마누법전, 273쪽 :
마누란 힌두교에서 인류의 시조로 홍수신화에 나오는 성경의 '노아'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마누법전은 인도 최고의 법률집으로 브라만을 중심으로 인도 사회의 법 질서를 규정한 것으로, 전문 12장 2684조로 되어 있다. 기원전 200~300년에 걸쳐 집대성된 것으로 조문 가운데에는 인간의 도리나 일상생활에 관하여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원래 고대 인도의 법은 오늘날의 법률의 개념보다 범위가 넓어서 종교․도덕․관습을 포함했다. 따라서 마누법전은 오랜 전통을 배경으로 하여 고대 인도의 전통과 사회 관습을 정리한 후 편찬된 것이다. 한편 마누법전은 여성차별을 지나치게 옹호하고 있어 오늘날 커다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어음, 290쪽 :
어음은 ꡐ언제 얼마를 어느 은행에서 갚겠다ꡑ고 적어 놓은 특별한 종이쪽지이다. 차용증서와 다른 것은 차용증서가 개인 사이의 거래인데 비하여 어음은 중간에 은행이 매개하는 점이 다르다. 어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은행에 당좌예금을 개설하고 은행에서 주는 어음 종이에 거래 내역을 쓰면 된다. 어음 결제일에 결제를 하지 못하면 그것이 ꡐ부도ꡑ이다. 또한 어음은 수표와도 다르다. 수표는 통장에 있는 금액만큼만 발행할 수 있지만 어음은 통장에 얼마가 있든지 상관없이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고, 수표는 발행되는 그 순간 수표를 받은 사람이 은행에 찾아가서 지급을 요구할 수 있지만, 어음은 어음쪽지에 적혀있는 날 은행에 찾아가서 돈으로 바꿀 수가 있다.
약속어음은 구입자가 직접 대금지불을 약속하는 어음이다. 기업어음, 상업어음, 진성어음, 융통어음, 표지어음도 약속어음과 같은 거래 방식을 취한다. 환어음은 구입자가 대금을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받으라고 대금 지급자를 바꾸는 어음이다. 환어음은 보통 무역에서 많이 쓴다.


<교재 2권 >
제 2편 자본의 회전
제 15장 회전기간이 투하자본의 크기에 미치는 영향
제 16장 가변자본의 회전
제 17장 잉여가치의 유통

□ 회전기간과 자본증식

15장과 16장은 회전기간이 자본증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힌다. 교재에서는 먼저 생산기간이 9주, 유통기간이 3주인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은 3개월(12주)마다 3주 동안 멈추게 된다.
생산이 연속해서 같은 규모로 이어지려면 생산규모를 줄이든가 추가로 자본을 투하해야 한다. 생산규모를 줄이는 것은 12주 동안 유동자본 900원이 투입된다고 할 때 생산기간 9주에만 100원씩 투입할 것이 아니라 12주 전체에 걸쳐 한 주에 75원씩 투입해야 한다.
추가자본을 투입하여 생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유동자본을 더 투입해야 한다. 교재의 예에서 보면 유통기간 3주 동안 300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교재에서 든 세 가지 예는 여기서 다시 정리하는 것보다 교재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 맑스가 예 1, 2, 3을 통해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처음에 들어간 자본과 추가로 투입된 유동자본이 교차하면서 운동한다는 것이다. 교재의 예에서 두 자본이 따로 움직이는 것은 <예 2>일 때이다. <예 1>과 <예 3>에서는 2회전부터 두 자본이 교차해서 움직인다.
둘째, 노동기간 동안 기능을 수행했던 자본은 유통기간 동안에는 쉬게 된다. <예 2>에서 처음에 들어간 자본은 5주 동안 기능을 수행하고 5주의 유통기간 동안은 쉬게 된다. 이 때문에 쉬는 동안 추가로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추가자본의 양은 유통기간의 합계가 아니고 회전기간에 대한 유통기간의 비율이다. 따라서 추가로 필요한 자본은 2500원이 아니라 500원이다.
셋째, 생산기간이 노동기간보다 길면 회전기간이 길어지긴 해도 추가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추가자본은 생산이 중단되는 기간을 메우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길어져야 추가자본의 양이 늘어날 뿐이다.
1절~3절에는 노동기간과 유통기간이 동등한 경우, 노동기간이 유통기간보다 긴 경우, 3절 노동기간이 유통기간보다 짧은 경우로 나누어 회전기간이 자본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4절에서는 이를 총괄하고 있다.
자본의 일부가 유통기간에 있는 동안에도 다른 일부가 끊임없이 노동기간에 있기 위해서는 자본은 두 가지로 분할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동기간=유통기간일 때, 1유통기간=n 노동기간(n=정수)이면 어떤 자본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러나 1유통기간=n 노동기간(n=정수가 아닐 때), 노동기간이 유통기간보다 클 때는 유동자본의 일부가 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적 총자본의 경우 유동자본은 일부가 쉬는 것이 정상이다. 교재에서 A의 경우야말로 예외인 것이다.
5절에서는 생산요소와 생산물의 가격변동이 투하자본의 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본다. 생산요소의 가격이 오르면 생산에 들어가는 자본의 양이 늘어나고 따라서 더 많은 화폐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생산요소의 가격이 떨어지면 투하자본의 양이 줄어 자본 가운데 쉬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생산물의 가격이 올라가면 생산부문에서 자본이 남아 화폐시장에 투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반대로 생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규모를 줄이든지, 자본을 더 투자해야 떨어지기 이전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 가변자본의 회전

유동자본은 가변자본과 생산재료에 들어가는 자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가변자본의 운동은 고정자본과 다를 뿐 아니라 유동자본의 다른 요소와도 다르다.
교재는 숫자가 들어간 예들이 많아 복잡해 보이지만 그리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결론만 간단하게 요약하기로 한다.
먼저 교재에서는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 유동자본을 모두 가변자본으로 간주한다는 점에 주의하자. 다음으로 연간잉여가치율 개념을 알아두어야 한다. 16장에서는 이 두 가지와 굵은 결론(회전기간이 짧고 회전수가 많을수록 자본이 증식된다)에 주목하고 여러 가지 숫자 예에 흔들리지 말기 바란다.
연간잉여가치율은 1년 동안 생산되는 잉여가치 총량을 투하된 가변자본의 가치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교재의 예에서는 5000원/500원=1000%이다. 연간잉여가치율은 ꡐ1회전 기간 중 달성하는 잉여가치율×가변자본의 회전 수ꡑ와 같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잉여가치의 양이 같더라도 회전기간이 다르면 연간잉여가치율은 달라진다.

□ 잉여가치의 유통

잉여가치는 자본이 회전할 때마다 새로 창출되어 유통에 들어간다. 따라서 17장은 자본의 회전을 연구하는 2편의 결론에 해당한다.
먼저 기억해 둘 것은 잉여가치가 자본으로 바뀌는 양에 따라 잉여가치율이 변하지 않아도 1년 동안 생산되는 잉여가치량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1권부터 여러 번 지적했던 것처럼 잉여가치가 자본으로 쌓이는 것은 확대재생산이다. 하지만 실제 생산에서는 오랜 시간, 여러 차례에 걸쳐 쌓인 화폐자본이 고정자본 확대를 통해 생산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생산이 커질수록 ꡐ신용ꡑ이 발전한다. 화폐자본에 여유가 있는 자본(은행, 사채…)이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자본의 생산규모 확대에 필요한 돈을 투자하고 이자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잉여가치가 묶이지 않고 생산에 투입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1절에서는 단순재생산의 경우 잉여가치가 화폐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것, 2절에서는 확대재생산을 볼 때 단순재생산의 논리에 추가되는 다른 어떤 논리도 없다는 것도 아울러 알아두면 17장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식, 406쪽 : 주식은 투자한 자본금만큼 기업에 대한 소유권과 이익에 대한 배당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종이(주권)를 말한다. 주식회사는 이렇게 만든 자본을 자기자본으로 하여 기업을 운용하는 제도이며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경제를 상징하는 시장조직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주식이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602년 설립되었고 17세기 중엽이 되면 네덜란드가 유럽 해운의 3/4를 차지하게 된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은 일약 세계무역, 금융중심지로 떠올랐다. 여기서 어음결제, 현금교환, 신용공여가 이루어졌다. 이 때 상인들의 어음, 주식, 공채들을 거래하였다.
런던은 19세기의 중심지이다. 영국에서는 17세기 잉글랜드은행이 발행한 공채를 소규모로 거래하는 비공식 주식시장이 발달했다. 그러다 1793년 주식브로커들이 거래 장소로 쓰던 런던 시내의 조나단 찻집을 증권거래소라 부르고 자치조직을 만들면서 주식시장은 아주 빠르게 발전했다. 1802년에는 550명의 증권업자가 공채, 잉글랜드은행 주식, 외국 증권 거래를 중개하기 위해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1812년 최초의 증권거래 규칙을 제정, 본격적인 증권거래소의 면모를 갖추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주식을 발행한 것은 1899년 천일은행(→상업은행→+한일은행=한빛은행)이 주식회사로 설립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식시장의 출발은 증권거래소가 생긴 1956년 3월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62년 김종필은 공화당 창당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4대 의혹사건의 하나인 증권파동을 일으켜, 그나마 시원찮던 주식시장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띤 것은 이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74년이며 80년대에 급격하게 시장이 확장되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의 주식시장은 1997년 IMF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고, 그 뒤 미국경제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ꡐ동조화 현상ꡑ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재 2권>
제 3편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
제 18장 서론
제 19장 연구대상에 관한 이전의 서술

□ 정리

18장 1절은 3편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연구 대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맑스는 여기서 3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1권~2권 2편까지 했던 얘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어떤 해설서보다 간결하게 정리를 하고 있으므로 잘 읽어두기 바란다.
우리는 1권에서 ꡐ자본의 생산과정ꡑ에 대해 살펴보았다. 1권에서 중심에 둔 것은 ꡐ자본 자체가 어떻게 생산되는가ꡑ, ꡐ잉여가치는 어떻게 생산되는가ꡑ였다. 또한 자본주의 생산을 밀어붙이는 힘은 잉여가치(3권 수준에서 보면 이윤) 생산이었다.
그런데 1권에서는 유통과정을 빼놓고 얘기를 전개했다. 따라서 자본가는 생산물을 가치대로 판매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생산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찾아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상정했다. 다만 노동력에 대해서는 1권 6장에서 유통과정을 연구했다.
2권에 들어와서는 제목대로 유통과정을 중심에 두고 얘기를 전개한다. 따라서 자본이 순환하면서 취하는 여러 가지 형태(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를 연구했을 뿐 아니라 각각의 순환에 대해서도 아울러 살펴보았다. 2권 2편에서는 ꡐ주기를 가진 순환ꡑ인 ꡐ회전ꡑ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자본을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다른 형태로 순환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노동기간과 유통기간의 개념을 살펴보면서 이 기간들의 길이가 왜 차이가 나는가에 대해 연구하였다.
이어 자본이 순환하는 시간의 길이, 노동기간-유통기간의 비율이 생산의 크기와 연간잉여가치율의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다. 1편에서는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 각각을 살펴보았지만 2편에서는 화폐자본, 생산자본, 상품자본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 얽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움직인다는 것을 밝혔다.
2편에서도 마찬가지고 18장 2절에서도 따로 분석하는 것이 화폐자본의 역할이다. 1권과 달리 2권에서 화폐자본은 독자성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을 무리 없이 계속하기 위해서 일정한 화폐자본이 쌓여 있어야 한다. 이른바 ꡐ흑자 도산ꡑ이라든가 ꡐ유동성 부족ꡑ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화폐자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 3편의 과제

하지만 2편에서도 하나의 개별자본에 대해서만 분석을 한 것이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전체의 자본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살펴보지 않았다. 3편은 바로 이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고 2권의 핵심이다. 우리는 앞서 각각의 개별자본들이 서로 얽혀 움직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가는 밝히지 않았다. 3편에서는 이를 설명하며 더불어 자본을 형성하지 않는 상품유통도 포함해서 사회의 총자본의 총유통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 화폐자본

2절은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므로 교재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화폐자본이 필요한 두 가지 요인에 대해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화폐는 개별자본이 생산자본으로 바뀌기 위해 취해야 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상품생산사회에서,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형태이다. 상품생산과 화폐자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다음으로 화폐자본의 필요량은 생산기간이 늘어나면서 꼭 필요해진다.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이용해 생산물을 생산한 다음 이것이 다시 생산에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화폐자본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입해야 생산을 끊어지지 않고 계속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회전기간이 짧아지면 같은 크기의 자본으로 더 큰 규모의 생산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신용이 발달한다면 화폐자본의 양이 줄어도 생산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화폐자본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집중되어 있으면 생산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아울러 지적해 둔다.

□ 사회적 총자본에 대한 맑스 이전의 학설

맑스는 19장에서 이전의 학설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먼저 케네를 대표로 하는 중농학파의 학설을 살펴본다.
맑스는 케네가 생산기간의 출발점을 ꡐ전년도의 수확ꡑ이라 본 점, 무수한 개별 유통행위들을 사회적인 총량운동으로 총괄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연간생산물의 불변자본부분에 필요 없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케네가 농업부문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그리 큰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농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생산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파악했다고 맑스는 지적한다. 맑스가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아담 스미스의 학설이다. 평생에 걸쳐 스미스와 리카도를 ꡐ상대할만한 논적ꡑ으로 보았던 맑스였지만 재생산과정 분석에서는 스미스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스미스가 한 나라 국민들의 소득을 말할 때 불변자본을 총생산물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되면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한 해명이 자본주의에서 국민소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자본이 임금, 이윤, 지대로 나뉘므로 한 나라의 총생산물에서 자본을 제외한다. 그러나 사회의 총소득에는 자본을 포함하고 있다. 맑스는 이에 대해 생산물 속에 자본이 없다면 소득 속에는 왜 포함되느냐고 묻는다.
또한 스미스는 개인적 소비와 생산적 소비를 혼동했다. 물론 스미스는 이에 대한 초보적인 관념은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 사회 상태가 이를 분명히 구분할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맑스가 스미스를 ꡐ매뉴팩처 시대의 경제학자ꡑ라 한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3절에서 살펴보는 스미스 이후의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맑스는 이들이 스미스를 넘어설만한 독창성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스미스가 달성한 위치까지도 오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다만 람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진보를 인정하고 있다.

■ 프루동(pierre-Joseph proudhon, 1809~1865), 460쪽 :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저널리스트이다. 1809년 브장송에서 태어났다. 그의 사상은 정부 없는 사회, 상호부조주의, 중앙집권 반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프루동 스스로는 자기의 사상체계를 정립한 적이 없다.
1848년 혁명 때는 파리에서 무정부주의 신문인 <인민의 대표자>를 발행하였으며 제2공화정의 제헌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 뒤 인민은행 설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나폴레옹 3세의 독재를 비판하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다.
푸르동은 소유란 무엇인가 (1840)를 통해서 프랑스 혁명을 비판하고 그로부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ꡐ노예제가 살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란 도적질ꡑ이라고 하였다. 또한 프랑스 혁명과정에서 제기된 자유․평등의 원리는 헌법과 정치의 추상원리에 지나지 않으므로, 지배의 내용만 바뀌었을 뿐 지배 자체를 폐지하지 못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바쿠닌이 ꡒ프루동은 우리 모두의 스승ꡓ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사상은 국제노동자협회(1인터내셔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후 무정부주의 이론의 기초가 되었으며 러시아의 인민주의, 이탈리아 급진민족주의, 스페인의 연방주의, 프랑스 생디칼리즘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1920년대 초까지 프루동은 프랑스 노동자계급의 급진주의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1865년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능력에 대하여>를 남기고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교재 2권>
제 3편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
제 20장 단순재생산
제 21장 축적과 확대재생산

□ 단순재생산

개별자본들은 사회적 총자본의 조각이면서 총자본의 움직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리이다. 사회적 자본이 해마다 제공하는 상품생산물을 살펴보면 ①사회적 자본 재생산의 진행과정, ②총자본의 재생산과 개별자본 재생산의 다른 점과 공통점을 알 수 있다.
맑스는 2권에서 사회의 총생산은 두 부문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Ⅰ부문은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 자본을 보전(補塡)하는 부분이고, Ⅱ부문은 소비재원으로 들어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 계급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다음으로 맑스는 상품자본의 유통 즉, C′ + M C … C′를 분석한다.
상품자본의 유통을 분석하는 이유는 소비가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자본의 운동에서는 Ⅰ부문과 Ⅱ부문에 들어가는 소비가 잘 보이나 화폐자본의 순환이나 생산자본의 순환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 단순재생산표식을 예를 통해 보도록 하자. 여기서 잉여가치율 s/v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100%라고 가정한다.

Ⅰ부문 4000c + 1000v + 1000s = 6000
Ⅱ부문 2000c + 500v + 500s = 3000

여기서 부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교재 469쪽에 세 가지로 나누어 잘 정리하고 있으므로 교재를 참조하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3절 두 부문 사이의 교환이다. Ⅰ(v+s)=Ⅱc가 단순 재생산의 조건이라는 것은 2권 연재 시작할 때도 강조한 바가 있다. 교재의 예에서 단순재생산의 조건이 뜻하는 바는 Ⅰ부분에서 1000을 가변자본(v)에 투자하여 잉여가치(s) 1000을 얻어 이것이 Ⅱ부문에 생산수단 2000으로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화폐가 매개물로 작용한다. 아울러 4절에서는 Ⅱ부문에서 생활필수품과 사치품사이의 교환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이른바 ꡐ소비부족ꡑ에 따른 공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맑스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훗날 충실한 맑스주의자 였던 독일의 로자 룩셈부르크가 이른바 ꡐ과소소비설ꡑ로 알려진 공황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5절에서는 3절과 4절의 논의를 총괄하고 있다. 6절에서는 부문 Ⅰ의 불변자본을, 7절에서는 두 부문의 가변자본과 잉여가치를, 8절에서는 두 부분의 불변자본을 살펴본다. 앞 절의 내용들을 각각의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므로 5절까지 잘 읽어두면 어려움은 없다. 다만 7절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소비수단의 총가치가 Ⅰ(v+s)+Ⅱ(v+s)인데 이를 단순재생산의 조건과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 9절~13절은 보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단순재생산의 목적은 소비이다. 개별 자본가들은 잉여가치가 생산을 추진하는 동기이기는 하지만 이 잉여가치도 결국 자본가들의 소비에 쓰이게 되므로 소비가 중요해 보인다. 이러다 보니 단순재생산에서는 자본가가 ꡐ소비자ꡑ로서 나타나게 된다.

□ 축적과 확대재생산

우리는 이미 1권에서 축적에 따른 확대재생산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자본가의 수준에서 살펴본 것이었고 따라서 유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2권에서는 '유통'에 중심을 두고 자본 축적이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주어져야 하는가를 살펴본다.
자본이 축적되어 확대재생산으로 되기 위해서는 상품자본이 화폐로 바뀌어 생산과정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화폐로 바뀌었다고 무조건 확대재생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도 몇 번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개별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총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연구하는 것이므로 맑스는 여기서 Ⅰ부문과 Ⅱ부문으로 축적을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
먼저 자본의 축적은 잉여가치 생산되어 화폐로 바뀐 다음 이 화폐가 유통에서 빠져 나와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룰 때까지 유통과 관계없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여러 개별 자본이 서로 생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한 것 이상을 어떻게 팔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는 생산확대가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일어난 다는 것으로 해결된다.
확대재생산을 위한 조건은 Ⅰ(v+s) > Ⅱc이다. Ⅰ부문에서 추가로 조성된 자본은 Ⅱ부문에 추가로 불변자본을 공급한다. 이렇게 되면 Ⅱ부문에서는 과잉생산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 과잉생산은 Ⅰ부문에서 늘어난 생산만큼만 과잉생산 된다. 아울러 이는 Ⅰ부문에서 생산요소의 구성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3절에서는 이를 수치 예를 들어 살펴보고 있다. 산수계산인 듯 하지만 한 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주의를 기울여 읽어두어야 한다.

□ 2권 정리

1권을 끝마칠 때도 뭔가 빈자리를 느꼈지만, 2권은 뭔가 중요한 것을 처리하지 않고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음 호에 한 번 더 길게 정리하는 글을 써 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연재가 늘어질 것 같아 이번에 간단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33호에서 수치예를 모아서 정리하겠다는 약속은 3권을 연재할 때 비교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뺐다. 독자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10번의 연재를 통해 「자본」 2권 세 편, 즉 1편 자본의 형태변화와 그들의 순환, 2편 자본의 회전, 3편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을 모두 살펴보았다. 2권은 ꡐ자본이 움직이면서 취하는 여러 형태와 그것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한 분석ꡑ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2권의 분석대상은 자본이 순환하고 회전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ꡐ재생산의 조건ꡑ이며 더불어 1권이 개별 자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권에서는 사회적 총자본으로 논의를 확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통과정만을 생산과정에서 떼내어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까지 포함하는 자본의 형태변화 운동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결국 2권은 자본의 생산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자본의 유통과정과 그것이 안고 있는 문제를 순수한 형태로 살펴보는 것이 중심과제였던 셈이다.
자본 연재는 잠깐 쉬었다가 전당대회 이후 나오는 신문부터는 3권을 연재할 예정이다. 1권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 맑스와 「자본」 2권

「자본」 자체가 많은 논쟁을 낳았지만 2권 3편과 3권 1편은 특히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2권을 연재할 때 이런 논쟁들은 소개하지 않았다. 이는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맑스가 원하지 않았든, 원했든 간에 정치가 맑스는 푸리에나 생시몽주의자를 제압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맑스에게 묵직한 부담을 안겨주었던 정적은 라쌀레와 바쿠닌이었다. 2권을 쓰던 때에 맑스는 집산주의이자 무정부주의자였던 바쿠닌에 반대해 싸웠기 때문에 시장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고 이는 1권의 수준과 다른 가치론이 나타났다. 따라서 1권과 일치하지 않는 논의도 많고 자체로도 많은 결함이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얘기들은 지금 할 이야기들이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서 가장 잘못된 풍토가 저작 자체보다 논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3권까지 연재가 끝난 뒤 좀 더 수준을 높여 「자본」을 둘러싼 논쟁까지 포함한 연재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 때까지는 반복해서 당부해 두지만 교재의 내용을 충실하게 읽어주기 바란다.
참고로, 현대의 시장사회주의자들은 주로 2권에 의지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장사회주의」라는 잡지를 내는 비숍이 시장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교재 3권, 3쪽~26쪽>
제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
서문

□ 3권 연재에 들어가며


ꡐ드디어ꡑ 자본 3권 연재에 들어간다. 엥겔스 말대로 자본은 3권까지로 ꡐ이론부분을 종결짓는ꡑ다.
자본 3권의 제목은 ꡐ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ꡑ이다. 우리는 1권에서 ꡐ자본의 생산과정ꡑ을 살펴보았고, 2권에서는 ꡐ자본의 유통과정ꡑ을 아울러 보았다. 맑스는 {자본} 1권에서 자본주의 생산과정을 직접 연구대상으로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모든 영향들을 제거한 채 자본이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연구하였다. 맑스 말대로 ꡐ경제문제에 적용된 적이 없는ꡑ 철학적인 방법으로 경제문제를 살펴본 셈이다.
2권에 들어서면서 1권에서 제외했던 자본의 유통과정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현실 세계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특히 우리가 2권 마지막에 살펴보았던 3편 ꡐ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과 유통ꡑ에서는 유통과정이 어떻게 사회적 재생산과정의 매개로 작용하는가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맑스는 자본주의 생산과정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이 통일되어 있다고 밝힌다. 이렇게 되면 3권을 굳이 서술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3권의 과제는 무엇인가?
3권은 1권과 2권의 분석을 전제로 하여 자본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을 포함하는 ꡐ자본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총과정ꡑ을 밝히고, 그리하여 자본이 현실에서 보이는 ꡐ구체적인 형태ꡑ들을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3권은 자본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이 단순하게 통일되어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2권보다 더 현실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3권에서는 자본의 경쟁을 다루기도 하고 이것이 어떻게 사회적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암시적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을 둘러싼 사람들이 어떤 의식을 갖게 되는가를 연구한다.
그런데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자본 3권에 대한 논쟁은 많다. ꡐ전형문제ꡑ와 ꡐ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ꡑ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연재에서는 자본 에 써있는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는데 주력할 것이다. 1, 2권 연재할 때도 여러 번 말했지만 교재를 잘 읽어주었으면 한다. 정 교재가 어려우면 아주 초보적인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책을 옆에 두고 읽어도 좋다. 여러 권을 읽을 필요는 없고 자기에게 맞는 책 한 권이면 된다. 또 하나, 3권에서는 2권보다 수치와 표가 많이 나오므로 연습장으로 쓸 노트 하나를 마련하기 바란다. 비록 산수계산에 지나지 않지만 눈으로 단숨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 3권 내용 개괄

자본 3권은 엥겔스가 예상한 것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1894년에 출판되었다. 이렇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엥겔스가 서문에 길게 서술하고 있으므로 교재를 참조하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던 대로 3권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먼저 3권의 목차를 한 번 살펴보자.

지나치게 반복하는 것 같아 조금 껄끄럽지만, 우리는 1권에서 자본가들의 목적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잉여가치를 얻는 것이므로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잉여가치가 생산되는가를 보았다. 또한 2권에서는 만들어진 상품의 판매경로와 그 과정에서 상품 안에 있는 잉여가치가 어떻게 실현되어 자본가에게 되돌아오는지를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3권에서는 물건이 팔려 잉여가치가 화폐형태로 자본가에게 돌아온 뒤, 이 잉여가치가 생산과정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누어지느냐를 분석한다.


이를 위해 1편과 2편에서는 그 동안 써왔던 가치를 가격으로, 잉여가치를 이윤으로 바꾸어 설명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문제인가를 둘러싸고 진행된 것이 바로 ꡐ전형논쟁ꡑ이다. 3편에서는 맑스는 이윤율을 개념을 구성하는 중요한 두 변수로 잉여가치율(잉여가치/가변자본)과 자본의 유기적구성(불변자본/가변자본)을 들고, 여기에서 잉여가치율이 정해져 있으며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 됨에 따라 이윤율은 경향적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잉여가치율이 일정한 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반드시 고도화되는 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여러 가지 상반된 의견들이 제출되었다. 4편에서는 상품자본을 상품거래자본으로, 화폐자본을 화폐거래자본으로 바꾸어 부르면서 현실사회와 아주 가까워진다. 5편~7편에서는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가 어떤 과정으로 여러 계급과 분파에게 나누어지는지를 살펴본다. 부르주아 경제학에서는 자본은 원래 이윤 또는 이자를 낳으며, 토지는 비옥도에 따라 지대가 생기고, 노동에는 임금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맑스는 이는 모두 노동자의 잉여노동이 여러 형태로 나타난 것일 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 서문 해설

3권의 서문은 그리 어려운 내용이 없다. 엥겔스는 2권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없는 상태에서 저자의 ꡐ정신에 충실ꡑ하게 책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길게 서술하고 있다. 다만 2권보다 원고 상태가 더 나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앞서보다 어려움이 더 컸다고 토로하고 있다. 엥겔스는 먼저 원고 전체를 읽기 쉬운 복사본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덧붙인다.
서문의 뒷부분에서는 렉시스, 슈미트, 파이어맨, 볼프, 로리아가 자본 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이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지적하고 있다. 엥겔스가 예로 든 사람들은 현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내용은 지금도 반복되는 것이므로 주의를 기울여 읽어두어야 한다.

■ 전형논쟁
스미스와 리카도가 ꡐ변하지 않는ꡑ 가치척도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여 경제학의 체계를 세웠다면, 맑스는 노동의 이중성, 사회적 필요노동의 개념을 도입하고 노동과 노동력,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을 통해 당시 정치경제학 전반에 대해 비판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맑스가 한 일은 새로운 가치이론을 세운 것이 아니라 당시 스미스와 리카도의 이론을 극점까지 밀고가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한편, 맑스는 상품가격을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필요노동량에 따라 측정되는 가치라고 하였는데, 실제 시장에서 가격을 좌우하는 것은 생산가격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자본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평균이윤율의 원리가 작용하고 따라서, 가치는 생산가격으로 전형(trans-formation)된 뒤에야 가격을 좌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맑스는 3권 1편에서 총계일치의 명제로 불리는 명제를 정식화하였다. 그 내용은 ꡐ총가치(가치의 합계)=총생산가격(생산가격의 합계)이고, 총잉여가치(잉여가치의 합계)=총이윤(이윤의 합계)ꡑ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가치를 가격으로, 잉여가치를 이윤으로 바꾸어 써도 된다고 하였다. 매우 간단할 것 같은 이 얘기가 오랜 기간 동안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는데, 이를 ꡐ전형논쟁ꡑ이라 한다. 뵘바베르크는 시간의 단위로 표현되는 ꡐ가치ꡑ와 화폐로 표시되는 ꡐ이윤ꡑ을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자본 은 기괴한 책이라고 비난하였다. 한편, 캠브리지 학파의 조안 로빈슨 여사는 전형문제에서 맑스의 견해를 옹호하였다.


<교재 3권, 27쪽~164쪽>
제 1편 잉여가치의 이윤으로의 전환과 잉여가치율의 이윤율로의 전환
제 1장 비용가격과 이윤
제 2장 이윤율
제 3장 이윤율과 잉여가치율 사이의 관계
제 4장 회전이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
제 5장 불변자본의 사용상의 절약
제 6장 가격변동의 영향
제 7장 보충설명

□ 3권 연재에 들어가며

3권은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호부터 매회 1편씩 대략 7번에 걸쳐 연재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진도를 따라온 독자들은 각 편의 분량이 만만치 않아 매주 이를 소화하는 것이 벅차리라 생각하는데, 경우에 따라 호흡을 늘릴 수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편에서는 이윤과 잉여가치가 형태만 상이할 뿐 숫적으로는 동등하다고 간주된 상태에서 논의가 전개된다. 그러나 다음 제2편에서는 이윤이 숫적으로도 잉여가치와 상이하게 되는 잉여가치의 외면화의 진전을 살피게 된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 비용가격과 이윤, 이윤율

자본가에게 상품의 비용가격이란 상품가치 중에서 소비된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가격을 보전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비용가격의 외관상의 형성에서는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사이의 차이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생산과정 중에 발생하는 가치변화의 원천은 가변자본부분으로부터 총자본으로 옮겨지는 듯이 보인다. 즉, 이 비용가격이란 개념은 가치의 형성이나 증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한 가치증식과정에서는 총자본의 일부가 들어가지만, 노동과정에서는 총자본이 소재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로 인해 총자본은 잉여가치의 형성에 그 전체가 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결국 잉여가치가 투하자본의 모든 부분들로부터 동시에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처럼 잉여가치가 총투하자본의 산물이라고 보여질 때 잉여가치는 이윤이라는 신비화된 외관을 띠고 자본관계는 은폐된다.
따라서 상품가치 c+(v+s)는 이제 (c+v)+s, 즉 비용가격(k)+이윤(p)으로 현상하게 된다.
여기서 자본가는 이윤의 현실적 크기가 가변자본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총자본에 비례한다고 믿으며, 이것을 자본운동 자체가 창조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는 또한 직접적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품가치의 초과분이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이 초과가치분의 실현이 현실적 경쟁 하에서는 시장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잉여가치는 상품의 비용가격을 넘는 판매가격 초과분으로 나타난다.
한편 총투하자본을 C, 이를 넘는 초과분을 s라 할 때 잉여가치율(s/v)과 구별되는 이윤율 s/C=s/(c+v), 즉 총자본에 대한 잉여가치의 비율이 얻어진다.

□ 이윤율과 잉여가치율 사이의 관계

s‘이 잉여가치율(s/v)이라 할 때, s=s’v이다. 따라서 이윤율(pꡑ)은 s‘v/C=s’v/(c+v)로 표현된다. 즉, 이윤율은 잉여가치율과 자본의 가치구성에 의해 규정된다.
s‘과 p’ 사이의 관계를 고찰할 때 우선 화폐가치, 노동생산성, 노동일, 노동강도, 임금은 불변이라고 가정하고 회전의 요인은 무시한 다음, s‘v/C 각각의 요인을 변화시키며 이것이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을 차례로 살펴보자.(교재 3권 59~76쪽)
그 결과 이윤율의 상승, 하락, 불변 모두가 불변의 잉여가치율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잉여가치율의 상승 또는 하락에도 대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회전의 요인을 고려하면, 회전기간의 단축은 교재 2권에서 보았듯이 잉여가치량을 증가시켜 이윤율의 상승을 불러온다. 따라서 연간 회전수를 n이라고 할 때 연간 잉여가치율은 s‘n이고, 연간 이윤율은 s’nv/C이 된다.

□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

가변자본이 불변이고 동일한 수의 노동자가 동일 명목임금으로 고용되고 있는 경우, 노동일 연장과 같은 절대적 잉여가치의 증대는 불변자본의 가치를 총자본과 가변자본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저하시키며 이에 따라 이윤율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노동일이 불변이라면, 잉여가치 증대에는 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생산조건의 가치증대, 즉 불변자본의 증대가 수반된다. 따라서 이윤율은 한편으로는 상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하한다. 그런데 잉여가치가 주어져 있다면, 상품 생산에 필요한 불변자본의 가치를 감축함으로써만 이윤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러한 불변자본 가치의 감축의 한 형태는 불변자본을 생산하는 노동의 절약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는 한 산업분야의 이윤율 상승이 다른 산업분야의 노동생산성 발전에 의존하는데, 이는 자본가가 사회적 분업의 체제 전체에서 나오는 이익을 이용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하나의 형태는 불변자본 그것의 사용을 절약하는 것인데, 이는 주어진 생산규모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운영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적대적 성격은 이러한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 즉 노동자 자신의 생존조건과 생활조건으로 나타나는 생산조건들의 절약을 통해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있다.

□ 가격변동의 영향

원료가격의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변화들은 비록 그것들이 임금이나 잉여가치율, 잉여가치량을 전혀 변경시키지 않더라도 이윤율에는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기타의 사정이 불변이라면, 이윤율은 원료의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상승하거나 저하한다.
그런데 이는 새로이 투하되는 자본에는 전적으로 타당하지만, 이미 기능하고 있는 자본의 경우에는 다르다. 즉, 투하자본의 가치감소로부터 생기는 이윤율 상승은 자본가치의 손실과 결부될 수 있고, 투하자본의 가치증가로부터 생기는 이윤율의 저하는 자본가치의 증대와 결부될 수 있다.
한편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은 그 요소들의 가치증감의 결과로 자본의 구속이나 유리를 가져온다. 불변자본의 경우 가치증감이 없다면, 자본의 구속은 노동생산력이 증가하는 경우에, 자본의 유리는 보다 작은 가치의 불변자본이 이전 불변자본의 역할을 기술적으로 수행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가변자본의 경우 임금률이 불변이라도 생산력 발전에 따라 노동자의 수가 감소하면 가변자본은 유리된다. 그러나 이것이 동일 자본의 가치구성만 변화시킬 경우는 자본의 유리나 구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가격변동의 영향에 대한 일반적 예증으로 1861~65년의 면화기근을 살펴볼 수 있다.(교재 3권 143~159쪽)

■ 추상에서 구체로 : 『자본』 3권은 전체로서 본 자본의 운동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형태들을 발견하고 서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품의 분석이라는 추상에서부터의 긴 여정이 이제 구체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맑스는 1857년 8월에 집필한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서설」에서 이미 그가 연구하고자 하는 정치경제학의 방법에 관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ꡒ추상적 규정들이 사유의 경로를 통해 구체적인 것의 재생산ꡓ에 이르는 방법만이 과학적으로 올바르다고 한다. 헤겔도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는 ꡒ현실적인 것을 자체 속에서 총괄되고, 자체 속으로 침잠하며, 자체로부터 운동해 나오는 사유의 산물로 파악하려는 환상에 빠ꡓ졌다고 맑스는 비판한다. 반면 그 자신의 방법은 ꡒ사유가 구체적인 것을 점취(占取)하고, 이를 정신적으로 구체적인 것으로 재생산하는 방식ꡓ일 뿐이며, ꡒ결코 구체적인 것의 생성 과정 자체는 아니다ꡓ라고 말한다.
한편 우리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식적인 과학관은 ꡐ귀납주의ꡑ인데, 이는 과학이 경험적 사실 그 자체로부터 도출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ꡐ구체에서 추상으로ꡑ 나아가는 것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대개의 과학철학 개론서 초입부터 여지없이 무너진다. 여기서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나는 현대의 과학철학에서의 연구 성과 또한 맑스의 방법론을 뒷받침한다고 본다.


<교재 3권, 165쪽~247쪽>
제 2편 이윤의 평균이윤으로의 전환
제 8장 상이한 생산부문들에서 상이한 자본구성과 이로부터 나오는 이윤율의 차이
제 9장 일반적 이윤율(평균이윤율)의 형성과 상품가치가 생산가격으로 전형
제 10장 경쟁에 의한 일반적 이윤율의 균등화. 시장가격과 시장가치. 초과이윤
제 11장 임금의 일반적 변동이 생산가격에 미치는 영향
제 12장 보충설명

□ 상이한 자본구성과 이윤율의 차이

전편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착취도가 불변이라면, 불변자본 구성부분들의 가치변동이나 자본의 회전기간의 변동은 이윤율을 변동시킨다. 따라서 동시에 병존하는 상이한 생산부문들의 이윤율은 투하자본들의 유기적 구성이 상이하거나 회전기간이 상이하다면, 상이해질 것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불변자본을 구성하는 유동자본과 고정자본의 구성비율이 각각의 생산분야에서 상이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이윤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상이한 생산분야에 투하된 동일한 규모의 자본들은 생산된 가치와 잉여가치가 아무리 상이하더라도 동일한 비용가격을 가진다. 이처럼 비용가격이 동일하다는 것이 자본투자들 사이의 경쟁의 기초를 이루며 이 경쟁에 의해 평균이윤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적으로는 상이한 생산분야들 사이에 평균이윤율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리하여 가치론은 현실의 운동과 일치하지 않는 듯한 외관을 띤다.

□ 일반적 이윤율(평균이윤율)과 생산가격

상이한 생산분야의 상이한 이윤율이 평균되고, 이 평균이 각각의 생산분야의 비용가격에 첨가됨으로써 성립하는 가격이 바로 생산가격이다. 이러한 생산가격의 전제는 일반적 이윤율의 존재이며, 이 일반적 이윤율은 각각의 생산분야의 이윤율들이 이미 그들의 평균율로 환원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주어진 크기의 자본에 귀속하는 이윤을 평균이윤이라고 부른다.
즉, 상품의 생산가격은 ꡐ비용가격+평균이윤'과 같다. 따라서 생산가격은 상품의 가치로부터 괴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괴리는 평균이윤이 잉여가치와 틀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생산가격이 다른 상품의 비용가격에 하나의 요소로 들어감으로 그 상품의 비용가격은 그 상품을 위해 소비된 생산수단과 노동력의 가치로부터 이미 괴리한다는 점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 상이한 생산분야의 자본가들이 취득하는 것은 모든 생산분야의 사회적 총자본이 일정한 기간에 생산한 사회적 총잉여가치(또는 총이윤)로부터 균등한 분배에 의해 사회적 총자본의 각각의 구성부분들에게 할당되는 잉여가치(또는 이윤)이다.
이는 각각의 개별자본가들이 총자본에 의한 총노동자계급의 착취에 참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일반적인 계급적 공감뿐만 아니라 평균이윤율이 총자본에 의한 총노동의 착취 수준에 의존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제적 의미에서 이러한 착취에 참가하는 것이다. 각각의 상이한 자본가들은 마치 주식회사의 주주와 같은 입장에 있다.
그리고 각각의 생산분야에서의 이윤과 잉여가치 사이의 이러한 현실적인 양적 차이는 비로소 이윤의 진정한 성질과 원천을 완전히 은폐시킨다. 그러나 상품의 총가치는 총잉여가치를 규제하고, 총잉여가치는 평균이윤과 일반적 이윤율의 크기를 규제하기 때문에 가치법칙은 (생산)가격을 규제하면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한편 특정한 생산분야의 상품의 생산가격이 변하는 경우는 상품의 가치가 불변일 때 일반적 이윤율이 변동한 결과이거나 일반적 이윤율이 불변일 때 불변자본의 형성요소인 상품들의 가치가 변동할 때, 혹은 이 두 사정들이 함께 작용할 때이다.

□ 경쟁. 시장가격과 시장가치

시장가치는 한편에서는 특정의 생산분야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의 평균가치로 간주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분야의 평균적 조건 아래에서 생산되며 그 분야의 상품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의 개별가치로 간주된다. 즉, 시장가치는 평균적 조건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의 가치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시장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사정에 의해 시장가격과는 괴리되지만, 시장가격이 진동하는 중심을 규제한다. 즉, 시장가치로부터 괴리하는 시장가격들은 그 평균치에서는 시장가치와 균등하게 된다. 여기서 시장가격이 실제 의미하는 것은 동종의 모든 상품들에게는 동일한 가격이 지불된다는 것이다.
만약 평균가치에 의한 상품의 공급이 일상적인 수요를 충족시킨다면 시장가치보다 낮은 개별가치를 가진 상품들은 특별잉여가치 또는 초과이윤을 실현할 것이고, 시장가치보다 높은 개별가치를 가진 상품들은 그들 자신이 포함하고 있는 잉여가치의 일부를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상이한 이윤율들이 어떻게 일반적 이윤율로 균등화되는가 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즉, 상품들이 단순히 상품으로서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생산물로서 교환되며 자본은 잉여가치 총량으로부터 자신의 크기에 비례하여 일정한 몫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경쟁의 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경쟁이 우선 하나의 생산분야에서 달성하는 것은 상품이 다양한 개별가치로부터 단일의 시장가치와 시장가격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상이한 생산분야들 사이에서 이윤율을 균등화시키는 생산가격이 성립되는 것은 상이한 분야들 사이에서의 자본의 경쟁에 의해서이다.
이 과정을 살펴보자. 이윤율이 이 분야에서는 하락하고 저 분야에서는 상승하는 것에 대응하여 자본은 끊임없이 이동하는데,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사이의 비율이 변동한다. 이를 통해 결국은 상이한 생산분야들에서 평균이윤이 동일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가치가 생산가격으로 전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끊임없는 균등화는 자본의 이동능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노동력의 이동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욱 빨리 달성된다.

□ 임금의 일반적 변동과 생산가격

임금의 일반적 상승은 기타의 모든 조건들이 불변이라면 잉여가치율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때 임금의 상승은 이윤의 감소를 수반하지만, 상품의 가치나 생산가격을 변동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본의 구성에 따라 임금 상승의 결과는 상이하다. 우선 사회적 평균구성의 자본의 경우 상품의 생산가격은 불변이고, 보다 낮은 구성의 자본의 경우 생산가격은 이윤의 감소와 동일한 비율은 아니지만 상승하며, 보다 높은 구성의 자본의 경우 생산가격은 이윤의 감소와 동일한 비율은 아니지만 하락한다.
반대로 임금의 일반적 하락은 잉여가치와 잉여가치율의 일반적 상승 그리고 이윤율의 일반적 상승을 야기한다. 또한 임금 하락은 평균구성보다 낮은 자본의 상품 생산물의 생산가격을 하락시키며, 평균구성보다 높은 자본의 상품 생산물의 생산가격을 상승시킨다.


■ 진입장벽 (entry barrier) : 생산가격은 각각의 생산분야에서 자본과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운 매우 이상적인 상태에서만 시장가치와 같아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즉 개별 생산분야 간에 진입 및 탈퇴가 자유롭지 못한 경우에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생산가격이 시장가치와 일치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경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가 큰 생산분야에서는 시장가치가 생산가격보다 높을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시장가치가 생산가격보다 낮을 수 있다.

■ 국제적 부등가교환 : 평균이윤의 형성과정에서 평균구성을 지닌 생산분야를 제외하고는 평균구성보다 낮은 구성의 생산분야로부터 평균구성보다 높은 생산분야로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물론 자본가들이 이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계화의 진전 등을 통해 자본의 구성을 높이는 것이 실제로 생산한 가치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비결이 된다.
동일한 상품이 선진국과 후진국에서 동시에 생산되어 교역되는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비슷한 종류의 자동차가 선진국에서는 높은 구성의 자본에 의해 생산되고 후진국에서는 낮은 구성의 자본에 의해 생산된다면, 선진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그 가치보다 높은 생산가격으로 팔릴 것이고 후진국의 자동차는 그 반대이다. 따라서 후진국의 자동차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잉여의 일부가 선진국 자동차산업으로 이전되는 일이 생겨난다. 이러한 현상을 '국제적 부등가 교환'이라고 부른다.


<교재 3권, 249쪽~317쪽>
제3편 이윤율의 저하경향의 법칙
제 13장 법칙 그 자체
제 14장 상쇄요인들
제 15장 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

□ 법칙 그 자체

그 사회의 총자본의 평균적 유기적 구성이 변화한다면, 가변자본에 대비한 불변자본의 이러한 점차적 증가는 잉여가치율 또는 자본의 노동착취도가 불변이라면 필연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의 점차적인 저하를 초래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 이윤율의 점진적인 저하경향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특유한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의 점진적 발달의 표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법칙은 사회적 자본 혹은 개별 자본가에 의해 가동되고 착취되는 노동의 절대량과 잉여노동의 절대량이 증가하는 것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윤율의 저하와 절대적 이윤량의 증대는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사회적 자본의 크기가 가변자본 부분의 감소에 반비례하여 증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윤율이 저하하더라도 이윤량이 불변이기 위해서는 총자본의 증가비가 이윤율 감소비의 역과 동등하여야 하고, 이윤의 절대량이 끊임없이 증대되려면 총자본의 증가가 이윤율의 저하보다 더욱 급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노동생산력의 발달에 의해 야기되는 이윤율의 저하에는 이윤량의 증가가 동반한다는 이러한 법칙은 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들의 가격 저하에는 이윤량의 상대적 증가가 동반한다는 것으로도 표현된다. 그리고 개별상품들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일정한 노동량이 보다 큰 상품량으로 실현되어 각각의 개별상품이 이전보다 적은 노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상을 총괄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노동생산력의 증대에 따라 개별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상품의 수량은 증가한다는 것, 그리고 개별상품의 이윤량과 상품총량에 대한 이윤율은 저하하지만 상품총량에 대한 이윤량은 증가한다는 것.

□ 상쇄요인들

그러나 이 법칙에는 상쇄요인들이 작용하여 그 효과를 억제하며, 그 법칙에 하나의 경향일 뿐이라는 성격을 부여한다. 이러한 상쇄요인들에는 노동착취도의 증대, 노동력의 가치 이하로의 임금 인하, 불변자본 요소들의 저렴화, 상대적 과잉인구, 대외무역, 주식자본의 증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요인 각각을 살펴보면, 일반적 이윤율의 저하를 초래하는 바로 그 원인들이 이 저하를 저지하고 연기시키며 부분적으로는 마비시키기까지도 하는 반대작용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반대작용은 그 법칙을 폐기시키지는 못하지만 그것의 효과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그 법칙은 단지 경향으로서 작용하며, 그것의 효과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만 그리고 장기에 걸쳐서만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

□ 법칙의 내적 모순들의 전개

이윤율의 저하와 축적의 가속화는 양자 모두가 생산력의 발달을 표현하고 있는 한 동일한 과정의 상이한 표현에 불과한데, 이윤율의 저하는 결국 과잉생산과 투기 및 공황을 촉진하며 과잉인구와 과잉자본의 병존을 야기한다.
자본의 축적과정이 포함하고 있는 이러한 모순은 여러 상반되는 현상들로 나타난다. 이윤율의 저하와 동시에 자본량이 증대하고, 또 이것에 수반하여 기존자본의 가치감소가 진행되며, 이것이 다시 이윤율의 저하를 저지하고 자본가치의 축적을 촉진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라든지, 노동인구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는 자극들이 존재함과 동시에 상대적 과잉인구를 창조하는 요인들이 있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상반되는 요인들이 충돌하는 것은 어떤 특정한 지점에서는 공황을 통해 그 출로를 찾는다. 공황이란 항상 기존 모순들의 일시적 폭력적 해결이며, 교란된 균형을 일시적으로 회복시키는 강력한 폭발에 다름 아니다. 또한 가치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생산력을 절대적으로 발달시키는 경향을 지니는데, 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들은 이윤율의 저하, 기존 자본의 가치감소, 그리고 이미 생산된 생산력을 희생으로 하는 노동생산력의 발달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의 과다는 언제나 기본적으로 이윤율의 저하를 이윤량에 의해 보상하지 못하는 자본의 과잉을 가리키거나, 또는 스스로 행동할 능력이 없어 신용의 형태로 대기업의 자본가들에게 그 처분이 위임되는 자본의 과잉을 가리킨다. 이러한 자본의 과다는 상대적 과잉인구를 낳는 바로 그 원인들로부터 발생하며 따라서 상대적 과잉인구를 보완하는 현상이다.
이 상대적 과잉인구는 과잉자본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노동자의 과잉인구인데, 이처럼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노동착취도가 낮아서 또는 적어도 주어진 착취도에서 얻는 이윤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의 과잉생산이란 자본의 과잉축적에 다름 아닌데, 증가한 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잉여가치량이 증가 이전과 동일하거나 심지어는 보다 적은 경우에는, 자본의 절대적 과잉생산이 발생할 것이다.
이제 동일한 원인에서 발생하는 이윤율의 저하와 자본의 과잉생산 때문에 경쟁전이 시작된다. 가격의 저하와 경쟁전은 각각의 자본가에게 주어진 노동생산력을 증대시키고 불변자본에 대한 가변자본의 비율을 감소시키며 이리하여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인위적인 과잉인구를 창조하게끔 한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한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나타난다.
첫째, 노동생산력의 발달은 하나의 법칙으로서 이윤율의 저하를 내포하는데, 이 이윤율의 저하는 어느 일정한 점에서 생산력의 발달에 매우 적대적으로 대항하며 따라서 공황을 통해 끊임없이 해소되어야만 한다. 둘째, 생산의 확장 또는 축소를 규정하는 것은 생산과 사회적 필요 사이의 비율이 아니라, 이윤과 이윤율이다. 즉, 생산은 사회적 필요가 충족되는 수준에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의 생산과 실현이 규정하는 수준에서 중단된다.
이를 더욱 밀고 나가면,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한계는 자본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본과 자본의 자기증식이 생산의 출발점과 종점, 동기와 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생산은 오직 자본을 위한 생산에 불과하며 따라서 생산수단이 생산자들의 사회적 생활과정을 끊임없이 확대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사회적 생산력의 무조건적 발달이라는 수단이 기존자본의 가치증식이라는 제한된 목적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만든다. 이렇듯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모순은 생산력을 절대적으로 발달시키려는 이 생산양식의 경향 바로 그것에 있는데, 이 생산력의 발달은 이 생산양식의 특수한 생산조건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 그리고 케인즈 : 1929년 가을 미국 월가의 금융공황으로 시작되어 전 산업 부문에 파급, 세계 자본주의를 뒤흔든 대공황은 이제까지의 주기적 공황과는 그 규모와 깊이가 달랐다. 공황의 결과는 비참한 것이었다. 1929~33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공업생산이 50%, 무역이 60%, 국민소득도 50%나 감퇴했고, 실업자는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대공황은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한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변치 않는 신념이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무참히 깨뜨려버렸다. 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가격이 조절되고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 전반적인 과잉생산의 공황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유 경제', ‘자유 방임주의'를 최선의 것으로 생각한 경제학자들은 결정타를 맞았다.
한편, 1930년대 전반기 영국에서는 하이에크와 케인즈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확립하고 자유방임의 원칙에 따른 시장질서의 유지를 강조한 반면, 케인즈는 자유방임의 곤란함을 지적하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했다. 이 논쟁은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을 출판하면서 막을 내렸다. 대공황이 수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하이에크의 처방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케인즈는 자본주의 경제를 그대로 두면 장기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정부가 과감히 개입하여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케인즈식의 처방은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 혹은 약화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적 모순과 그 모순의 발현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이유를 이미 살펴보았다.


<교재 3권>
제 4편 상품자본과 화폐자본이 상품거래자본과 화폐거래자본(즉 상인 자본)으로 전환
제 16장 상품거래자본
제 17장 사업이윤
제 18장 상인자본의 회전. 가격
제 19장 화폐거래자본
제 20장 상인자본의 역사적 고찰

□ 상품거래자본

유통과정에 있는 자본의 기능이 특수한 자본의 특수한 기능으로서 독립되고 분업에 의하여 특수한 종류의 자본가의 기능으로 고정된다면, 상품자본은 상품거래자본(또는 상업자본)이 된다. 따라서 상품거래자본은 항상 시장에서 변태의 과정 중에 있으며 유통영역에 끊임없이 묶여 있는 유통자본의 일부가 전형된 것이다.
한편, 생산적 자본가에게는 C―M인 것이 상인에게는 M―C―M′, 즉 그가 투하한 화폐자본의 특수한 가치증식으로 나타난다. 상품변태의 한 단계가 상인에 대해서는 하나의 특수한 종류의 자본의 전개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상인에 의해 투하된 화폐자본의 유통속도는 생산과정이 갱신되는 속도와 상이한 생산과정들이 결합되는 속도, 그리고 소비의 속도에 의존한다. 또한 상업자본은 재생산과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이 발달하면 할수록(즉 신용제도가 발달하면 할수록), 총자본에 대한 비율에서는 점점 더 작아진다. 그런데 상업자본은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가치도 잉여가치도 생산하지 않는다. 상업자본이 유통기간의 단축에 기여하는 한, 상업자본은 산업자본가가 생산하는 잉여가치의 증대에 간접적으로 공헌한다. 상업자본이 시장의 확대에 기여하고 자본들 사이의 분업을 촉진하며 이리하여 자본으로 하여금 보다 큰 규모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한, 상업자본의 기능은 산업자본의 생산력과 축적을 촉진한다.

□ 상업이윤. 상업자본의 회전. 가격

산업자본의 유통단계도 재생산과정의 한 단계이므로, 유통과정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상품거래자본도 각종 생산분야에서 기능하는 자본과 마찬가지로 연간평균이윤을 얻어야만 한다. 이 평균이윤의 형태로 상업자본에게 돌아가는 잉여가치는 생산자본 전체에 의해 생산된 잉여가치의 일부이다. 이제 평균이윤은 총생산자본과 상업자본의 합계에 대해서 계산되므로 그 크기가 감소한다. 그러나 상업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의 분업은 유통비용의 집중과 이에 따른 감축을 내포한다.
이제 총상품자본의 진정한 가치(또는 생산가격)는 k+p+m(m은 상업이윤)이 된다. 그리고 상품의 매매에 직접적으로 투하되는 자본을 B라 하고, 이 기능을 위해 사용되는 불변자본(물적 거래비용)을 K라 하고, 상인에 의해 투하되는 가변자본을 b라고 하면, 판매가격은 이제 B+K+b+(B+K)에 대한 이윤+b에 대한 이윤이 된다.
한편, 상업자본의 회전은 사실상 상품자본의 운동이 자립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상품변태의 제1국면 C―M을 하나의 특수한 자본의 자기환류운동으로서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상업자본은 분명히 생산자본의 회전을 촉진하지만, 이것은 다만 생산자본의 유통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이다. 상업자본은 생산기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상업자본의 회전은 결국 개인적 소비 전체의 속도와 규모에 의해 제한된다.
그런데 총자본에 대비한 상업자본의 상대적 크기가 주어져 있다면, 각종의 상업분야들 사이의 회전의 차이는 상업자본에게 귀속하는 총이윤의 크기와 일반적 이윤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인의 이윤은 이 회전을 매개하기 위하여 자기가 투하하는 화폐자본량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업자본의 회전수는 상품의 상업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인에 의한 가격추가의 크기는 각각의 상업분야에 있는 상업자본의 회전수 또는 회전속도에 반비례한다.

□ 화폐거래자본

산업자본과 상업자본의 유통과정에서 화폐의 지불과 수납, 차액의 결제, 당좌계정의 기장, 화폐의 보관 등과 같은 화폐가 수행하는 순수기술적 운동이 어떤 특수한 자본의 기능으로 자립화하면, 이 자본은 화폐거래자본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순수한 형태의 화폐거래업은 상품유통의 하나의 계기인 화폐유통의 기술적 측면과, 이 화폐유통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화폐기능에 관련하고 있을 뿐인데, 이 점이 화폐거래업을 상품거래업과 본질적으로 구별해준다. 즉, 상품거래자본은 M―C―M이라는 특수한 유통형태를 나타내지만, 화폐거래자본은 이러한 특수한 형태를 보일 수 없다.
한편, 이렇듯 화폐유통의 기술적 매개에 투하하는 화폐자본의 경우에도 M―M′이라는 자본의 일반공식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 M과 M′사이의 매개는 변태의 기술적 측면만을 내포할 뿐이다. 따라서 화폐거래업자의 이윤 또한 잉여가치로부터의 공제에 불과하다.

□ 상인자본의 역사적 고찰

상품과 화폐의 단순한 유통이 바로 상업자본의 존재조건이므로, 상인자본은 사실상 자본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게된 가장 오래된 역사적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전의 모든 생산양식에서 상업자본은 자본의 기능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업자본의 존재와 그것의 일정한 정도까지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달을 위한 역사적 전제조건이었으며, 상업자본의 발달은 생산에 점점 더 교환가치를 위한 생산이라는 성격을 부여하여 생산물을 점점 더 상품으로 전환시켰다. 또한 16, 17세기의 지리상의 발견들과 함께 상업에서 일어난 대혁명들은 봉건적 생산양식으로부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의 이행을 촉진한 하나의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봉건적 제한들을 타파하는 데 근본적으로 기여하긴 했지만, 근대적 생산양식의 제1시대인 매뉴팩쳐는 이것을 위한 조건들이 이미 중세에 창조되어 있었던 곳에서만 발달하였다. 이는 낡은 생산양식 대신에 어떠한 새로운 생산양식이 나타나는가는 상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낡은 생산양식 그것의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창조되자마자 그 바탕 위에서 상업의 갑작스런 확대와 새로운 세계시장의 창조가 일어났다.


■ 자본주의 이행논쟁 : 제4편의 20장 ꡐ상인자본의 역사적 고찰ꡑ에는 우리에게 돕-스위지 논쟁으로도 알려진 자본주의 이행논쟁과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는 맑스의 중요한 언급들이 있다. 이를 참조하면서 이 논쟁의 흐름을 간략히 짚어보자.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관한 전통적인 해석은 상업 및 유통의 성장을 중시하는 것이었는데, 이에 관한 연구는 독일 역사학파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중세 말의 상업 부활과 화폐경제의 보급, 그리고 시장의 확대가 봉건사회의 해체와 자본주의의 성립을 가져왔다는 ꡐ상업화 모델ꡑ이 널리 일반화된 것은 루요 브렌타노나 칼 뷔허와 같은 신역사학파 경제사가들에 의해서였다.
모리스 돕의 『자본주의 발전연구』(1946)는 이러한 상업화 모델의 문제점을 맑스에 기대어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돕은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상업과 같은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요인에 의해 설명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봉건제의 쇠퇴원인을 ꡒ지배계급의 증대하는 수입욕구와 더불어 생산체계로서의 봉건제가 갖는 비효율성ꡓ에서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돕의 주장에 대해 폴 스위지는 자본주의를 교환경제로 보는 입장으로 맞섰다. 그에 따르면 봉건제는 상업의 발전이라는 외부적 충격을 받아 무너졌다는 것이다. 뒤이어 여러 학자들이 이 논쟁에 뛰어들었는데, 대체로 판정은 돕에게 기울어졌다. 그런데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ꡐ농업자본주의ꡑ라는 새로운 문제의 대두를 계기로 ꡐ브레너 논쟁ꡑ으로 이어졌다. 로버트 브레너가 「전산업시대 유럽의 농업계급구조와 경제발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자, 역시 커다란 반향이 일어나 앞서의 이행논쟁에 버금가는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ꡐ신이행논쟁ꡑ이라 부르기도 한다.
브레너는 상업화 모델뿐만 아니라 인구동태의 변화에 주목하여 중세 말 농노제의 해체를 설명하는 맬더스 모델을 비판하였으며, 맑스와 돕의 견해에 기반하면서 계급투쟁과 계급관계의 변화를 통해 봉건제의 해체와 자본주의의 대두를 설명하고자 했다.

 
<교재 3권, 405쪽-755쪽>
제 5편 이윤의 이자 및 기업가이득으로 분할
제 21장 이자낳는 자본
제 22장 이윤의 분할. 이자율. ‘자연’ 이자율
제 23장 이자와 기업가 소득
제 24장 자본관계의 피상적 형태인 이자낳는 자본
제 25장 신용과 의제자본
제 26장 화폐자본의 축적. 이자율에 미치는 그것의 영향
제 27장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신용의 역할
제 28장 유통수단과 자본. 투크와 풀라턴의 견해
제 29장 은행자본의 구성
제 30장 화폐자본과 실물자본: Ⅰ
제 31장 화폐자본과 실물자본: Ⅱ
제 32장 화폐자본과 실물자본: Ⅲ(결론)
제 33장 신용제도의 유통수단
제 34장 통화주의와 영국의 1844년 은행법
제 35장 귀금속과 환율
제 36장 자본주의 이전의 관계

□ 『자본』3권은 ꡒ많은 새로운 것을 [급하게 써서 군데군데 탈락이 있는] 최초의 초고의 형태ꡓ라고 엥겔스는 말했다. 이는 『자본』3권의 내용이 많은 논쟁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4편까지는 몇몇 논쟁지점들을 논외로 하면,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제5편은 일단 그 분량에 압도됨은 물론 초고의 형태임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편이어서 3권을 독파하는 데 있어 큰 고비이다. 역자인 김수행 교수는 이 제5편을 ꡒ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미완성ꡓ이라고 평가하면서 대신 힐퍼딩의 『금융자본』 제1편과 제2편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 편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 고리대자본. 대부자본의 형성

자본주의 이전에 대부자본이 취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인 고리대자본은 상인자본과 함께 자본의 태고적 형태이다. 고리대자본은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로부터 발생하여 화폐의 이러한 기능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고리대자본은 상인자본과 나란히 독립적인 화폐재산을 형성하며, 이전의 노동조건의 소유자들을 몰락시킴으로써 노동조건을 취득하는 이중의 효과를 지니는데, 이는 산업자본의 전제조건을 형성하는 강력한 지렛대가 되었다.
이제 대부자본을 살펴보자. 대부자본은 산업자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화폐자본으로, 그 원천은 생산에 곧바로 쓰이지 않고 묶여 있는 화폐들이다. 이는 그 자본의 소유자가 아닌 기능자본가에 의해 실질적인 자본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대부자본의 운동은 자본이 그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자본일반의 특징적 운동과는 달리 현실적인 재생산과정과는 분리된 전적으로 피상적인 형태를 취한다. 일정 기간 화폐를 대부하고 이자와 함께 그것을 회수하는 것이 대부자본의 고유한 운동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자본에서 자본관계는 가장 피상적이고 물신화된 형태에 도달한다.
한편 대부자본의 축적은 화폐가 대부가능화폐로서 침전한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인데, 신용제도의 발달이나 화폐대부업무가 대은행의 수중으로 크게 집중하는 것, 그 자체에 의하여 이미 대부가능자본의 축적은 촉진된다. 그리고 신용제도와 그 조직의 발달에 따라 소득의 증대까지도 대부자본의 축적을 야기한다. 따라서 대부자본의 축적은 산업자본의 진정한 축적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 이자와 기업가이득. 이자율

이자란 대부자본가가 화폐를 빌려준 데 대한 대가로 기능자본가가 그에게 넘겨주는 잉여가치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잉여가치 가운데 기능자본가가 얻게 되는 잉여가치 부분을 대부자본가가 얻는 이자와 구별하여 기업가이득이라고 부른다.
기능자본가 측에서 보면, 이자는 자본소유의 단순한 열매이고, 기업가이득은 그가 자본을 가지고 수행하는 기능의 배타적인 열매로 나타난다. 총이윤은 이처럼 두 부분으로 질적으로 분할된다. 그런데 이윤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 두 당사자가 이 이윤을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 분할하는가는 그 자체로서는 순전히 경험적인 사실이며 우연의 영역에 속한다.
한편 이자율은 대부자본의 수요와 공급, 즉 산업자본가와 화폐자본가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자율은 평균이윤율을 초과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산업순환의 국면에 따른 변동과 함께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 신용과 은행. 은행자본

신용이란 대부자본의 운동형태를 가리키며, 타인의 자본에 대한 일시적 사용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주요하게 상업신용과 은행신용이 있다. 상업신용은 자본가들 사이에서 상품을 외상으로 매매하는 경우를 가리키고, 은행신용은 은행가가 화폐자본가를 대신하여 산업자본가나 상업자본가에게 이자를 받을 목적으로 화폐를 대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신용은 화폐의 절약이나 자본변태 및 재생산과정 일반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시키고, 개별자본가에게 일정한 한계 안에서 타인의 자본과 소유, 그리하여 타인의 노동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신용제도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재적 형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생산양식을 가능한 한 최고․최후의 형태로 발달시키는 추진력이다.
은행은 한편에서는 화폐자본의 집중과 대부자의 집중을 상징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차입자의 집중을 상징한다. 그리고 은행이윤은 자기가 대부할 때의 이자율보다도 낮게 차입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은행제도는 한편에서는 모든 유휴화폐준비금을 수집하여 화폐시장에 투입함으로써 고리대자본의 독점력을 빼앗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음, 은행권, 수표 등의 신용화폐를 창조함으로써 귀금속의 독점적 지위를 제한한다.
한편 은행자본은 금이나 은행권 형태의 현금과 유가증권(상업어음 또는 공적 유가증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은행업자 자신의 투하자본과 예금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은행자본의 대부분은 순수히 가공적 형태인 채권(환어음), 국채(지출해 버린 자본을 대표), 주식(미래의 수입에 대한 청구권) 등으로 구성된다.

■ 주식회사의 양면성 :
<제5편의 제27장에서 맑스는 주식회사와 관련된 중요한 언급들을 하고 있다. 『자본』3권이 쓰여졌던 1865년 당시에는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가 자본주의 체제의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맑스는 그것이 자본주의적 생산 일반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명확히 내다보았다고 할 수 있다(교재 3권 끝 부분에 실린 엥겔스의 보충설명을 참고하라).
맑스는 주식회사 제도가 자본주의 생산양식과의 대립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ꡒ사회적 부로서의 부의 성격과 사적 부로서의 부의 성격 사이의 대립을 극복하기는커녕 이 대립을 새로운 형태로 전개시키고 있을 뿐ꡓ이므로 그것이 자본주의적 한계 안에 붙들려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일부 사람들은 주식회사에 대한 맑스의 언급 중 일면을 과장하여 자신의 이론적 근거로 삼으면서 맑스의 충실한 제자인 양 행세하고 있다.

■ 힐퍼딩과 『금융자본』:
1910년에 출간된 힐퍼딩(Rudolf Hilferding: 1877-1941)의 『금융자본』은 『자본』3권 제5편에서 불충분하게 다루어진 맑스의 화폐․신용이론을 나름대로 완성시키고 있다.
힐퍼딩은 금융자본을 은행에 의해 통제되는 산업자본으로 전환되는 화폐형태의 자본으로 보았는데, 금융자본에 관한 그의 분석은 몇 가지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은행자본(화폐자본)과 금융자본간의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자본의 우위를 과도하게 일반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한편 『금융자본』은 독점에 관한 학설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독점을 가장 먼저 이론적으로 해명하려고 하였고, 그 이후 모든 독점 논의의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에 관한 맑스주의적 분석은 힐퍼딩의 『금융자본』을 토대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힐퍼딩은 카우츠키와 함께 독일 사회민주당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활약했는데, 1920년대 이후에는 점차 맑스주의로부터 일탈하여 ꡐ유통주의자ꡑ, ꡐ수정주의자ꡑ로 인식되었다. 한때 재무상을 역임했고, 1927년에는 ꡐ조직자본주의론ꡑ을 제창하기도 했다.


<교재 3권>
제 6편 초과이윤이 지대로 전환
제 37장 서론
제 38장 차액지대 일반
제 39장 차액지대의 제 1형태(차액지대 Ⅰ)
제 40장 차액지대의 제 2형태(차액지대 Ⅱ)
제 41장 차액지대Ⅱ : 제 1의 경우 - 생산가격이 불변인 경우
제 42장 차액지대Ⅱ : 제 2의 경우 - 생산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제 43장 차액지대Ⅱ : 제 3의 경우 - 생산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결론
제 44장 최열등경작지에서도 생기는 차액지대
제 45장 절대지대
제 46장 건축지지대․광산지대․토지가격
제 47장 자본주의적 지대의 발생
 
□ 자본주의적 지대의 발생

가장 단순한 형태의 지대는 노동지대인데, 이는 직접적 생산자가 주(週)의 일부 동안은 사실상 자신의 토지에서 일하고 나머지 며칠은 무상으로 영주의 토지에서 영주를 위해 일하는 형태의 지대였다. 여기서 지대는 잉여가치와 일치하였다.
그 다음 단계에서 노동지대는 생산물지대로 전환되었다. 생산물지대에서는 노동지대에서와는 달리 잉여노동이 더 이상 그 적나라한 형태로 수행되지 않았다.
자본주의적 지대 이전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이 화폐지대인데, 이는 생산물지대의 단순한 형태전환으로부터 생긴 것이었다. 노동의 사회적 생산력의 일정한 발전이 생산물지대를 화폐지대로 전환시킨 동력이었다.
화폐지대가 더욱 발전하면서 토지가 자유로운 농민적 소유로 되거나 아니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지대형태가 나타났다. 이 화폐지대는 잉여가치와 잉여노동의 정상적인 형태가 지대인 종류의 최후의 형태였다.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토지소유를 지배․예속관계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키고 생산조건으로서의 토지를 토지소유(자)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켰다. 그리고 토지소유자는 토지에 대한 독점적 소유를 통해 지대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파생한 자본주의적 지대는 임금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 가운데 일부가 전환된 형태로 나타났다.
농업자본가는 그가 이용하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이 특정의 생산분야에 자기의 자본을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 대가로 일정한 기간에 계약상으로 확정된 화폐액을 지불한다. 이것이 바로 지대인데, 이는 경작지․건축지․광산․어장․삼림 등의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지대는 주요하게 차액지대와 절대지대의 두 형태로 구분해서 살펴 볼 수 있다.

□ 차액지대

두 개의 동등한 양의 자본과 노동이 동등한 면적의 토지에 투하되어 동등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경우에는 이러한 초과이윤이 지대로 전환되는데, 이러한 지대를 차액지대라고 한다. 여기서 초과이윤은 해당 상품이 그 개별생산가격을 넘어 일반적 시장가격으로 판매된다는 사실로부터 생긴다.
차액지대는 다시 그것의 제1형태(차액지대Ⅰ)와 제2형태(차액지대Ⅱ)로 구분할 수 있다. 차액지대Ⅰ은 동일한 면적의 상이한 토지에 동등한 양의 자본이 투하되어 생산되는 생산물이 불균등한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러한 생산물의 불균등을 야기하는 두 개의 일반적인 원인은 토지의 비옥도와 토지의 위치이다.
이 차액지대의 유일한 전제조건은 각종 토지들의 불균등성인데, 여기서는 지대를 낳지 않는 최열등지의 생산가격(투하자본+평균이윤)이 항상 지배적인 시장가격이다. 따라서 이 차액지대는 지대를 낳지 않는 최열등지에 투하된 자본의 수익과 우등지에 투하된 자본의 수익 사이의 차액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는 생산성 차이의 결과에 불과하다.
차액지대Ⅱ는 동일한 토지에 자본이 연속적으로 투하됨으로써 투하된 자본들 간의 생산성의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이것은 오늘날 농업경영의 집약화와 관련이 있다. 생산성의 차이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액지대Ⅱ는 차액지대Ⅰ의 상이한 표현에 불과하다. 그리고 차액지대Ⅰ과 차액지대Ⅱ는 전자가 후자의 토대이면서도 상호간에 한계로서 역할한다.

□ 절대지대

토지의 독점적 소유로부터 발생하는 절대지대는 토지의 비옥도나 위치와는 상관없이 모든 토지에서 발생한다. 즉 토지소유 그것이 이 지대를 생산한다.
농업부문에서의 유기적 구성이 공업부문의 유기적 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음으로 농업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의 가치는 생산가격보다 높다. 그런데, 농업부문은 그 성격상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그 생산가격을 초과하는 가치가 실현된다. 이 지대는 바로 생산가격을 넘는 가치의 초과분 또는 초과분의 일부이다. 절대지대 또한 단순히 농업상의 잉여가치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모든 종류의 토지로부터 시장에 나온 총생산물의 지배적인 시장가격이 상승하는데, 이렇게 토지생산물의 일반적인 가격이 근본적으로 수정되더라도 차액지대의 법칙은 결코 폐기되지 않는다. 차액지대의 법칙은 절대지대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지대의 현실적인 모습은 이러한 절대지대와 차액지대가 결합한 것이다.

□ 토지가격

토지는 우선 노동생산물이 아니므로 가치를 지닐 수 없다. 따라서 자본화된 지대가 토지의 구매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노동의 가격이 불합리한 것과 마찬가지로 명백히 불합리한 범주이며, 이는 진정한 생산관계를 은폐한다.
토지의 구매가격은 토지의 실제 가격이 아니라, 토지가 낳는 지대를 현행의 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가격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그것으로부터 얻어지는 지대의 크기와 이자율에 의해서 결정된다.

토지가격 = (연간지대/이자율)×100

이러한 토지가격은 단순히 이자율이 하락하거나 토지에 합쳐진 자본의 이자가 증대하기 때문에 지대가 증대하지 않아도 상승할 수 있으며, 지대가 증대하기 때문에 상승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토지가격의 상승이 반드시 지대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항상 토지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는 지대의 증대가 반드시 토지생산물의 증대와 결부되는 것도 아니다.

□ 맑스의 지대이론의 현실성

맑스는 A. 스미스와 D. 리카도의 지대이론을 비판적으로 종합하여 고전적 지대이론을 완성하였는데, 이는 현대의 경제학에서 여러 가지 공격을 받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고전적 지대이론은 ꡐ본래적 농업지대ꡑ를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현 단계 토지시장에서는 도시용 토지가 논의의 중심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용 토지에서의 지대형성은 농업용 토지에서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고전적 지대이론이 제시하는 ꡐ토지가격은 토지로부터 나오는 지대를 현재가치화한 것ꡑ이라는 명제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현실의 지가수준은 그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수입을 자본화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으므로, 현실적 지가수준과 지대를 자본화한 이론적 지가수준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ꡐ거품가격ꡑ이라고 불리는 고지가(高地價) 현상은 고전적 지대이론으로는 해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먼저 전자의 비판을 살펴보자. 맑스의 논의에 따르면, 도시용 토지의 지대분석이론이 이른바 ꡐ도시지대론ꡑ으로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지지대론으로 존재한다. 엄격히 말해 ꡐ도시지대론ꡑ이라는 개념은 성립될 수 없다. 또한 맑스는 건축지지대를 포함한 모든 비농업용 토지의 지대가 본래적 농업지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는 것은 아담 스미스에 의해 이미 해명되었다고 말했다.
후자의 경우, 고전적 지대이론의 토지가격은 현재 실현된 지대수입만이 아니라 예상되는 미래의 지대수입까지 포함시킨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고지대현상이 존재해야 고지가 현상이 성립한다고 이해하는 논자들은 고전적 지대이론을 잘못 이해한것이다.
한편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거품가격은 맑스의 미경지(未耕地) 가격 관련 논의에 의해 설명 가능하다. 토지가격이 성립할 때 지대는 예상되는 미래의 지대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미경지도 자본화한 지대로서의 토지가격을 부여받게 되고 나아가 투기의 대상이 된다. 즉 미경지의 가격은 예상되는 지대수입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지, 단순히 가치가 없는 거품에 의존한 가격은 아니다.


<교재 3권, 1001쪽~1090쪽>
제 7편 소득과 그 원천
제 48장 삼위일체의 공식
제 49장 생산과정의 분석
제 50장 경쟁이 야기하는 형상
제 51장 분배관계와 생산 관계
제 52장 계급

□ 삼위일체의 공식

자본-이자, 토지-지대, 노동-임금. 이것은 사회적 생산과정의 모든 신비성을 함축하고 있는 삼위일체의 공식으로서 현실의 생산담당자의 일상적인 관념에 기반한 속류경제학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자본-이자의 형태는 일체의 매개항이 사라진 채 자본 그것의 가장 일반적인 공식으로 환원되고, 토지-지대는 각각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서 비교할 수 없는 두 개의 대상이나 이것이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되며, 노동-임금은 가치의 개념과도 가격의 개념과도 모순되는 형태로 등장한다.
이리하여 수입의 원천인 자본․토지․노동은 이 가치부분 그 자체와 생산물의 해당부분들을 발생시키는 궁극의 원천으로 전환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삼위일체의 공식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신비화, 사회적 관계의 물화(物化), 생산의 소재적 관련과 그 역사적․사회적 특수성과의 직접적 융합을 완성한다.

□ 결과와 원인의 전도

총생산물의 가치는 [생산에 투하되어 소비된] 자본의 가치[즉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이윤과 지대로 분할되는] 잉여가치와 동등한데, 이 중에서 노동이 창조한 가치 전체는 임금, 이윤 및 지대로 분할된다. 따라서 이는 임금+이윤+지대+C(불변자본의 가치)로 현상할 수 있다.
또한 총수입은 임금+이윤+지대와 동등하므로, 총생산물의 가치는 총수입+불변자본이 된다.
이러한 외형은 상품의 가치가 결국 임금․이윤․지대로 분해될 수 있다는 불합리한 도그마를 낳는데, 이것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근본관계, 잉여가치의 성질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전체 토대가 올바르게 이해되고 있지 않다. 둘째, 노동이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면서 동시에 구(舊)가치를 새로 생산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유지하는 방식이 이해되고 있지 않다. 셋째, 재생산과정의 상호관련이 개별자본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총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 나타나는가가 이해되고 있지 않다. 넷째, 불변자본을 형성하는 생산물의 일부는 불변자본 생산자들 자신에 의해 현물로 또는 상호간의 교환에 의해 보전되고 이는 소비자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이것이 간과되어 소비자의 소득이 불변가치부분을 포함한 전체 생산물의 가치를 지불한다는 환상이 생긴 것이다. 다섯째,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뿐만 아니라 잉여가치가 각각의 상호독립된 형태들로 전환됨으로써 혼란이 야기되어 상품의 가치가 가치의 각종 분할의 토대라는 것이 망각되고 있다.
실제로 상품가치 중 임금․이윤․지대로 분할될 가치량은 이미 주어져 있고, 각각의 범주 그 자체에 대한 평균적이고 규제적인 한계도 미리 주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가치가 임금․이윤․지대라는 세 개의 가치량의 합계로부터 초래된다는 혼동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 이유는 먼저 상품의 가치구성분들이 독립적인 수입들로서 서로 대립하고 있고, 그 수입들은 수입으로서 노동․자본․토지라는 세 개의 완전히 상이한 생산요소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것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금의 일반적인 상승 또는 저하는 일반적 이윤율을 그 반대의 방향으로 변동시키는 것에 의해 각종 상품의 생산가격을 변경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은 상품과 상품가치가 생산되기 이전에 그 크기가 주어지는 가격요소이기 때문에, 임금은 상품의 총가치로부터 독립적인 형태로 분리된 부분으로 나타나지 않고 거꾸로 이 총가치를 미리 결정하는 주어진 크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덧붙여, 임금이 상품의 비용가격에서 행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평균이윤이 생산가격에서 행하면서 가치의 형성요소의 하나로 나타난다.
이렇듯 상품가치의 분해의 결과들이 끊임없이 가치형성 그것의 전제로서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그 배후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끊임없이 물질적 생산물을 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 생산물 형성의 사회경제적 관계들․경제적 형태들을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분배관계와 생산관계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은 특수한 역사적 규정성을 가진 생산방식이고, 다른 모든 생산방식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생산력과 그것의 발전형태의 일정한 수준을 자기의 역사적 조건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이 생산방식에 대응하는 생산관계와 이것의 이면인 분배관계 또한 특수한․역사적인․일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이 생산방식은 물질적 생산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 생산물들이 그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 생산관계와 이에 대응하는 분배관계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이러한 분배관계는 생산과정과 생산관계들의 역사적으로 특수한 사회적 형태들에 대응하며 그리고 그 형태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하나의 생산양식에 위기의 순간이 도래했다는 징조는 한편에서는 분배관계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생산관계의 특수한 역사적 형태와,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력․생산성 그리고 생산력 구성요소들의 발달 사이의 모순과 대립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산의 물질적 발전과 생산의 사회적 형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 3권을 마치며

제7편은 사실상 『자본』1, 2, 3권을 총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로써 『자본』3권 ꡐ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ꡑ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3권의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내용을 개괄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 이를 다시 정리하지는 않겠다.
드디어 우리는 자본에 대한 이론부분의 종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출발점에 불과하다. 『자본』 전체 권에는 그 자체로 불완전한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자본주의를 더욱 풍부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충해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까지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삼을 수 있다.그 과정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땅을 다진다면, 이를 담보로 재산을 늘리는 것은 보다 쉬운 일일 것이다.

■ 제52장 계급
『자본』 3권의 마지막 장인 ꡐ계급ꡑ은 서두 부분만 있는 미완성이다. 엥겔스는 3권의 서문에서 이 장의 의도가 ꡒ소득의 3대 형태(지대․이윤․임금)에 대응하는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의] 3대 계급(지주․자본가․임금노동자)과, 이러한 계급의 존재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계급투쟁을 자본주의 시대의 현실적 산물로서 서술하는 것ꡓ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맑스가 여기서 처음으로 계급과 계급투쟁에 관한 서술을 한 것은 아니다. 「독일이데올로기」(1846), 「철학의 빈곤」(1847), 「공산주의 선언」(1848),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1852) 등에서도 맑스는 비록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계급과 계급투쟁에 관한 핵심적인 언급들을 한 바 있다.
한편 맑스는 1852년 3월 5일 요제프 바이데마이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ꡒ현대 사회에서의 계급들의 존재를 발견한 공로도, 그 계급들 사이의 투쟁을 발견한 공로도 나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네. 부르주아 역사 서술가들은 나보다 훨씬 앞서 이러한 계급 투쟁의 역사적 발전을 서술하였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 계급들의 경제적 해부학을 서술하였네. 내가 새로이 한 일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증명한 것이네. 1. 계급들의 존재는 생산의 특정한 역사적 발전 단계들과 연결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 ; 2. 계급 투쟁은 필연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귀결된다는 것 ; 3. 이러한 독재 자체는 단지 모든 계급의 지양으로 가는, 그리고 계급 없는 사회로 가는 이행기를 이룰 뿐이라는 것.ꡓ(「맑스엥겔스 저작선집 2」, 박종철출판사, p. 497)
이 장을 통해 맑스는 계급과 관련하여 자신이 새롭게 증명했던 것을 자본의 해부 작업의 성과에 바탕하여 더욱 더 전개하면서 주체와 실천의 문제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놓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 정리

맑스는 『자본』을 총 4부로 계획하였다. 제1부는 자본의 생산과정, 제2부는 자본의 유통과정, 제3부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과정, 제4부는 잉여가치에 관한 이론들(또는 잉여가치학설사)을 다루었다. 이 중 제2부와 제3부는 엥겔스에 의해 편집되어 출판되었고, 제4부는 훗날 카우츠키가 정리하여 출판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3부까지 살펴보았다. 제1부는 상품의 교환이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추상적 인간노동의 양에 따라 행해지며, 잉여노동이 그대로 잉여가치로 실현된다고 가정한다. 이 잉여가치를 증대하기 위해 자본가는 노동시간의 연장이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애쓰고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진다. 제2부는 자본가가 기계, 원료 및 노동력을 구입하여 생산을 행하고, 그 결과인 상품을 판매하여 최초의 투자액과 잉여가치를 획득하는 과정을 자본의 유통과정이라 이름짓고 이에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제3부는 제1부와 제2부의 연구에 바탕하여 생산과정에서 창조된 잉여가치가 어떻게 상업이윤, 기업가이득, 이자, 지대 등으로 분배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회당이 청년진보당 시절 기관지에 연재되었던 글
+원저자가 누군인지 명기하려 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음

Posted by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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